(384) 키다리 오빠-5 (384) 키다리 오빠-5 “그런데 그 누군가를 떠올렸지만 마음 내키는 사람이 없었어요. 혼자 영화를 보고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샴페인으로 자축하며 술을 마셨어요. 기분이 좋아졌어요. 밤의 파리 시내를 싸돌아다니는데 집시 여인이 거리에서 꽃을 팔고 있었어요. 난 꽃을 사고 싶.. 소설방/유혹 2015.04.08
(383) 키다리 오빠-4 (383) 키다리 오빠-4 자다가 갈증이 너무 심하게 느껴져 유미는 눈을 떴다. 날이 밝아오는 시각이었다. 유진이 옷을 입은 채로 유미의 옆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카페트 바닥에 신발을 신고 사는 이곳의 아파트 바닥에서 잠을 잘 수는 없었을 것이다. 등을 돌리고 몸을 접고 누운 키 큰 .. 소설방/유혹 2015.04.08
(382) 키다리 오빠-3 (382) 키다리 오빠-3 어느 순간, 유미는 발이 미끄러져 보도 위로 자신이 넘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유미는 에라, 모르겠다! 바닥에 드러누워버렸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깊은 바다처럼 짙푸른 하늘이 보였다. 노란 보름달 하나가 구름 사이로 빠르게 몸을 감췄다. 유진이 뛰어왔다. “.. 소설방/유혹 2015.04.08
(381) 키다리 오빠-2 (381) 키다리 오빠-2 “봉수아, 무슈! 세 유미!” 유미가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했다. “유미씨? 지금 어디?” “나 지금 북역 근처인데… 지하철도 끊기고, 버스도 안 오고, 택시는 없고, 술은 취하고, 잠은 쏟아지고….” “도대체 지금 이 시간에 그 위험한 북역 근처엔 왜 있는 거야? 혼자.. 소설방/유혹 2015.04.08
(380) 키다리 오빠-1 (380) 키다리 오빠-1 이유진은 좀 특별한 남자였다. 날카롭지만 웃으면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눈매를 가진 사람답게 섬세한 감정을 가졌으나 무섭도록 절제할 줄도 아는 남자였다. 다시 말해 기회만 있으면 껄떡대는 ‘껄떡남’ 스타일이 아니라 뭔가 냉정한 구석이 많았다. 그게 요즘 말하.. 소설방/유혹 2015.04.08
(379)생은 다른 곳에-15 (379)생은 다른 곳에-15 점점 점입가경이긴 하지만, 이유진에 대해 아무 것도 아직 밝혀진 건 없었다. 7년 전 그는 파리 교외의 인적 없는 작업실 근방에서 머리를 둔기로 맞고 죽었다. 그의 사체를 숲속 후미진 곳에 유기했다. 겨울의 끝에 그 한적한 숲속으로 산책할 사람은 없다. 들짐승들.. 소설방/유혹 2015.04.07
(378)생은 다른 곳에-14 (378)생은 다른 곳에-14 하긴 프랑스 여자는 식사하면서 토론을 벌일 정도로 수다스럽고 말이 많다. 하지만 나는 여러 사람들 속에서 불어를 구사하고 듣고 하는 게 피곤하다 보면 그저 부처 같은 온화한 미소라도 짓고 있어야지 별수 있나. “동양 여자는 신비롭거든요. 드세지 않고 고요하.. 소설방/유혹 2015.04.07
(377)생은 다른 곳에-13 (377)생은 다른 곳에-13 “출장 가면 저를 좀 도와주셔야죠. 사실 표현은 안 했지만 쌤 믿고 가는 거거든요.” “그 계획서 내게 보내 봐.” “안 그래도 그러려고 해요. 지금은 근무 시간이라 그렇고요. 제가 다시 전화할게요.” 유미는 한 손으로 휴대폰을 쥐고 한 손으로는 자신의 가슴을 .. 소설방/유혹 2015.04.07
(376)생은 다른 곳에-12 (376)생은 다른 곳에-12 아래층은 아직 조용했다. 아래층은 훨씬 호화롭고 넓었다. 유미는 얼른 한 번 휘둘러 본 다음에 다시 위층으로 올라와 방으로 들어왔다. 창문을 열었다. 5층 정도에 위치한 방인 거 같다. 바로 창 앞으로는 키가 큰 나무들이 서 있었고 공원이 내려다보였다. 유미는 달.. 소설방/유혹 2015.04.07
(375)생은 다른 곳에-11 (375)생은 다른 곳에-11 “오늘 밤에요? 오! 너무 늦었어요.” 유미는 단호하게 도리질을 쳤다. 이럴 때일수록 값싼 여자로 보이면 안 된다. ‘밀당’ 한번 안 해 보고 넘어갈 수야 없지 않은가. 무릇 연애와 협상에서 밀고 당기기는 어장관리의 기본인데. “아, 숙녀분에게 결례했다면 죄송.. 소설방/유혹 201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