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부 거의 모든 사랑의 법칙 1 제7부 거의 모든 사랑의 법칙 1 엄마가 사라졌다. 감쪽같이. 자취도 없이. “아버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빨리 실종 신고를 해야 된다니까요.” 오빠는 제 가슴을 주먹으로 쾅쾅 쳐댔다. “…좀 더 기다려 봐라. 네 엄마가 그럴 사람이 아니야.” 아버지가 맥없는 음성으로 대꾸했다..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11
제6부 그림자 도시 13 제6부 그림자 도시 13 재인이 소개해 준 것은 전자사보 전문회사의 콘텐츠 기획직이었다. “신생회사야. 옛날 거래처에 있던 분이 그쪽으로 갔거든. 실무경험 있는 사람 좀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는데, 네 생각이 나더라고. 일단 네 얘기는 대충 해놨어. 자기네는 딱 좋대.” “그래?” 반가..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9
제6부 그림자 도시 11 제6부 그림자 도시 11 소주와 초콜릿, 그리고 한때 같이 살았던 남자. 부조화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절묘한 조합이었다. 태오는 이 집의 전직 살림꾼답게 싱크대로 가더니 소주잔과 접시를 척척 꺼내왔다. “초콜릿 안주로 소주를 마시겠다는 아방가르드한 생각은 어떻게 한 거예요?..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9
제6부 그림자 도시 9 제6부 그림자 도시 9 어리석다. 너무 어리석다. 자책감으로 머릿속이 덜컹댔다. 태오와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무참한 속도로 흔들릴 것을 진정 몰랐단 말인가? 그동안 그는 좀 야윈 것 같고, 피부도 더 하얘진 것 같다. “어디 아파?” 나도 모르게 첫 마디를 뗐다. 태오가 입술을 벌리지 ..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9
제6부 그림자 도시 7 제6부 그림자 도시 7 보내는 사람의 이름은, 실명이 아니라 ‘blue’였다. 제목 없음. 그 텅 빈 문장의 무게가 묘한 불안감과 함께 가슴을 짓눌렀다. ―나에요. 그것이 첫 문장이었다. 나는 북극에 납치된 기린처럼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나에요, 라고 말하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불현듯 ..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9
제6부 그림자 도시 5 제6부 그림자 도시 5 “나다.” 오빠였다. 피를 나눈 나의 친오빠. “엉, 오빠. 번호 바꿨어?” “얌마, 바뀐 지가 언젠데.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냐?” “어이구. 자기가 안 알려줘 놓고 나한테 떠넘기기는.” 오빠가 쿡쿡 웃었다. 오빠와 나는 하늘 아래 단 둘뿐인 남매였지만, 자랄 때부..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6
제6부 그림자 도시 3 제6부 그림자 도시 3 나는 키스를 좋아하는 편이다. 키스를 하고 있는 동안, 나 자신에 대해 한층 더 잘 알게 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타인의 혀가 내 입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순간에야말로 나라는 존재가 태곳적부터 오롯이 혼자였음을 부정할 도리가 없다. 타인의 혀로부터 오는 쾌..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6
제6부 그림자 도시 1 제6부 그림자 도시 1 “오늘, 뭐했어?” 이렇게 묻는 당신. 당신에게 악의가 없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그것이 “밥은 먹었어?” 라거나 “요즘 감기 무섭더라” 따위의, 별 뜻 없는 안부인사와 다를 바 없는 말이라는 것도 잘 안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당신의 무심한 질문이 누군..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6
제5부 연인들의 비밀 15 제5부 연인들의 비밀 15 “부탁인데, 얘들아, 그렇게 불쌍해 죽겠다는 표정 짓지 마. 너희들 마음 알아. 불쌍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지?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나, 후회는 안 해. 후회가 다 뭐니? 발이 푹푹 빠지는 펄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기분인걸. 이틀째 잠을 못자는 건 그동안 ..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5
제5부 연인들의 비밀 13 제5부 연인들의 비밀 13 월요일 아침은 사채 이자 불입날짜처럼 어김없이 돌아온다.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잤어?” 재인이다. 나는 눈을 비볐다. 여섯 시 반. 아직 이십 분은 더 이불 속에서 미적거릴 여유가 있었지만, 재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후딱 정신이 들었다..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