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폭우속에서 <종결> 24. 폭우속에서 <종결> 장현은 무언가 섬?한 느낌을 받고는 후다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촌의 밤은 쉽사리 어두워진다. 특히 지금은 폭풍우가 오려하기에 더욱 스산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그 스산한 가운데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한두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장현은 들고 내.. 소설방/그리운 세월 2015.08.30
23. 우는 바다 23. 우는 바다 갓 튼 목화솜 덩이 안에 푹하고 누워본 적이 있는가? 뭉게구름처럼 몽실몽실 기분좋고 푹신한 솜이 온몸을 폭삭 싸버리고, 사방에서 느껴지는 그 안락하고 편안함에 마음까지도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푸근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병든 병아리를 두손으로 담아본 적이 있는.. 소설방/그리운 세월 2015.08.30
22. 양귀비 꽃 22. 양귀비 꽃 밤은 소리도 없이 하냥 깊어만 가고, 들창밖으로 달이 활짝 웃고 있다. 달이 밝아서 인지 잠이 전혀 오지 않았다. 영민은 몇 번이나 잠을 청해 보았지만, 감정이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장현이 옆에서 뒤치락거리다가 묻는다. "와? 잠이 안오나.. 소설방/그리운 세월 2015.08.30
21. 슬픈 세월 21. 슬픈 세월 모든 것이 잠든 창백한 겨울 밤에 미친 듯이 달려드는 고독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가슴을 밟고 허적허적 걸어오는 못된 망녕의 히히덕거림과도 같이 울쑥불쑥 솟아나는 그 고통을 참지 못해, 어디론가 무작정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 반짝이던 별들도 그 단.. 소설방/그리운 세월 2015.08.30
20. 달이 지는 밤 20. 달이 지는 밤 그렇게 고운 여자는 생전 처음 보았다. 그저 냅다 병원으로 업고 뛸 적에는 몰랐는데, 입원을 시키고 정신을 차려보니, 장현은 마치 자신이 꿈속에서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등에 업혀서 끊임없이 신음을 토했던 여자의 따사한 온기.. 소설방/그리운 세월 2015.08.30
19. 잔인한 운명 19. 잔인한 운명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은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실제로 자신의 행동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선상을 벗어날 수 없이 헤매이고 있다. 처음 진호와 같이 여관에 있었던 날, 그가 했던 그 이상야릇한 말이 그에 대한 엄청난 혐오감으로 다가왔을 때, 혜진은 그.. 소설방/그리운 세월 2015.08.30
18. 회색의 나라 18. 회색의 나라 어차피 죽었던 목숨이었다. 청계천변의 쓰레기와 함께 그 너저분한 삶이 묻혀버렸을 그런 헛된 인생이었다. 고통과 간난의 연속에서 그저 버렸어야만 할 그런 목숨이었다. 만약 그때 영민이 도와주지만 않았던들, 지금 장현은 여기에 서있지 못하고 그대로 쓰레기장에 파.. 소설방/그리운 세월 2015.08.30
17. 까치밥 17. 까치밥 하늘은 깊은 슬픔을 간직한 채 그저 낮은 구름을 드리우고 있고, 그 구름을 올려다 보는 영민의 눈가에 회색 그림자가 어린다. 구름이 자꾸 낮아진다. 슬픈 마음 가릴 수 없어 눈물만 흘리는 사람들을 위해 구름은 슬픔을 가려 주려고 오늘도 한 켠 아래로 아래로 자신을 낮게 드.. 소설방/그리운 세월 2015.08.30
16. 부서지는 별 16. 부서지는 별 모닥불은 타는 것이 아니라 살라지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불꽃으로 태워 처절한 환희를 맛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힘에 어쩔 수 없이 불살라져서 그 아픔을 하늘에 대고 절절히 호소하는 것이다. 흐르륵 흐흐륵. 그래서 모닥불은 이런 소리를 내며 흐느낀다. 자신이 살라.. 소설방/그리운 세월 2015.08.30
15. 길 15. 길 진열대에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들은 마치 영민을 흘겨보며 손가락 질을 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항상 책을 읽고 시를 쓰셨던 그 얼굴이 스르르 다가와서 영민을 꾸중하는 것 같다. '책은 읽었니?'하는 표정으로. 영민은 그대로 굳어진 채로 책방의 앞에.. 소설방/그리운 세월 201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