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 키다리 오빠-9 (388) 키다리 오빠-9 “진짜 돌겠네. 그런 데를 왜 가겠다는 거야? 전에 TV 보니까 나오던데 남녀가 모두 알몸으로 테니스도 치고 승마도 하고 춤도 추는데 모두 몸에 달린 것들이 방울처럼 흔들리고… 못 봐 주겠더구먼.” “방울처럼…? ㅋㅋㅋ 오빠도 그런 식으로 말할 줄 아네.” 유진의 .. 소설방/유혹 2015.04.08
(387) 키다리 오빠-8 (387) 키다리 오빠-8 인간의 언어는 오히려 진실을 곡해하고 은폐할 때 쓰인다. 오히려 몸이 표현하는 원초적 소통이 훨씬 건강하고 자연스럽다는 걸 발레리는 알게 해주었다. 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녀가 유미에게 ‘나튀리스트(Naturiste) 캠프’에 함께 참여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왔.. 소설방/유혹 2015.04.08
(386) 키다리 오빠-7 (386) 키다리 오빠-7 “…….” 유진은 얼굴과 입이 굳은 채로 눈만 껌벅였다. 유미가 말했다. “원한다면, 나를 가져요.” 유미 또한 굳은 채로 울 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유미의 팽팽한 젖가슴이 거친 호흡으로 오르락거렸다. “만약 원하지 않는다면….” 유진은 대답 대신 포도주 한 .. 소설방/유혹 2015.04.08
(385) 키다리 오빠-6 (385) 키다리 오빠-6 “여기 프랑스어 글씨 안 보여요? 대학에서 온 편지잖아요.” “편지?” “입학통지서예요.” “네?” “가을에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하라는 어드미션이라고요.” “제가요?” “내가 유미씨 대신 입학허가를 위해 몇 군데 대학에 편지를 넣어 봤어요. 유미씨, 여기 .. 소설방/유혹 2015.04.08
(384) 키다리 오빠-5 (384) 키다리 오빠-5 “그런데 그 누군가를 떠올렸지만 마음 내키는 사람이 없었어요. 혼자 영화를 보고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샴페인으로 자축하며 술을 마셨어요. 기분이 좋아졌어요. 밤의 파리 시내를 싸돌아다니는데 집시 여인이 거리에서 꽃을 팔고 있었어요. 난 꽃을 사고 싶.. 소설방/유혹 2015.04.08
(383) 키다리 오빠-4 (383) 키다리 오빠-4 자다가 갈증이 너무 심하게 느껴져 유미는 눈을 떴다. 날이 밝아오는 시각이었다. 유진이 옷을 입은 채로 유미의 옆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카페트 바닥에 신발을 신고 사는 이곳의 아파트 바닥에서 잠을 잘 수는 없었을 것이다. 등을 돌리고 몸을 접고 누운 키 큰 .. 소설방/유혹 2015.04.08
(382) 키다리 오빠-3 (382) 키다리 오빠-3 어느 순간, 유미는 발이 미끄러져 보도 위로 자신이 넘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유미는 에라, 모르겠다! 바닥에 드러누워버렸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깊은 바다처럼 짙푸른 하늘이 보였다. 노란 보름달 하나가 구름 사이로 빠르게 몸을 감췄다. 유진이 뛰어왔다. “.. 소설방/유혹 2015.04.08
(381) 키다리 오빠-2 (381) 키다리 오빠-2 “봉수아, 무슈! 세 유미!” 유미가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했다. “유미씨? 지금 어디?” “나 지금 북역 근처인데… 지하철도 끊기고, 버스도 안 오고, 택시는 없고, 술은 취하고, 잠은 쏟아지고….” “도대체 지금 이 시간에 그 위험한 북역 근처엔 왜 있는 거야? 혼자.. 소설방/유혹 2015.04.08
(380) 키다리 오빠-1 (380) 키다리 오빠-1 이유진은 좀 특별한 남자였다. 날카롭지만 웃으면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눈매를 가진 사람답게 섬세한 감정을 가졌으나 무섭도록 절제할 줄도 아는 남자였다. 다시 말해 기회만 있으면 껄떡대는 ‘껄떡남’ 스타일이 아니라 뭔가 냉정한 구석이 많았다. 그게 요즘 말하.. 소설방/유혹 2015.04.08
(379)생은 다른 곳에-15 (379)생은 다른 곳에-15 점점 점입가경이긴 하지만, 이유진에 대해 아무 것도 아직 밝혀진 건 없었다. 7년 전 그는 파리 교외의 인적 없는 작업실 근방에서 머리를 둔기로 맞고 죽었다. 그의 사체를 숲속 후미진 곳에 유기했다. 겨울의 끝에 그 한적한 숲속으로 산책할 사람은 없다. 들짐승들.. 소설방/유혹 201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