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간표 39 그녀의 시간표 39 그녀는 집으로 나는 곧장 회사로 출근했다. 후줄근하고 추레한 모습, 그래도 내 차림새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점심때쯤 사우나에라도 다녀와야 할 듯싶었다. 밤새도록 운전대를 잡고 있었던 탓에 여느 때와 달리 눈꺼풀이 몹시 무거웠다. 자리에 앉자마..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8 그녀의 시간표 38 호텔, 참으로 많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선뜻 결정이 어려웠다. 이곳저곳 전전하며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다가 결국 한강변의 한 호텔을 점찍었다. 지금은 눈이 그쳤다지만, 새벽녘에 다시 눈이 내릴 것이라고 라디오는 장담하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눈 내리..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7 그녀의 시간표 37 적들의 감시는 철통같았다. 나는 감금당했고, 이러다간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어찌하든 빠져나가야 하는데,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화장실을 핑계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내가 화장실에 갈 때면 꼭 누군가는 동행하여 따라붙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6 그녀의 시간표 36 징글벨 징글벨 징그으르벨… 벨소리가 한참을 울리도록 나는 그냥 내버려두었다. 어제 내가 어떤 꿈을 꾸었더라? 나는 잠시 생각을 더듬다가 떨리는 손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명태씨… 만나고 싶어요.” 이런 기막힌 일이! 정녕 꿈이 아닌 현실이란 말인가? 거의 하..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5 그녀의 시간표 35 머리카락도 옷도 백설처럼 하얗다. 겉모습으로 보아 어느 심심 산골짝에 박혀 도를 닦다가 이윽고 깨달음을 얻어 하산한 도인이 아니겠는가 여겨졌다. 하지만 잠시의 착각 혹은 착시현상이었다. 사주팔자 운운한 인간은 포커의 달인 팀장이었다. “웬 폭설이람. 스노체..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4 그녀의 시간표 34 리칼이 빳빳하게 부동자세를 취했다. 주마등처럼 악몽 같았던 군복무시절의 한 토막 경험이 눈앞을 스쳤다. 사단장배축구대회였는데, 대대 대표로 나갔던 녀석들이 전패로 예선탈락하고 말았다. 분노한 대대장은 패배 요인을 찾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감독을 맡았던 ..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3 그녀의 시간표 33 "어이, 마른명태씨." 분명 나를 호칭하는 소리였다. 눈앞을 제대로 분간키 힘든 악조건이었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신경세포를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속수무책 당해야만 했다. 자욱한 담배연기 사이로 우직한 손아귀 하나가 뻗쳐오더..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2 그녀의 시간표 32 발없는 새가 있다더군요. 늘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쉬고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바로 죽을 때라고 합니다.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1 그녀의 시간표 31 타 부서 사람들의 반응 역시 한결같았다. 나의 가상한 용기를 치하해 주고자 그들은 앞 다투어 나를 찾아왔다. 방문행렬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팀장은 업무의 올스톱을 선언했다. 덕분에 나는 주인으로서의 예를 갖춰 방문객을 맞이할 수 있었다. 방문객에 대한 답례로 ..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0 그녀의 시간표 30 금사장과의 담판에서 홍지연은 회사의 주식 지분 20퍼센트와 국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도 1억원의 법인카드 한 장을 요구했다. 지분계산은 자신과 훗날 낳게 될 자식의 몫을 합한 결과였고, 카드는 인생을 즐기기 위한 현대인의 기본 품목이었다. 금사장은 법인카드..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