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결의 155. 결의 박용화는 일요일 아침 일찍 하기방학 동안 알아둔 에이꼬의 하숙집을 찾아가씨다. 주택가 골목을 몇 번 돌아 쪽지에 적힌 번지수의 집을 찾아낸 박용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집이 하숙을 쳐서 먹고 살기에는 안 어울리게 너무 좋았던 것이다. "값비싼 하숙집인가? 그럴지도 .. 소설방/아리랑 2017.07.07
154. 하와이의 지원병 154. 하와이의 지원병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하와이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섬전체가 전쟁상태로 돌입해 군용차량들이 무시로 질주해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밤에도 탐조둥들이 그 곧고 푸른빛들을 내쏘며 어둠 소에서 엇갈리고 있었다. 군인들도 그전보다 훨씬 더 많.. 소설방/아리랑 2017.07.07
153. 강제징용 153. 강제징용 아슴푸레한 초승달빛 속에 박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모깃소리가 앵앵거리고,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낭자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아아리라앙 아아리라앙 아라아리이요오 아아리라앙 고오개에로 너머어가안다아아… 물 끼얹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노랫소리가 가늘고 .. 소설방/아리랑 2017.07.07
152. 세 가지 풍경 152. 세 가지 풍경 꽃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들녘 저 멀리 있는 산에 보얀 바람꽃이 일고 있었다. 푸른색이 감도는 들판에는 벌써 농사일이 시작되어 있었다. 정상규는 꽃바람을 맞받으며 부산스럽게 걷고 있었다. 그는 외출을 하면서도 의관을 차리지 않고 있었다. 그는 하늘을 뚫을 .. 소설방/아리랑 2017.07.06
151. 새로운 전쟁 151. 새로운 전쟁 일본이 미국의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에 대헤 선전포고를 했다. 1941년이 다 저물어가는 12월 8일 일어난 사건이었다. 다음날인 9일 동경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신문마다 그 사건을 대서 특필했고, 사진들을 그야말로 대문짝만하게 실어놓고 있었.. 소설방/아리랑 2017.07.04
150. 악법 150. 악법 김제읍은 아침부터 떠들썩하고 술렁거렸다. 빰빠라 빰빠 쿵작쿵작 빠라빠라 빰빠 쿵작 쿵작작 읍사무소 경찰서 동척 같은 것이 있는 본정통에서는 악대가 신명나게 울려대고 있었고, 아이들은 소리치고 앞다투며 그 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어른들도 이.. 소설방/아리랑 2017.07.04
149. 아사히사진관 149. 아사히사진관 "미나루, 미나루, 여기 봐, 여기!" "로로로로, 깔꾹, 깔꾹!" "옳지, 옳지, 웃는다, 웃는다!" 두 여자가 손뼉을 치고 손을 들까불어대며 아이를 어르고 있었다. 펑! 조명 불빛이 번쩍하며 흰 연기가 풀쑥 솟아올랐다. "예에, 자알됐습니다." 사진기 셔터의 고무주머니를 누른 윤.. 소설방/아리랑 2017.07.04
148. 정인들의 열매 148. 정인들의 열매 중경의 5월은 온갖 꽃들의 흐드러진 웃음으로 화사했다. 녹음을 이루기 시작한 고목들과 가지가지 꽃들은 한데 잘 어우러져 오래된 도시의 봄정취를 무르익게 하고 있었다. 포근한 햇살 속에 세월의 흐름 같은 것은 무감한 듯 고적들은 의연하게 서 있었고, 꽃과 벌 나.. 소설방/아리랑 2017.07.03
147. 진로를 바꿔라 147. 진로를 바꿔라 "그런데 말이오, 이번에 소학교에서도 조선어 학습을 폐지시켜 버렸소. 조선교사들은 기분이 안 좋을지도 모르겠는데, 어디 제일 젊은 다께다 선생이 대답을 해보시오." 교무주임이 흐트러진 몸짓으로 한 사람을 손가락질했다. 다께다 선생이라고 지적당한 것은 바로 .. 소설방/아리랑 2017.07.03
146. 귀향의 뜻 146. 귀향의 뜻 "거기가 법원의 자료집 같은 것들을 정규적으로 발간하는 곳일세." "법원?" 술잔을 들다 말고 송중원은 홍명준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 눈에 의아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응, 신경에 거슬리는 모양이지? 내 그럴 줄 알았어. 허나 아무 걱정 말게. 자네가 써야 할 글도 없고, 딴사.. 소설방/아리랑 2017.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