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당신은 아는가 165. 당신은 아는가 비행장은 삼분의 이쯤이 나지막한 산줄기를 둘러싸고 있었다. 산줄기 밖으로 뻗어나가는 부분의 양쪽으로는 산줄기가 끊겨 있었다. 그 지형이 산줄기로 에워싸인 분지였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한쪽 산줄기를 끊으며 뻗어나간 비행장공사는 마우리단계에 들어가 있었.. 소설방/아리랑 2017.07.11
164. 해바라기 군상 164. 해바라기 군상 "안녕하세요, 사장님." "아 박 여사, 어서 오세요." 소파에서 무엇을 보고 있던 민동환이 사장실로 들어서는 박정애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전엔 계시는 것 알고 일부러 시간 맞춰 왔죠." "예, 잘 오셨습니다. 박 여사는 세월이 갈수록 젊고 멋이 있어집니다." 민동환은 살.. 소설방/아리랑 2017.07.10
163. 종군위안부들의 행로 163. 종군위안부들의 행로 "아이고, 이 얼굴덜 잠 보소. 둘 다 이쁜 얼굴인디 굶고 살아서 푸석푸석 붓고 마른 버짐 피고 요것이 머시여. 지대로 배불리 묵고 살먼 매화꽃이 부럽겄어, 목단꽃이 부럽겄어. 시상에 부러울 것 없는 이쁘고 이쁜 꽃으로 필 나인디." 여자가 입맛 다셔가며 입심 .. 소설방/아리랑 2017.07.10
162. 학병의 파장 162. 학병의 파장 11월에 들어서 총독부에서는 대학. 전문대학. 고등학교에까지 징집영장을 일제히 발급했다. 그리고 중추원에서는 <학병 불지원자는 휴학시켜서 징용키로 결정>했다. 그러니까 학도지원병이란 <지원>은 허울좋은 장식일 뿐이었다. 이에 발맞추어 이광수와 최남선.. 소설방/아리랑 2017.07.10
161. 정복되지 않는 혼 161. 정복되지 않는 혼 "아버님 건강은…" "괜찮다. 아무 걱정 말어라." 송중원은 철망 사이로 아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얼굴은 나쁜 편이 아니었다. "더위가 심한데요…" 말이 짧은 송준혁은 또 위아랫입술을 맞물 듯 입을 굳세게 다물었다. 힘이 잔뜩 들어간 그 입술.. 소설방/아리랑 2017.07.09
160. 인간사냥 160. 인간사냥 "읍장님이십니까?" "예…." "아, 여기 경찰서장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이쪽으로 좀 오셨으면 합니다. 내지에서 징용대인 노무보국회가 나왔습니다." "또요?" 하시모토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러나 그 순간 후회했다. "예, 곧 가겠습니다." 하시모토는 다급하게 이 말을 잇.. 소설방/아리랑 2017.07.07
159. 두 여자 159. 두 여자 공원입구 언저리에는 행상들이 즐비했다. 산책객들에게 제 나름의 특색있는 먹거리를 만들어 파는 행상들이었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공원입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행상들이 손님을 부르는 소리들과 산책객들의 상쾌한 웃음소리들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전동걸은 그 술.. 소설방/아리랑 2017.07.07
158. 승자와 패자 158. 승자와 패자 지하취조실은 어둠침침했다. 열댓평 남짓한 지하실 천장에는 촉수 낮은 알전구가 대롱거리고 있었다. 알전구에서 나오는 빛은 지하실의 어둠을 쫓기에는 너무 미약했다. 가운데서 밀린 어둠은 사방 구석에 도사리고 있었다. 지하실에는 출입문 이외에는 창문 하나 나 있.. 소설방/아리랑 2017.07.07
157. 신탁통치설 157. 신탁통치설 식단 중앙에는 태극기가 구김살 하나 없이 반듯하게 부착되어 있었다. 태극기는 그 아래 앉아 있는 사람들이 왜소해 보일 마큼 엄청나게 컸다. 시단 앞면의 천장에서부터 드리워진 길고 폭넓은 현수막에는 신탁통치설비판자유한국인대회라고 큼직큼직한 글씨가 적혀 있.. 소설방/아리랑 2017.07.07
156. 그 까닭 156. 그 까닭 햇살이 도타워지고 순한 바람이 산골을 타고 하늘하늘 넘돌기 시작하면서 눈 녹는 산비탈은 질퍽거렸다. 그 즈음이면 또 한 해 겨울 숯구이가 마감되는 것이었다. 긴 겨울 동안 구워낸 숯은 싸리나무 줄기로 엮은 원통형 망태에 담겨 여기저기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 소설방/아리랑 2017.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