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간표 34 그녀의 시간표 34 리칼이 빳빳하게 부동자세를 취했다. 주마등처럼 악몽 같았던 군복무시절의 한 토막 경험이 눈앞을 스쳤다. 사단장배축구대회였는데, 대대 대표로 나갔던 녀석들이 전패로 예선탈락하고 말았다. 분노한 대대장은 패배 요인을 찾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감독을 맡았던 ..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3 그녀의 시간표 33 "어이, 마른명태씨." 분명 나를 호칭하는 소리였다. 눈앞을 제대로 분간키 힘든 악조건이었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신경세포를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속수무책 당해야만 했다. 자욱한 담배연기 사이로 우직한 손아귀 하나가 뻗쳐오더..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2 그녀의 시간표 32 발없는 새가 있다더군요. 늘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쉬고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바로 죽을 때라고 합니다.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1 그녀의 시간표 31 타 부서 사람들의 반응 역시 한결같았다. 나의 가상한 용기를 치하해 주고자 그들은 앞 다투어 나를 찾아왔다. 방문행렬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팀장은 업무의 올스톱을 선언했다. 덕분에 나는 주인으로서의 예를 갖춰 방문객을 맞이할 수 있었다. 방문객에 대한 답례로 ..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3
그녀의 시간표 30 그녀의 시간표 30 금사장과의 담판에서 홍지연은 회사의 주식 지분 20퍼센트와 국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도 1억원의 법인카드 한 장을 요구했다. 지분계산은 자신과 훗날 낳게 될 자식의 몫을 합한 결과였고, 카드는 인생을 즐기기 위한 현대인의 기본 품목이었다. 금사장은 법인카드..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2
그녀의 시간표 29 그녀의 시간표 29 어느 날, 사장 부인이 그녀가 근무하는 비서실을 방문했다. 부인은 이모저모 살피고는 개인면담을 요구했다. 두 여인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복도를 걸어갔는데, 도중에 부인이 이렇게 말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구르는 돌이 박힌 돌을 빼는 법이다. 내 너를 보건..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2
그녀의 시간표 28 그녀의 시간표 28 지배인이 쓰윽 시계를 보았다. 나 역시 시간을 재고 있었고, 내가 씨익 웃어주었더니, 지배인이 흠흠 헛기침을 하더니 곧 이야기를 이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야쿠자 보스가 사람을 보내 거지가 된 홍지연에게 자신의 열두 번째 첩이 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2
그녀의 시간표 27 그녀의 시간표 27 근처 은행을 찾아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입구를 들어서기 전 팻말을 확인했는데 거기에는 ‘쪽발이와 쪽발이의 친구는 출입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국제화시대에, 그것도 한류가 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는 이 시대에 저러면 되겠나 싶었지만, 나름대로 기막힌 곡절이 있..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1
그녀의 시간표 26 그녀의 시간표 26 그 인간은 걸핏하면 블록버스터 어쩌고저쩌고 떠벌렸고, 늘 한일 합작이라 으스대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줄거리는 국적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한국걸와 일본맨의 유체이탈 러브스토리. 한국에서의 촬영은 자신이 맡고 일본 쪽은 다른 감독이 책임지는 투톱체제..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11
그녀의 시간표 25 그녀의 시간표 25 지갑에서 7만원을 꺼내어 주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이제는 돈을 건네받은 지배인이 다음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놓을 차례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잔뜩 이맛살을 구긴 채 지배인은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었다. .. 소설방/그녀의 시간표 201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