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리랑

158. 승자와 패자

오늘의 쉼터 2017. 7. 7. 00:39

158. 승자와 패자



지하취조실은 어둠침침했다.

열댓평 남짓한 지하실 천장에는 촉수 낮은 알전구가 대롱거리고 있었다.

 알전구에서 나오는 빛은 지하실의 어둠을 쫓기에는 너무 미약했다.

가운데서 밀린 어둠은 사방 구석에 도사리고 있었다.

지하실에는 출입문 이외에는 창문 하나 나 있지 않았다.

아무런 칠도 되어 있지 않은 벽들은 시멘트의 맨살 그대로였다.

그런데 시멘트벽 여기저기에는 거무칙칙한 색깔들이 얼룩덜룩 묻어 있었다.

그건 변색된 핏자국들이었다.

흐린 불빛과 거친 시멘트벽과 얼룩진 핏자국들로 지하실은 살벌했다.
그런데 지하실을 더욱 살벌하게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출입문 가까이에 책상 하나가 놓여 있었고, 그 맞은편 벽의 수도꼭지 아래는

커다란 나무물통이 놓여 있었다.

나무물통 옆벽으로는 투박하게 짠 폭 좁은 침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알전구가 대롱거리는 천장에는 굵은 밧줄 걸린 쇠고리가 박혀 있었다.

침대 옆으로 박힌 대여섯 개의 못에는 가죽채찍이며 죽도, 밧줄 같은 것들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쪽 나무의자에는 전깃줄이 사려져 있었다.

책상을 밴 그 모든 것들은 누가 보거나 한 눈에 고문기구들이었다.

아니 단 하나, 투박하게 생겼지만 두툼하게 담요가 갈린 침대가 그나마 살벌함을

조금이라도 가시게 해주고 있었다.
덜컹 쇳소리를 내면서 출입문이 열렸다.

푸르칙칙하게 칠이 변색한 출입문은 철문이었던 것이다.


"빨리 들어가"


일본말 외침과 함께 한 사람이 등을 떠밀리고 지하실로 들어섰다.


"에이, 이 놈의 냄새."


한 남자가 투덜거리며 들어섰고, 그 뒤를 두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그 남자가 지하실로 들어섰을 때 왈칵 끼쳐온 것은 퀴퀴하면서도

찝찝하고 텁터그리한 냄새에다 눅눅한 습기였다.


"이런 냄새가 나야 지하실 맛이 제대로 나는 것 아닙니까"


뒤따르던 한 남자가 말했다.


"됐어, 자네들은 나가서 좀 쉬어, 내가 특급으로 먼저 한번 돌려볼 테니까."


앞장선 남자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며 말했다.


"특급으로요? 자신있으십니까?"


한 남자가 묘한 느낌으로 흐흐거렸다.

그 어조와 웃음은 상대방을 놀리는 것 같은가 하면 얕잡아보는 것 같은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자신? 내가 그렇게 한심하게 보이나?"


앞장섰던 그 남자는 빠르고 싸늘하게 되물었다.


"아니 저어……. 그것이 아니고……"


그 남자는 당황해서 어물거렸다.


"이봐, 우리 계장님은 끄떡 없어, 두셋도 한꺼번에 문제 없는데 저까짓 하나쯤이야,

자네 괜히 젊다고 으스대지 말어. 큰코다치니까"


다른 남자의 아부가 역역한 말이었다.


"싱거운 소리들 말고 어서 가서 쉬어, 하도 독한 년이라 밤샘을 해야 될지도 모르니까"


계장이라고 불린 그 남자는 빨리 나가라고 손짓했고, 두 부하는 고개를 꾸벅꾸벅 하고는 돌아섰다.

그 남자는 지하실 문을 잠갔다. 그리고 천천히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구두밑창 앞뒤에 박은 징이 시멘트바닥을 밟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지하실을 울리고 있었다.

구두밑창의 앞코 부분과 뒤축에 박은 반타원형의 은빛 쇠붙이는 비싼 구두를 오래 신으려고

고안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쇠붙이는 흙길, 아스팔트길, 시멘트복도, 나무복도에 다라 소리가 달라질 뿐

어디에서나 그 특유의 소리를 냈다.

그 쇳소리는 검은 스틱과 함께 신사요 멋쟁이의 상징이 된 지 오래였다.

그 남자는 여자의 눈을 가린 검은 천을 풀었다.

흐린 불빛 아래 드러난 여자의 얼굴은 다름 아닌 최현옥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윤철훈과 헤어질 때의 모습이 별로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변한 것이 잇다면 나이가 좀더 들어 보일 뿐이었다.


"똑똑히 봐둬. 여긴 지하고문실이다.

영리하고 똑똑하신 선생님이시니까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저게 다 어떤 고문기구들인지 잘 아시겠지,

아무리 독종들도 차례로 절반만 고문을 당하면 다 불게 마련이지.

가끔 진짜 독종들이 있어서 저 고문들을 다 거치고도 불지 않는 놈들이 있긴 하지,

그러나 그런 놈들은 여기서 죽어서 나가는 거야.

일단 여기 들어오면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순순히 불어서 나가는 길과 죽어서 나가는 길이다.

그건 알아서 선택하라."


일본말로 말하는 그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느렸다.

그런데 그 낮고 느린 말이 묘하게도 잔인하고 싸늘한 냉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 남자는 담배를 뽑아 물고 성냥을 그었다.

그 불빛에 좀더 확실하게 드러난 그 얼굴은 바로 양치성이었다.
그는 이제 젊은 날의 모습은 간 곳 없이 늙어 있었다.

살이 좀 찌긴 했지만 얼굴에는 쉰 나이의 세월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고,

 머리카락도 많이 빠져 반대머리가 되어 있었다.


"이봐, 난 여자 고문하는 것을 원치 않아.

순순히 불고 여기서 나가. 그리고 전향서 한 장만 써,

그럼 이 원산서 살기 거북할 테니까 평양이든 경성이든 원하는 대로 제일 좋은 학교로 보내주지.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이 왜 모르지.

 사회주의 혁명이고 조선 독립이고 완전히 가망이 없다는 걸 말야.

지금 일본은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까지 다 장악했어.

이제 그야말로 아세아의 맹주야. 이게 너에게 베푸는 마지막 기회야.

순순히 대답해. 이주하가 어디 숨어 있지?"


양치성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최현옥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최현옥은 그 눈길을 피해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주하 어디 있지?"


양치성이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난 몰라요."


최현옥의 싸늘한 대꾸는 조선말이었다.


"말해, 어디 있지?"


최현옥은 고개까지 내저었다.


"이 썅년아, 대답해"


양치성이 마침내 고함치며 최현옥의 얼굴을 후려쳤다.


"………"


"이년아, 이주하놈이 네년 남편이라도 되냐 어디 맛 좀 봐라."


양치성을 담배를 내팽개치며 최현옥의 옷 중간쯤을 움켜잡더니 힘껏 잡아챘다.

얇은 여름 블라우스가 북 찢어졌다.


"어머."


최현옥은 반사적올 주저앉았다.


"이 썅년이 그래도 처녀라고 창피한 줄은 아네, 일어나"


양치성은 최현옥의 정강이를 여지없이 걷어찼다.


"엄마"


최현옥은 비명을 토하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건 초보에 초보도 아니다. 일어나"


양치성은 최현옥의 뒤로 묶인 팔을 사정없이 잡아챘다.


"엄마아!"


최현옥은 또 비명을 토하며 일으켜 세워졌다.

양치성은 밧줄 늘어져 잇는 쇠고리 아래로 최현옥을 끌어갔다.

 그는 숙달된 솜씨로 밧줄을 최현옥의 뒤로 묶인 손목 사이로 끼워 두 줄을 위로 잡아당겼다.

최현옥의 두 팡이 휘어져 들리면서 목은 앞으로 늘어지고 발뒤꿈치가 올라갔다.

최현옥의 발끝이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게 된 상태에서 양치성은 밧줄을 고정시켰다.


"다시 묻겠다. 이주하 어디 있나"


목이 늘어진 최현옥 앞에 버티고 선 양치성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


최현옥은 늘어진 고개를 저었다.


"이런 개썅년!"


양치성은 벌컥 화를 내며 찢어진 옷을 다시 잡아챘다.

연보랏빛 원피시가 위라래 두 쪽으로 찢어지며 휜 속치마가 드러났다.


"제발……, 제발…."


최현옥은 울음 섞인 소리였다.


"그러니까 발가벗기기 전에 빨리 대답해, 어디 있나!"


"글쎄, 모른다니까요."


"이년아 지금 누굴 놀리나"


양치성은 소리를 빽 지르며 두 손으로 최현옥의 원피스 윗부분을 잡아 찢었다.


"이년아, 빨리 대"


양치성은 또 소리치며 최현옥의 속치마를 북북 찢어댔다.


"모르니까 모른다잖아요. 제발…"


최현옥은 울부짖고 있었다.


"이년아, 개소리 치지 마. 기억이 나게 해주지."


양치성을 최현옥의 젓가리개를 잡아챘다.


"엄마아!"


"불어!"


"……"


양치성은 길이가 허벅지의 중간쯤 닿는,

끝에 고무줄이 든 최현옥의 검정 팬티를 주루룩 끌어내렸다.


"엄마아!"


찢어진 옷들이 어깨에 발목에 걸린 채 최현옥의 알몸이 드러났다.


"빨리 불어!"


"……"


최현옥의 눈앞에는 이주하와 동지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주하의 은신처가 목을 치밀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순간 최현옥은 이를 앙다물었다.

차라리 나 혼자 죽자! 혈서로 맹세했던 그날이 선하게 떠올랐다.

 <죽음을 택할지언정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

피로 쓴 문구였다.


"어서 대라니까!"


양치성은 두 손으로 최현옥의 젖가슴을 덥석 잡았다.


"……"


최현옥은 이를 갈아붙이며 부를 떨었다.


"젖이 아주 예쁘구나. 빨리 불어!"


"…."


"이년 이거, 정말 안 되겠네"


양치성의 한 손이 최현옥의 불두덩 거웃을 움켜잡았다.


"엄마아"


최현옥은 울음을 터뜨리면 두 다리를 꼬아 붙였다.


"어디야? 어서 불고 여기서 나가"


양치성은 거웃을 슬슬 쓸어댔다.


"……"


최현옥은 이를 악문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또 은신처가 목을 치받쳐오르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이런 수법에 넘어가면 안 돼. 이건 상투적인 수법일 뿐이야.'


최현옥은 다시 동지들의 목숨과 혈서를 생각했다.


"이런 독한 년 봤나. 어디 보자!"


양치성은 침을 내뱉으며 최현옥의 뒤로 돌아가 밧줄을 풀었다.

몸이 축 처져내리자 최현옥은 몸을 바짝 웅크리며 쪼그려 앉았다.


"이년아, 일어나!"


양치성은 최현옥의 뒤로 묶인 손목을 사정없이 잡아채며 올렸다.

어깨가 꺽이는 고통을 줄이려고 최현옥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일으켜세워졌다.

양치성은 최현옥을 침대 쪽을 우악스럽게 밀어댔다.

최현옥은 침대를 보는 순간 전신이 굳어졌다.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퍼뜩 깨달았던 것이다.


'어머니, 살려주세요. 어쩌면 좋아요.'


최현옥은 절박하게 부르짖으며 밀리지 않으려고 버티었다.


"하 기운 쓰네, 이까짓 병아리기운 쓰지 말고 무서우면 어서 불어!"


양치성은 최현옥의 뒤에서 무릎으로 엉덩이를 걷어참과 동시에 손으로 등을 밀어제켰다.

최현옥은 곧 넘어질 것처럼 앞으로 밀려나가다 침대 위에 나뒹굴어졌다.

최현옥은 일어나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팔이 뒤로 묶여 있어서 뜻대로 되지 않았다.


"흐흐흐…. 아직도 생각이 안 나시나?"


양치성은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혁대를 풀었다.


"제발 이러지 말아요. 제발…."


최현옥은 몸을 일으키려고 기를 쓰며 울먹거렸다.


"내 뜻이 아니잖아. 네년이 날 이렇게 만들고 있잖아. 빨리 불라니까"


양치성은 바지 앞단추를 따내리고 있었다.


"…."


최현옥은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키고 있었다.


"흥, 그리 애쓰실 것 없어"


바지를 벗은 양치성은 최현옥의 얼굴을 쾅 밀어버렸다.

최현옥의 상체는 뒤로 벌렁 넘어갔다.

손이 뒤로 묶여 있어서 최현옥의 허리는 활시위처럼 휘어져 있었다.


"제발, 제발 이러지 말아요. 제발…."


최현옥은 다시 몸을 일을키려고 버둥거리며 울부짖었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놈 어디 있냐"


"저어…. 저어…."


은신처가 혀끝까지 밀려나왔다.

최현옥은 눈을 질끈 감으며 혀를 깨물었다.


'안 돼, 안 돼. 정신차려.'


최현옥은 스스로에게 채찍을 휘둘렀다.

동지들의 목숨과 조직의 파괴와…. 정조가, 처녀성이 그것보다 중요할 수는 없었다.

혈서를 썼을 때 목숨은 이미 내놓은 것이었다.

목숨에 비해 정조가 더럽혀지는 것은 얼마나 하잘것없는 것인가.
혈서는 강요에 의해 쓴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이년이 정말 쓴맛을 봐야 아가리를 열겠군"


양치성은 최현옥의 두 다리를 쫙 벌렸다.


"정말 바지막이다. 빨리 불어"


양치성이 고함을 질렀다.


"……"


최현옥은 혀를 더 세게 깨물었다.


"이 썅년, 어디 맛 좀 봐라"


"으음…"


최현옥은 신음을 흘리며 발버둥질을 쳤다.

그러나 양치성의 숙달된 솜씨와 우악스러운 기운은 당해 낼 수가 없었다.


"불어, 빨리 불어"


양치성은 흔들어대는 엉덩이에 장단을 맞추듯 소리치고 있었다.


"…."


"이 썅년아, 불어! 불어!"


양치성의 거치른 외침만이 지하실을 울리고 있었다.


"이년아, 이 독한 년아…"


양치성은 마른침을 내뱉으며 팬티를 꿰입었다.

그는 숨을 몰아쉬며 기분 나쁜 패배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일이 잘 풀려 이주하를 잡기만 하면 승진도 하고,

고향으로 전보발령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년이 특종고문에도 굽히지 않은 것이었다.

저건 확실히 이주하의 은신처를 알고 있는 년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저년은 시집만 가지 않았지 이미 처녀가 아닌지도 몰랐다.

처녀로서 특종고문을 이겨내는 년은 천에 하나, 만에 하나가 있을까 말까 했다.

아니, 처녀로서 특종고문을 이겨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저년은 틀림없이 은신처를 알고 있는 년이다.

 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
양치성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살찐 그의 얼굴에는 땀이 번들번들했다.

그는 담배를 빨며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최현옥의 옆에 엉덩이를 걸쳤다.


"이 독한 년아, 눈떠. 이것으로 다 끝난 게 아니야.

지금부터 시작이야. 넌 결국 불게 될 거야.

다 죽게 되어 불지 말고 지금 불고 평양이나 경성에 가서 편히 살도록 해.

 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닌가."


그때 최현옥의 눈이 뜨였다.

 그리고 고개를 번쩍 들더니 침을 내뱉었다.

그 침은 양치성은 얼굴 한복판에 달라붙었다.

그런데 그 양이 많은 침에는 피가 더 많이 섞여 있었다.


"아니, 이런 개샹년이!"


벌떡 몸을 일으키는 양치성의 입에서 마침내 조선말이 튀어나왔다.


"더러운 놈, 너도 조선놈이냐. 똥통에 구더기만도 못한 놈!"


최현옥은 양치성을 노려본 채 이를 뿌드득 갈았다.
양치성은 바지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아냈다.

그리고 담배를 빠는가 싶더니 후닥닥 침대로 뛰어올랐다.

그는 삽시간에 최현옥의 배에 올라타고 앉았다.

그러더니 왼손으로 최현옥의 목을 누르며 담뱃불을 얼굴로 가져갔다.


"아아악…."


최현옥의 비명이 자지러졌다.


양치성은 또 담배를 빨아댔다.

담뱃불이 빠알갛게 살아났다.

양치성은 담뱃불을 이제 최현옥의 왼쪽 볼에다가 갖다댔다.


"으아악…"


양치성은 또 담배를 빨아댔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른쪽 젖가슴에다 갖다댔다.


"으아아아…."


양치성은 또 담배를 빨아댔다.

그리고 이번에는 왼쪽 젖가슴에다 담뱃불이 꺼질 때가지 비비댔다.

담배는 꽁초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으아아아…"


최현옥은 비명을 지르며 정신이 가물거리고 있었다.


"이년아, 어디다 대로 버르장버리없이 까불어, 조선? 조선은 영원히 없다.!"


양치성은 최현옥의 얼굴에다 침을 내뱉고는 침대에서 내려갔다.

그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몇번씩 닦아내며 지하실을 나갔다.

최현옥은 철문 울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얼굴이며 젖가슴이 화끈 거리며 쏙쏙 아리는 통증으로 전신이 비비 꼬였다.

그녀는 몸뚱이를 옆으로 돌려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는 몸을 웅등그리고 떨며 더 살고 싶지 안다는 생각에 몰리고 있었다.

발가벗겨진 채 또다른 놈들에게 무슨 일을 당할 지 몰랐던 것이다.
최현옥은 침대에서 내려섰다.

그러면서 침대가 침대가 아니라 또하나의 고문기구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이 고문대에서 그 특종고문을 당했을 것인가….

눈물이 솟구쳐올랐다.

최현옥은 엉기적거리고 걸음을 옮겨 놓으며 고문기구들을 살펴보았다.

그 여러 가지 고문을 당하며 끝가지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고문을 견디다 못해 실토를 하느니 비밀을 지키자면 죽는 길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현옥은 다시 고문기구들을 살펴보았다.

손이 뒤로 묶여 있으니 그것들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방법은 단 하나, 시멘트벽에 머리를 박치는 수밖에 없었다.
최현옥은 이를 앙다물며 맞은편 벽을 응시했다. 동지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2년 전에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동지의 얼굴이 크게 확대되어 왔다.

그 동지가 그때 자살하지 않았더라면 조직은 지금까지 보존될 수가 없었다.

 혈서도 떠올랐다.
<죽음을 택할지언정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
그 붉은 피글씨들이 선명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최현옥은 숨을 들이키며 아랫입술을 응등물었다.

그리고 전신에 힘을 주었다. 양치성은 옷을 털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두 부하는 바둑을 두느라고 그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에이, 날이 벌써 이리 더우니 원."


양치성은 짜증스럽게 투덜거리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아, 계장님…."


"어찌 되었습니까?"


두 형사는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둘다 일본 사람이었다.


"그년 아주 독종인걸."


양치성은 담배를 꺼내며 혀를 찼다.


"그년 그럴 줄 알았습니다."


"예, 얼마나 독하면 노동자도 아닌 선생이 그 짓을 하겠어요."


두 형사는 자리에 앉으며 맞장구를 쳤다.


"자네들, 정신 바짝 차리고 다뤄야 해.

그년이 실토하게만 만들면 이주하 일당은 아주 뿌리를 뽑는 거니까.

그리 되면 자네들은 틀림없이 일계급씩 특진이니까 말야."


양치성이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부하들을 번갈아 보았다.


"예, 염려 마십시오. 오를 밤 안으로 당장 해치우겠습니다."


형사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아니야, 그 바둑이나 한판 다 끝내고 시작해도 괜찮아.

그년 지금 기절해 있으니까."


양치성이 앉으라고 손짓했다.


"아니, 특종에 기절을 다 해요?"


앉아 있던 형사가 의아해했다.


"이따가 가보면 알아. 여러 말 할 것 없고,

자네들은 내가 왜 이번 일에 자네들을 뽑았는지나 똑똑히 알아두라구."


양치성은 다시 한번 고문을 단단히 하라는 여운을 남기고 일어섰다.


"어디 가십니까?"


두 형사가 어거주춤을 일으키며 인사말 겸해 물었다.


"난 딴 사건 조사할 게 있네"


양치성은 무뚝뚝하게 대꾸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이봐, 왜 기절했지? 그게 그리 큰가?"


형사 하나가 속삭이며 주먹 쥔 팔뚝을 흔들어 보였다.


"이 사람아, 가운뎃다리가 제아무리 크다 한들 기저하는 여자가 어딨어.

그리고 별로 크지도 않아."


다른 형사가 양치성이 사리진 쪽을 눈짓하며 입을 비틀었다.


"그럼 특종주사를 찔러도 특효가 안 나니까 두들겨팬 모양이군"


"그렇겠지. 정조로 죽구 사는 조선년들한테는 그게 특횬데,

효과가 안 났으니 얼마나 화가 났겠어."


"근데 말이야, 계장 체면도 있는데 저렇게 직접 나서는 건 좀 심하지 않아?"


"그런 속편한 소리 말아.

만년 계장 신세 면하려고 얼마나 몸이 달아 있는 줄 몰라서 하는 소리야?"


"그건 과욕이지. 조센징으로 본서 계장가지 올랐으면 엄청나게 출세한 것 아니야?

제 주제를 알아야지."


"그리보면 그렇기도 하지. 허지만 사람 욕심이 어디 그런가?

그리고 사실 말이지만, 능력이 아주 뛰어난 데가 있어.

그런 능력으로 조센징이 아니었으면 진작 경찰서장 해먹었겠지"


"조센징이 능력 많은 것도 곤란해.

만년 계장으로 묶어둔 건 아주 잘한 일이야"


"그야 그렇지. 위에서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어."


"그리고 계장은 인간성이 좋지 않아."


"그건 왜?"


"특종주사를 찔러 특효를 봤더라면 그 공을 혼자 차지해서

자기 승진에 이용해 먹었을 것 아닌가.

처녀 가지고 재미는 재미대로 보고 말이야."


"응,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군."


"그년이 실토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 뭔가. 특진 기회가 우리한테 돌아왔으니."


"그렇긴 한데. 일이 잘될지 모르겠군. 보통 독종이 아닌 모양인데."


"아무리 독종이라도 별수 있나.

자네하고 나하고 밤새도록 돌려대서 아가리 안 연 것들이 있었나?

우리 솜씨에는 아무도 못 당해.

그러니까 아까 계장이 우리를 특별히 뽑았다고 하잖았어?"


"그야 그렇지, 빨리 바둑 끝내고 특진할 준비를 하세."


"좋아, 밤샘으 ㄹ해야 될 테니까 저녁부터 두둑이 먹자구."


"암 그래야지. 특진 기회는 아무때나 오는 게 아니니까."


"좋아. 좋아. 흐흐흐흐…."


"내가 둘 차례지? 크크크크…"


바둑판에 마주앉은 두 형사는 어깨를 들썩이며 흥이 돋고 있었다.

양치성은 경찰서 뒤쪽의 골목을 따라 한참 걷다가 어느 허름한 밥집으로 들어갔다.


"왔어?"


양치성은 주모에게 낮게 물었다.


"예에, 저기 뒤, 뒷방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곰보인 주모는 굽실거리며 허둥지둥 앞장섰다.

양치성이가 거미줄을 쳐놓고 있는 거점들 중의 하나였다.


"여보세요. 오셨어요."


주모가 방문을 두들겼다. 지체 없이 안에서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한 사내가 뛰쳐나왔다.


"안녕하십니까?"


그 사내는 양치성을 향해 허리가 반으로 접히는 깊은 인사를 했다.


"음 들어오게."


양치성은 먼저 방안으로 들어갔다.


"술상 올릴까요?"


주모가 치켜뜬 눈으로 빠르게 눈치를 살폈다.


"응 간단하게 빨리 가져와. 난 찬물 한 사발 먼저 주고."


양치성이는 방에 주저 앉으며 일렀다.

사내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윗목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요샌 어떤가?"


양치성의 날카로운 눈길이 사내를 향해 날아가씨다.

그 사내는 기름때 묻은 노동복 치림이었다.


"찬물 가져왔는데요."


방문이 살며시 열리며 나무쟁반에 받친 물사발이 들어왔다.

사내가 그것을 황급히 받아 양치성 앞에 갖다놓았다.

그리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어…. 계속 아무 움직임도 없습니다."


"자네가 속고 있는 것 아니야?"


물사발을 입에 대던 양치성이가 신경질적으로 내쏘았다.


"아, 아닙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펴봐도 전혀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럼 모두 일만 열심히 한다 그거야?"


"예에,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사정없이 내쫓아버리니까요."


"여기 술상…"


사내가 또 재빠른 동작으로 술상을 받았다.


"그럼, 그놈들이 공장 쪽에는 완전히 손을 끊은 것인가?"


"예,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여기 술 한잔…."


사내는 양치성의 앞에 놓인 잔에 술을 따르려고 했다.


"아니야, 난 또 급한 일이 있어서 가볼 데가 있어. 자네 혼자 천천히 다 마시게."


양치성은 술잔 대신 물 사발을 들었다.

지하실에서 한바탕 속이 상하고 땀을 흘린 탓에 갈증이 심하면서 기운이 풀리고 있었다.

술은 입에 대기도 싫었고 시원하게 목욕을 하고 눕고만 싶었다.


"내 말 똑똑히 들어. 그놈들은 완전히 손을 끊은 게 아니야.

그놈들은 옛날과 달리 방법을 바꾼 거야.

그놈들은 지금도 암암리에 움직이고 있어.

그걸 자네가 포착하지 못하고 있는 거야. 새 노동자들을 접촉해 봐.

술도 사주고 하면서 말야. 그놈들 꼬리만 잡아내. 그럼 자네 팔자를 고쳐줄 테니까."


양치성은 돈을 던져주고 일어섰다.


"또 뵙겠습니다."


"됐어. 나오지 말어."


양치성은 큰길로 나왔다.

기운이 더 풀리면서 한숨 자고만 싶었다.

양치성은 인력거를 불러세웠다.

양치성은 인력거에 몸을 부리며 눈을 감았다.

아아. 내가 벌써 늙은 것인가……
또 불현 듯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 생각은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짓 한 번 했다고 이렇게 몸이 나르지근해지는 판이니 그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었다.

마음은 아직도 만주벌판을 누비고 다니던 시절의 청춘 그대로인데 몸이 표나게 달라져 가고 있었다.

마흔 다섯을 고비로 제일 먼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 머리였다.

머리를 빗을 때나 목욕을 할 때마다 머리카락은 꼭 거짓말처럼 뭉텅뭉텅 빠졌던 것이다.
그러면서 대머리가 되어갔다.

그 다음에 표나는 것이 얼굴의 주름살이었다.

빠지는 머리카락을 어찌할 수가 없듯이 얼굴에 잡히는 주름살도 그 어떤 재주로도

펼 수가 없는 일이었다.

세 번 째로 표가 난 것이 성욕이었다.

마음은 청년 시절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데 관계를 하고 나면 너무 맥이 풀리고 몸이 무거웠다.
그리고 하룻밤에 두 번이란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마흔 다섯 전에는 세 번은 몰라도 두 번은 거뜬했던 것이다.

몸이 이렇게 변해 가고 있으니 늙었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안 떠오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음이 더 초조해지는 것은 직위 때문이었다.

나이에 비해 너무 출세를 못한 것이었다.

자신의 경력과 공적으로 일본사람이었으면 벌써 10년 전에 아무리 늦어도 5년 전에는

경찰서장이 되었을 거였다.

그런데 자신은 계장에서 멈추어 더 올라갈 줄을 몰랐다. 죽

을 고비를 수십 차례씩 넘기며 압록강 두만강을 넘나들 때 꿈꾸었던 것은 경찰서장이었다.

그런데 그 중간지점에서 멈추어버린 것이었다.

전혀 그렇다는 이유가 붙지 않았지만 그건 조선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목숨을 걸고 충성을 다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차별은 심해졌다.

그렇다고 불만을 표시할 수도 없었다.

불만을 나타냈다가는 그 자리나마 유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조선사람으로도 본서 계장이면 하늘을 찌르는 권세였다.

그걸 읽어버리느니보다는 속이 상해도 참아야 했다.

그러나 차별을 당하는 대신 그 권세를 이용해 착실히 모은 것이 재산이었다.

충성을 다 바치느라고 만주로 어디로 떠돌며 일에 정신을 팔다보니

결혼이 형편없이 늦어졌던 것이다.

나이에 비해 아이들이 너무 어린데 돈 없이 관직을 떠나면 그것이야말로 큰일이었다.

자신의 젊음 다 바치고 원하는 만큼 출세를 못할 바에는 실속을 단단히 차려야

그 보상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썽이 나지 않을 범위 내에서 돈을 차곡차곡 끌어모았다.

그러나 표나게 않게 하려고 은행에 일체 저금하지 않고 고액권 현찰로 집 안 깊숙이 감추고 있었다.

그 사실은 아내도 모르고 있었다. 이제 자신이 유일하게 믿는 건 그 재산뿐이었다.

동생의 사업에 아낌없이 자금을 대주었던 것도 언제 닥칠지 모를 퇴직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원산과 군산은 거리가 워낙 멀어 돈을 빼돌려도 말썽이 일어날 염려가 없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그년 참!'


양치성은 또 화가 치밀어 오르고 속이 상했다.

몸이 이렇게 피곤한 것은 그 짓을 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자백을 받아내지 못한 속상함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이주하 그놈은 전국적으로 몇 남지 않은 공산주의 수사대상자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그놈은 어디를 어떻게 숨어다니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놈을 잡지 못하는 것은 원산 경찰서의 수치였고, 그러므로
그놈을 잡으면 승진과 전보발령은 보장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년이 몸을 망치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 왔습니다."


인력거가 멈추었다.

양치성은 생각에서 깨어나며 무겁게 상체를 일으켰다.


"어머 아빠. 일찍 오시네요?"


대문을 딴 큰딸이 화들짝 반갑게 양치성을 맞이했다.

열네다섯 살 쯤 되어 보였다.

그런데 단발머리의 그 학생은 일본말을 썼다.

그건 경찰집안답게 총독부의 시책을 충실히 따르느라고 양치성이가 그렇게 하게 만든 것이었다.

총독부에서는 모든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일본 말을 쓰도록 강압하기 시작한 것이

1년을 넘었다.


"그래 학교 잘 다녀왔니?"


양치성은 딸의 어깨를 다둑거리며 웃었다.

그 웃음이 더없이 다정하고 인자했다.


"아니, 어쩐 일이세요? 이렇게 일찍."


양치성의 아내도 남편을 반갑게 맞이했다.

예쁘장한 그 여자는 양치성에 비해 10살은 더 젊어 보였다.


"응, 피곤해서. 나 목욕물 좀 데우라고 해."


양치성은 일본식 집의 마루로 올라서며 아내에게 일렀다.


"어디 아프세요?"


그녀는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 좀 속상하는 취조가 있어서."


양치성의 대꾸는 퉁명스러웠다.


"네 알았어요."


그녀는 마치 일본여자 같은 몸짓을 하며 날렵하게 돌아섰다.

일단 경찰서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일체 사족을 붙일 수 없게 되어 있어서

그녀는 더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


"동생들은 다 어디 갔니?"


양치성은 방으로 들어가며 딸에게 물었다.


"놀러 나갔어요. 곧 들어올 거예요."


딸이 낯꽃 좋게 방싯방싯 웃었다.


"아이고 피곤하구나. 내가 …."


양치성은 윗도리를 벗다가 말을 멈추었다.

내가 이젠 늙었나부다 하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려 했던 것이다.

열다섯 살밖에 안 먹은 딸 앞에서 할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별 느낌이 없는 딸에게 애비가 늙었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괜히 실망하게 할 염려가 있었던 것이다.


"아빠, 누우세요. 제가 주물러드릴게요."


딸이 옷을 받아 걸며 상냥하게 말했다.


"그래? 역시 우리 히데꼬는 효녀야."


양치성은 흡족하게 웃으며 딸이 받쳐주는 베개를 베고 누웠다.


"팔을 주무를까요. 다리를 주무를까요."


"다리를 주물러라."


딸은 아버지의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아, 시원하다. 아아, 시원하다아."


눈을 사를 감은 양치성은 더없이 행복한 얼굴로 읊조리고 있었다.


"아빠, 저한테 소원이 하나 있어요."


"소원? 어디 말해 보려무나."


"꼭 들어주셔야 해요."


"암, 들어주지."


"이번 하기방학에 동무들하고 동경에 여행 가기로 했는데 보내주세요."


"동경? 위험하지 않을까?"


"다섯 명이 되면 담임 선생님이 데리고 가신댔어요."


"그럼 됐군. 보내주지"


"야아, 우리 아빠 최고."


히데꼬는 소리치며 아버지의 얼굴에 제 볼을 부비댔다.
양치성은 달디단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늦장가를 가서 얻은 첫딸이라서 더 귀엽고 정이 많이 갔던 것이다.
히데꼬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아버지의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마루에서 전화종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곧 양치성의 아내가 전화 받는 소리로 바뀌었다.


"여보, 전화받으세요, 경찰서예요."


양치성의 아내가 마루를 콩콩 울리고 뛰어오며 말했다.


"엉?"


"양치성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뭐, 뭐라구?"


양치성은 수화기를 귀에 대자마자 집이 떠나가게 고함을 질렀다.


"뭐, 머리가 깨져 죽어. 기다려, 나 곧 갈 테니까."


양치성은 윗도리를 손에 든 채 미친 듯이 대문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소설방 > 아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0. 인간사냥   (0) 2017.07.07
159. 두 여자   (0) 2017.07.07
157. 신탁통치설   (0) 2017.07.07
156. 그 까닭   (0) 2017.07.07
155. 결의   (0) 2017.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