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연인들의 비밀 11 제5부 연인들의 비밀 11 “살다보면 그런 날 있잖아요.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고 조용히 한 잔 하고 싶은 날. 오늘이 그래요.” 김영수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턱대고 퍼마시러 가자고 할 수는 없기에 급한 대로 둘러댄 말인데, 막상 입 밖에 꺼내고 보니 현재의 내 심정을 고스란히..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5
제5부 연인들의 비밀 9 제5부 연인들의 비밀 9 “같이 들어가자고요, 여길?” “안 그러면 뭘 하려고요? 앞으로 한 시간은 족히 걸릴 텐데.” 예식장 주차장에 도착해서야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되다니. “어디 pc방에라도 가 있거나 아님 근처 커피숍에서 기다릴게요.” “시장하지 않아요? 들어가서 같이 밥 먹어..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5
제5부 연인들의 비밀 7 제5부 연인들의 비밀 7 누가 나를 건드려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솜털만 닿아도 확 달려들어 물어뜯어버리고 싶었나 보다. “얘가 미쳤나?” 엄마가 나를 노려본다. 나 역시 엄마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엄마는 스물다섯에 나를 낳았다. 서른두 살에 그녀는 꼬물거리는 두 아이..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4
제5부 연인들의 비밀 5 제5부 연인들의 비밀 5 “이사님, 꼭 드릴 말씀이 있어요.” “흐음. 지금 식구들하고 저녁 먹는 중인데.” “저, 잠깐이면 되거든요.” 이거야 원, 밀회를 즐기다가 슬슬 몸을 빼려는 직장상사에게 눈치 없이 매달리는 가련한 여직원 모드로군. 안 이사는 큰 선심이라도 쓴다는 듯, 딸내미..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8.04
제5부 연인들의 비밀 3 제5부 연인들의 비밀 3 나쁘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나쁜 년이다. 119 구급차에 실려 가는 동안 나는 몸서리치며 자책했다. 평소 꽉 막힌 도로에서 경광등을 켜고 삐뽀삐뽀 질주하는 앰뷸런스들을 괜스레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봐오던 일을 이제라도 용서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토..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30
제5부 연인들의 비밀 1 제5부 연인들의 비밀 1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는 되지 않겠어. 생리가 시작되는 아침이면 어금니를 깨물며 다짐한다. 물론 이 풍진 세상 별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말이다. 탱크가 지나가는 것처럼 아랫배가 와락와락 쑤신다. 플라스틱 생수 병 주둥이에 입을 대고 진통제 두 ..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30
제4부 치명적인 것들 15 제4부 치명적인 것들 15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차라리 금기가 된다. 재인이 남편에 대해 침묵하는 까닭은 이제 그 남자의 허물조차 제 삶을 규정하는 한 부분이 되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함부로 뱉은 말이 부메랑이 되어 그대로 제 심장에 와 박히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나로서..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9
제4부 치명적인 것들 13 제4부 치명적인 것들 13 유준의 마음을 거절하는 방법은 굉장히 쉽다. “아니. 나는 괜찮아.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살아.” 이렇게 말하는 순간, 눈치 빠른 그는 무슨 말인지 금세 알아듣고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말하지 못하겠다. 아니 말하지 않으련다. 비겁하고 이기적..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9
제4부 치명적인 것들 11 제4부 치명적인 것들 11 “오대리, 그래서 내가 그때 분명히 말렸잖아!” 황부장은 나에게 말하였으나 나에게 말한 것이 아니다. 그가 의식하고 있는 청취자는, 나를 제외한, 그 방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었다. 특히 사장이 제1순위임을 굳이 강조하여 무엇 하랴. 내가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9
제4부 치명적인 것들 9 제4부 치명적인 것들 9 얇고 투명한 빛이 어슴푸레 쏟아져 들어왔다. 아침은 조각난 거울처럼 불완전하게 도착했다. 방 안은 적막했다. 누운 자세 그대로 두 눈을 깜빡여 보았다. 속눈썹과 눈동자, 눈꺼풀들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결정적인 변화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안도해야 하는지 치..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