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선택의 시대 3 제2부 선택의 시대 3 사무용 의자에도 계급이 있다. 그 자명한 진리를 미처 모르던 순진무구의 시절이 가끔은 사무치게 그립다. 우리 회사의 의자는 모두 네 개의 등급으로 나누어진다. 사장실 의자, 이사실 의자, 부장들의 의자, 그리고 과장급 이하 평사원들의 의자. 목 받침이 없으며 우..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4
제2부 선택의 시대 1 제2부 선택의 시대 1 지구에는 모두 몇 개의 도시가 있을까? 나는 상상한다. 1975년 5월 25일 오후 두 시,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 귀퉁이의 작은 산부인과가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 태어난 나를. 스톡홀름, 상파울루, 뉴욕, 에든버러, 프라하, 이스탄불, 베를린, 로마, 암스테르담, 쿠알라룸푸르..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4
제1부 성년의 날 13 제1부 성년의 날 13 성장은, 긍정적 의미로 충만한 단어다. 고통을 통해 정신의 키가 한 뼘 자랐으며 보다 성숙한 인간에의 길에 한발 다가섰다고 믿고 싶은 심정은 십분 이해한다. 그렇게라도 자신을 합리화시키면 마음이 좀 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옛 애인의 결혼식 날 눈물을 흘리지 ..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4
제1부 성년의 날 11 제1부 성년의 날 11 세상 모든 엄마의 목소리엔, 그 자식들에게 기기묘묘하고 복잡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주파수라도 흐르는 걸까. “많이 바빠? 그럼 나중에 다시 할까?” 그렇게 말하는 엄마 목소리를 듣는 순간, 뾰족한 창끝처럼 곤두섰던 마음이 순두부처럼 몽글몽글 풀어지는 느낌이..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4
제1부 성년의 날 9 제1부 성년의 날 9 천사의 성별은 남성, 어린양의 성별은 여성. 남녀 단둘이 밀폐된 공간에서 밤을 보낼 때 일어날 거라고 상상되는 몇 가지 일들 가운데 하나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원래 그러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모든 것은 물 흐르듯 이루어졌다. 더 이상의 세부적..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4
제1부 성년의 날 7 제1부 성년의 날 7 첫째, 하고 싶은 사람과/ 둘째, 하고 싶을 때/ 셋째, 안전하게 하자. 이것이 섹스에 대해 정해 놓은 원칙의 전부다. 생각만큼 단순하지는 않다. 문제는 주로 2번 항목에서 발생하곤 했다. 상대방이 원하는 때와 나의 때가 일치하기란 사실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특히 첫 관..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3
제1부 성년의 날 5 제1부 성년의 날 5 한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그의 전화번호부를 훔쳐보라. 내 전화기에는 총 158개의 전화번호가 들어있다. 그런데 도무지 누르고 싶은 번호가 없다니! 나는 비참한 심정으로 목록을 훑어 나갔다. 강×철. 제길. 지지난달에 헤어진 남자다. 아니, 소개팅으로 만나 도..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3
제1부 성년의 날 3 제1부 성년의 날 3 “나 결혼해.” 그럴 리가 없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나는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면서 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재인은 어쩐지 쑥스럽다는 듯 슬며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고자 일자 뱅 스타일로 자른 앞 머리칼이 이마 위에서 깜찍하게 흔들렸..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3
제1부 성년의 날 1 정이현 靑春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 제1부 성년의 날 1 옛 애인의 결혼식 날, 사람들은 뭘 할까? 혼자서 훌쩍 여행을 떠나버릴 수도 있겠지. 남태평양의 해변가에 누워 칵테일주스를 한 모금 마시면서 까짓것 쿨하게 행복을 빌어주는 거다. 아니면 돌멩이가 잔뜩 든 배낭을 메고 북한산에 ..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23
정이현 靑春소설 정이현 靑春소설 1972년 서울 출생으로 성신여대 정외과 졸업, 동대학원 여성학과 수료, 서울예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2004)을, 단편 .. 소설방/달콤한 나의 도시 2017.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