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개방서생

개방서생 (제1권) : 제1권 序文

오늘의 쉼터 2016. 5. 31. 00:35

개방서생 (제1권)


제1권 序文


강호(江湖) 천 년 무림사(武林史)에  잊혀지지 않는 두 가지 신비(神秘)가 있었다.


동해(東海)에 자리잡고 있다는 불귀해(不歸海)!


선박과 인명 등 이  영해에 들어서면 무엇이든 실종되어 버린다고 했다.


이 신비를 벗기고자 수많은 강호인들이 그 곳으로 향했지만, 그들중 단 한 명도 돌아온 이가 없었다.


그래서 강호에서는 사해(死海)라고도  불렀으며,


언제부터인가 이 영해는 금역(禁域)이 되어 강호인 뿐만이 아닌 그 어떤 이의 발길도 막았다.


사실 불귀해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없었다.


다만 소주(蘇州)에서 동남방으로 천 리(里) 가량 떨어져 있다는 막연한 추측만이 떠돌 뿐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갔으나 강호인들의 뇌리에 불귀해에 관한 전설만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충격적인 사건 때문이었는데…….



만보선(萬寶船).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그 배에 실린 보물로 능히 중원(中原)을 살 수 있을 거라 했다.


대체 어떤 보물들이 실려 있기에 끝없이 광활한 대륙마저 사들일 수 있다고 했을까?


뿐만이 아니었다.


동해(東海)의 신성(神聖)이라 불리우는 동해무도(東海武島).


정박심오한 무학(武學)을 구사하는 신비문파(神秘門派)로,


특히 도주인 동해무성(東海武星)은 중원의 구파일방(九派一幇)을 차례로 굴복시켜


그 위명(威名)을 천하에 드높인 기인(奇人)이었다.


당시 그는 구파일방의 초절정고수들과 비무(比武)를 하여 승리의 증표로


각 파의 진산절예(珍山絶藝)가 수록된 비급을 탈취하였다.


동해무성은 한 번의 비무에서 한 권씩을 거두어 갔다.


소림파(少林派)에서 세 권을… 무당파(武當派)와 화산파(華山派), 
그리고 청성파(靑城派)에서는  각각 두 권을… 도합 이십여 권의 비급을 수중에 넣고 떠나갔다.


이로 인해 중원은 발칵 뒤집어지고 말았다.


동해무성은 떠나며 말했다.


- 본좌는 각 문파 고수들의 방문을 고대하겠노라. 비급을 되찾으려면, 동해무도로 오라.



이로부터 중원의 구파일방은 동해무성과 겨룰 인재를 키우는데 전력을 다했다.


그리고 반 갑자(甲子)가 흐른 뒤, 열일곱 명의 절정고수(絶頂高手)들을 배출해 냈다.


구파일방이 생긴 이래 최고의 기예(奇藝)를 연성한 초극의 고수들.


이들은 동해무성과 겨루어 실추된 자파의 명예와


비급들을 되찾는 막중한 사명을 지니고 장도(壯途)에 올랐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열일곱 명 고수들의 종적이 묘연해진 것이다.


한 달, 두 달… 일 년, 이 년… 십 수 년이 흐르도록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강호인들은 그들이 필경 동해무성에게 패하여 죽음을 당했으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동해무도(東海武島)의 후예(後裔)로부터 전해진 소식이 있었으니…….


불귀해(不歸海).


그 죽음의 해역에서 모두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이십여 권의 비급을 지닌 동해무성과 열일곱 명의 고수들도 모두……!


강호인들은 이로 인해 다시 광란(狂亂)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그 곳에 구파일방의 비급이 있다. 손에 넣어라!"



천마존(天魔尊).


마종지주(魔宗之主)라고도 불리우는 그는 동해무성이 중원을 종횡한 지


약 일 갑자(甲子)쯤 후에 나타났다.


비급을 빼앗기고 열일곱 명의 정예고수들마저 잃은 당시, 구파일방은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사마(邪魔)의 두 세력인 혈살방(血殺幇)과 잔인교(殘忍敎)는 때를 만난 듯 날뛰었다.


그런데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으니…….


사공(邪功)과  마공(魔功)으로 서로를 견제하며 강호패권(江湖覇權)을 꿈꾸던


이들 집단이 하루 아침에 천마존의 수중으로 넘어간 것이다.


천마존이 누구며 어떤 능력을 지녔기에 이렇게 불가능한 일을 해냈는가?


강호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하지만 아무도 자세한 내막을 아는 이는 없었다.


단지 이런 외침만이 들려 왔을 뿐이다.


- 마도(魔道)란 악(惡)도 사(邪)도 아니다!



천마존은 마(魔)로써 도(道)를 깨우치려 했다.


이런 신념 아래 많은 생명을 구했으므로 협의인 중에서도 그를 숭배하는 이가 많았다.


천마존이 강호에 군림한 지 십여 년, 무림은 평화가 찾아온 듯 잠잠했다.


한데, 그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이다.


동시에 혈살방과 잔인교도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강호의 제패를 실현한 천마존이 왜……?


그로부터 마도인(魔道人)들은 손꼽아 기다렸다.


또다시 마도천하(魔道天下)를 이룰 천마존의 재출현을…….



무림 후학들은 선배들로부터 이에 관한 얘기를 들으며 가슴이 설레었다.


'불귀해(不歸海)와 천마존(天魔尊) 중 하나의 기연(奇緣)만 얻는다 해도,


패웅지존(覇雄之尊)이 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