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21) 껌 같은 사랑-15

오늘의 쉼터 2015. 3. 1. 13:23

(121) 껌 같은 사랑-15 

 

 

 

유미의 눈썹이 꿈틀 올라갔다.

“출신?”

용준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출신이 뭐 어쨌다는 건데?”

“그게….”

용준이 눈치를 살폈다.

“이왕 말 꺼낸 거 쑥 뽑아 봐.”

이게 뭘 뽑다 말아. 넌 섹스도 그 따위로 하니?
 
화가 난 유미는 속으로만 부르짖었다.

“그게 아무래도 말도 안 되는 거라서….
 
말도 안 되는 거니까 제가 또 이렇게 실장님 앞에서 말을 하는 거죠.
 
아, 이게 말이 되나?”

“그래, 말도 안 되는 말, 해 봐.”

“그러니까 오 선생님이 일종의….”

“일종의?”

“일종의 창녀였다는 썰이….”

“창녀?”

유미가 코웃음을 터트렸다.

“창녀 출신이 작가도 하고 교수도 하고 재벌회사 미술관 운영도 하고….
 
뭐 그런다고….”

“누가 그런 소문을 말하고 다녀?”

“누군지는 모르죠.”

“그럼 누구한테 들었는데….”

박용준이 완강하게 말했다.

“그건 말해줄 수 없어요.”

“왜지?”

“그냥요. 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용준씨는 그 소문을 믿어?”

“안 믿어요. 그러니까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창녀 출신이 국회의원 하는 나라도 있지.”

“사실 창녀가 똑똑하면 그럴 수도 있는 거죠, 뭐.”

“그래서 내가 그 소문에 답을 해야 해?”

“아뇨.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럴 가치가 있고 이유가 있다면 답을 해야겠지. 이게 무슨 청문회 자리도 아니고….”
 
“왜 그런 소문이 돌까요? 누군가 음해하려는 게 분명해요.”

“그 소문, 누구한테서 들은 거야?”

“말할 수 없다고 했잖아요.”

“가까운 사람이겠지. 송민정 아냐?”

용준의 얼굴에 긴장이 잠깐 서렸다. 용준이 웃으며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넘겨짚지 마세요.
 
참 그런데 전에부터 누군가 오 선생님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누가?”

“아니 꼭 누구라기보다는 제 육감이….”

“육감 잘 맞아? 말 잘 못하면 여기서 육갑 떠는 거라는 거 알지?”

기분이 나빠진 유미가 말뚝을 박았다.

“그럼, 오늘 제 말 모두 듣고 흘려 버리세요.
 
다만 두어번 오 선생님을 미행하는 어떤 차량이 있는 거 같다는 느낌이…
 
검은 세단인데 자세히 확인은 못했어요.”

“용준씨야말로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저는 늘 멀리서 오 선생님을 바라보는 사람이니까 그런 게 제 시야에 잡히는 거죠.”

“그러는 용준씨도 날 미행한 거 아냐? 도대체 왜?”

“저는 오 선생님을 곁에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거예요.
 
보디가드처럼요.
 
이래 봬도 제가 태권도 유도 합쳐서 3단이에요.”

유미가 용준에게 다짐을 두며 말했다.

“만약 용준씨가 나를 위해 충성을 바칠 기사.
 
 아니 보디가드를 자청한다면 내 명령이 떨어질 때까진 경거망동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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