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19) 껌 같은 사랑-13

오늘의 쉼터 2015. 3. 1. 13:18

(119) 껌 같은 사랑-13

 
 

 

 
 

 

“그럴 리가. 박용준이 너 무지 좋아하는 거 같던데.”

“젊은 연하 애인 간수하기 쉽지 않은 거 같아.”

“너 박용준을 정말 사랑하는 거 같구나.”

“사랑? 모르겠어. 그래 사랑이겠지.
 
너도 알다시피 나 대학 때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인규씨랑 중매 결혼했잖아.
 
순수한 연애라면 이게 처음이지.
 
그래서 내게는 소중하다고 해야 하나?
 
이게 깨지면 솔직히 나 상처받을 거 같아.”

“그럼 인규씨는 어쩌고….”

“으음, 남편은 좀 달라.
 
오래 살다보니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신의라든가 의리,
 
그리고 오누이 같은 느낌이야. 역시 헤어질 수 없는 관계지.
 
여자들이 분야별로 남자를 다 하나씩 가지면 좋을 텐데….
 
참 그래서 용준씨 딴짓하나 잘 좀 눈여겨 봐.”

유미가 용준에게 그 얘기를 해주자 용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 셀린느 가방을 어제부터 송민정이 들고 다니고 있다는 걸 유미는 알아차렸다.

“용준씨, 그러니까 내가 충고하는데 카드를 긁더라도 그 가방이랑 똑같은 걸
 
사다가 포장 예쁘게 해서 지완이에게도 선물해.”

“첫 월급 타서 선물은 했는데… 화이트데이도 지나고 무슨 명목으로….”

“뭐 선물했는데?”

“늘 따스한 거 타령하는 여자라 내복 사줬어요. 그것도 순모 내복이라 비싼 건데….”

“으이구. 여자가 따스한 걸 찾는 건 다 심리적인 거야.
 
외로워서 그런 거라구. 야한 속옷도 아니고?
 
그러면서 송민정한테는 명품 가방을 안기고?
 
여자들은 눈치가 빨라. 아주 작은 일에 서운함도 잘 느껴.
 
뭐 알아서 해. 지완이에게 애정이 없다면 내가 강요할 일도 아니니까.”

“애정이 없다기보다는…. 지완씨는 좋은 여자예요. 하지만….”
 
“하지만?”

“부담스러워요. 아무런 꿈꿀 수 있는 미래가 없잖아요.”

“꿈?”

“네. 꿈이오.”

“여자를 통해서 미래를 꿈꾼다…? 결혼을 통해서겠지?”

“갓 서른 넘은 젊은 놈이 기둥서방처럼 살 순 없잖아요.
 
오 선생님이 왜 제게 지완씨를 소개했는지 그 의도가 좀….”

“의도? 그냥 유익한 친구로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전화번호 알려준 거였잖아.
 
그런데 둘이 눈이 맞고 사랑에 빠진 게 내 책임이야?
 
그래서 용준씨 짐싸서 성미림씨 집에서도 나왔잖아.”

“그렇긴 한데요. 솔로 대 솔로의 만남도 아니고….
 
연상의 유부녀에게 제 미래를 걸 순 없잖아요.”

“그래서 송민정에게 미래를 건 거야?”

“부잣집 강아지처럼 귀엽잖아요.
 
아무런 열등의식도 없고 발랄하고….
 
그런 게 부럽기도 하고 솔직히 끌려요.
 
저를 잘 따르기도 하고.”

유미는 용준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유미는 그 나이 때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가난하고 열등감에 젖어있는 백수나 다름없는 젊은 용준에게도
 
미래에 대한 꿈과 욕망이 있을 것이다.

“꿈을 꾸는 건 좋은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건 꿈이 아니야.
 
용준씨가 알아서 하겠지만….”

“오 선생님이야말로 제게 교묘하게 상처를 주셨죠.”

“무슨 소리?”

“솔직히 말하면 제 꿈은… 아직도….”

그때 송민정이 서류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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