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18) 껌 같은 사랑-12

오늘의 쉼터 2015. 3. 1. 13:15

(118) 껌 같은 사랑-12

 
 

 

 
 
“오늘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 거는 죄송합니다.
 
그런데 사람 놀리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와이셔츠에 아무것도 안 묻었잖아요.”

곧바로 화장실에 들어가 와이셔츠를 점검했을 용준이 부루퉁하게 말했다.

“아님 말고. 그런데 왜 그렇게 당황해?”

“그리고 민정씨에게 임자 있는 남자 운운한 건 좀 섭섭해요.”

“그럼, 걔한테 숫총각 시늉하나? 정신 차려. 똥인지 된장인지 아무거나 집어먹지 말고.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 말라고.”

“…….”

용준이 기분 나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 결심한 듯 말했다.

“그러는 오실장님은요. 윤이사님….”

“윤이사 뭐?”

유미가 눈을 치뜨고 물었다.

“아닙니다.”

용준이 고개를 숙였다.

“용준씨 인사권은 내가 쥐고 있다는 거 잊지 말아요.
 
그나마 알량한 밥줄이라도 끊기지 않으려면.”

그리고 얼마 전에 지완을 만났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폭설이 내리고 며칠 지나 지완이 잠깐 보자고 전화를 해왔다.
 
시간이 있으면 집에 와서 점심이나 먹으라고 불렀다.
 
마침 오전과 오후 일정 사이에 점심시간이 비었다.
 
오랜만에 지완의 집으로 갔다.
 
지완이 갈비를 재놓고 봄나물을 무치고 향긋한 달래된장찌개를 준비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지완은 솜씨가 좋다.
 
인규가 미식가가 된 데는 지완의 공로가 클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자주 입에 대본 사람이 혀도 섬세하게 개발이 되는 법이다.
 
물론 섹스도 마찬가지지만….

“얘, 인규씨는 정말 행복하겠다.
 
너가 솜씨가 좋아서. 여자 맵씨, 솜씨, 말씨 중에서 솜씨가 으뜸 아니니.”
 

식사를 하며 유미가 칭찬하자 지완이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복에 겨워 그런 것도 몰라요.

 

늘 그 맛이 그 맛이라나.

 

요즘엔 아주 세상 지겨운 얼굴을 해요.

 

남자 갱년기인가 봐.

 

월례행사로 치르던 걸 분기별로 겨우 때우고.

 

하긴 나도 그런 성의 없는 섹스는 이제 싫어.”

“박용준이 있으니까 그런 거 아냐? 걘 잘하니?”

“잘하는 게 뭔지 난 잘 모르겠어.

 

회사 나간 이후론 늘 피곤하다고 그러지.

 

그래도 십년이나 젊은 게 좀 낫긴 하지.”

“ㅋㅋ…너 능력 대단한 거야.

 

연하남 키우는 거 보통일 아니야. 부럽다 얘.”

“어우, 얘는. 너야 훨씬 더 화려할 텐데 뭐.”

“외화내빈이란다.

 

프랑스 여자들은 섹시녀 브리짓 바르도를 자주 부러워했지.

 

그 여잔 매력적인 여성의 표본이고 자기가 원하는 남자를 전부 가졌어.

 

하지만 결국엔 남자보다 개를 더 사랑했지.”

유미가 겸손모드로 말했다. 지완이 갑자기 정색을 하고 유미에게 말했다.

“참! 유미야.

 

얼마 전에 박용준네 집에 가서 옷장을 열다가 쇼핑백을 발견했어.

 

명품 셀린느 가방이더라.

 

아마 날 주려고 준비한 거 같아서 모른 척했어.

 

왜 얼마 전에 화이트데인가 뭔가 있었잖니?

 

걘 젊은 애니까 그런 걸 챙기나 보다 했지.

 

포장을 새로 멋지게 하려나 보다 했어.

 

그런데 그 후에 가서 보니 그 가방이 없어진 거야.

 

계속 기다려 봐도 가방 얘긴 입도 벙긋 안하고…

 

왠지 바람 피우는 거 같아.”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0) 껌 같은 사랑-14  (0) 2015.03.01
(119) 껌 같은 사랑-13  (0) 2015.03.01
(117) 껌 같은 사랑-11  (0) 2015.03.01
(116) 껌 같은 사랑-10  (0) 2015.03.01
(115) 껌 같은 사랑-9  (0) 201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