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16) 껌 같은 사랑-10

오늘의 쉼터 2015. 3. 1. 12:34
(116) 껌 같은 사랑-10
 
 

 

 

 
 
“결국 돈이 필요한 거예요?”

“돈. 돈이라… 돈 좋지. 너 돈 많냐? 옳지. 재벌이랑 노니까 돈이 노가 나나 보구나.”

그가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말이다. 돈 대신에 난 네 몸값을 받고 싶어.”

조두식이 비열하게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유미가 조두식을 노려보았다.

“개의 귀 값이 내 몸이랑 비교할 수 있나요?”

“뭐 개? 요거 봐라. 참, 주둥이하고는… 난 그래서 네가 좋아.”

“난 아저씨 귀 값을 물어 줄 이유가 없어요.
 
그건 아저씨의 자업자득이지.”

“그래? 돈이 없다 이거지? 그럼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대신 네 몸값을 너에겐 안 받을게. 네 몸값을 재벌에게 받으면 되니까.
 
참 모녀가 몸 하나는 비싸게 타고났지.”

“무슨… 소리예요?”

“아니다. 참 내 주둥이도 문제다.”

조두식이 자신의 입술을 찰싹 때렸다.

“나한테 허튼짓하지 말아요. 난 엄마랑 달라요.”

“알지. 아니까 타고난 성질에 맞게 다뤄야지.”

“그리고 우리 집에 몰래 들어온 적 있어요?”

유미는 어느 날 없어진 비디오테이프 생각이 나서 물었다.

“야, 이 조두식이 무슨 좀도둑이냐.”

조두식이 의외의 기분 나쁜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신경 쓰지 말라니까.”

“그러니까, 유치한 복수를 하는 건가요?”

“복수라… 내가 좀 올드하긴 하지만, 올드보이는 아닌데….”

과거에 조두식이 유미에게 품은 욕정이 번번이 거절된 것도 그렇지만,
 
자살로 판명 난 엄마의 죽음을 유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경찰에 문제 제기를 한 것도 유미였고
 
그 때문에 잠깐 조두식은 용의자로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유미는 그와의 인연을 떠올렸다.

 

껌 같은 인연?

 

인규는 그래도 멋진 풍선도 불고 입안에서 굴리다가 씹기 싫으면 잠깐 떼어 내서

 

벽에라도 붙일 수 있는 껌이라면 조두식은 머리칼에 붙은 껌처럼 처치 곤란이다.

 

머리칼을 잘라 내야 없앨 수 있다.

“암튼 난 너한테 관심이 많거든.

 

왜냐하면 넌 이쁘니까.”

“엄마도 이 세상에 없고,

 

이제 아저씨와 저와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미가 담담하게 말했다.

“사람의 인연이란 게 그런 게 아니다.

 

어쨌든 만나서 반갑다.

 

가끔 연락하면 이쁜 얼굴이나 보여 줘. 내 번호 떴지? 저장해 놔라.”

조두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 YB 그룹 총수는 만나 봤냐? 윤 회장 말이다.”

“아뇨.”

“네가 윤 회장 아들을 만나다니. 재밌다.”

“무슨 소리죠?”

“네가 나한테 하는 거 봐서 재밌는 얘기 많이 해 주지.”

조두식이 유미의 볼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마치 송충이가 기어가는 느낌이라 유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그가 그 손으로 유미의 어깨를 토닥였다.

 

첫 번째는 연인의 손짓,

 

두 번째는 아버지의 손짓이었다.

 

그가 돌아섰다.

 

그러다 갑자기 돌아서며 말했다.



“명심해라. 모름지기 독을 잘 쓰면 명약이 되는 법.”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8) 껌 같은 사랑-12  (0) 2015.03.01
(117) 껌 같은 사랑-11  (0) 2015.03.01
(115) 껌 같은 사랑-9  (0) 2015.03.01
(114) 껌 같은 사랑-8  (0) 2015.03.01
(113) 껌 같은 사랑-7  (0) 201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