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15) 껌 같은 사랑-9

오늘의 쉼터 2015. 3. 1. 12:26

(115) 껌 같은 사랑-9
 
 
 


 
 
“여형사님이 키스를 해야 입이 열립니다.”

 

유미가 거칠게 키스한다.

 

“오유미를 사랑한 죄밖에 없습니다요.”

 

“이게 어디서 거짓 자백을?”

 

유미가 윤동진의 탄탄한 초콜릿 복근을 주먹으로 때린다.
 
주먹에 느껴지는 거북등처럼 단단한 감촉이 좀 아프긴 하지만 묘하게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으윽, 주먹이 쇠 절굿공이처럼 단단하고 힘이 세네요,
 
여형사님. 하지만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할 순 없어요.”

 

윤동진이 수갑 찬 두 손을 흔들며 장난스레 말했다.

 

유치하기 그지없지만, 유치한 장난감을 갖고 놀면 유치하게 놀게 된다.
 
연애란 어른의 몸속에 있는 유치한 어린애의 장난기를 끄집어내는 게 아닐까?
 
다만 사랑하느라 눈이 멀어있는 동안에만.
 
윤동진은 목소리마저 순진무구한 초범의 피의자처럼 연기를 하고 있다.
 
눈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와일드한 여형사와 피의자의 관계 설정이 그에게는 꽤나 자극적인 것 같다.
 
그렇게 윤동진이 어렵게 확보한 한 시간을 룸에서 나름 알차게 보내고 로비에서
 
그와 헤어졌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놀고 있네.”

 

다짜고짜 상대 남자가 하는 말이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너 요새 재벌하고 노는구나. 걔는 좀 재수 없는 놈인데….”

 

“누구시죠?”

 

“아빠 목소리도 잊었니?”

 

“……!”

 

“YB그룹이라. 묘한 인연이군.”

 

조두식이 로비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세요?”

 

“나 찾아내면 용치!”

 

유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흐흐흐…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주위를 둘러보던 유미는 로비의 한 의자에 앉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를 주시했다.
 
귀를 덮을 만큼 반백의 긴 머리 남자가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에 차나 한잔 할까?”

 

남자가 그러고는 핸드폰을 껐다.
 
유미는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내 사랑스런 딸. 언제나 봐도 변함없이 이쁘지.”

 

“아저씨?”

 

“그래. 언제나 아저씨라 부르는 고 조동아리도 변함없구나.”

 

그가 선글라스를 살짝 올려 얼굴을 보여주었다.
 
조두식이었다.
 
그러나 전에 없이 왼쪽 눈밑 뺨에 칼자국이 나있었다.
 
그래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걸까?

 

“오랜만이에요.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하실래요?”

 

“거긴 남들 이목도 있고. 여기가 한갓지고 조용하네. 앉아라.”

 

유미가 건너편 의자에 엉덩이를 걸쳤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동안 어디 계셨던 거예요?
 
그리고 어떻게 여기서….”

 

“얘야, 질문이 너무 많구나.
 
내가 요새 나이 탓인지 한꺼번에 물으면 금세 까먹어.”

 

“아, 예… 그러니까….”

 

“그리고 그런 얘긴 그만하자. 별로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

 

“그럼 왜 나를 미행하시나요?”

 

“미행이라… 오버하지마.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할까?
 
필연을 가장한 우연의 일치라고나 할까? 흐흐….”

 

“원하시는 게 뭐예요?”

 

그가 왼쪽 귀 부분의 머리카락을 슬쩍 들어올렸다.
 
뒤틀린 귀의 형상이 얼핏 보였다.

 

“네가 맛있게 냠냠 먹은 내 귀 값은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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