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4. 징 벌

오늘의 쉼터 2014. 11. 30. 10:58

◐ 징 벌 

 

 

"형님, 저기 즘 보세요."
 오유철이 긴장하여 가리키는 곳을 보니 벤츠가 들어오고 있었다.

들은 주차장의 구석자리에 차를 세워 놓고 앉아 있었으므로 그쪽에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조웅남은 벤츠에서 내리는 백광남 사장을 보았다.

그는 건너편의 '귀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귀빈'의 현관 앞에는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지배인과 웨이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정중히 백 사장을 안내하여 문을 열고 안으로 모셨다.
   "저 새끼는 하루도 안빼먹는군.토요일도 저 지랄이니.집구석에 가서 쉬지."
   오유철이 혼잣소리처럼 투털거렸다.
   "시끄러 이 자식아, 그만 지껄여."
   "하긴 좋은 것은 다 처먹으니. 사승피에다가, 해구신에다가 젠장 그러니까 힘이 남아돌겠구만."
   독종으로 소문이 난 녀석이라 오유철은 기어이 한마디 더 하였다.
그들은 '귀빈'의 건너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들어가는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오유철은 저벽 5시부터 진을 치고 있었고 8시쯤 해서 일을 마친 조웅남이 찾아와 합세하였다.

 아침에 김원국이 조웅남에게 말했다.
    "이철주가 '귀빈'에 매일 가니?"
    "그럼요, 즈그 집인디. 맨날 죽칭가 봅디다. "
    "오늘부터 이철주를 살펴봐. 누굴 만나는지, 어딜 가는지를 자세하게 알아보란 말이야."
    두어 개의 업소와 계약한 무용수가 지각을 하고 있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10일 동안 평온한 상황이 계속되었으나 김원국은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웠다.

일단 무엇이 시작되면 눈에 불을 컥고 냉혹해지는 김원국의 성격을 조웅남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직속 후배로서 생사를 같이 해왔던 것이다.

흐리고 지금 까지 김원국의 예감은 적중해 왔다.

'귀번'에 들어간 손님들은 백광남 사장과 서너 팀의 회사원들밖에 없었다.
    운전사들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오유철이 가서 이야기 끝에 알아낸 것이다.

8시 30분쯤 되었을 때 검정색 그랜저 한 대가 '귀빈' 앞에서 멈추고 4명의 30대 사내들이 내렸다.

 역시 지배인이 기다리고 있다가 모셔들였다.

그랜저는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오유철이 차 문을 열고 나갔다.
    조웅남은 팔장을 끼고 앉아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블루스타'에 들렀을 때 김길호가 말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형님, 애들은 이제 제대로 나오고 시간 맞춰 나오지만 쪽팔려 죽겠습니다. "
   김길호가 투덜거렸다.
   "첫이 쪽팔리냐
   "아, 생각즘 해 보쇼. 그래도 내가 영업부장인데 여기 민 사장님한테 얼마나 미안합니까?

열흘 동안이나 기집애들 공급이 안 되고, 쇼단 년들이 합구를 내서 영업에 지장이 왔는데요."
   "허긴 그려."
   "애들 보기도 쪽팔려요. 그 씨발놈들, 홍성철이 그 새낄 쑤시든지 해야겠어요."
   "시끄러 임마.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텡게."
   이렇게 얼버무렸지만 만일 그런 일이 다시 생긴다면 관리하기 힘이들 것이다.

매상도 중요하지만 업소 주인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제일상사는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문이 열리고 오유철이 들어왔다.
   "형님, 이번 차는 호텔 전용차요. 일본놈들을 싣고 왔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고 여기 이철주가 초대한 모양입니다. "
   "이철주가 초대를 혀? 일본놈을?"
   조웅남이 머리를 갸우등하였다.
   "호텔에서 출발하기 전에 '귀빈'종업원이 기사한테 위치를 알려 주었답니다.

사장이 초대한 손님이니까 잘 모시고 오라고 했다는데요?"
   "무슨 호텔이 다냐
   "칼튼요."
   "너 이따가 저그 쪽발이들 따러가서 이름이 첫인지 알어놔."
    "fl . "
   "쪽발이를 만닌타‥‥‥ 아니 그러면 백 사장허고 쪽발이허고 이 사장이 같이 만나능가?"
   조웅남은 흔잣소리처럼 중얼거리다가 오유철을 바라보았다.
    "형님,나는 저기 못 들어가요.홍성철이하고도 안면이 있단 말입니다. "
    눈치를 챈 오유철이 말했다.

그렇다고 자기가 들어갈 수도 없고 다애들을 불러 시킬 수도 없는 조웅남은 난처했다.
   "형님, 저 새끼들은 홍성철이 똘마니들인데요."
   오유철이 '귀빈' 현관 앞을 가리켰다.

3명의 사내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귀빈'은 이철주의 업소이므로 그들이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러나 항상 그들은 '귀번'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가 하였지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듯한 행동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분이 언짧아진 조웅남은 혀를 참으나 어쩔 수 없었다.

저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이곳에 있다가 호델에 따라가서 일본놈들 이름이나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리창 밖으로 호수 위에 떠 있는 두어 척의 보트가 보였다.

물빛은 검푸른 색깔이었다.

 태양은 비스듬히 서쪽의 산마루 위에 걸쳐 있었다.
서울에서 軸킬로미터 가량 벨어잔 경기도의 조그만 호숫가였다.

방 3개짜리 조그만 집을 짓고 김원국은 머리를 식히러 자주 이곳에서 묵어 가곤 하였다.

1齡미터중 아래쪽에는 6가구의 농민들이 농사 반,호수에 찾아오는 낚시꾼 상대의 장사 반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성장한 자 식들이 있을 것이나 모두 도시로 떠나고 6가구의 호주들은 모두 60이 넘거나

가까운 나이의 노인 부부들이었다.

그중 곽씨 부부는 딸이 한 명 있었으나 시집을 간 후로는 무슨 일인지 부모와 인연을 끊은

모양이었다.
   곽씨 부부가 그의 집을 관리해 주고 있었다.

60이 넘은 두 부부는 농사지을 땅이 없는 유일한 집이었다.

김원국이 그들에게 관리를 맡기고 매탈 관리비를 지급하자 일시에 그들의 신세가 하편 듯 보였다. 그들은 성실하게 산장을 관리하여 언제 내려가 보아도 집안에는 먼지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어첫밤 도착한 김원국은 아침에 달려온 조웅남과 마주맞았다.
    "일본놈 이름은 오카다라고 허던디요. 호텔에 따러가서 알어왔어요. "

    "4명 이 라면서?"
     "다른 놈들도 알어요. 그놈이 대장인 모양이던디‥‥‥‥ 유철이 후배가 그 호텔에 있어서

     쉬줬당게요."
    조웅남은 玲지 않은 턱수염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사업한다고 숙박부에 적었다는디 맨날 계집애를 끌고 들어온다는 디 요."
    김원국은 팔장을 끼고 우두커니 조웅남을 바라보았다.

   이철주와 백 사장,

   일본 사람을 직선상에 올려놓아 보면 무엇인가 공통 부분이 떠오를 것 같았다.

   인천의 박종무와 부산의 박재팔이 다시 그들과 겹쳐보였다.
    "야, 동수야! 매운탕 빨리 안 줄꺼여?"
    조웅남이 창문을 열고 아래쪽에 있는 이동수에게 소리쳤다. 창문을
   열자 서늘한 바람이 밀려들어 왔다.

   호수를 출고 내려온 바람이었으므로 비릿한 물 템새가 풍겼다.
    "에이 씨발, 잠도 못 자고. 어떤 놈들은 밤새도록 지지배들 끼고 둥 그는디."
    그는 문을 닫으며 투덜거렸다.
   "형님, 만철이한티서는 연락 없어요?"
   "패?"
   "갸는 부산서 머 혀요? 여그가 심상치 않은디."
   김원국은 눈을 됐다.
   "너,그전에 만철이가 얘기했던 것 기억나지?이철주하고손이 당았을 거라는 놈,

    애들 유괴해 가지고 파는 것 같다는 놈 말이야."
   "아, 알어요. 근디 그 새끼들 영등포에 있는 것은 아는디, 왜요?"
   "여자들 유괴해 가는 건 사실인 것 같더라. 여자 하나가 중3인데 도
    망쳐서 신고를 했다더라. 그놈들이 맞아."
   "잘 되얏네요. 그런 추접헌 놈들은 1齡년즘 방에 두덩가 아니면 쥑여야지요."
   "너, 그놈을 찾아봐."
   "왜요?"
   조웅남은 눈을 둥그렇게 였다.
   "외익 글안혀도 경찰이 잡으러 댕길 텐디 내가 첫났다노‥‥‥‥
   "잔말 말고. 동수도 데리고 가서 내 말대로 해."
   김원국은 가까이 다가오라는 듯 그에게 손을 저었다.

   이야기에 열중 하고 있는 그들의 뒤쪽 문이 열리더니 이동수가 얼굴을 디밀었다.
   "형님, 매운탕 다 됐어요. 들여가요?"
    "어, 들어와."
    거의 이야기가 끝이 났으므로 조웅남이 말했다.

   이동수의 뒤를 따라 곽씨 아주머니가 커다란 템비를 들고 들어왔다.

   이동수가 주방 문을 열더니 미리 준비된 상을 들어다 그들 앞에 놓았다.
   "얼큰하게 했어요. 사장넘 입맞에 맞아야 할 텐데
   "아, 언제나 아주머넘 음식은 입맛에 맞아요."
    김원국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지난 여릉에 덕을 때는 나는 너무 매움디다. 혓바닥이 얼얼혔당게요."
   "시끄러, 너 먹이려고 아주머니가 끊이신 건 아냐."
   "내가 부장님한테는 나중에 입맛에 맞도륵 다시 끊여 드릴게."
   곽씨 아주머니는 그들의 옆에 앉아 시중을 들었다.
   "그래도 웅남이 형님이 제일 많이 먹던데 월."
   이동수가 앉으며 말했다.
   서너 군데의 업소들을 둘러보고 나서 강만철은 '라스베가스'에 들어졌다.

   어제 저녁 담당이었던 10번 웨이터를 찾자 10번이 금방 그를 알아보았다.

   11시가 다 된 시간인데 홀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아이구 사장님, 오늘도 흔자시군요. 절 따라오세요."
   "합석이냐
   "네, 죄송합니다. "
   강만철은 통로 옆자리에 앉았다.

   회사원들로 보이는 그룹과 합석이었다.
   "술은 양주로 하실까요? 어제처럼 ‥‥‥‥
   "그래, 그리고 어제 그 아가씨 데리고 와."
   그는 지폐 서너 장을 꺼내 주었다. 웨이터는 신바람이 난 듯 돌아싫다.

   오늘도 좋은 자리는 일본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정면으로 무대를 바라볼 수 있는 좌석들과 벽 쪽의 전망이 좋은 곳에서는 시끌시끌한

   일본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박재팔의 업소들은 대부분 일본인들 상대의 영업이었다.

카페 한 곳은 가라오케였는데 일본 노래만 틀어 주었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 노래책을 가지고 대형 스크린에 나오는 일본 가수를 보며

일본 노래를 열심히 불렀다.

오히려 일본인들이 한국 노래를 부르는 형편이었다.

업소들의 장식과 분위기는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도록오밀조밀하게 꾸며져 있었다.
   "또 오셨네요."
    여자가 옆에 와 앉으며 말했다. 온 것을 나무라는 듯한 말투였다.

여전히 싸늘한 표정으로 강만철을 답답하게 하고 있었다.

도대체 내 잘못이 무엇이냐고 따져 보든가 내쫓아 버리고 싶은 충동이 뭉클 일어났으나

잠자코 웃어 주었다.

옆자리의 회사원들이 그녀를 힐끗거렸다.

그들도 아가씨들을 끼고 앉아 있었으나 그녀들에게 비하면 안미혜의 미모는 단연 돋보였다.

그것을 그녀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 박 사장은 자주 일본에 간다면서?"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일본에 긴 안 보이는데‥‥‥‥
   최충식이한테 들은 소식으로는 박재팔이 일본에 갔다가 일주일쯤 전에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우리 사장넘 잘 아세요?"
   "그냥 왔다갔다하면서 들었어. 모르는 사람이야."
   그녀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이곳도 일본 사람이 돈을 내서 세웠다면서?"
   "아저씬 세무서에서 왔어요?"
   입술은 미소를 것고 있었으나 눈은 강만철을 탐색하는 것처럼 보였다.
   "왜?"
   "그런 것 알아서 뭐 하시려구요?"
   "그걸 말해 주면 뭐가 잘못되나?"
   "할 이야기도 없고, 장사가 잘되는 것이 부럽고, 일본 사람들이 많이오니까

그렇게 물어 보는데 이상해?"
   어차피 짧은 시간내에 이런 계집애한례서 월 알아내기는 틀린 일이었다.

최충식의 말대로 일본 돈이 들어온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일본 사람의 이름이라도 알아놓고 싶었다.

강만철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딴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언제 끝나"
   "뭐가요?"
   "여기서 언제 끝나고 집에 가느냐구 "
"왜요?"
몇 번이나 참았던 성깔이 욱하고 치밀어올랐지만 담담하게 발했다.
"그냥. "
"12시 30분요."
   "집이 서울이했지?"
   강만철의 분위기가 옮아간 모양인지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일어서고 싶어도 담당 웨이터의 체면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강만철은 내일 아침에 서울로 올라갈 작정이었다.

사흘간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불안하였는데 낮에 김원국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일단은 올라오거라. 최충식이나 단도리 잘하구 말이야."
   그가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했다고 하자 김원국은 크게 마음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그쪽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네 눈으로 보고 오면 되는 거야.

그리고 최충식이는 분명히 네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말이야."
   최충식이 문제는 염려가 없었다.

박재팔의 기세에 밀려 어차피 그는 우리가 필요한 입장인 것이다.

'라스베가스'의 정문이 바라보이는 건너편에 차를 세워 두고 강만철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12시 45분이었다. 하나씩 둘씩 아가씨들이 나오고 있었다.

남자의 팔을 끼고 나오는 아가씨도 보였다.

택시 정류장은 1齡미터쯤 아래쪽 으로 내려가야 했고, 자가용 주차장은 강만철이 있는 쪽이었다. 12시 50분이 되었을 때 안미혜가 나타났다.

혼자였다.

그녀는 머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택시 정류장 쪽으로 걸었다.

남자의 팔에 매달린 아가씨가 10여미터 뒤에서 비틀거리며 따라갔다.

강만철은 차를 발진시키고 그 녀를 스쳐 지났다.

 犯미터쯤 지난후에 멈춰서 백 미러를 바라보았다.
아가씨 2명이 그의 차를 스쳐 지나고 그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아가씨와 30대 남자가 20미터쯤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녀가 차에 가까이 다가오자 강만철은 문을 열고  나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듯 셨다.

 그녀는 그를 알아보았다. 눈을 크게 뜨고 그와 차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주춤거리며 섰다.

강만철은 싱긋 웃었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대는 듯하다가 상반신을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그녀와 몸을 옆으로 나란히 하면서 오른 주먹으로 명치를 짧게 때렸다.
    "허억."
    그녀의 상반신이 굽어지는 것을 감싸안고 그는 차 문을 열고 됫좌석에 그녀를 눕혔다.

그가 차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갈 때 쯤에야 술에 취한 남녀가 다투면서 그의 차 곁을 지났다. 그는 곧장 달렸다. 뒤
쪽에서 앓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힐끗 돌아보자 몸을 잔뜩 구부린 안미혜는 배를 움켜쥐고 신음을 하다가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꼼짝말고 그대로 있어. 아예 배다귀를 분질러 놓기 전에,"
   강만철의 싸늘한 말에 그녀는 머리를 떨구고 다시 신음소리를 냈다.
신음소리에 울음소리가 섞여 들렸다.

강만철은 길가에 차를 세웠다.

몸을 돌리고 팔을 델어 그녀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다른 손으로 帶을 쳤다.

머리가 취청 돌아갔다.
   "닥치고 가만히 있어, 이년아. 알아들어?"
   이빨 사이로 강만철이 말했다.
   "살려 주세요."
   눈물범백이 된 얼굴로 그녀가 말했다. 강만철이 다시 향을 후려갈겼다.
   "닥치고 있어."
   그는 그녀를 됫자리에 밀어 눕혔다.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아내는
소리가 들렸다. 강만철은 다시 차를 발진시켰다. 조웅남이 이 꼴을 보                                          
면 나하고는 상종을 안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는 바짝 말라서 도끼가 들어가지 않았다.

힘껏 내려쳐야 조금 들어가 박힐 뿐 어지간한 힘에는 도끼날이 취었다.

김원국은 소나무에 난 조그만 틈에 패기를 때려 넣었다.

온몸에서 땀이 흘렀다.
겨울의 저녁 무렵이어서 싸늘한 공기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찬물을 마시듯이 폐에 들어왔다.

곽씨 아저씨가산기음에서 말라죽은 소나무를 끌어 왔던 것이다.

그런 것을 월하러 끌어 왔느냐고 아주머니한테 잔소리를 들었으나

그는 굳이 델감으로 쓰겠다고 우겼다.

연탄과 석유를 쓰기 때문에 나무델감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곽씨는 마른 나무가 덩어리째 있는 것이 못내 아까웠던 모양이었다.

마침 산책을 나왔던 김원국이 자기가 장작을 만들어 주겠다고 도끼를 찾아든 것이었다.
   "사장넘, 이젠 그만해 두시오."
  곽씨가 말했다.

 해가 저물었으므로 곽씨는 부및의 전등불을 켜고 문을 열어젖혔다.
   "식사는 여기서 하실라요?"
   "그러지요."
   차라리 그것이 편할 것 같았다.
   "기사양반은 서울 갔는가요?"
   이동수를 그들은 기사양딴이라고 불렀다. 그는 조웅남을 따라 오후
에 서울로 떠났다. 김원국도 오늘 밤을 자고 나서 내일 새벽에 올라갈
작정이었다. 밝을 고는 냄새가 아까부터 풍기고 있었다.
   "아저씨도 같이 하십시다. "
   김원국이 그를 청하자 몇 번을 사양하던 곽씨는 그와 마주 맞았다.
   "사모넘이 계시면 더 잘 해드릴 수가 있을 텐데. 여기는 우리가 아무리
  애써 봐도 옹색하기만 해서‥‥‥‥
    식사 시중을 들던 곽씨 아주머니가 말했다.
    "어허, 쓸데없는 소리 말아, 이 할망구야."
    곽씨가 나무랐다.
    "쓸데없는 소리라니? 그게 무슨 쓸데없는 소리유?"
    김원국은 잠자코 그들의 말을 들으며 식사에만 열중했다. 그러나 그
의 사생활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은 싫었다.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싫었다. 김원국이 대꾸
를 하지 않자 그들도 입을 다물었다.
    산장으로 돌아온 김원국은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불을 켜지 않아
산장은 어둠에 싸여 있었다. 유리창 밖으로 희미하게 산마루의 윤곽이
보였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탁자 위에 놓인 담배와 라이터를 찾
아낼 수 있었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소파에 등을 붙이고 두 다
리를 길게 철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장작을 패는 운동을 하였으므로 두 팔에 기분좋은
통증이 왔다. 그는 문득 저녁을 먹을 때 곽씨 아주머니가 했던 말이 떠
올랐다. 그러자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지금 서울에 살고
있다고 들었다. 5살 때 그를 버리고 떠난 여자였다. 관심이 없었다. 그
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그가 한 살 때 돌아가셨다고 들었
으므로 기억조차 없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어릴 적에 많이 울었었다.
친구들이 어머니와 같이 다니면 우두커니 서서 그들을 바라보곤 하였
다.
   "정구야! 순채야!"
   저녁 때가 되면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소리쳐 부르면서 그들에게 다
가왔다. 모여 놀던 그들은 제각기 엄마에게 달려가 버렸다. 가끔 할머
니가 그를 저녁밥 먹으라고 데리러 오곤 하였으나 김원국은 엄마가 언 
 젠가는 자기를 부르면서 올 것을 꿈줬다.
    "원국아!"
     밝고 힘찬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놀면서
 도 가를씩 김원국은 두리번거리기도 하였다. 그는 끈질기게 할머니를
 졸랐다.
    "이놈아, 네 에미는 지금 여기에 없단다. 일본 갔어, 이놈아."
    결국 할머니가 그렇게 말했다.
    "돈 벌러 일본 갔단다. "
    할머니는 더 이상 말해 주지 않았다. 김원국은 일본이라는 곳이 기
 차나 버스를 타고 함부로 갈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차층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편지 한 장 보내지 않는 어머니
에 대한 증오를 쌓았다. 그것이 어린 그에게 현실적인 방법이었고 편
리하기도 하였다. 외로움과 슬픔보다는 증오심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나았던 것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는 중학 3학년이었다. 머리
가 뛰어난 편이었던 김원국은 중학교 담임선생의 됫받침으로 고등학
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는 공부만 잘해서는 험난한사회에서 살아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를 괴롭히는 가난과 외로움을 이겨내
려면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열심히 운동을 했다. 태권도, 합
기도,유도를 익혔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 그는 전국 태권도 학생 챔
피언이 되었고 합기도와 유도도 각각 3단과 2단이 되었다. 공부도 상
위권이었으므로 그는 대학에 운동 특기 장학생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때부터 김원국은 주먹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죽으면 울
어 줄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면 눈에 핏발이 섰고 그것을 본 상대방은
먼저 기가죽어 버렸다. 그는 여자에 대해 거부감을느끼고 있었다. 어
머니에 대한 잠재의식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상관없
었다 
 

바람이 나웃가지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나웃잎들이 유리창에 부 딪혀 마른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눈을크게 뜬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조웅남이 건드려 놓을 것에 대하여 이철주가 어떻게 반응을 할지가 궁금하였다.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이쪽에서 선수를 칠 때가 되었다고 믿었다.

김원국은 일어서서 벽에 붙여 놓은 전축의 스위치를 켰다.

판은 이미 걸려 있었으므로 갑자기 방안을 울리며 노래가 흘러나왔다.

 '스테파노'였다. 그는 볼룹을 낮줬다. 속삭이
듯이 그러나 간절하게 노랫소리가 흘러나와 산장 구석구석을 채줬다.
"저 집요."
김길호의 친구로서 오함마라는 별명을 가진 오한만이 가리켜 보이
는 집은 붉은 벽돌로 지은 2층 양옥이었다. 조웅남은 됫좌석에서 상체
를 내밀어 앞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이는 집을 살피고 입을 벌렸다.
"야, 저 것이 골템이새끼 집이란 말여?"
"예, 고병길이가 살림 채려 준 가시내 집이요."
"야, 그 씨발놈의 새끼 여자 팔어서 돈 많이 벌었다잉?"
"어떻게 해요, 형님?"
오함마 옆에서 핸들을 잡고 있던 오유철이 물었다.
"월?"
"아, 여기서 기다리기만 합니까?"
"야, 함마, 골템이가 분명히 여그에 있냐
"틀림없어요. 이 기집애는 요즘 얻어 놓은 년이라 경찰도 몰라요. 이
럴 때 쓸려고 만들어 놓은 년이에요."
오함마가 영등포 출신이므로 연줄을 통하여 혜매다가 겨우 찾아낸
것이었다. 2충 양옥에는 길 옆에 차고도 붙어 있었으나 철제 석터가 내
려진 채였다. 집 앞에는 2대의 중형 자가용이 주차해 있었다.

새벽 3시였다.
큰길에서 300미터쯤 떨어져 있었고주택가여서 인적이 없었다.
"너, 가서 길호 오라구 혀."
조웅남이 오함마에게 말하자 그는 문을 열고 뒤쪽에 세워져 있는 차
쪽으로 갔다. 뒤쪽 차에는 김길호가 3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김길호가 차 문을 열고 들어오자 옆에 있던 이동수가 자리를
좁혀 주었다.
"지금 덮쳐 버 립시다, 형님."
그가 말했다.
"응, 글안혀도 그릴라구 혀.안에 몇 놈이 있는지 모릉게 조심허고,
척이지는 말어라. 갸들이 회칼을 쓴다는디 ‥‥‥‥
말을 멈추고 조웅남은 그를 바라보았다. 연장을 쓰는 것을 싫어하는
김원국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는 것이다.
"형님, 트렁크에 합다를 열랫 개 실어 왔어요."
"에이 씨발, 헐 수 없다. 애들 다치먼 형님도 손핼텡게,그것 나눠
줘. 그러고 월장허자."
"월장이 뭐요?"
"이 무식한 놈아, 담 넘자는 말여."
"ft 71 ‥‥‥‥
김길호가 발소리를 죽이면서 자기 차로 돌아가트렁크를 열고 야구
배트를 꺼내 나눠 주는 게 보였다.
"느덜 둘이는 여그서 망봐. 차 안에 들어가 있어."
조웅남은 그중 둘에게 각기 차 안에서 감시하라 일렀다. 만일 창문
을 열고 2층에서 길바닥으로 뛰는 놈이 있으면 팔이나 다리를 분지르
라고 말했다. ' 담은 벽돌담으로 높이가 2미터 정도였다. 담 위에는 기와
를 깔아놓아 지붕처럼 제법 멋을 부렸다. 그들은 가법게 담을 뛰어넘
었다. 10평 정도의 마당이 있었는데 잔디를 깔아 놓았다. 구석엔 조그
만 연못을 파 놓아 고기를 기르고 있었다. 현관 옆에 집을 돌아가는 1
미터 정도의 통로가 보였다. 부엌 문이나 창고로 통하는 길처럼 보였
다. 조웅남은 손첫하여 김길호와 오함마를 그쪽으로 보냈다. 오유철이
현관 문에 달라붙어 주물럭대고 있었다.
집안은 조용하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철컥하고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제법 크게 났으므로 그들은 긴장하여 몸
을 굳혔다. 오유철이 주저않아서 그를 올려다보더니 히죽 웃었다. 그러
고는 손잡이를 천천히 돌렸다. 문이 열리고 조웅남, 이동수,오유철의
순서로 그들은 응접실에 들어갔다. 응접실을 중심으로 문이 여러 개
있었으므로 그들은 잠시 망설였다. 김길호의 부하가 부엌 쪽으로 가더
니 안에서 잠긴 문을 따 주었다.
김길호와 오함마가 들어왔다. 조웅남은 손가락으로 그들에게 2층을
가리켰다. 야구 방망이를 쥔 그들은 발위꿈치를 세우고 계단을 올라가
기 시작했다.
조웅남은 가까운 방문을 열었다. 목욕탕이었다. 문을 열어둔 채 그
옆의 방문을 열었다. 여자들 둘이서 자고 있었다. 이불 위에 아무렇게
나 내던져진 두 다리가 보였다. 어둠 속에서도 한 여자의 횐색 팬티가
보였다. 오유철이 침을 꿀꺽 삼켰다. 김길호의 부하를 방문 앞에 세워
두고 문을 랄았다.
조웅남은 왼쪽에 있는 방문을 잡아당겼으나 열리지 않았다. 오유철
이 다가가 쇠꼬챙이를 쩔러 넣었다. 이동수를 함께 있도록 하고 건너
편의 방으로 다가갔다. 손잡이를 돌려 보았으나 안에서 잠겨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오유철이 열쇠구멍 앞에 주저앉아 주물럭대고 있었
다. 조웅남은 혀를 한번 차고는 발을 들어 방문을 힘껏 걷어찼다. 우지
끈 소리와 함께 문이 부서지고 안쪽으로 활짝 열렸다. 놀란 오유철이
벌떡 일어나 어깨로 문을들이받았다. 그쪽문짝이 부서지면서 이동수
와 함께 방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조웅남의 눈앞에 두 남녀가 화닥닥
몸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모두 발가벗고 있었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조웅남은 발길로 사내의 택을 걷어차 올렸다. 정확하게 발끝
에 반응이 왔고 취청 고개를 젖힌 사내는 벽에 머리를 부딪히며 상체
를 자빠뜨렸다.
 "아!"
비명을 지른 여자가 젖가습을 가리더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2,
3초만 지나면 裂어질 듯한 소리가 터져나을 것이다. 여유를 주면 안 되
는 것이다. 조웅남은 발을 들어 그녀의 덕을 돌리듯 참다. 그녀의 상반
신이 휘청 옆으로 돌면서 벌거벗은 몸뚱이가 이불 위에 엎어졌다.
"끙. "
신음소리를 내며 사내는 두 팔로 방바닥을 짚고 상체를 가누려고 하
였다. 머리가 좌우로 흔들거렸다. 벌거벗은 몸이 조웅남의 발 아래에서
꿈틀거렸다.
옆방에서 외마디소리가 들리면서 퍽획! 하고 모래 주머니를 때릴 때
같은 소리가 서너 번 들켰다. 신음소리가 들리다가 멈켰다. 아마도 머
리를 이불 속에 처박은 모양이었다. 다시 사내가 꿈틀거렸다. 나자빠져
있는 그의 벌거벗은 몸이 똑똑히 보였다. 그의 연장이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꿈틀거릴 때마다 위아래로 건들거렀다. 조웅남은
발을 높이 쳐들었다가 그것을 힘껏 밟았다.
"으아아악!"
숨이 멎는 듯한 비명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조웅남은 밟은 채
로 눈을 꿈백이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녀석은 기절한 모양이었다.
2층에 올라가 보자 김길호가 사내 둘을 묶어 놓고 있었다. 여자가 4
명 있었는데 2명은 젖가습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어린애였다. 그녀들
은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온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녀석이 오함마에게 대들다가 이딸이 몽땅 빠져서 온 방안이 피투성이
였다. 전등을 켰으므로 방바닥에 옥수수알 같은 이딸이 핏속에 여남은
개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오함마는 녀석이 휘두른 칼에 스친 모양
이었다.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조웅남은 한쪽에 치워 놓은 회칼을 집어 들었다.
"요것들이 우리들을 사시미깜으로 생각혔단 말이지 잉?"
이빨이 없어진 녀석은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머리를 숙였으나 멀정
한 녀석은 눈에 독기를 품고 그의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이목구비
가 번듯한 녀석이었다. 아마도 미끼로 쓰는 녀석 같았다.
"야 이 새끼들아,팔아먹을 것이 없어서 지집애를 팔아먹어?느그덜
은 각시도 얼 동생도 없냐
그러다가 다시 그를 노려보는 녀석과 시선이 마주쳤다.
"아따 이 상놈의 자식 좀 봐라 잉?"
조웅남은 김길호가 들고 있는 야구 방망이를 때앗아 들었다.
"아직 맛을 못 본개비네 잉?"
녀석은 두 다리를 平욱 델은 채 두 팔이 묶여 있었다. 조웅남은 그의
한쪽 무릎을 방망이로 힘껏 내리쳤다.
"으으악! 으으아!"
무릎 배가 바스라진 채 그가 발버둥을 쳤다. 한쪽 다리가 덜렁거렸
다. 여자들의 자지러질 듯한 짧은 비명이 옆에서 들리다가 조웅남이
바라보자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형님, 이 새끼 기절했어요."
김길호가 무릎이 부서진 녀석을 발로 건드려 보면서 말했다.
"내버려 둬요?"
"내빠둬, 일부러 범신 맹글라고 헝건 게로."
조웅남이 속치마만 달랑 걸친 여자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느그덜은 20살이 넘은 것 같은디, 젖통을 봉게로. 느그덜도 잽혀온
거여?"
"예 에."
4명이 한꺼델에 刻합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중에도 어려 보이는
둘이는 서럽게 울었다.
"너는 및살여?"
어려 보이는 아가씨에게 물었다.
"열다섯이오."
그러면서 훌적거렸다.
"너는?"
그 옆의 그 또래에게 물었다.
"열여섯이오."
"어디서 잽혀왔어?"
"학교 갔다 오다가요."
"너는?"
"엄마 심부름 가다가 잡혀왔어요."
"젠장할."
조웅남은 우선 김원국에게 보고를 해야만 했다.

골템이와 그 부하들을 잡아 족치는 것만 지시를 받았던 것이다.

조웅남은 사내와 여자를 따로 감금시켰다.

사내들은 골템이인 고병길과 4명의 부하였다.

시내에 한두 놈이 더 있을지 모르나 일망타진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고병길은 연장과 방울이 통통 부어 올라 전혀 움직이지를 못했다.
아래층에 있던 두 놈 중의 한 녀석도 이동수가 집어서 벽에 던졌던 관계로 머리가 깨져 있었다.

고병길의 애인은 벌거벗긴 채 묶어서 눕혀 두었다.

아래충의 여자 둘은 저희들 말로는 납치되어 왔다고 하였으나 어느 정도 물이 들어 있었다.

위층처럼 그들에게 매달리는 듯한 분위
기가 보이지 않았다. 산장에 있는 김원국에게 전화를 하였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김원국이 말했다.
"애들은 보내줘. 차비 두둑히 줘서 보내고 우리 일을 입밖에 내지 말도록 하고.

여자들 중 말낼 여자 있으면 단단히 해둬야 돼.

그리고 고병길이 하고 똘마니들은 차에 실어서 병원에 보내라."
"그냥 병원에요?"
"그래 ."
"경찰한티는 말 안 히도 돼요?"
"조금 후에, 어떻게 되나 두고 보려고 그런다. 어차피 그놈들은 끝났어."
조웅남은 중학생 둘을 응접실로 불렀다. 그들은 조금 진정이 되어
있었다.
"느그덜 여그 온 지 얼매나 돼얏냐
"한달요."
"저는 20일쯤 되었어요."
아직 습털이 박힌 얼굴이었다.
"집이 서울이냐
"저는 수원이고 얘는 평택이에요."
"둘다 중핵교 댕겨?"
"fl . "
집안에서 매일 밤 이 애들은 사내들에게 시달렸을 것이다.

몇 개월 지나 익숙해지고 조금씩 체념해 갈 때쯤 해서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아침에 집에 돌아가.집에 가서는 이런 얘기 말구 잉?"
그들은 눈물을 글생이며 머리를 끄덕였다.
"돌아댕기지 말어. 그러니께 이놈들한티 잽히는 거여, 엄마아빠 말
잘 듣고 잉? 친구집에 있었다둥가 그것말 잘 허거라 잉? 남자가 지긋지긋 허장?"
"앗따 형님 그만해 두쇼. 형님이 무슨 설교를 한다고."
중언부언 지껄이는 조웅남에게 김길호가 말했다.
"야들한터 10만 원씩 주거라. 아참,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혔능가 모겼네 ."
조웅남은 벌떡 일어딘다. 분주히 안방으로 들어간 조웅남은 서랍을 열고 장농을 뒤졌다.
"형님, 뭐 해요?"
문앞에서 오유철이 물었다.
"돈 찾어봐. 쟈들 차비허고 용돈이라도 줘야 할 것 아니냐?"
"알았어요. 내가 찾을게요."
오유철이 신바람이 난 듯 달려들었다.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장농과 서랍을 열어젖혔다.

문득 조웅남은 오유철이 절도전과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너, 쓸데없이 매비혀 넣다가는 죽을 줄 알어, "
그의 뒤통수에 대고 으름장을 놓은 조웅남은 다시 응접실로 돌아왔다.

아침 5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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