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3. 불황

오늘의 쉼터 2014. 11. 30. 10:57

◐ 불황 

 

 불황(1)

 

  그는 나머지 7백만 원으로 더 깊숙한 산골인 양재동 쪽의 밭 7천 평을 산 것이다.

밭은 그의 집에서 멀고 벌판에 있어 수로도 제대로 나 었지 않았으나 백광남은 든든하였다.

옥수수를 심으면 그들 가족의 생활비는 나을 것 같이 보였다.

옥수수를 심었으나 땅이 박토라 잘 자라지 않았다.

자갈이 많았고 흙은 메말라 있었다.

이쪽 농사는 글러버린 모양이라고 낙담을 했다.

그는 그때까지 신문을 읽지 않았다. 배달해 줄 사람도 없었다.

간혹 라디오를 듣고 박정희가 대통령에 다시 당선 되었는가 보다 하고 알 정도였다.

집이 과수원의 깊숙한 골짜기에 있었으므로 사람들도 잘 찾지 않았다.

그러다가 7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 그도 정신이 번적 들었다.

부근에 아스괄트 길이,모처럼 과수원을 나와 밖에 나가 보면 커다란 건물에 자동차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가 농사를 첫고 있는 땅값이 평당 10만 원을 육박하고 있었다.

 3, 4년 동안 10배가 된 것이다.

그때 백광남은 땅의 귀중함을 다시 알게 되었다.
 그는 끈질기게 땅을 내놓지 않고 조각으로 팔아서 더 깊숙한 곳의 땅을 사서 늘렸다.

그의 땅은 넓어만 갔다. 사고 파는 것을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어 있는 것이다.
   2층에서 큰아들인 성재가 내려오고 있었다.

아침 10시인데 이제 일어난 모양인지 머리가 부스스 일어나 있었다.

백광남은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27살이나 먹은 녀석이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고만 있었다.

대학도 기부금을 2억이나 내고 입학시켜서 겨우 줄업하였고 무슨 수를 썼는지

제 에미가 돈보따리를 싸들고 다니 더니 사지가 멀정한 녀석이 군대도 면제되었다.

매일 하는 일이란 오후 늦게 나가서 새벽에 돌아오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고

계집들과 노닥 거리는 모양이었다.

빌멍 관리인을 해보라고 데리고 나갔더니 열흘이 안 되어서 답답하다고 그만둬 버렸다.
밑의 동생녀석은 아예 고등학교부터 미국으로 보냈으니 돈이야 들지만 눈앞에 안 보이니

그래도 나았다.

"아버지, 오늘은 출근 안 하세요?"
    그의 앞에 와 주저앉은 녀석이 물었다.
   "너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몰라?"
   이마를 찌푸리며 백광남이 물었다.
   "무슨 날예요? 오늘이 며칠인가?"
   "일요일 아녀, 이놈아!"
   "아, 벌써 일요일인가?"
   쳐다보기도 싫어진 백광남은 자리에서 일어싫다.

이철주와의 약속 이 12시니까

이르기는 하지만 일찍 집을 나서는 것이 속이 편할 것 같았다.
   "아버지."
   뒤에서 성재가 그를 불렀다. 그는 머리를 돌렸다.
   "뭐냐
   "저, 차를 바펀야겠어요,"
   "차를? 이놈아, 차 산 지가 6개월도 안 되는데 차를 바뀌?"
   그는 중형 숭용차를 가지고 있었다.

무슨 바뿐 일이 있는지 카폰을 설치해 놓고 있었으므로

녀석이 요란한 액세서리로 장식해 놓은 차를 보면 입맛이 썼다.
   "이번에 외제 스포츠 카가 좋은 것이 나왔어요. 아주 괜찰아요."
   "시끄러 이놈아!"
   "성능도 괜찰고 시속 250이래요."
   백광남은 방으로 들어갔다.

심하게 야단도 쳐 보고 타일러 보기도 하였다.

사는 목표가 없는 녀석이었다.

그저 그날그날을 계집질하고 술마시고 노는 것이 목표인 것 같았다.

어차피 저 녀석은 제 에미를 졸라 차를 살 것이다.

에미가 버롯을 잘못 들여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너 요즘 뭐하고 돌아다딘어?"
조웅남이 방에 들어오자 김원국이 물었다.
"네? 내가 월 혀요?"
조웅남은 시치미를 떼었다.
"월 하고 돌아다닌 거야?"
"아무것도 안 혔는디요?"
 김원국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사흘 동안 조웅남은 회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은 바깥에서 대충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강만철과는 자주 연락을 하는 모양이어서 소채는 파악이 되었다.
   "사흘 동안 월 했니?"
   조웅남이 견디어 내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백 사장 뒤를 즘 캐고 또‥‥‥‥
   "백 사장?"
   "아, 있잖요? 벤츠 타고 댕기는 부동산 사장 말요."
   "그 사람을 왜?"
   "돈이 얼매나 많응가 조사를 혔어요."
   "그러니까 왜 그했냔 말이야."
   "아, 돈은 많응 거 같은디 치사허게 놀아서 알어나 본 거랑게요?"
   김원국은 혀를 참다.
   "돈은 무지허게 많던디요?빌딩이 6채에 집이 10채도 넘습디다.

   차가 벤츠까지 4대요,4대."
   "허는 일이 12시쯤 빌딩에 있는 관리 사무소에 가서 2시간쯤 일을
  보고, 호텔 사우나를 가덩가 안마를 받덩가 헙디다.

  그리고 밤에는 술집에 가요.

  '대국'이나, '황진각'이나 '귀빈' 같은 일류로만 댕기던디 _0.?"
    "'귀빈'S 이 사장이 하는?"
    "141. "
    "그래서?"
    "그 씨발놈은 하루에 술값허고 오입값 합치면 3백은 普디다. 참 말도 안 나옵디다잉?"
    "거그다 각시나 새끼들도 쓰고 댕길 거 아뇨?그걸 계산 해볼랑게 겁이 나서 안 혔어요."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요?그 새끼는 지 기사 점심값도 안 주는 놈이오.

    괘법혀서 알아보고 형님한티 말혀서 어떻게 손을 좀 볼라고 혔지요. "
   "이런 미 친 놈."
   그러나 백 사장이란 사람이 이철주와 잘 아는 사이인지도 모른다.
   몰랐다면 이철주가 기를 쓰고 관계를 맺으려고 하였을 것이다.
   "제 돈 가지고 제가 쓰고 다니는 것을 어떡하려고 그래?

    일 만들지 말고 잠자코 있어. 알았어?"
   김원국이 다짐하듯 말했다. 조웅남은 못마땅한 듯 보였으나 머리를 끄씨였다.
   "공급은 잘 되고 있겠지?"
   김원국이 화제를 바졌다.
   "어저께부터는 가수나 댄서들이 1關퍼센트 출근이랑게요."
   ‥‥‥‥‥
   "그것도 알아보았어요. 닷새를 때먹은 병신춤 추는 김씨를 만나 족쳐 보았는디

    감기가 들었었다고 허던디요?츠 새끼를 죽여 버릴라다 말았어요."
   "왜?"
   "그 닷새 동안 그 새끼는 동대문 쪽 업소로 뛰었당게요. 이철주가 그쪽으로 빼돌린 거요, 형님."
   "그 새끼들이 이철주를 믿어서 그런지 미안허다는 말로 끝낼려고 헌단 말이오."
   "홍성철이를 만나서 계약자들이 출연 안 한 첫수만큼 돈 받아 오너라."
   "그걸 말이라고 헙니까? 내일 받어 올꺼요."
   "그리고 그 돈을 업소들에게 돌려 주어야 해."
   "알았어요."
   "이것이 사소한 일로 보이지만 어편지 예감이 이상하다. 내가 이철
주를 만나 단단히 이야기를 해두었지만 계획이 있다면 쉽사리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 이런 때에 백 사장인가 편가 됫조사를 하고 다니다니
‥‥‥ 철이 없는 거냐
   』업소들의 경기에 신경을 써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철주의 한강상
사도 말이야."
   조웅남은 다시 머리를 」1덕였다. 그가 방을 나간 후 김원국은 의자
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 지나면 윤곽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이미 늦게 될지도 모른다. 긴장하고 있어야 했
다. 김원국은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자, 한잔 들어."
  백광남 사장이 술잔을 들어올리며 앞에 앉은 원명구사장에게 말했다.

  원 사장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이 친구야,술을 먹을 때만이라도 얼굴을 좀 펴라고.거 앞에 있는
 사람 생각도 해야 할 것 아냐
    "알았네, 알았어."
    원 사장이 가까스로 얼굴을 펴는 것 같았으나 그게 그 얼굴 같아 보였다.
    "너희들 저기 사장넘 웃기게 하면 내가 상을 주마."
    백 사장이 그들 옆에 앉아 있는 아가씨들에게 말했다.
    "무슨 상요?"
    "10만 원, 아니 50만 원, 에라 100만 원 주마."
    "어머나."
    아가씨들은 놀라 백 사장과 원 사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 사람아, 그 돈 날 주게. 내가 웃을 테니까."
    원 사장이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말이 스스로 우습던지 풀색 웃었다.
   "아니, 자넬 웃긴 건 나야. 그러니까 내가 가져야겠어."
   원 사장과는 20년 가깝게 알고 지내는 처지였다. 그의 고향은 충청
도라고 했다. 원 사장은 백 사장의 사촌형제인 백광호의 친구였다. 천
안에서 직물 원단을 생산하고 있는 원 사장은 요즘 들어 자금 부족으
로 고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생산업체치고 자금 걱정하지 않는 업체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려
해도 찾기 힘든 때였다. 더욱이 원 사장처럼 밝은 직물기계로 직물을
생산하는 회사는 견디어 내기 힘들 것이다.
   서울이 집이므로 모처럼 공장에서 서울로 올라온 원 사장이 백광남
을 찾은 것은 떤한 일인 것이다.

백광남은 그가 더듬거리며 만나자고 할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이 사람아, 100만 원이면 우리 회사 한 달 전화요금일세."
   원 사장이 술에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여직원 3명분 월급이란 말이야."
   "허어, 이 사람이 술맛 달아나는 소릴 하고 있군 "
   백광남이 핀잔주듯 말하면서 옆에 앉은 아가씨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아니, 일테면 그렇다는 거지."
   "자네 말은 돈 많은 사람이 돈을 좀 쓰는 게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같아."
   "글째, 그게 아니라니까."
   원 사장은 손을 내저었다.
   "그딴 이야기 그만두세. 내가 요즘 돈에 쪼들리다 보니까 그런가 봐."
   "글쎄, 이 사람아 내가 뭐래. 그따위 공장 처분하고 땅이나 사 두라고 하지 않았어?

   3년 전에 자네가 내 말만 들었어도 이제는 놀고 먹을텐데 말이야."
   "어디 공장이 그렇게 쉽게 정리가 되어야지."
   "그게 잘못이라니까 그러네. 미적미적하면서 무슨 미련이 있다고 그것을 지키고 있나?

  작년에는 애들 노사문제다 뭐다 하고 파업했지 않나?"
   "그렇지, 작년에‥‥‥ 월급 인상해 달라는 거였어. "
   "신문 보니까 아예 사장한테 해라를 한다면서?"
   "아냐, 우리 회사는 안 그했어."
   "죽일 놈들, 도대체 누가 돈 대서 회사를 세우고 즈희들 먹여 살리는데 그 지랄들이야?

그런 놈들 위해서 워 좋은 일이 있다고 고생하면서 그걸 안고 있나?"
   "당장 팔아치우고 돈 몇 푼이라도 건져서 땅을 사 두든지 하다못해
사채로 돌리기만 해봐. 않아서 돈을 굴릴 테니까, "
   "내가 굴려 줄게.내,친구니까 이령게 이야기하는 거야.자네 같은 사람을 보면 답답해서

그러는 거야."
   "고맙네. 그런데 백 사장, 내가 부탁할 것이 있는데‥‥‥‥
   원 사장이 힘들게 말을 꺼내었다. 3억을 석 달만 빌려 달라는 것이었다.
   "은행에서 수출금응을 썼는데 2억 가잡게 연체가 되어 있네. 그걸
갚아야숨통이 트이겠어.원자재를 살 것이 밀려 있네.그놈의 연체 때
문에 말이야. 3개월 후에는 숨을 쉬게 되니까 말일세."
   "나도 사업하는 사람이니까 그양 빌럭 달라고는 하지 않겠네.우리
공장이 대지 350평에 건평이 620평인데 은행에 담보 10억에 잡혀 있어.

덕도 없는 가격이지.평당 400만 원이 넘는데 말이야.

그걸 제2담보로 설정해 주겠네."
   백광남도 그의 공장에 가본 적이 있었다. 토지 값만 해도 糾억이 되
는 곳이었다. 은행은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다. 중소기업이고 힘없는 업
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백광남은 둥기부 둥본을 때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림, 그렇게 하지."
   백광남이 말하자 그는 얼굴을 활짝 됐다.
   "그렇게 해주겠는가?이제 살았군, 실을 못 사서 직원들이 일을 못
하고 우두커니 않아들 있었네. 자네늘 모를 거야. 죽고 싶다네.

눈이 뒤집힌다네. 정말 고맙네 백 사장."
   "그런데 원 사장, 석 달이면 2부 5리를 받겠네."
   "이자 말인가?"
   "그렇지. 은행 것 빼고 나한테 제2담보로 설정해 주고 말이야.

2부 5리 이자면 요즘 시장에서는 싼 걸세. 대기업도 3부씩이야."
   ‥‥‥‥ 그런가?"
   "그리고, 친구 사이에 이런 거래는 안 하는 게 낫지만 이왕 자네가
말을 꺼띤으니 말인데. 당좌를 하나 끊어 주게. 영수증 대신에 말일 fl ."
   "당좌수표를 말인가?"
   "그렇지. 그것은 그냥 내가 가지고만 있겠네,"
   "아 이 사람아, 친구 사이일수록 철저히 해야 하는 거야."
   ‥‥‥‥ 알았네,"
   원 사장은 술잔을 집어 들었다. 빈 잔이었으나 그는 그것을 보지 못
한 채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옆에 랄은 아가씨가 술병을 들고 빈 잔이
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철주 사장은 한강상사의 사장실에서 홍성철 부장과 마주않아 있
었다. 으리으리한 사장실이었다. 책상과 캐비딘, 의자 둥은 이태리산이
었고 소파는 영국산 가죽소파였다. 양탄자는 방 치수에 맞도록 터키산
으로 특별 주문하여 들여왔다. 벽에는 남농 화백의 커다란 소나무 그
림이 걸려 있었다. 20평 가량 되는 방 한쪽 구석에는 골프 연습용 흘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 어제부터는 그쪽에 정상공급을 시키고 있지?"
   "네, 말씀하신 대로,"
   마주앉은 홍 부장이 대답했다.

그는 이철주 사장의 심복으로 10여 년 동안 그의 오른팔 노롯을 해오고 있었다.

전과가 세 번 있었으나 합해서 2년밖에 살지 않았다.

모두 이철주가 뒤를 봐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절 수 없이 이철주의

방패막이로 들어간 경우였기 때문이다.
   못하는 운동이 없고 특히 칼부림에 능했다. 한번 손에 칼을 쥐었다
하면 당해 낼 장사가 없었다. 37살이었으며 1미터 70센티미터에 70킬
로그램 정도의 체격이었다. 약간 긴 얼굴을 들어 이철주를 바라보았다.
큰 눈에 가느다란 입술을 언제나 꼭 다물고 있었으므로 인상이 차갑게 보였다.
   "형님, 그럼 앞으로 정상공급을 시켜 즘니까?"
   "아니, 삼사 일 그러다가 다른 곳들, '허니문'이라든가 그쪽 근방 대여섯 개를 함구를 내라.

    그럴듯하게 핑계를 대고 말이야."
   "지랄들을 할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왜?"
   "그놈들도 산전수전 겪은 놈들인데 모르겠습니까?"
   "왜? 걱정돼?"
   "아니 무슨 걱정요? 그까짓 것들. 하지만 그놈들이 어떻게 나을 것인가 준비는 하고 있어야지요."
   이철주는 잠자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당분간 그놈들이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야. 의심들은 하겠지만."
   "허지만 형님, 인천의 박 사장이 자주 이쪽으로 들락거리면 수상하게 보지 않을까요?"
   "아 그 친구가 서울 못 올 사정이냐? 다른 일로 올 수도 었는 거지."
   "어줬든 내가 주의를 시키도록 하지. 그런 건 걱정하지 말아. 그리고 애들은 어떻게 됐어?"

 

 

 

 불황(2) 

 

    "그건 염려 마십시오. 당장에 50명은 됩니다. 직원들만 해도 25명이구요."
   "만일을 위해서야. 정신상태를 확실하게 해야 돼."
   "알고 있습니다. "
 흥성철이 나간 후 이철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거렸다.

골프채를 쥐고 두세 번 스윙 연습을 해보다가 던져 버렸다.

어첫밤 무리를 해서인지 온몸이 백적지근하였다.
   정재희의 몸이 머리에 러오르자 절로 얼굴이 풀어졌다.

그는 히죽 웃었다. 언제 해봐도 새로운 여자였다.

그녀는 이제까지 찾아낸 여자들중 제일이었다.

궁합이 맞았고 명기를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파트에 들여앉혔으나 아깝지 않았다.
   정재희는 늦은 아침을 우유 한 컵으로 때웠다.

응접실의 커튼을 젖히자 햇살이 쏟아지듯 들어왔다. 눈이 부졌다.

햇살위에 먼지가 떠 있는 게 보였다.

창문을 열자 싸늘한 공기가 휘몰려 들어와 코 안에 금방습기가 崙다.

다시 창문을 닫고 가죽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응접실 건너편 방 쪽을 바라보았으나 인기척이 없었다.

현관 앞 방문도 굳게 닫힌 걸 보니 애들은 나갔거나 아직 자고 있는가 보았다.
   "언니 일어나셨어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문지르며 장민애가 욕실에서 나왔다.

화장을 하지 않은 생생한 피부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허덕지까지 내려온 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응, 영희하고 민숙이는 자니?"
   "걔들 안 들어왔어요."
   장민애는 그녀의 앞에 와 當았다. 긴 다리가 드러나 보였다.
   "망할 년들, 어제는 하루 쉬라고 했더니 그걸 못 참아?"
   "어제는 걔들 애인 만난다고 했어요, 언니."
   "애 인?"
   "네, 남자친구 말예요."
   "미친년들, 또 돈깨나 까먹었겠구나."
   그러면서 정재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년 남자친구 없니?"
   장민애는 살짝 웃었다.

   그러나 대답하지는 않았다.

   정재희가 그녀를 데리고 있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호박이 굴러온 셈이었다.
    한달쯤 전에 오후 6시쯤되어서 가게를 막 열었을 때

   웨이터인 미스터 강이 싱글거리면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사정법, 웬 아가씨가 뵙자고 하는티인 한번 만나 보시지요."
   "누구0"
   그녀는 의아해서 물었다.
   "괜찮아요. 아마 일하고 싶은가 봐요."


   그래서 데리고 있게 된 것이 장민애였다.

첫인상은 청바지에 티셔츠차림으로 수수하였으나

그녀를 본 순간 정채희는 탄성을 지르고 싶었다.

훌책 큰 키에 윤곽이 뚜렷하고 강한 인상을 주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반짝이는 검은 눈과 알맞은코,약간도톰한 입술이 개성이 강하게
보이떤서도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당장에 채용되었고 아예 정재희가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대학 3학년을 다니다가 휴학했다고 하였다.

아버지가 교육공무원이고, 대학 1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짜리 사내동생들이 있다고 했다.
   대개가둘러댄 말이고 그러려니 하고 넘겨 버려 왔으나 미스터 강을 시켜

학교와 가족사항을 알아보게 하였다.

 모두 사실이었다. 더욱이 대학 성적도 상위권이었던 것이다.
   정재회는 그녀에 대해서 이철주에게도 이야기를 하였다.

특별한 손님 외에는 외박을 내보내지 않고 아끼고 있는 것이다.


   "언니, 나 오늘 집에 다녀오면 안 돼요?"
   장민애가 망설이며 물었다.
   "패?"
   "동생들도 보고 싶고, 아빠랑 엄마노‥‥‥‥
   "기집애도, 울겠구나."
   그녀의 표정을 보고 정재희가 놀리듯 말했다.

   오늘이 토요일이므로 하루 안 나와도 될 것이다.
   "언니, 내일 저녁에는 돌아올게요."
   "얘, 괜찮아. 윌요일 점심 매 와도 돼. 푹 쉬고 와."
   "정말? 정말 그래도 돼요?"
   그녀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럼 넌 감옥생활 하고 있니? 가고 싶으면 가 봐야지 뭐."
   "그래두 언니, 고마워요."
   "이게 점점 "
   정재희가 일부러 얼굴을 정그리며 화난 표정을 하였다.
   "그리고 언니, 나‥‥‥‥
   장민애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볍게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다가 제스스로 시기를 노쳤는지 침을 삼키고 얼굴이 붉어졌다.
   "왜?"
   "나 돈좀 빌려 줘요. 15만 원, 아니 10만 원만요."
   정재희는 피식 웃었다.

   그녀가 귀여웠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
   "01. "
   "팀 받은 거 어줬니?"
   "옷값으로 줬어요. 그래도 모자라요."
   "아니, 얘 좀 봐. 옷값을 줘?모두 다?"
   장민애는 덩달아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정재회를 바라보았다.
   "그건 매달, 아니 돈 생길 때 갚아도 되는 건데 팀 받는 대로 줬단 말이이?

   아니 영희하고 민숙이년이 그런 이야기 해주지도 않던?"
   "어휴, 맹중이 같은 기집애."
   정재희는 지감을 꺼내어 그녀에게 30만 원을 주었다.
   "내년 이맘때 갚아, 돈 생기떤, 알았니?"
   장민애는 붉어진 얼굴로 머리를 B덕였다.
   "참, 김원국 사장한테서는 또 만나자는 이야기 없던?"
   "fl . "
   "없어? 그냥 혜어졌어?"
   "네, 그냥."
   "그 후로도 연락 없고?"
   "01. "


   정재희는』1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이철주사장이 그녀를 곁에 앉히고 올 나이트를 하라고 지시하였을 때는

그가 무슨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을 하였었다.
   "김 사장이 무슨 이야기 않더냐구 한번 물어봐."
   다음날 이 사장이 정채회에게 말했다.

정재회가 장민애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으나 신통한 이야기가 없었다.

이철주에게 그대로 전하자 그는 이렇다저람다 말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정계회는내심 짐작되는 것이 있었다.

 장민애는 신이 난 듯 바쁘게 옷을 갈아입었다.

정재희는 길게 기지개를 켰다.

미용실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최충식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강만철의 주의를 받았으므로 그는 조깅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아침 6시였다.

아무리 부지런한 박재팔의 부하라 하더라도 조깅을 하는 최충식을 미행하지는 않으리라 믿어졌다.
   "행넘, 불편한 건 없으신교?"
   최충식이 가뿐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아마도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뛰어올라온 것 같았다.

김원국의 지시를 받고 어첫밤에 도착한 강만철은 부산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최충식이 필요했다.
   "오늘 밤부터 나는 박재팔의 업소를 혼자 돌아다녀 보겠다. "
   "행님 혼자서 말앉린"
   "그래, 자네 애들하고 같이 다니면 불편해, 그리고 눈치채이기도 쉽고. "
   "행넘이 오신 것은 지 혼자만 알고 있는 기라요."
   "내가 며칠간 월 알아벨 수는 없을 거야.

   그저 어떻게 돌아가고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만 알면 돼. 형님의 지시가 있기도 했지만 말야."
   "부산은 오랜만에 오셨지예?"
   "그래, 5년 만이지. 하지만 앞으로는 자네가 여기루 오지 발고 딴 데서 만나자구."
   "행넘, 그렇게까지 조심할 필요 있능교?"
   "철저히 해서 나를 건 없어."
   강만철은 박재팔이 장악하고 있는 업소들의 이름과 위치를 물었다.
우선 하나씩 그 업소들을 돌아다녀볼 작정이었다. 부하들을 시킬 수도
있었으나 사정을 알아내려면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 보는 게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최충식은 이제 완전히 제일상사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라스베가스'는 일류급 나이트 클럽이었다. 서울에 내놔도 일류급으로 단연 돋보일 것 같았다.

서울의 '블루스타'도 화려하였으나 '라스베가스'는 규모는 약간 작은 것 같아도 장식과 배치가

짜임새 있었다.

강만철은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흘 안으로 들어딘다.

초저녁이라 빈자리가 많을 줄 알았으나 손님들이 가득 자리를 해우고 있었다.
   일본인 관광객들도 보였다. 왁자한 웃음소리와 일본말로 부르는 소리,

 지껄이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렸다.

강만철은 주머니에서 집히는 대로 1만 원권 3장을 웨이터에게 주었다.
   "나, 여기 앉겠다. "
   일본인들 옆좌석이었다.

의자가 6개 놓인 빈 좌석이어서 혼자 온 손님을 않히기에는 계산이 맞지 않을 것이다.
   "네, 손넘이 더 오실 모양이군요."
   웨이터는돈을호주머니에 집어 넣으며 말하고는 탁자위의 붉은등을 켰다.
   "술은 양주로 올릴까요?"
   "그래, 안주는 알아서 가져오고."
   "아가씨는?"
   "불러와."
   웨이터는 신바람이 나서 돌아셨다.
   "이봐, 나카무라상, 저애 괜찮낀 오른쪽에서 춤추는 애 말이야."
   옆자리의 일본인이 동료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대 위에는 3명의 댄서들이 춤을 추고 었었다.

  일본말을 아는 강만칠은 잠자코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어때? 마음에 들지? 하고 싶어?"
   "시켜 줄 거야
   "말만 해, 하고 싶으면."
   그들의 말은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묻혀 잠시 동안 들리지 않았다.
술과 안주가 날라져 왔다.

여자가 한 명 웨이터를 따라와 얼음통과 잔 을 내려놓는 걸 돕더니 그의 옆에 와 않았다.

흠잡을 데 없는 미모였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강만철의 눈치를 보지도 많았다.

표정 없는 얼굴이 오만하게 보였다.

그녀는 빈 잔에 술을 따랐다.
   "넌 빠꾸 당해 보지 않았구나."
   그녀는 머리를 돌려 강만칠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표정이었다.
   "패요?제가 맘에 안 드세요?"
   그렇다고 하면 당장에 일어설 기세였다.

  이런 미모면 영업부장이 직속으로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단골이 많아서 말발도 셀 것이다.

 강만철은 히죽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가슴이 부글거렸으나 모나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현관의 안쪽에 서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영업부장을 바라보았다.

 최충식의 말로는 그의 이름이 민성일이고 박재팔의 오른팔이라고 하였다.

 그는 2명의 웨이터를 세워 놓고 무어라고 나무라는 모양이었다.

 쟁반을 옆구리에 핀 웨이터들은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사복을 입은 장군이 신참 소위를 나무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두 한잔 주세요."
   여자가 술을 따라 랄라는 듯 빈 잔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퍼뜩 강만칠이 얼굴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이내 술병을 집어 들었다.
   "내가 깜박 잊었군."
   여자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흘 안은 음악과 소음으로 떠들썩했다.
   "오늘 박상은 안 나오나?안 보이는데?"
   옆쪽에서 다시 일본말이 들렸다.
   "곧 나오겠지. 나오면 부탁해 보라근"
   "그것 정말 되겠어?"
   "된다니까 그러네. 걱정 말아."
   그들은 4명이었고 각기 여자들을 한 명씩 끼고 않아 있었다.

  다시 떠들썩한 웃음소리에 말은 들리지 않았다.
   "누구 다른 분들 오세요?"
   옆에서 여자가물었다.

  흘에 빈 자리가 없어서 현관 앞에는 10여 명의 손님들이 몰려 서 있었다.

  몇 명의 웨이터가 강만철이 앉은 테이블을 기웃거리다가 돌아가곤 하였다.
   "왜?"
   "빈자리가 없어서요. 여긴 자리가 4개나 남군‥‥‥‥
   강만철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강만철의 담당 웨이터가 다가왔다. 그는 얼굴에 가득 미안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
   "저, 일행이 안 오시면 오실 때까지 합석을 좀 하면 안 될까요?

일행 오시면 제가 틀림없이 자리를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
   아마 그는 영업부장에게 한바탕 당했을 것이다.

강만철은 머리를 끄덕였다.

곧 3명의 일본인들이 그들의 데이블에 합석하였다.

그들은 일본말로 양해를 구하며 랄았으나 강만철이 못 들은 척하자

이내 저희들 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장사는 잘 되고 있었다.

이 정도로 1년만 되면 쓸 건 다 쓰고 밑천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형님은 오시지 않나?"
   옆쪽에서 일본말이 다시 들렸다.
   "지금 바쁘셔, 보스는."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오신다면서?"
   "그걸 우리 같은 똘마니가 어떻게 알아? 시키는 대로만 할 뿐이지."
   강만철은 짜증난 얼굴을 하고 있는 옆의 여자를 돌아보았다.

   "옆에 있는 일본사람들 여기 단골이야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자주 와?"
    "네, 매일 와요."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모르고 있군그래?"
   "전 안미혜예요."
   "난 미스터 강이야."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는 둥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함에도 그녀는
잠자코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서울에서와 비슷한 병신춤이 시작되고 있었다.
   장민애가 집에 들어가자 부엌에 있던 어머니가깜짝 놀라 달려나왔다.
   "아니, 민애야, 연락도 않구 웬일이냐
   식구들은 그녀가 대구에 있는 회사에 취직하여 기숙사에 들어가 있는 줄 알고 있었다.

지매인인 고 아저씨가 어머니를 찾아가 그럴 듯하게 직물회사의 인사부장 노룻을 실제

인사부장보다도 더 의젓하고 믿음직하게 해내었기 때문이다.
   "웬걸 이렇게 사 왔어? 너 월급 딘니?"
   그녀가 사 들고 온 보따리를 보면서 어머니가 눈을 둥그렇게 줬다.
   "응. "
   "오늘이 20일인데 월급날이 언전데 그러냐
   "15일."
   방문이 열리며 고2짜리 남동생이 잠이 막깬 얼굴로 나왔다.
   "어어, 누나 왔어?"
   "응. 오늘은 일찍 끝났니?"
    "토요일 이 잖아."
    "그렇구나."
    동생은 보따리를 풀어 헤쳐 생과자를 찾아냈다.
    "아무래도 이건 내 몫 같은데."
    "=1래, 먹 어, "
    오래간만의 따사로운 분위기에 장민애는 편안해졌다.

  그녀는 지갑을 꺼내어 25만 원이 든 봉투를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선물과 고기를 사고 남은 돈이었다.

  지갑에는 1만 원 가량의 돈이 남았으므로 충분하다.
   "이게 뭐냐?"
   "월급 탄 거야. 30만 원 가져왔는데 이것저것 사고 25만 원 남았어."
   "아니, 너는 어떻게 하려구?"
   "난 걱정말아 엄마. 먹여 주고 재워 주고 하니까 돈 안 들어."
   "도대체 월급은 얼마나 되니?"
   어머니는 봉투를 받으려 하지 않고 물었다.
   "응, 50만 원 가량 돼."
   "많은 편이구나, 그럼."
   "이번에는 한 달이 안 돼서 그래. 다음 달부턴 나 다 쓰고 30만 원씩 보낼게."
   어머니는 눈물이 글생해진 얼굴을 숙였다.
   "네가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이것아,제멋대로 휴학을 해놓고서

   이렇게 에미 애비 오장을 및어놓니?"
   어머니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동생인 재호는 시무룩해지더니

  과자봉지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재호 대학 들어갈 때까지만 직장 다닐게, 엄마."
   그러나 재호가 대학에 들어가게 돼도 3명이 함께 대학에 다닐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을 그들은 알고 었었다.

시골 국민학교 교감인 아버지의 월급은 이것저것 합해서 1백만 원이 조금 넘었다.

그것으로 대학생 둘과 고2짜리 학비를 대기에는 덕찬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도 제 용돈 버는 것이 고작이었다.

장민애는 부모 몰래 휴학계를 내고 부모의 짐을 털어 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취직을 하려고 선배들과 친지들을 찾아다녀 보았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대학을 중희한 학력은 인정도 해주지 않고 고즐로 취급해서 얻어 걸리는 곳은

일반 사무직으로 30만 원 평균의 월급이었다.

그것도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한 달 가량 출근하고 나서 장민애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조그만 무역회사에서 커피 심부름이나 하고 은행에 심부름을 가는 것이 싫었다.

생활의 급격한 변화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그녀는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일주일쯤 집에서 쉬고 난 장민애는 우연히 '귀빈'을 발견한 순간 마음을 정했다.

그러곤 불쓱 들어선 것이었다.
   정 마담이 친절하기도 했지만 장민애는 거부반응이 일지 않았다. 이
것도 당당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목적이 돈 버는 일인 바에야
자신의 미모를 상품으로 실컷 벌어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와서야 비로소 자신의 용모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그것이 자랑스러줬고 웃 남자들,나이 많고 돈 많은 사람들이
호의를 보이고 추근대는 것을 보면 즐거웠다.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장민애의 아름다움을 부러워하고
질투하였다. 그녀는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여기는 용모와 몸매로써 일단 판가름이 나 버리는 것이다. 생활환경이
나 학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가
있었다. 이제까지 그녀가 지내왔던 저쪽은 그것을 먼저로 치고 있는데 말이다.
    "오늘은 아버지도 오실 게다. 널 보면 반가워하시겠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아버지는 시골에서 서울로 을라와 가족들을 보곤 하셨다.
    "재성인 어디 갔어, 엄마?"
   그녀는 대학 1년생인 바로 밑동생을 찾았다.
   "갠 점심 때 친구 만난다고 나갔다. 곧 들어오겠지."
   어머니는 활기를 찾고 있었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활기차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매달 살아가는 것이 언제나조마조마하였는데 민애가 생활비까지

보내 준다고 하니 일순간에 걱정과근심이 달아나 버린 것 이다.

마침 월요일에는 재호 과외비 15만 원이 필요한 참이어서

이번 토요일 올라오는 남편한테 어떻게 이야기하나 걱정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민애를 바라보자 자꾸만 목이 메었다.

다른 사람들은 부모 잘 둔 덕에 제 자가용을 굴리면서 학교를 다니는데

민애는 부모를 잘 못 만나 제 동생들 학비를 도와 주려 학교까지 휴학한 생각을 하면

다리에 힘이 빠져 아무곳에나 주저않고 싶었다.
   "엄마, 내가 도와줘?"
   동생과 시시덕거리던 민애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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