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1. '제비' 다리를 분지르다

오늘의 쉼터 2014. 11. 30. 10:54

 

◐ '제비' 다리를 분지르다 

 

  카바레의 주차장은 차가 가득 들어차 있어서 세울 곳이 없었다.

유철은 혀를 차더니 카바레의 현관에다 차를 세웠다.

제복을 입은 웨이터가 그를 바라보았다.
   "월 봐? 이 자식아, 딸리 차 받쳐 놔!"
   웨이터는 깜짝 놀란 듯 허리를 꺾었다.
   그에게 열쇠를 던져 준 오유철은 됫좌석에서 내리는 조웅남을 위해
문을 잡고 비켜섰다.

조웅남은 1미터 90센티미터의 신장에 120킬로그 램의 몸무게이므로

앉으나 서나 드럼통이었다.

꾸무럭대며 내린 조웅남은 못마땅한 듯 인사를 하는 웨이터를 흘겨보았다.
영업부장인 강철이 달려나왔다.
   "아이구 형님, 어서 오십시오."
   "야 임마, 형님 모시고 온다고 했으면 차 세울 데라도 만들어 畿어야 할 거 아냐 
오유철이 그를 보고 핏대를 세웠다.

강철이 퍼뜩 인상을 썼으나 조 웅남 앞인지라 잠자코 머리를 숙였다.
   "형님,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
강철이 앞장을 서서 흘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 7시인데도 흘은 사람 들로 가득 차 있었다.

카운터 앞에는 10여 명의 남녀가 빈 자리가 나기 를 키다리며 서성대고 있었다.
그들은 흘의 안쪽에 있는 데이블에 앉았다. 무대와 흘 전체를 바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강철이 미리 준비시컨 모양으로 그들이 자리를 잡고 當자 술과 안주가 날라져 왔다.
무대에서는 10인조 맨드가 연주하고 있었다.
반들거리는 플로어에는 부둥켜안고 출을 추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 어서 충을 추는지

서 있는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조웅남은 혀를 차고는 오유철을 돌아보았다.

오유철이 히죽 웃었다.
   "형님, 형님한테는 이곳이 체질에 맞지 않으실 겁니다. "
   "시끄러 이눔의 시키야. 얼릉 얘기나 혀."
   테헤란로에 있는 '대성' 카바레도 제일상사에서 관리하는 업소 중의
하나였다. 제일상사에서 주류를 공급해 주고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것
이다. 영업부장인 강철도 제일상사의 파견사원이었다.
   오후 3시쯤 강철이 회사에 전화를 걸어왔다. 강철과 친구 사이인 오
유철이 전화를 받자 그는 저벽 7시에 웅남이 형님을 모시고 와 달라고
하였다. 상의할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강철이 서둘러 얘기를 꺼띤다.
   "형님, 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처리하기 어려워서‥‥‥‥
   그는 수건을 찌내 이마의 땀을 밖았다.
   "뭐여? 얼룽 말혀, 감질나게 허지 말고."
   조웅남이 짜증난 듯 물었다.
   "단골 하나가 제비한데 걸린 것 같아요. 해결해 달라고 통사정입니
    "ff71 Wl ."
조웅남의 얼굴이 험상궂게 변했다.

두툼한 입술이 꾹 다물어졌고 가늘고 반짝이는 눈을 잔뜩 크게 뜨고는 강철을 노려보았다.
    "야, 이 새끼야, 그것 하나 처리허지 못한단 말여?"
    "아니,형님,그렇게 생각하시지 마세요.제가 해결사 노롯을 해 버 리면 영업이 안 됩니다.

     손넘이 피질 않아요."
강철이 열심히 말했다.
   "그게 무슨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여?"
   "저희들은 그냥 놔두는 것이 장사에 이롭습니다.

제비건 살정이건 저희들끼리 술래잡기를 하든지 잡아먹든지 놔둬야 해요.

솔직히 계비 가 서넛은 있어야 카바레가 활기가 납니다.

그것들을 우리가 잡아내면 아마 손님은 몇 사람 안 될 겁니다. "
   "1런디?"
   "그런데 이번 경우는 좀 달라서,그렇다고 제가 나서기에는 손님들 에게

너무 얼굴이 알려졌고 해서요, 그래서 형님께 상의해 보려구요."
   "말허랑게."
   강철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두어 달 전부터 멀끔한사내들셋이서
'대성' 카바레에 드나들기 시작하였다.

강철은 첫눈에 그들이 제비인 줄 알았다.

駱대 후반인 그들의 춤 송씨는 강철이 보아도 일류급이었

여자들은 그들 앞에서는 오금을 펴지 못했고, 속된 말로 그놈들과
한번 출을 추고 나면 오줌을 블 정도였다.

여자들은 서로 그들과 춤을 추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들이 끌고 온 손님들도 여릿이었으므로 강철 은 내버려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단골인 황 여사가 강철을 찾아왔다.

切대의 그녀는 카바레에 출입한 지 1년이 넘었으나 남자 관계가 없는 것을

강철은 잘 알고 있었다.

1, 2시간 춤을 즐기고는 칼로 내려차듯 카바레를 나서면 정숙한 부인이 되는 그런 여자였다.

남편이 사업을 하고 있었고 몇 번은 남편과 함께 오기도 했었다.

그런 그녀가 강철에게 눈물을 쓸으며 하소연하였다.

계비에게 걸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심을 하였는데 넘 어간 것이다.
   그 사내가 바로 3명의 제비 중 하나인 유 전무란 털끝한 녀석이었다.
그는 돈이 필요하다든가, 월 사 달라든가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대신 시도 때도 없이 집으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있거나 남편 이 있을 때에도 불쪽 찾아와 들어오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남 편과 함께 커펴를 마시고 나간다고 하였다.
   "그럼 남편한테는 뭐라고 했나?"
   오유철이 물었다.
   "친구 동생이라고 했다는군, 진땀이 났겠지, 바람 한 번 피우고 나서 말이야."
   "그래, 원하는 걸 말 안 해?"
   "그걸 말 안 한다는 거야. 그했으면 속이라도 시원하겠대.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아서 돈은 얼마나 주면 되느냐고 물어 왔다지?"
   "그했더니?"
   "그냥 웃기만 하더래."
   "그 황 여산가 하는 여자, 기가 막힌 것 갖고 있는 거 아니냐
   "미쳤냐 강철이 농담하지 말라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
   "안 되겠어. 황 여사 말을 듣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그놈들 파트너로 하던 여자들이 몇 명 있었는데 요증 보이지가 않아.

이젠 그 새끼들 정리해야겠어."
    강철은 말없이 앉아 있는 조웅남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갸들 오늘도 나오냐

조웅남이 입을 열었다.
    "네. 9시면 세 놈이 꼭 옵니다. 요즘 며칠은 빠지지 않고 오고 있어요. "
    "그러먼 나한티 알려 줘. 그 유 전문가 하는 놈 말여."
    "fl ."
    강철은 마음이 놓였는지 가벼운 표정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딘다.
    조웅남은 맥주잔에 양주를 가득 따라 꿀꺽거리며 마딘다.

오유칠이 잠시 그를 바라보았으나 머리를 돌렸다.
    "색을 년들, 집에 가서 밥이나 허지 지랄들을 허능고만."
   조웅남이 혼잣소리로 투덜거렸다.

9시가 조금 넘었을 때 강철이 테이블로 다가와 식탁보를 고쳐 놓는 척하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저기, 벽 쪽에 앉아 있는 정장 차림의 세 놈입니다. 제 뒤쪽에 큰 화분 보이죠?

그 화분 옆에 있는 놈들입니다. "
    강철은 그들의 테이블을 떠났다.

3명의 사내가 여유 있는 몸첫으로 지껄이며 플로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님 어떡할까요?"
   그들을 바라보며 오유철이 물었다.
   "월 어떡허기는, 그냥 내싸둬 봐."
   조웅남이 느긋하게 말했다.

그는 잔에 술을 채워 다시 마셨다.
   "아니 언제는 안 온다고 신경질 내고, 이제는 내버려 두라니외"
   "야, 쟈들도 목이나 측이게 허자."
   "허참, 기가 막혀서."
   그러나 조웅남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궁리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계집을 팔아먹거나 계집 등쳐먹는 놈이 제일 추점스럽다고 그는 믿었다.
어떻게 하면 화끈하게 요절을 낼까 궁리하고 있는 것이다.
   조웅남이 그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그 중 펀색 양복 을 입은 사내가

일어서서 플로어 쪽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그는 플로어 근처의 데이블에서 일어선 한 여자의 손을 잡았다.

세련된 자세였다.

그는 미끄러지듯 플로어에서 몇 번 맴을 돌더니 사람들 사이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그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두 사내가 일어서서 각각 짝을 찾아 플로어로 나갔다.

조웅남은 갑자기 이마가 지끈거렸다.
    "야, 웨이터 불러서 그 머시냐 유 전문가 허는 놈 사람이 찾어왔다고
 현관으로 나오라고 혀. 우리는 현관에서 기다리자."
   오유철이 재빠르게 일어서서 강철에게 다가갔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밤 공기에 정신이 번책 들었다.

오유철이 서둘러 나왔다.
   "곧 나을 거요, 형님, 이야기했습니다. "
    그들은 현관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들어가는 사람은 제법 있었으나 나오는사람은 거의 없었다.

횐색 양복을 입은 사내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잠시 조웅남을 바라보았으나 이내 시선을 돌리고 두리번거렸다.

35, 6살은 되어 보였다.

해사한 얼굴과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오유철이 보기에는 여자들이 따를 스타일이었다.

조웅남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딱 후장 돌리기에 알맞는 놈이었다.
   "나여, 내가 찾었어. 니가 유 전무여?"
   조웅남이 말하자 그는 미간을 좁히고 조웅남에게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확인해 보려는 듯한 몸짓이었다.

갑자기 퍽 소리가 났다.
가까이 온 유 전무의 턱을 조웅남이 법다 후려갈긴 것이다.

그저 배가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을 뿐으로 그는 그 자리에 엎어져 버렸다.
   "아이구,정말, 형님, 그렇게 무조건 두들기면 어떡해요?우선 말이나‥‥‥‥
   "씨발놈아, 시끄러. 어서 차나 券아와."
   엎어진 유 전무를 들어 한 팔로 옆구리에 끼고 조웅남은 주위를 두
리번거렸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힐끗거렸으나 멈추지는 않았다.
   오유철이 서둘러서 차를 앞에다 세웠다.
   "야, 트렁크 열어라."
   조웅남이 소리치자 오유철이 유리창을 내리고는 울상을 지었다.
   "형님은 비디오를 너무 봐서 문제요, 문제, 뒤에다 싣고 갑시다. "
   조웅남은 혀를 차고는 유 전무를 됫자리 바닥에 깔고 의자에 앉아 발로 밟았다.
   "형님,그 자식 어디 있어요?"
   운전을 하던 오유철은 룸 미 러에 유 전무가 보이지 않자 물었다.
   "내가 바닥에다 깔었어."
   "나 참, 그런데 어디로 갑니까?"
   "그게 가만 있자, 느그 집으로 가자."
   "우리 집요? 안 돼요. 말도 안 됩니다. "
   "워가 안 돼? 가자구 이 새끼야."
   "글쎄, 안 된다니까요."
   그는 의외로 완강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대성 카바레 근처의 조그만 카페였다.

오유철의 후배가 관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비틀거리는 유 전무를 앞세우고 들어셨다.

다행히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야, 문 잠가 버려라."
   오유철이 말하자 그는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는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분위기를 알아챈 것 같았다.
   "왜 이러는 겁니까?도대체 이게‥‥‥‥
   유 전무는 정신이 들자 머리를 흔들면서 그에게 물었다.

의자에 랄 았으나 상체가 건들거렸다.

   "너를 재판 헐라고 혀."
   조웅남이 말했다.
    "즉결 재판여."
   조웅남이 오유철에게 말했다.
   "야, 거시기 그 여자를 이리 오라고 혀. 연락혀서 빨리 오라고 혀. 알었냐
   유 전무는 정신이 드는 모양인지 조웅남을 바라보았다.

턱이 딸갛게 부어 있었다.
   "되 이름이 뭐여?나는 한 번씩만 물을 텡게 얼릉 대답혀.이름이 뭐여?"
   "유일수입 니다. "
   "뭐 허고 있어?"
   "이 써발놈이!"
   "놉니다. "
   조웅남의 손바닥이 날아가 유일수의 帶을 쳤다.

휘청하고 그의 머리가 돌아왔다.
   "그러면 그렇다고 랄리 대답혀야지, 이 새끼야. 각시 있어?"
   "01, "
   "새끼는?"
   "있습니다. "
   "몇 명여?"
   "둘입니다. "
   "뭘로 먹고 살어?"
조웅남이 주먹을 조금 쳐들었다.
"저축해 둔 돈이 조금 있습니다. "
"뭐여? 뭐혀서 저금혔어?"
   조웅남이 발을 들어 그의 가습을 참다.

의자와 함께 그는 뒤로 넘어졌다.
   "내가 다 알어봐서 그짓말이먼 너는 송장이 되는 거여."
   유일수는 의자에 앉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마롯바닥에 앉았다.
   "월로 저금혔어?"
   "저,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
   "정말여?"
   ‥‥‥써1 ."
   "너, 거기서, '대성'에서 만난 여자 하나 덕었지?"
   "네? 아, 네."
   "왜 그 여자 따러붙는 거여?"
   그제야 유일수는 이렇게 곤욕을 치르는 이유를 깨달은 것 같았다.
눈을 크게 뜨고 조웅남을 바라보았다.
   "너, 대답 안 헐 거여?"
   "사랑, 사랑하기 때문에‥‥
   조웅남이 히죽 웃었다.
   "정밀직"
"네, 정말입니다. 진정입니다. 그래서
"알었어."
   오유철은 전화를 거는 중이었다.

조웅남은 선반에 놓은 양주병을 집 어 들고 마개를 합다.

병째로 입에 대고 몇 모금을 마셨다. 식도를 따라 열기가 번져 나갔다.
   오유철이 자리로 돌아왔다.

"온다냐
    "네, 온답니다. 여기서 멀지 않구먼요."
    유일수가 불안한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30분즘 지나서 카페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유철이 나가보니 강철과여자 1명이 서 있었다.

 여자는 황여사인 모양이었다.
    "황 여사넘, 여기 얘가 내 친굽니다. 잘 해결해 줄 겁니다.

걱정 마시고 들어자 보세요."
    "그럼 강 부장은?"
    그녀는 불안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난 들어가기가 입장이 조금 불편합니다. 이해하세요."
   40대라던 황 여사는 30대로 보였다.

후리후리한 체격에 옷맵시도 세 련되어 보였다.

갸름한 얼굴에 화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결심한 듯이 오유철을 따라 들어왔다.

카페 안은 팅 비어 있었으므로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유일수를 보고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시선을 돌린 그녀는 그녀를 바라보고 선 조웅남의 거구에 다시 소스라 치듯 놀랐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비틀거렸다.

조웅남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다시 술병을 거꾸로 들어 몇 모금을 마셨다.

그는 의자에 랄아 오유철에게 말했다.
   "야, 거그 아줌마도 의자 하나 줘라."
   오유철이 의자를 그녀의 뒤에 가져다 놓고 자신도 그녀 옆에 맞았다.

유일수를 중심으로 3명이 그를 바라보고 부채꼴로 앉은 셈이 되었다.
   "자, 그러면 즉결 재판을 시작혀야지. 야 유철아,

거그 야구빳다나 몽둥이 아무거나 있으면 갖고 와라."
   "또 야구빳다요?"

   "이 씨발놈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시에미 노롯을 허능가 모르겠네.
    빨리 안 갖고 와?"
   오유철이 일어서더니 나갔다.
   "그러면 시작혀 볼까?"
   조웅남이 술병을 내려놓고 황 여사를 바라보았다.
   "아줌마는 이 새끼 아쇼?"
   황 여사는 뭔가 이상하고 야릇하여 얼른 분위기에 적웅이 되지 않았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모두가 진지하였다.

바닥에 주저앉은 유일수는 진지함이 지나쳐 잔뜩 긴장하고 있었고 옆에 앉은

사투리를 쓰는 거구의 사내도 열심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녀를 위한 일이었다.

그토록 그녀를 괴롭히던 유일수가 딘을 잃은 얼굴로
마루에 주저않아 있는 것이 그녀의 가습을 울렁이게 하였다.

그녀는 성실하게 대답하였다.
   "네, 알아요."
   "이 새끼가 아줌마를 먹었능가요?"
   "f1?"
   그러다가 잠시 후 말뜻을 알아차린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오유철이 각목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가로 세로 5센티미터는 되어 보였고 길이는 1미터 가량이었다.
   조웅남은 만족한 듯 각목을 한 손으로'들고 무게를 달아보듯 몇 번 흔들어 보았다.
    "저 새끼는 먹었다고 허던디? 얼릉 대답혀 보쇼."
    ‥‥‥‥ 네. 육체 관계가 한 번 있었어요."
    얼굴이 새빨개진 황 여사가 말했다.

    그녀는 얼굴을 숙였다.
    "쟈가 못살게 굴덩가요? 맨날 찾아오고 헌담서요?"
    "네, 그래요."
    그녀는 얼굴을 들었다.
   "자살하고 싶어요. 악마 같아요. 정말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사정도 해보았어요.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도 해보았어요.

자식과 남편을 버릴 수 없다고 매달려도 보았어요.

돈이 필요하면 필요한 만름 힘 닿 는 데까지 모아 보겠다고 했어요‥‥‥‥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재판관인 조웅남에게 말하였다.

간절한증언이었다.
   "매일 집에 찾아와요. 애아빠가 있을 때에도 불쓱 들어와서 웃어요.
정말 죽이고 싶어요. 죽일 힘이 없으니까 죽어 버리고 싶었어요."
   "뭐라고 허덩가요?"
   "아무 이야길 안 해요.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니까 없다고만 해요.
  자기는 독신이라고 했어요."
   "그리서요?"
   황 여사는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처었다.
   "매일 그래요. 매일‥‥‥‥
   "자아, 그러떤 인자 너한티 묻는다. "
   조웅남이 유일수에게 돌아밝았다.
   "너는 왜 그린"
   "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황 여사를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잔심 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래서‥‥‥‥
   "거짓말! 거짓말 말아!"
   황 여사가 주먹을 움켜쥐고 부르펄었다.

   조웅남은 손을 들어 황 여사를 말렸다.
   "그리서?"
   "그렇기 때문에 찾아간 겁니다‥‥‥‥
   "너 아까 각시가 있고 새끼가 둘 있다고 했지?"
   "말 안 혀?"
   황 여사가 앞에 앉아 있으므로 그는 자존심이 머리를 드는 모양이었다.

갑자기 조웅남은 발을 들어 그의 얼즐을 걷어잡다.

코를 싸쥐고 유일수는 엎어졌다.
   "일어나지 않으면 쥑일 꺼여."
   조웅남이 낮게 중얼거리자 그는 상체를 일으켰다.

두 손으로 코를 싸쥐고 있었으나 손과 얼굴이 피투성이였다.
   "각시허고 새끼들이 있는디 어절라고 그렸냐?

남편하고 자식이 있는 여자헌티? 똑바로 말혀!"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맹세합니다. "
   "내가 재판허는 거여, 이 새끼야. 어쩔려고 그렇게 엉겼어? 솔직허게 얘기혀!"
   "이 씨발놈이."
   조웅남이 자리에서 일어싫다.
   "야,너 딸리 이야기 안하면 나도 책임을못 져!  빨리 이야기하고끝내, 이 병신아!"
   오유철이 옆에서 汝리쳤다.

황 여사는 조웅남의 기세와 유일수의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보고 나서는

기가 질려 침을 삼키고 않아 있었다.
   "말, 말하겠습니다. "
   "숨 넘어간다, 빨리 말혀!"
   "돈을 뜯어 낼려구 했습니다. "
   "얼마나?"

   "얼마나? 얼래? 이 새끼 봐? 대답 안 혀?"
   "될 수 있는 대로‥‥‥‥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 01."
   조웅남은 입맛을 다시며 황 여사와 오유철을 바라보았다.
   "재판 끝, 아니, 심문 끝이다. "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절대로, 맹세합니다. 봐주십시오."
   유일수가 중얼거렸다.
   "인자 집행을 혀야지."
   조웅남은 각목을 움켜쥐었다
   "너는 병신이 되어야 혀 춤을 못 추게 다리 한 개만 병신을 맹글어
주께, 내가 봐주는 거여 "
   조웅남은 각목을 쳐들자마자 유일수의 다리를 힘껏 내려쳤다.
   "으아악!"
   및어질 듯한 유일수의 비명 이 들렀다.
   "아악!"
   늘란 황 여사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짧게 외쳤다.

   오유철이 입맛을 다셨다.
   "야, 이 새끼 병원에다가 던지고 오너라잉?"
   기절해 버린 유일수를 내려다보며 조웅남이 말했다.
   "아, 나는 형님 똥이나 치우는 놈이오?"
   오유철이 역정을 띤다.
   "글씨 말여, 지발로 병원에 갔으면 좋겠는디 속 썩이는고만잉?"
   오유철은 투덜대면서 유일수를 들쳐했다.

  조웅남은 넋을 잃은 채 않아 있는 황 여사를 바라보았다.
   "아줌마는 인자 집에 가보쇼."
    "f1? fl ."
    황 여사는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근디 말요."
    조웅남이 입을 열자 그녀는 긴장하여 그를 바라보았다.
    "자는 인자 정신이 들었웅게 아즘마한티 안 을 거요.

    긍께 아줌마는 맘 놓고 캬바레 가게 되겼네요잉?"
    황 여사는 머리를 숙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 제가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조웅남은 잡자코 있었다.
   "어떻게 신세를 갚아야 되죠?"
   "나한티 빛졌어인 놔 두쇼. 나는 여자 둥쳐 먹는 놈이 딱 질색이라 그렸던 거요."
   "형님, 문 좀 열어 주쇼!"
   유일수를 들쳐업은 오유철이 문 앞에서 소리를 질렸다.

조웅남은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

그에게 여자가 이런 식으로 대해 오는 것도 딱질색이었던 것이다.
   "네놈이 형 집행관이딘 아니면 판시 말을 해봐 이 자식아!"
   김원국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앞자리에는 배탈이 딘 듯한 얼굴로
조웅남이 앉아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런 저승사자 같은 자식이 있나? 네놈이 뭔데 사람을 병신을 만들고 다녀?"
   조웅남은 힐끗 김원국을 바라보았으나 다시 시선을 돌리고 딴전을
부렸다. 문 앞에는 오유철이가 서서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도 공범
인지라 언제 불똥이 월지 몰라 가승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아침에 김원국이 출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여직원인 미스 리가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사장닌 조 부장넘이나 오유철 씨를 찾는 손넘이 오셨는데요. 어떡하죠?"
    "왜, 조 부랄은 어디 却"
    그들이 오전에는 거래처에 돌아다니는 것이 숩관이 되었으므로 그렇게 물었다.
    "오전에는 여러 곳 돌아다니시다가.후에 들어오신다고 했는데_e.. "
   "그럼 그렇게 전해 드려.그런데 누구이?무슨 일로 오셨는지 물어봐. "
   "웬 부인이에요. 멋쟁이예요."
   조웅남에게 멋쟁이 부인 손넘은 의외라는 말투였다.

그녀는 방을 나갔다.

김원국은 피식 웃었다.

잠시 후 미스 리는 웬 부인과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사장넘이세요? 실례합니다. 잠판 전해 드릴 것이 있어서요."
   그러는 그녀는 미스 리의 말대로 화사한 용모의 세련된 부인이었다.
그녀에게 자리를 권한 김원국이 물었다.
"전해 주실 것이 있다니 뭡니까?"
부인은 핸드백에서 횐색 봉투를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이걸 여기 조웅남 씨에게 전해 주셨으면 해요."
"이건 뭡니까?"
"고맙다는 인사로 드리는 것이라면 아실 거예요. 그 오유철 씨한테요. "
"오유철이?" '
"네, 겨우 물어서 찾아왔어요." 
그러고서 부인은 일어서 나갔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김원국은 붕
투를 열어보았다. 놀랍게도 1천만 원이 들어 있었다. 5백만 원권 수표
두 장이 들어 있는 것이다. 궁금해진 김원국은 두 사람이 돌아오면 바 '
로 방으로 들여보내라고 강만철과 직원들에게 지시하였다.
   마침 오유철이 먼저 들어왔다. 그에게 김원국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오유철이 모두 틸어놓아 버렸던 것이다. 30분이 넘도록 야단을 맞고
있는 조웅남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고 믿고 있었으므로 견털 만한
것 같았다.
   "어느 병원에다 두고 왔어?"
   김원국이 오유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오유철이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강동 병원에 입원시켰는데요."
   "가족들에게는 연락했어?"
   "아뇨, 병원에 데려다 줄 때는 깨어나 있었습니다. "
   오유철이 풀이 죽어 말했다.
   "그래서 그냥 두고 왔단 말이지?"
   "잘들 들어. 그런 놈들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놈들이야. 남자로서
의 자존심도 없는 놈들이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놈들도 있어.

섣부르게 손을 봐서는 안 돼. 철저하게 해야 돼.

무조건 다리 하나 병신 만들고 화끈하게 끝난 것으로 믿고 싶겠지만

그게 안 되면 어떻게 할 테니"
   조웅남이 시선을 들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는 김원국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먼 형님, 쥑여 버릴 걸 잘못혔는 개비네요잉?"
   김원국은 입맛을 다셨다.
    "다음에 눈에 얼씬허기만 혀도 당장 해골을 부셔버릴 텐디요, 머."
    "가서 다시 확인해라. 철저하게 마무리를 하고 와라. 병원에 가란 말이야."
    "알았어요."
    "그리고 앞으로 내 허락 없이 이따위 짓을 했다가는 널 안 보겠어. 알겠어?"
    "알었당게요,"
   조웅남은 풀이 죽어 일어섰다.
    "그리고 이 돈 가져가라. 입원비나 내줘라."
    김원국은 봉투를 그에게 던졌다.

    봉투를 받아 안에 든 것을 꺼내본 조웅남이 놀란 듯 눈을 크게 었다.
    "어베, 천만 원이나 들었네."
    김원국은 다시 입맛을 다웠다.
   "빨리 나가!"
   그가 소리치자 조웅남은 5백만 원을 꺼내어 책상 위에 놓았다.
   "무슨 첫이야?"
   "그 새끼 입원비는 2, 3백이면 될 편디요,

    머. 그러고 이런 돈 가져가먼 내가 그 새끼허고 똑같게요?"
   "그럼 돌려 줘."
   "아, 입원비 내라먼서요? 그 씨발놈을 만나먼 그냥."
   조웅남은 투덜거리며 오유철을 이끌고 방을 나갔다.

김원국은 탁자 위에 놓인 5백만 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돈에 여유가 있으니까 카바레도 가고 바람도 피우고 싶었을 것이다.
오전에 본 화사한 차림새의 부인이 머리에 떠올랐다.

 깊은 밤이었으므로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건너편 빌팅의 불은 꺼진 지 오래였고 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소음이 간혹 들릴 뿐

주변은 적막에 싸였다.

남산 타워의 불빛이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였다.

김원국은 소파에 앉아 그것을 바라보면서 저곳에 가본 지도 패 오래되었다고
문득 생각하였다.
   10여 년 전 그가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번 가봤던 것 같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때이기도 했다.

사느냐 죽느냐가 실제 말 그대로 눈앞에 놓인 때였던 것이다.
   김원국은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린 사내들을 생각해 보았다.
꼭 누구를 꼬집어 낼 필요는 없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처럼 그들은 눈앞에 갖가지 모습으로 다가왔다가 사라져 버렸다.

모두들 뛰어난 사내들이었다.

힘이, 조직이, 재능이, 또 누구는 배경이 든든하였었다.
   '내가 그들보다 뛰어난 것은 무엇일까?'
   김원국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는 남산 타워를 바라보며 머리를 저었다.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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