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2. 암투의 시작

오늘의 쉼터 2014. 11. 30. 10:55

◐ 암투의 시작 

   
     '나보다 힘이, 또 다른 무엇들이 월둥한 보스들이 수없이 있었다.

가 그들과 다른 게 있다떤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돈에,여자에 또는 힘에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였다는 것이 다를 것이다. '
 적에게는 가차없이 냉흑성을 보여 처리하였으나

일단 밑에 들어오면 관대하게 베풀어 주었다.

끝없는 배신과 모략에서 견디어 내려면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했다. 흔들리지 않는

그 힘은 그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김원국은 생각하고 있었다.
    12시가 가까워졌을 때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fIAILf"
    강만철의 목소리가 빈 사무실에 크게 울렸다.
    "기다리고 계쇼, 사장실에."
    사무실에 흔자 앉아 있던 이동수가 대답했다.

사장실 문이 열리고 강만칠이 들어섰다.

김원국의 오른팔로 조좌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태생의 사내였다.

네모난 얼굴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35살의 총각이다.
 1미터 75센티미터의 신장에 75킬로그램의 단단한몸집을가지고 있 었다.

운동에도 뛰어났지만 관리 능력이 탁월해서 김원국의두뇌 역할을 하고 있다.
   "형님, 조금 늦었습니다. "
그가 들어오자 찬바람이 일었다. 바랄 날씨가 상당히 추운 모양이었다.

강만철은 그의 앞에 와 앉았다.
   "흥성철을 만나고 오느라 늦었어요."
   "왜, 문제가 풀리지 않아?"
   홍성철은 인력공급업체인 한강상사의 부장이다.  

한강상사 사장인 이철주의 심복으로 그가 실무책임자인 것이다.
    강남의 몇 개 업소에서는 계약을 맺고 출연하기로 한 몇 팀의 무용
수들과쇼단들의 결근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블루스타'라는 나이
트 클럽은 김원국이 직접 관리하는 업소임에도 누드 댄서들이 사흘째
나오지 않고 있었다. 계약금에다 출연료까지 모두 한강상사에 지불한
터였으므로 '블루스타'측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더욱이 '블루
스타'는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교 있었다.
손넘들이 모이지 않는 것이다.
   "이 자식이 우릴 우숩게 보는지 내일 알아보겠다고 하는군요.

자기도 몰랐다고 하던데요."
   "제가 직접 잡아오겠습니다. 한강인지 금강인지 맡기지 않으면 되지요 뭘."
   강만철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원국의 제일상사는 주류 공급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주류의 유통
과정에서 그것이 생산회사에서 바로 판매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리점이나 도매상을 통해야 하는데 그것은 생산회사에서 직접 판매를 하려

엄청난 인력과 관리가 필요하기 매문이다.

또한 생산회사측에서 보면 그것이 편리하기도 하다.

그들은 대리점이나 도매상을 관리하고 대금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김원국의 제일상사는 대리점이나 도매상에 주류를 판매해 주는 유통회사였다.

유흥업소의 텃세와 경쟁에 대리점이 직접 부딪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따라서 유통회사가 적절히 주류를 공급하고 수금해 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패냐하면 그들도 충분한 마진을 얻고 있기 때문이고 골치아픈 일들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유흥업소를 장악하면 주류 공급권을 갖게 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일상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유흥업소들의 영업부장으로 나가 있었다.

따라서 그들이 주류를 선택하여 구입할 권한이 있으므로 유통회사인

제일상사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업부장들은 업소의 관리에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었다.

그것은 매상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설도 시설이지만 여자들과 쇼가 중요하다.

댄서, 마술사, 누드쇼, 갖가지의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손넘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각 업소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인력공급업체인 한강
상사와 계약을 해야만 했다.

그러니파 실제 업소의 관리를 맡고 있는 제일상사의 부장들과 한강상사가 계약을 한다고

 봐도 되는 것이다.
   "그 자식들 아니꼬워서 눈뜨고 못 보아 주겠습니다, 형님."
    강만철이 다시 말했다.
   "이건 우리가 매달리는 꼴이 되어 버렸다니까요."
    김원국은 그의 얼굴을 보면서 잠자코 앉아 있었다.
   한강상사의 이철주 사장은 40대 후반의 부산 태생의 사내였다.

 20년이 넘도록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었고 1, 8년 전부터 서울 지역의

인력공급을 장악하고 있었다.

발이 넓어서 정계와 관계에 를이 많았다.

가 직접 경영하는 호화 룸살롱인 '귀빈'에는 내노라 하는 인사들이

이지 않고 찾아들었다.
   김원국은 그가 자신을 아니꼽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철주와는 주류 즘급권을 장악하려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치렀었다.

때의 서울 지역은 제각기 보스들이 난립한 상태였다.

모두가 한가락씩 하는 사내들이 요소를 장악하고 날뛰고 있었다.

삼청교육을 받고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또 그전에 재건대에 끌려갔다 와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유흥업소차 있으면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세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체의 보호와 판매를 위해 자생하는 것도 있으나 주변에서
몰려와 생기는 때도 있다.
   이철주는 자신의 힘보다 배후의 세력을 이용하는 편이었다. 공권력
과 업소의 사장을 우선 자기 힘의 기반으로 삼았다. 확실한 힘의 기반
이 없었다. 그의 주변에는 그의 돈을 탐내어 달려든 사람들뿐으로 그
를 위해 목숨을 버릴 동생이 없었다. 홍성철이 한 명만 제외하고는 지
금도 그렇다고 김원국은 생각했다.
   결국 하나씩 둘씩 업소를 장악하고 세력을 불려나간 김원국에게 이
철주는 쓴맛을 보아야만 했던 것이다. 칼잡이들을 고용한 기존조직과
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수십 번 줘고 이렇게 주류 유통업을 장악하
게 된 것은 모두 그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서 준 동생들이 있었기 때문
이라고 김원국은 믿었다. 서울 지역은 이제 제일상사의 장악하에 있었
다. 인천과 경기도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지방에도 유통의 대리점 형식
으로 직원들이 나가 있었으나 기존조직과의 마찰을 피하는 입장이었
고 그들도 제일상사와 적이 되려 하지 않았다. 김원국은 일단 그들을
인정해 주고 있었다.
   김원국은 이철주 사장과 약속한 '귀빈'으로 들어싫다. 이동수를 따
라오게 하였으나 그는 밖의 차 안에서 기다리게 하였다. '귀빈'은 이철
주가 운영하는 룸살롱이어서인지 아가씨들이 모두가 째어난 미인이었다.
   "어머, 어서 오세요, 김 사장넘. 지금 기다리고 계세요."
   현관 앞에서 기다리던 정 마담이 활짝 웃는 얼굴로 반겼다.

30대 초반의 그녀는분홍및 투피스를 입고 있었다.

몇 번 보았지만 언제나은 근한 향내가 풍겨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미인이었다.

그녀는 이철주의 정부라고 강만철이 말한 기억이 났다.
   "어, 김 사장, 어서 오시오."
    나이 차가 10년 가깝게 나므로 이철주는 '하오'와 '하게'를 섞어서 줬다.
    "기다리셨어요? 이거 미안합니다. "
    "아니 천만에, 나는 조금 더 늦게 왔으면 했는데.

여기 아가씨들하고 재미좀 볼까 하구 딸이야."
    그의 옆에는 2명의 여자가 論아 있었다.
    "어때, 김 사장, 이 둘 중에서 어떤 애가 마음에 들어? 난 도통 고르지를 못하겠어,

마음이 약해서."
   아가씨들 둘이는 생글거리며 않아 있었다.
   "어떠냐? 너희들이 우리를 골라 버려라, 응?"
   "난 사장님."
   이철주의 한쪽 팔에 짧은 머리의 아가씨가 매달렸다.
   "허어, 이년이 사람을 볼 줄 안다 말이야. 너 내 것이 괜찰다는 걸 정마담한데 들었지?"
   이철주가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밀어 넣으며 말했다.
   "아가씨들이 미인입니다그려."
   김원국이 여자들을 보며 말했다.
   "아, 그럼, 누가 골랐다고?마음에 드시오, 김 사장?"
   "그보다 난 할 말이 있어서."
   이철주는 힐끗 김원국을 바라보았으나 다시 시선을 여자에게로 돌렸다.

아직도 무용수들과 시간에 맞춰 출장오는 쇼단들의 지각과 결근이 계속되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업소측에서 한강상사에 사정도 하고 항의도 하는 모양이었다.

업소의 영업부장은 매상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김원국은 이철주에게 직접 전화를 하였다.

드문 일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정 마담이 들어와 이철주 곁에 앉았다.
   "제가 한잔씩 따라 올릴까인"
   이철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김 사장을 취하게 만들어 봐. 절대 취하지 않는 사람이야."
   "어에, 정말요?"
   정 마담이 김원국의 잔에 술을 따랐다. 횐 손둥이 매끄럽게 보였다.
   "요즘 애들 공급이 패 그렇습니까?"
   시선을 들어 이철주를 바라보며 김원국이 물었다.
   "아니 왜? 문제가 있소?"
   이철주가 놀란 듯 눈을 크게 했다.
   "난 아무 이야기도 못 들었는데?"
   김원국이 잠자코 있자 그는 뜻밖이라는 얼굴을 하였다.
   "우리 애들이 직접 잡아 온다고 하던데, 괜찰습니까?"
   이번에는 이철주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정색을 하고 김원국을 바라 보았다.
   "영업에 타격이 심하니까요. 걔들 통제가 잘 안 됩니까?"
   이철주는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표정을 감추고 있으나 자존심이 심하게 상했을 것이라고 김원국은 짐작하였다.
   "내일도 또 그런다면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씀드리 러 온 겁니다. "
   "김 사장, 걱정 마시오. 잘 되겠지. 난 모르는 일이었지만 어디 그런
일이 한두 번이외 합꾸 내는 것이. 자, 술이나 듭시다. "
   이철주가 술잔을 잡으면서 말했다. 김원국은 끄덕이며 술잔을 들어
마셨다. 무엇인가 꾸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꼬집어 낼 만한 것
은 없었다. 그가 아직도 주류업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조직을 강화시키고 있다고도 들었다. 인천의 박종무 사장과 자
주 만나고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박종무는 인천의 주류 유통업자
였다. 그러나 그의 조직은 내분을 일으켜 3년 전에 붕괴되었다.

김원국은 그의 조직을 흡수해 버렸다.

그는 지금 조그만 호텔을 경영하고 있었으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욕심 때문에 부하들이 배신 하였는데도 아직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점점 뚜릿하게 보였다.

커튼 사이로 보이는 유리창이 부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시계의 초침소리가 들렸다.

잠이 깬 김원국은 눈을 뜬 채 누워 있었다.

그의 주변에서 요즈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옆에서 따뜻한 체온이 옮겨져 왔다. 어제 이철주 사장과 '귀빈'에서
만났을 때 옆에 앉았던 여자였다.

그는 이철주가 그의 차 속으로 그녀를 밀어 넣는 것을 사양하지 않았다.

움직이는 기척이 나더니 여자가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녀는 시트 자락으로 상반신을 가리고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긴 머리가 한쪽 어깨를 지나 가슴에까지 내려왔다.
   "언제 일어나셨어인"
   메마른 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그는 잠자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금방 잠에서 깨어난 얼굴이었으나 오히려 화장을 한 모습보다 나았다.
그가 대답을 하지 않자 그녀는 시트의 諦은 부분을 벗겨내어 믐을 가리면서 침대에서 나갔다.

템장고 문을 열더니 냉수를 꺼내 컵에 따랐 다.

그것을 들고 김원국의 앞으로 다가와 잠자코 옆의 탁자 위에 놓았다.

그러고는 다른 컵에 물을 따라 조심스럽게 마셨다.

그녀는 그의 발치에서 잠시 서성대면서 두리번거렸다.
   "왜?"
   김원국이 물었다.

   "아녜요."
   그녀는 시트로 온몸을 감은 채 소파에 앉았다.

그는 머리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아침 5시 20분이었다.
   "저, 갈까요?"

   그녀가 물었다.
   "응. "
   그러나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머리를 돌리자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왜?"
   #저..1111.W
   그녀는 말을 꺼내려다 다시 입을 다물었다.
   H옷장에서 내 바지 주머니를 찾아봐. 지갑에서 필요한 만름 꺼내가."
   "아녜요."
    그녀는 소리치듯 말했다.
    "그럼 뭐야?"
    "제 팬티를 못 찾겠어요."
"그리고 지금 집에 들어갈 수도 없어요."
"그건 왜?"
"제가 못마땅하신 것 같아서요."
   "통 말씀도 안 하시고‥‥‥‥
   그녀는 입술을 배죽거렸다. 시트 자락으로 온몸을 휘감고 의자에 않아 있었으나 춥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녀와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갈았다.
"이 사장 밑에서 일한 지 얼마나 돼?"
"'귀빈'에 나간 지 열흘 됐어요."
"이름이 뭐했지?"
"장민애예요."
   "저, 추우니까 들어갈래요."
   그녀는 일어서더니 침대의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추웠던 모양인
지 얼굴만 내민 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전 정 언니 집에 있거든요. 일찍 문 열어 달래기가 미안해서 그래요. "
   "정 마담
   "01, "
   그녀는 김원국의 몸에 온몸을 붙여 왔다.

서늘한 냉기가 전해져 왔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담배를 집어 입에 물었다.

이철주가 자신 있게 그에게 밀어붙인 여자이므로 그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순수한 호의를 베풀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자 슬책 웃음이 나왔다.

머리를 돌리자 그를 한히 바라보고 있는 두 눈이 보였다.
왜 웃느냐고 묻는 듯 보였다. 다시 머리를 돌린 김원국은 천장으로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뿐었다.
   이제는 방안이 對아지고 있었다.
   호텔에 방을 잡아 놓았다고 하였으므로 끈원국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방으로 올라왔다.

방에서는 3, 4명의 사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일어서서 그를 맞았다. 강만철과 이동수를 데리고 온 김원국은 먼저 소파에 암았다.

사내들 중 형으로 보이는 30대 중반의 사내가 앞으로 나졌다.
    "지가 부산의 최충식입니다. "
    그는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감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눈에 방꺼 풀이 진 해사한 용모였다.
    "음, 만나서 반갑네."
    김원국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고는 자리에 않혔다.

   그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밝자 김원국이 강만철을 바라보았다.
    "웅남이는 소개시켜 주었나?"
    "아뇨, 아직, 갠 바빠서요."
    머리를 」1덕인 김원국이 최충식을 돌아보았다.
    "조웅남이 얘기는 들어보았낀"
    "야, 한번 뵐라켰는데 그 형님이 바쁘셔서요."
    "그래, 그럼 인사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내가 만철이한테 대충 이야기는 들었지만

   사정을 즘 자세히 알고 싶구먼."
    "야, 말씀 디리지요."
    최충식은 침을 모아 삼켰다.

   그의 동생들은 긴장한 모습으로 최충식과 김원국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행넘, 저를 서울로 올라오게 해주시소. 부산은 발 붙이기가 이젠 힘든 기라요. 좀 도와 주이소."
   "자세히 이야기해 봐."
   "아들도 몇 명 항에 가 있고 식구들 맥여 살리기도 택찬 기라요.이
젠 말랄이 멕히지도 않고예,그렇다고 그 새끼들 적인다고 달라들 수도 없고‥‥‥‥
최충식은 수건을 꺼내어 이마의 땀을 닦았다.
"해운대 쪽이었다며?"
강만철이 답답한지 대신 물었다.

"야."
   "그래서? 자세히 이야기하라니판. 그렇게 땀만 밖고 있을 거야
   "야. "
    최충식이 진정이 된 듯 자세를 바로잡고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몰래 박재팔이 하고 해운대 쪽 업소 반씩 나눠서 관리하자구 안 했능교 ."
   "그래서?"
   김원국은 박재팔과 교제가 없었다.

박재팔은 부산 지역의 인력을 공급해 주는 업자였다.

냉혹하고 조직력이 좋다고 들어왔다.

이철주의 심복으로 있다가 10년 전에 분가해 나간 사내였다.

이제까지 부산 지역의 주류공급은 최충식과 박재팔이 반씩 갈라서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박재팔은 인력공급까지 장악하고 있었으므로 세력으로 봐도 최충식보다는 한수 위였다.

그동안 몇 번이나 최충식은 박재팔에게 밀렸던 모양이었다.

그것은 부산지역에 나가 있는제일상사의 직원에게서 을라오는 보고로 알 수 있었다.
   "얼마 전에도예,두 개 업소에서 영업부장 둘이 雲겨 안 났능교?

모두 지 동생입니더.

갸들이 일을 잘몬한 것도 아니고. 일은 참 죽어라 카고 했지예.

그란데 박재팔이가 갸들을 밀어내고는 지 동생들을 심어 뿌린 기라요."
   "그 밑에 딸린 아들이 열랫 명이 되는 기라요. 모두 모가지 아님니꺼."
   그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부장이 데리고 온 애들은 부장이 나가면 모두 나가야 한다.
   "지는예, 의리로 죽으라면 죽습니더.

그란데 절 믿고 있는 동생들은 우야먼 좋습니꺼?

갸들도 먹고 살아야 카는데 우얍니꺼?"
    "업소들한테 말이 안 멕힙니더.

박재팔이가 일본놈 둥에 업고 뛰기시작하고 나선 우린 찬밥인 기라요."
   "일본놈이 라니?"
    김원국이 물었다.
   "갸가 일본 돈으로 나이트 클럽 2개를 안 왔능교. 야쿠자 돈이라 카fl fl ."
   그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므로 김원국은 정색을 하였다.

강만철도 자리를 고쳐 앉았다.
   "그것 확실한 거야
   강만철이 물었다.
   "하모, 지가 행님들한테 거짓말 하겠습니꺼?

박재팔이는 아들을 일본으로 연수를 보내는 기라요.

야쿠자 훈련 받으러 보낸다 안 캅니꺼.
갔다 온 아들은 일본도를 받아온다 하데예."
   "일본놈이 되어서 오는 기라요. 일본도를 취두르는데 독종이 되어온다 캅디다. "
   그러면서 최충식이 普巷하게 웃었다.
   "그런 놈들 잡으먼 손 몽템이를 작두로 끊으라고 했지마는 우리 아들이

조금 기가 죽는 기 사실이지요."
   "그렇겠군."
   "그놈아 업소에는 일본놈 천지인 기라요.

그놈아가 야쿠자하고 손잡았는데 일본놈들 좋아할 거는 떤한 일 아입니꺼.

그라니까가시나들도 그쪽 업소로 갈라꼬 야단이라요."
"인자는 우리 업소측에서도 모두 박재팔이한테 붙을라 칼기라요."
 최충식은 말을 멈추고 머리를 숙였다.

동생들 앞에서 더 이상 말을 잇기가 부끄러운듯 보였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김원국이 입을 열었다.
   "당분간은 잠자코 있어. 그리고 애들 생활비하고 이것저것 들 비용은

오늘중으로 여기 만철이한테 타 가도록 해.충분히 계산해서 가져가."
   "Of"
   최충식이 놀란 듯 머리를 들었다.
   "잡혀간 애들 됫바라지하려면 돈도 들 것이고, 수입이 적으니까 힘들 친 같아서 그래.

    나중에 돈 생기면 갚아."
   "형님, 지가 돈 달라꼬 온 건 아입니더. 일을 해야 돈을 받지예."
   최충식이 당황해서 말했다.
   "무리하지 말란 이야기야. 지금 조금 움츠러들었다고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 , 알겠어?"
   "야. "
   "우리가 한번 내려가 볼 테니까. 우리하고 손잡고 있다는 것은 비밀로 해야 돼.

그것이 자네한테도 이로워. 알겠지?"
박재팔이 일본 자금까지 끌어들여 급격히 세력을 키운다는 것이 김원국은 탐탁지 않았다.

한꺼번에 무리한 욕심을 내면 부작용이 많은 법이다.

김원국은 강만철을 남겨 두고 이동수와 함께 먼저 방을 나왔다.
   조웅남은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설렁탕이었다.

식당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소문난 집이었으므로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야, 차 좋다. "
 앞자리에서 국물을 마시던 오유철이 그롯을 든 채 말했다.

그의 시선을 따라 머리를 돌린 조웅남의 눈에 유리창 밖으로 검정색 대형 벤츠가 보였다.

50대의 사내가 잠바 차림으로 됫좌석에서 내리고 있었다.

검은 얼굴이 번질번질한 것이 금방 사우나에서 나은 것 같아 보였다.

운전사는 그가 식당 안으로 들어을 때까지 밖에 서 있다가 차 안으로 들값다.
   "처 게 2억이 간답니다, 형님."
   "무슨 2억이여, 이 자식아!"
   "정말이라니까요. 가서 물어 봐요?"
   "이 새끼야 시끄러."
   그들이 말하는 동안 벤츠의 주인은 그들의 건너편에 앉아 설렁탕을 주문하였다.

 팔이 매근한지 한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주방 쪽에 있던 인이 바뿐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아이구 백 사장넘, 오늘은 늦으셨습니다. "
   성이 백씨인 모양이었다.
   "음, 아침 골프 시합이 늦게 끝나서 말이야.

마사지까지 하고 오느라고‥‥‥‥ 어휴 매근하구먼."
   "네, 진국으로 한 그릇 잡수시고 한숨 주무시면 풀릴 겝니다. "
   "응, 진국으로 가져와."
   "아무렴요."
   "오늘 밤에 또 뭐가 있단 말이야."
   "어이구, 바쁘시군요."
   주인의 아부를 듣고 있던 오유철이 말했다.
   "씨발놈, 돈이나 빌려간 모양이구먼, "
   조웅남은 유리창 너머로 벤츠를 바라보았다.

운전사는 마른 걸레로 차에 덮인 먼지를 밖아내고 있었으나

번책이는 차에 먼지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저 자식은 밥이나 먹였나 하고 그는 잠판 생각하였다.

계산대에 가서 돈을 내면서 조웅남이 주인에게 말했다.
    "이야, 저그 벤츠 굉장허네. 저렇게 큰 놈은 처음 보는디?"
    주인은 조웅남을 잠판 올럭다보면서 잔돈을 꺼내어 세었다.

자주 들르므로 그와는 안면이 많았다.
    "돈덩어리지요."
   切대의 주인이 말했다.
    "사업을 크게 허는 분이오, 주인이?"
   "·바업?"
   주인은 잠판 설렁탕을 먹고 있는 벤츠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땅 사업으로 돈을 긁었지요."
   "부동산 말요?"
   "01. "
   주인은 말하기가 짜증난다는 듯 잔돈과 깹을 함께 내밀었다.
   저녁에 '블루스타'에 들른 조웅남은 술을 몇 잔 마시고 나서 자리에
서 일어셨다. 다른 업소를 둘러볼 참이었다. 그는 현관 옆의 변소로 들
어가 볼일을 보았다. 무심코 옆에서 일을 보는 사내를 바라보다가 머
리를 갸우뚱거렸다. 낮이 익은 사람이었다. 어디서 보았더라 하다가 지
퍼를 올리고 돌아서는 그의 등판을 보고는 오늘 낮에 설렁탕 집에서
본 벤츠가 떠올랐다.
   '그렇군, 오늘 저녁 모임이라는 곳이 여기였군.'
   생각을 하면서 그의 뒤를 바라보았다. 그는 비틀거리며 안쪽에 몇
개 만들어 둔 밀실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
을 확인한 조웅남은 영업부장인 김길호를 불렀다.
   "아, 형님, 왜요?"
   바틀 때였으므로 김길호가 부지런히 다가와 물었다.
    "너, 저그, 밀실에 백 사장이라고 아냐?"
    "아, 흥일상사의 백광남 사장 말인가요?"
    "벤츠 타고 다니냐
    "네, 그래요. 그런데 왜요?"
    "지금 그 방에 누가 있냐
    "백 사장 친구들 2명하‥‥‥ 아가씨들 3명이 있지요."
   "그려?"
   조웅남은 잠시 생각하는 듯 미간을 제푸켰다.
   "아, 형님, 무슨 일입니까? 난 바빠요."
   "이 자식아, 가만 있어 보란 말여. 그 백 사장인가 허는 놈 돈 많냐
   "강남에서 및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합디다. 몇 백 억을 굴린다지요?"
   "1려?"
   "그런데 짜요. 애들 팅값 3만 원 이상준 적이 없어요. 실컷 주무르고 말요."
   "애들이 올나이트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10만 원 주고 세 번을 뛴대요."
   "그것밖에 모르냐?"
   "아, 우리가 그것만 알면 됐지요 월."
   김길호는 바뿐 듯 사라졌다.
   홀 안은 사람이 가득 차 자리가 없었다. 이렇게 마시는 놈이 많으니까

  술 장사가 잘된다고 조웅남은 생각하였다.
   조웅남이 몇 개의 업소를 더 돌아본 후에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는 12시가 되어 있었다.

오늘 밤에도 김원국이 사무실에 남아서 기다리겠 다고 하였으므로 강만철도 와 있었다.

그가 사장실에 들어서자 그들은 잠시 조웅남을 바라보았으나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가 들어오는 바람 에 주춤했던 강만철이 말을 이었다.
    "이 사장이 알고 있는지 어편지는 모릅니다. 아니, 내 생각엔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김원국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놈하고 줄이 닿아 있단 말이냐
   "네, 확실합니다. "
   "네가 보았어?"
   "아뇨. "
   김원국은 혀를 참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죠, 형님, "
   "어째서?"
   "이 사장의 '귀빈에 그 새끼가 들어가는 걸 오유철이가 보았답니다. "
   "도대체 무슨 얘기여?"
   조웅남이 끼여들었다. 김원국은 잠판 그를 바라보았으나 이내 시선을 돌렸다.

   강만철은 김원국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만일 그 말이 사실이라면‥‥‥‥
   김원국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입을 열려던 조웅남이 김원국의 심상치 않은 표정에 입을 다물었다.
   "내버려 둘 수 없다. "
   김원국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뭐여? 무슨 일이여?"
   조웅남이 강만철에게 물었다.
   "요즘 여자들 유괴되는 것 말이야. 행방불명이 되는 여자들이 많은데

   그 배후에 이철주 사장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야."
   "엉? 이철주가? 그놈은 그첫을 헐놈여. 지 예펜네도 팔어먹을 놈이 랑게 ."
   대뜸 조웅남이 흥분하여 말했다.

불문곡직하고 이철주의 이야기만 나오면 첫대를 올리는 것이 조웅남에게는 버릇이 되었다.

그래서 한강상사를 상대하는 것을 강만철에게만 맡겨 두었던 것이다.
   "그러면 흥성철이 그 괌놈의 새끼가 혔겠고만?"
   "아냐, 고병길이라고 여자들만 전문으로 챙기는 놈이 있는데

그놈이 이 사장하고 자주 만나고 있어.

그런데 그 여자들이 어디로 공급이 되는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하고 있단 말이야."
   "아 그거야 즈그들이 즈그 가게에 내놓든가 팔아먹든가 허켰지 뭐."
그러는 조웅남을 김원국은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백광남 사장은 경제란을 읽다가 탁자 위에 신문을 던져 놓았다.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보도되어 있었다.

중소기업에 종업원이 부족하여 정상 가동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섬유 부문에서 여자 종업원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적혀 있었다.
   술집에 가면 아가씨들이 지천으로 있는데 헛소리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월급 많이 주고 대우 잘해 주떤 될 것을 가지고 내보내고 랫긴 놈들이 잘못된 것이지

아가씨들은 잘못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도대체 얼마나 남는다고 아등바등 공장에 매달려 무엇들을 만들어 내는 지

그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공장을 운영하는 친구가 몇 사람 있다.

그들을 보면 언제나 걱정이 끊이지 않는 것 같았다.

수출금응이 내했다고 불평을 하면서 한숨을 쉬고,

가격이 안 맞아도 할 수 없이 공장을 돌리 기 위해 주문을 받아야 한다고 탄식을 하고,

종업원들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생산량이 몇 십 퍼센트 떨어졌다고 낙담하기도 했다.
   "야, 정리하고 땅이나 사 둬라. 내가 좋은 곳을 알려 줄 테니까,

6개월만 기다리면 두 배 받게 해주마."
   그가 딱해 보인 백 사장이 그렇게 말했다.

그는 머리를 저었다.
   "정리하면 파산이야. 집이고 공장이고 모두 은행이나 신용금고에 담보로 잡혀 있어서

적자가 나도 공장을 돌려야지 여기서 기계가 서 버리면 하루아침에 나는 거지가 돼."
   그렇지만 적자는 계속 쌓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눈덩이처럼 커지며 굴러 내려가다가 부딪쳐 산산조각으로 부서질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 공장을 돌리는 그들이 안돼 보였다.

중학교를 겨우 마친 백 사장은 아버지를 도와 잠실에서 농사를 지었다.

논 15마지기에 2천 평 정도 되는 사과 과수원이 그들의 재산이었다.
   그가 서울에 가려면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만 했고 하루가 꼬박 걸렸다.

중학교까지는 서울에서 자취하며 마쳤으나 고등학교는 진학을 단념해야만 했다.

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가 23, 4살이 되어 농사꾼으로 틀이 잡혔을 때 혁명이 일어나고
서서히 강남의 중요성이 인식되어 가고 있었다.

백광남은 그것에는 전혀 문외한이었다.

오히려 그것이 그에겐 잘된 일이었다.

그는 농사꾼이었고 아버지의 말대로 땅을 파는 것은 목숨을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고 여겼었다.

수시로 양복쟁이들이 땅을 사겠다고 들락거렸으나 상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땅을 팔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생겼다.
   그가 29살에 결혼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저축한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버지와 상의하고 난 백광남은 몸을 떼어내는 기분으로 논 5마 지기를 팔았다.

평당 1만 원씩을 주고 팔았으므로 그때 당시에는 엄청 나게 비싼 값으로 팔았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아예 이런 값이면 모두 팔고 서울로 이사를 갈까 궁리도 해보았었다.

1천만 원 가까운 돈을 쥔 백광남은 3백만 원을 결혼비용으로 썼다.

본래 예물이나 세간을 장만할 작정이었으나 눈 딱 감고 결혼식 비용과 꼭 필요한 예물만을 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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