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6. 음모의 배후

오늘의 쉼터 2014. 11. 30. 11:20

◐ 음모의 배후 

 

 

 

 

강만철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김원국은 잠시 생각하는 듯 시선을 벽에 주었다.
"그럼 박재팔이가 일본 자금으로 업소들을 세운 것은 확실하냐
그가 강만철에게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네, 확실합니다. 가네무라라고 들었습니다. 그쪽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
"여그 이철주도 일본놈들 만나고 있는디 일본놈들 천지고만 잉?"
조웅남이 말했다.
"네가 '귀빈에서 봤다던 일본 사람 이름이 뭐였지?"
김원국이 조웅남에게 물었다.
"가네무라는 아니고‥‥‥ 가만았‥‥‥ 오카다, 맞어요‥‥‥ 오카다랑게요."
"오카다가 뭐하는 놈인지, 혹시 가네무라하고 줄이 닿는다면 물어볼 사람이 있습니다. "
강만철이 말했다.
"누구 아는 사람 있"
"예, 제가 여자를 한 명 부산에서 데리고 왔습니다. "
강만철은 안미혜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했다.
"어절 수 없었습니다. 걔가 그쪽에서 일했기 때문에 잘 알 것 같았고, 시간도 없고 해서‥‥‥

대충 알 건 알고 나니까 두고 오기가 점점했습니다. 그래서‥‥‥‥
"얼래? 여그 골템이 같은 놈이 또 있네?"
조웅남이 말하면서 입을 책 벌렸다.
"지금 어디에 데려다 놓았니?"
"제 아파트에 두었습니다. "
"이 새끼 골템이하고 똑같은디?"
"입다물고 있어."
김원국이 조웅남을 나무라고 다시 물었다.
"흔자 두었냐
"제 어머니하고 애 하나 붙여 두었습니다. "
"어떻게 할 거 내가 처리해 줄까?"
"형님, 계가 처리할랍니다. "
"얼래?"
조웅남이 참지 못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형님, 시방 이 새끼가 살림을 채린다고 힛어요? 아아, 알것다. 긍게
니가 그 가시내가 맘에 등게로 업어 왔구만 잉?"
"그러냐 김원국이 물었다.
"아녜요. 그렇지만 데리고 올라오다 보니까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내
6. 음모의 배후 113
가 데리고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면지 마음에도 들고 해서요."
"그래서 살림 채리자고 했냐
"안 했습니다, 아직."
"제기, 지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지랄을 허능고만 "
조웅남이 다시 나딘다.
"나는 또 이얘기가 되얏다고? 너는 임마 말도 내놓지 말어라. 보나
마나 빠꾸맞웅게로."
강만철은 그를 노려보았으나 대꾸하지 않았다. 김원국도 강만철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멈켰다.
"근디, 먹기는 먹줬냐
조웅남이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김원국이 강만철에게 말했다.
"난 너를 믿는다. 잘 생각하고, 임시변통으로 그런 첫은 말아라. 그
렇다면 내가 맡아 줄 수도 있으니까 알았냐
"알겠습니다, 형님."
"지기미, 형님, 이 새낄 믿기는 월 믿는단 말요? 염치 없응게 데리고
살라고 허는 것 같은디,"
"너는 이 자식아, 아가리 좀 닥치고 있어."
기어이 강만철이 한마디 美아붙였다.
강만철은 옆자리에 안미혜를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그녀와
둘이서 밖에서 식사를 하고 쇼핑을 했다. 그가 그녀의 옷가지를 골라
주자 그녀는 안 사겠다고 우기다가 스웨터와 바지 하나씩을 마지못한
듯 집었다. 바지와 스웨터를 따로 포장해 달라고 부탁한 그녀는 스웨
터를 그에게 내밀었다. 차에 타고 난 후였다.
"이건 어머니께 드리세요, 어머니 선물루요."
그녀와 같이 생활한 지 열흘이 넘었다.
 

2, 3일이 지나자 강만칠은 그 11斗
녀를 자유롭게 하였다.

그가 집에 없을 때에는 어머니와 같이 시장도
다녀오고 구경도 가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라스베가스'측 영업부장에
게 연락을 하더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에는 그가 책임을 지고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가 박재팔의 주변을 캐물었다고 그들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라스베가스'측에 잡히거나 발견되면 그들이 물어 볼 이야기는 떤한 것이다.

그들의 강압적인 추궁에 안미혜가 견디어 내지 못할 것이며,

또한 입을 다물 의리가 없는 것이 꺼림칙한 것이다.

 어머니는 안미혜에게 흘딱 빠져 있어서 아예 며느리로 삼을 작정인 모양이었다.
과연 내 자식이라 여자 보는 눈이 있다고 그에게 대놓고 칭찬하였다.
그녀는 방 하나를 따로 쓰고 있었으므로 부산에서 최충식이 올려 보낸
세간을 그 방으로 옮겼다. 어머니는 혼수세간이 온 듯 팔을 걷어붙이
고 자질구레한 물건을 날라 주었다. 안미혜도 어머니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밤이 되면 그녀는 어머니와 잡담을 나누다가 제 방으
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언제나 찰칵 소리가 들리도록 방문을 걸어 잠
갔다. 그녀들이 연속극 이야기나 탤런트 이야기를 하면 강만철은 멍청
히 않아그들의 말을 듣고는 하였다. 잘보지 않아서 연속극 이야기에
끼여들 수도 없었고, 탤런트는 누가 누군지, 가수는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아서 그들의 이야기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들도 그를 완전히 무시한 채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이 강만철은 좋았다. 편지 흐웃하고 따뜻했고,사
람 사는 집 같았던 것이다. 그녀에게 오카다를 아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머리를 」1덕이며 말했었다.
"그 사람 가네무라 씨 부하예요. 자주 왔었어요. 가네무라 씨 심복이래 요."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강만철은 바로 김원국에게 보고를 하
였고 조웅남에게 칭찬을 받았었다. 그러나 조웅남은 자신이 이렇게 살
고 있는 것을 알면 아예 방울 달린 사람으로 취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
고 생각되었다.
"잠만만요."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안미혜가 말했다. 강만철은 차를 세웠다.
"왜?"
"아침에 배추를 딘는데 배달을 안 해줘요, 가져와야겠어요."
"저기 두 번째 가게예요. 돈은 줬어요."
강만철은 차를 길가에 주차시키고 밖으로 나왔다. 강만철아 배추 자
루를 어깨에 젊어지고 돌아오자 안미혜는 자동차의 문을 열어놓고 기
다리고 있었다.
가네무라는 욕실 가운을 걸치고 소파에 깊숙이 않았다. 오카다가 컵
에 위스키와 얼음을 넣어 가지고 그의 앞에 놓았다.
"나는 오늘 귀국하겠다. "
가네무라가 말했다.
"오사카 일이 많이 밀렸다. "
그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럼 저는 여기에 남아 있습니까?"
오카다가 앞에 와 앉으며 물었다.
"그래, 넌 여기에 있도록 해. 며칠 후면 부산으로 가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
"이 사장이 이번에는 20명을 구해 본다고 했으니까 그걸 확인하도록 해.

2달 동안 공급이 안 되어서 내 체면이 말이 아니다. w
"fl . "
"마구잡이로 보내면 안 돼. 이 사장이 무조건 슷자만 채우려고 하는
것 같다. 네가 하나하나 검사해 보도록."
"알겠습니다. "
가네무라는 남은 위스키를 털어넣듯이 삼켰다.
더니 일어서서 위스키와 얼음통을 들고 왔다.
오카다가 그것을 보
"보스, 그렇지만 김원국이가 걸립니다. 그놈이 있는 동안은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오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알고 있어. 이 사장이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 "
"얼마 전에도 저희들에 대해서 묻고 간놈이 있었습니다. 그놈은 김
원국의 부하였숩니다. "
"언제였나?"
"이 사장과 '귀빈'에서 만난 날이었습니다. "
"바보 같은 놈, 그런 데서 만나다니. 미행당한 것 아니냐
"아무튼 랄리 조처를 해야겠군."
가네무라가 흔잣소리처럼 말했다.
이철주에게 계약금으로 반 변 전에 15억을 주었다. 여자 1명당 5駱
만 원씩 계산하여 300명분을 선금으로 준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보
낸 것은 2駱명도 되지 않았다. 한 달에 50명씩 보내기로 계약했으니
그것이 이번 달에 마무리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한 때에 고병길의 사건이 터진 것이다. 경찰에서도 잠잠해 있는
판에 난데없이 김원국에게 습격을 당한 것이다. 그것은 이철주가 김원
국의 기반을 약화시키려고 업소들에게 제때에 여자들과 쇼단들을 공
급시켜 주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다. 가네무라는 화가치밀어올라 견
별 수 없었다. 바보 같은 녀석이 됫감당도 하지 못하고 일만 벌여 놓는
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허점이 있으니까 조종하기가 쉬울 것이라
는 생각도 들었다. 돈 욕심이 많고,냉혹하고 자만심이 강한 이철주를
가네무라는 째들어 보고 있었다. 이철주가 김원국의 세력을 약화시키
고 주류 공급권까지 장악해 보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오사카에서는 지금 여자들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야. 가서 설득시켜 줘야 돼."
가네무라가 말했다. 오카다는 머리를 』1덕였다. 오사카의 업소 주인
들로부터 미리 돈을 받았으므로 그들이 불평을 할 것은 당연한 것이
다. 가네무라는 여자 1명당 1천만 원씩 미리 받았던 것이다.
한국 여자들은 그들에게 돈주머니였다. 일본 남자들이 일본 여자들
과 생김새가 비슷한 한국 여자들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
었다. 필리핀이나 태국,말레이시아등의 여자들보다 3배 이상의 가격
으로 거래되었다. 그리고 한국 여자들이 일본을 동경하고 있다는 것도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비행기로 2시간이면 도착하는 일본은 한국 여자들에게는 한 둥급 높
은 생활수준과 부를 갖춘 나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관광이나 어학연
수를 가자고 하든지 잠판 아르바이트를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
면 대개는 따라나줬다. 그러나 그들은 가네무라의 조직이 관리하고 있
는 업소에 가게 되면 그들의 꿈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업소 주인들은 이미 계약금을 1천만 원색 지급하였으므로 본전 을 봉으려 하였다.

 기숙사나 합숙소에 들어가 엄격한 감시하에서 생활 해야 했다.
lia
외출할 때는 사내가 따라나졌다.

외박은 물론 그들의 보호하에서 호텔에 오가야 했고 화대로 받은 돈은

모두 입금시켜야 하는 것이다.

여권은 모두 주인들이 보관하고 있어서 도망친다 해도 일본을 벗어날 수 없었다.
"부산의 박채팔이는 잘하는데 말이야. 이철주는 한물 간 것 아닐까?"
가네무라가 오카다를 보며 말했다.
"네, 그렇기도 하지만 부산에는 김원국이 같은 놈이 없으니까요."
"그렇기도 하겠군. 그렇지만 그 최 무어라고 하는 놈이 있지 街칙"
"그놈은 이제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저와 박재팔이가 여러 가지 압
력을 넣었기 때문에 지금은 활동하지도 못합니다. "
"부산에서 이철주만큼 공급시킬 수 있겠나?"
가네무라가 생각하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글째요, 지난달에 5명쯤 보냈습니다만 아직 그렇게는‥‥‥‥
"능력이 모자랄식"
"아니, 그것보다도 박재팔이는 지금 업소를 늘리고 전체를 장악하려
는 데 신경을 쓰고 있어서요. 일단 장악이 끝나고 나면 충분히 해낼 사
람입니다. 그 부하들이 모두 우리한테 야쿠자 교육을 받은 놈들이어서 _e.. "
"그렇지. 하지만 문제는 서울이야. 서울을 장악해야 한국을 먹는 거
야. 너, 중앙청 가 봤나? 광화문에 있는?"
"중앙청이라니오?"
오카다늘 난데없는 물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아, 광화몰 사거리에서 곧장 바라보면 커다란 대문이 보이고 그 안
에 푸르스름한 둥근 지붕이 보이는 건물말야,"
"아, 지나가다 봤습니다. "
"그게 무슨 건물인지 이긴"
"중앙청 이 라면서요?"
"이 멍청아, 그게 및날 우리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을 때 세운 조선총
독부 건물이야."
"아, 그것이 바노‥‥‥‥
"그걸 한국 사람들은 아주 귀중하게 보관하고 있지, 역사적 유물로
말이야. 건축가 이야기로는 역사적인 건측물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
은 일본의 침략을 잊지 않으려고 그대로 두었다고 하더군.너도 거기
한번 가 봐. 일본 관광객들은 모두 한번즘은 그곳에 가보거든."
"네, 가 보겠습니다. "
"내 생각엔 그걸 부수면 우리 일본에서 싫어할까봐 눈치를 보는 것 같더군."
"0101,01."
"우리 일본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어."
"그렇겠지요."
"어줬든 한국에 여자가 있는 한 우리는 공급을 할 수 있는 거야. 무
슨 말인지 알아듣겠나?"
"네, 알아듣겠습니다. "
가네무라는 피로한지 눈을 감고 입을 다물었다. 오카다는 그것을 보
더니 방을 나갔다.
조웅남과 오함마가 반도 호델 건너편에 있는 설렁탕 집에서 설렁
탕을 한 그롯씩 다 먹을 때까지 김칠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박종무 사장의 심복인 김칠성은 조웅남과도 안면이 있었다. 오함마
와는 친구 사이였고 뚝심과 배장이 좋은 녀석이었다. 조웅남은 그가
박종무가 데리고 있는 녀석들 중에서 제일 말이 통하고 남자다운 놈이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형님, 이 새끼 안 올 모양입니다. "
오함마가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저녁 7시가 되어 있었다. 2시간째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 사장의 본거지인 반
도 호텔에 불쪽 들어가서 그를 데리고 나을 수도 없었다. 찾아가면 일
단은 박 사장한테 인사를 하고 예의를 차려야 하는 것이다.
"야, 그 새끼가 그짓말 헝거 아녀?"
조웅남이 말했다. 그는 신경질이 나 있었다. 오함마의 후배로 제일
상사의 대리점을 하고 있는 정규칠은 박 사장 측근들의 동정을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었다. 매일 오후 5시쯤이면 김칠성이 반도호텔에 들러
빠정펄에서 수금을 해간다고 했다.
"하루도 째놓지 않고 그래요. 5시즘 수금하러 들어가지요.
그러나 2시간을 기다려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 저 새끼가 나오네요, "
오함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 너머를 바라보며 다급히 말했다. 들어
가는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그들은 당황하였다. 아마 다른 출구가 있
거나 아니면 그들이 오기 전에 호텔에 들어간 것 같았다. 김칠성은 2명
의 사내와 같이 호텔을 나와 잠시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김칠성도 거
구였으나 다른 2명의 사내늘 못 보던 얼굴들이었다. 모두 20대 초반으
로 보였고 체격이 건장한 녀석들이었다.
"어디서 돼야지 잡아 왔는갑다 잉?"
조웅남이 중얼거렸다.
"형님, 어떻게 할까요?"
오함마가 그를 돌아보았다. 김칠성은 도어 맨이 차를 가지고 오자
됫좌석에 올라탔다. 2명의 사내는 앞좌석에 딘다. 한 녀석이 운전을 할 모양이었다.
"따라가자. 여그는 복잡해."
그들도 식당 앞에 차를 세워 놓았으므로 바로 따라갈 수 있었다.

그들은 시내를 곧장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둠이 깔려 차들이 라이트를 켰다.

그들의 차는 월미도 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리는 모양이었다.
"야, 한적한 데서 저것들 잡어. 세우란 말여."
월미도로 회전해 들어가는 길에서 오함마는 차의 속력을 올려 그들의 차를 앞지르고

비상 라이트를 켜고 멈줬다.

급브레이크를 밟아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며 그들의 차가 바로 뒤에서 멈줬다.
"야, 이 개새끼야."
운전석에서 머리를 내민 녀석이 고함을 치더니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그 새끼 영락없는 돼지네."
중얼거리면서 오함마가 문을 열고 나갔다.
"야 이 새끼야, 너 레질라뇨‥‥‥‥
그러면서 세차게 달려온 사내는 오함마가 갑자기 내지른 발길에 배를 걷어채이고 주저랄았다.
"아이고오‥‥‥‥
숨이 넘어갈 듯한 신음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운전석 옆
자리의 사내도 문을 열고 나왔으나 주춤하고 있었다.
"야, 칠성아, 나 즘 보자."
오함마가차에 대고 말했다. 됫문이 열리더니 김칠성이 채빠른 동작으로 나왔다.
"아니, 함마가 웬일이냐
그가 오함마에게 놀란 듯 말했으나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안에서 그것을 본 조웅남이 문을 열고 나왔다.
"아이구, 형님."
김칠성이 흠칫 하더니 머리를 숙였다.
"형님이 참자기 편일이십니까?"
그러면서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굴에 불안한 표정이 배어 있었다.
"너하고 얘기 좀 헐라고."
"저하구요?"
"그려. 아따, 느그덜은 돼야지 사료를 먹냐? 꾸정물을 먹냐? 몸매들비 좋다야."
"칠성이 너는 내 차에 타고 가자, 얘기 즘 헐라고 그려. 야, 함마야,
너는 이 새끼야, 아그들을 달개야지 무조건 그렇게 뚜드리먼 쓰냐? 느
그덜 둘은 우리를 따러오거라 잉?"
배를 채인 사내가 겨우 일어났으므로 그들을 다시 차에 타고 따라오게 하였다.
"월미도로 가자. 가서 회나 먹자."
조웅남이 오함마에게 말했다.

김칠성은 긴장한 모양인지 잠자코 앉아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두 사내가 탄 차가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요즘 재미 좋냐
"네, 형님."
김칠성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나이나 경력으로 봐도 한참 선배지만 조웅남의 지랄 같은 성질을 모두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고병길을 어떻게 했다늘 것도 짜하게 소문이 났다. 김칠성은 고병길의 부하들을
찾으러 다였으므로 불안해졌다.
"형님도 별일 없쟝
"네, 큰형님도 안념하시지요?"
"그려, 안념혀 ."
첫집에 들어간 그들은 셋이서 마주 앉았다.

김칠성 부하 2명은 건너편 자리에 않게 하고 회를 시켜 주었다.
"야, 칠성아. 나는 너를 동생으로 생각허고 말 허는디.
회가 상 위에 놓이고 나서 조웅남이 입을 열었다.
"인천 형님 말여, 요새말여 우리 형님한티 놀러 오시지도 않고 말여,
우리한티 무슨 유감이 있다냐
"아니 형님,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우리 형님이 어떻게?아니에요, 오햅니다. "
"그려,나도 그렇게 생각혀. 인천 형님은 나도 좋아혀. 그러고 우리 형님한티 빛도 있고.

 야, 그런디 성철이 만났나끈
"f1?"
"거시기 흥성철이 말여."
"넨, 여기 놀러 오셨었어요."
"그 씨발놈은 시간이 많은갑다 잉?"
"f1? 01, "
"놀러 왔어?"
"fl . "
"누구허고?너허고?너 니 말 책임질꺼장? 내가 그 새끼허고 터고
지내는디 그 씨벌놈이 그냥 놀러 올 놈이 아닌디? 물어 볼끄나?"
"아, 저는 잘 몰라요. 형님만 만나고 가시니까요."
"그 새끼가 지집애를 인천에다가 매돌렸다는디 그게 사실이 얼
매 전에 서울서 지집애들이 안 나와서 난리가 났었는디 말여,혹시 그리서 그런가?"
조웅남이 정색을 하고 물었다. 오함마는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머리
를 돌렸다. 조웅남은 엉뚱한 이야기로 김칠성의 긴장을 풀고 있었다.
박종무에게도 그렇게 보고를 할 것이다.
"아뇨! 그런 일은 없어요, 형님."
"성철이가 여그다 술집 채린 것이 없단 말여?"
"01, "
"그려? 나는 그 새끼가 그런다고 들었는디‥‥‥‥
조웅남은 술병을 집어 들고 그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그러나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었다.

◎물어도 말해 주지 않으려니와 의심만 받을 것 같았다.
김원국이 아침에 그를 불러서 인천에 가서 김칠성이나 만나고 오라고 하였다.
"만나서 춰 헐라구요? 헐말도 없을 틴디요."
그가 떨떠름하게 말하자, 김원국이 가볍게 말했다.
"어됐든 가서 박 사장 패 요즘 뜸하냐고 내가 언짧아하더라고만 전하고 오너라, 그럼 됐다. "
조웅남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김칠성이 같은 녀석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는 것도 아니고 공갈을 치는 것도 아니어서

어중간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놈이 호락호락 세상 이야기를 해줄 놈도 아니었다.

어줬든 가보기나 하자고 나선 것이었다.

어중간히 취해 버린 오 함마와 조웅남은 첫집을 나왔다.

밤이 깊어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백광남이 수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이 사람아, 오늘이.약속한 날 아닌가?"
"글째 며칠 전부터 자네한테 연락이 돼야 말이지. 그래서 지금 겨우 이야기하는 거야."
원 사장이 말했다.
"내가 자네 전화만 기다리는 한가한 사람인 줄 아나?

나도 요즘 정신이 없어 그래,돈은준비되겠지?"
"글째, 어렵다니까.

은행에서 대출해 준다고 약속해 놓고는 본점에 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미루고 있단 말이야.

두어 달만 더 기다려 줄 수 있겠나?"
"나는 해주고 싶지만 자네한테 빌려 준 돈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얻어서 빌려 준 돈이야,

그래서 힘들게 생겼어, 좌우간 오늘 만나자구, 같이 말이야."

 다급한 듯 백광남이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3개월 전에 원 사장에게 3억짜리 당좌수표를 받고 2억 7천 750만 원을 빌려 주었다.

 석 달간의 2부 5리 이자 2천 訓0만 원을 땐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백 사장은 그의 앞으로 원 사장의 토지와 건물을 제2담보로 설정해 券았고

공증까지 마쳤었다.

며칠 전부터 원 사장이 전화를 걸어 왔었다.

눈치를 챈 백광 남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돈을 빌려 줄 때부터 그는 원 사장이 석 달 후에 돈을 갚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수출업체 경영이 지금도 힘들고 경기가 점점 더 어려워 가고 있는 것은 수출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시장에 돈 돌아다니는 것만 보면 그냥 알 수 있는 것이다.
금용이 을랐느니, 내렸느니, 수출이 잘 되느니 못 되느니 맨날신문과 델레비전에서 떠들어도 아,

 그런가? 그렇게 떠들거라, 하고 다른 쪽 귀로 흘려 보냈다.

그리고 사채시장에 나와 보면 그 떠들어대는 소리가 말장 헛소리라는 것이 금방 드러나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경기가  잘 된다고, 수출이 목표를 초과했다고 떠들던 기업의 자금담당 직원들이

회사 어음뭉치를 들고 나와 매달리는 것이다.

3부도 좋고 3부 5리도 좋다면서 따라다니는 그들과 부딪치며 사는 백광남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날 저벽 백광남과 원 사장이 마주앉은 곳은 호텔 지하에 있는 일식집이었다.

그들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가끔 문 쪽을 바라보는 것이 누구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이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철주가 나타났다.

이철주는 그들을 보고는 곧장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엉거주춤 일어났던 백광남과 원 사장이 자리에 다시 앉았다.
원 사장은 이철주가 초면이었다.
"원 사장, 아까 이야기했던 이 사장넘이오. 내가 돈을 빌렸던 분입니다. "
백광남이 이철주를 소개했다.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
원 사장이 말하자, 이철주는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난 택하곤 상관없습니다. 여기 백 사장한테 돈만 받으면 되니까."
"글째, 이 사장 그것이‥‥‥‥
백광남이 어절 줄 모르는 듯 이철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그만, 이야기할 매는 지났어요. 돈이나 내놓으시오."
"글째 이 사장, 우선 여기 원 사장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
백광남이 사정하듯 말했다.
"내가 왜 이 양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까? 지금 나하고 농담하자는 거요?"
이철주는 별컥 화를 냈다.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모든 게 제탓인 것 같습니다. "
원 사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필요없습니다. 원 사장, 보아하니 돈이 준비가 안 된 모양인데,

이까첫 당좌수표 한 장 나한테 주고 사기를 치려는 것 같은데 말이야."
이철주는 호주머니에서 당좌수표를 꺼내어 백광남 얼굴 앞에 대고 흔들어 보였다.

원 사장은 그 수표가 자신이 백광남에게 건네준 3억짜리 당좌수표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아, 법으로 하자구. 난 은행에 수표 가지고 가겠소.

물론 부도를내겠지, 그매 원 사장 두고 봅시다. 원 사장 좋지 못할 거요."
이철주는 자리에서 일어셨다.
"아니, 잠판만, 그러시면 안 됩니다. "
원 사장이 일어나 그를 가로막고 딘다.
"그러면 우리 회사는 끝장입니다. 몇 달만 더 여유를 주십시오."
"그건 백 사장하고 이야기하시오. 난 어됐거나 돈을 받기만 하면 됩니다. "
가로막은 원 사장을 밀치고 이철주가 문을 열고 나갔다.
"이것보게, 백 사장, 수표 돌리면 난 끝장이네. 어서 즘 잡게."
원 사장이 울상이 되어 백광남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저런 개자식이 있딘 하, 이것참 어떻게 하나?"
백광남이 어절 줄 모르는 표정으로 이철주가 나간 문 쪽을 바라보았다
"어서, 어서 가서 사정 좀 해주게. 무슨 조건이라도 들어주겠다고 하fl . "
원 사장이 다급하게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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