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10)존경을받다(10)

오늘의 쉼터 2014. 10. 9. 09:47

(710)존경을받다(10)

 

(2002)존경을받다-19 

 

 

“한국 할머니를 먼저 설득시킬 필요가 있겠다.”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그러고 나서 할아버지를 모시고 오든지 말든지 하는 거야.”

“힘들어요.”

양현수가 웃음 띤 얼굴로 머리를 저었는데 남의 일처럼 말했다.

“할머니는 당신이 돌아가시고 나면 데리고 오든지 말든지 하라는군요. 그리고.”

잠깐 말을 멈춘 양현수가 다시 풀썩 웃었다.

“아직도 경제권은 할머니가 쥐고 계시거든요.
 
큰 포목상을 하고 계셔서 아버지, 큰아버지는 꼼짝 못하죠. 유산 문제가 있거든요.”

“그렇군.”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머리를 돌려 앞쪽의 벽을 본다.
 
지금 남한의 이산가족상봉 신청자는 13만명 가깝게 된다.
 
그중에서 현재까지 3만5000명이 세상을 떠났는데 이중 이산가족이 상봉한것도
 
1만명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만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한측의 이산가족을 모두 남한에 보내면 양현수 가족과
 
유사하거나 더 심한 상황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겠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잠 못 담그겠는가?
 
정말 이산가족 송환이 성사된다면 위원장은 노벨상 후보가 될지 모른다.
 
그때 유세진이 조철봉에게 말한다.

“그럼 조 의원, 얘 데리고 나가시지요.”

그러더니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선다.
 
파트너도 따라 일어서는 것을 보더니 이대동이 소리내어 웃는다.

“허, 유 실장께서 급하신 모양이오.”

그러고는 이대동도 파트너와 함께 일어선다.
 
모두 조철봉과 양현수 둘만 남겨 놓으려는 뻔한 행태였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는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그럼, 우리 먼저 갑니다.”

조철봉이 미처 만류할 여유도 없이 둘은 파트너를 데리고 칸막이를 나가버렸으므로
 
방에는 둘만 남았다.

“그것 참.”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다시 자리에 앉아 양현수를 본다.
 
양현수도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지만 조금 불안한 표정이다.

“나, 이차 생각 없으니까 신경 쓸 것 없다. 알았지?”

하고 조철봉이 말했을 때 양현수가 눈을 크게 떴다.

“전 모시고 나갈 줄 알았는데요.”

“그게 무슨 말야?”

정색한 조철봉이 물었다.
 
당연히 데리고 나갈 줄 알았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드물다.
 
선택은 이쪽이 해왔고 저쪽은 시비를 걸지 않는 것이 통례인 것이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양현수가 입을 열었다.

“마담 언니가 이번 이산가족 문제에 제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셔서요.”

“어떤 도움? 네 할아버지 경우를 참고 하라는 건가?”

“아녜요.”

머리를 저은 양현수가 쓴웃음을 짓는다.

“그건 제 가족의 예를 든 것이고요.
 
전 프리랜서로 ‘월간고려’의 의뢰를 받아서 지난 일년동안 탈북자 생활상에 대한
 
자료 수집을 했죠.
 
그래서 일년의 절반 이상을 중국과 북한 국경에서 지냈어요.”

놀란 조철봉이 시선만 주었고 양현수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할아버지의 영향도 있었죠.
 
하지만 청도에 계신 할아버지 가족은 한번도 만나지 않았어요.”

“그랬군.”

조철봉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다시 이대동이 마담 칭찬을 한 것이 떠올랐다.
 
양현수가 파트너로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한 그 재치와 순발력이 뛰어났다.

 

 

(2003)존경을받다-20

 

 

그때 마담 신영선이 방으로 들어섰다.

“이제 가시죠.”

신영선이 자리에 앉지도 않고 말했으므로 조철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긴 어딜 간다는 거요? 앉아서 잠깐 이야기부터 합시다.”

그러자 신영선이 앞쪽에 앉더니 웃음 띤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하실 말씀이 있으세요?”

“미스 양은 나 때문에 일부러 픽업하신 겁니까?”

조철봉이 대뜸 묻는다.

 

아직 양현수한테는 가게에 언제 나왔고 얼마나 일했느냐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도 묻지 않았던 것이다.

 

신영선이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미스 양은 알게 된 지 두 달쯤 되었지만 오늘 가게는 처음 나왔죠.

 

그러니까 조 의원님 파트너로 삼으려는 건 맞습니다.”

신영선은 30대 후반이나 많아야 40대 초반쯤으로 보였는데 빼어난 미인은 아니다.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강렬했다.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자석 같은 흡인력이 있어서 눈을 떼기가 힘들다.

 

신영선이 말을 잇는다.

“하지만 조 의원님 때문에 픽업한 것은 아니죠.

 

저런 인물을 보면 누구도 탐을 낼만 하니까요.”

그러자 신영선과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양현수가 부끄러운 듯 머리를 숙인다.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과연 로비에 뛰어났다는 이 의원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주 적절한 파트너를 골라 주셨는데.”

“도움이 되실 거예요.”

이제는 신영선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미스 양이 탈북자 인권 상황이나 처지를 많이 연구했다고 들었거든요.

 

참고로 하시고 정책에 응용하셔야죠.”

그 순간 조철봉의 머릿속으로 김민정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민정은 친구를 통해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내연의 여자를 자청했지만

 

숨기는 것이 많았다.

 

최갑중이 한나절 동안 조사를 했는데도 어머니가 암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을

 

숨겼으며 가족관계도 거짓말을 했다.

 

악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최갑중의 말처럼 꼬리 잡힐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머리를 든 조철봉이 신영선에게 말한다.

“마담, 나하고 잠깐 둘이서 이야기를 하십시다.”

그러자 신영선의 눈짓을 받은 양현수가 일어나 방을 나갔다.

 

방에 둘이 남게 되었을 때 신영선이 웃음 띤 얼굴로 묻는다.

“왜요? 미스 양이 마음에 안 드세요?”

“아니, 그보다도.”

정색한 조철봉이 똑바로 신영선을 보았다.

“나한테는 마담 같은 분이 필요한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우리 서로 상부상조하지 않으렵니까?”

“제가요?”

되묻고 난 신영선이 흰 이를 드러내며 소리 없이 웃는다.

 

눈이 가늘어지면서 눈가의 잔주름이 드러났다.

 

편안한 인상이 된다.

 

신영선이 긴장한 조철봉의 시선을 받고는 입을 열었다.

“역시 소문대로 대단하시군요.”

“뭐가 대단하다는 겁니까?”

“정곡을 찌르시는 거요.”

“아직 내놓지도 않았는데 뭘 찔렀다고.”

그러자 신영선이 짧게 소리내어 웃었다.

“순수하시고요.”

“동업하자는데 순수하다고 칭찬하다니.”

“저에 대해서 모르시죠?”

“오늘 처음 보았지 않습니까?”

“제가 조 의원님보다 다섯 살은 위일걸요?”

“그까짓 나이.”

했지만 조철봉은 속으로 조금 놀란다.

 

그러면 신영선이 47세란 말인가? 놀랍다.

 

 

그때 신영선이 다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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