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08)존경을 받다(8)

오늘의 쉼터 2014. 10. 9. 09:45

(708)존경을 받다(8)

 

 

(1998)존경을 받다-15

 

 

다음날 오후 6시가 되었을 때 의원회관의 방으로 최갑중이 들어선다.

최갑중은 뭔가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을 때 턱을 조금 치켜드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콧구멍이 자주 벌름거린다면 영락없다.

앞쪽 소파에 앉은 최갑중은 시치미를 딱 떼고 있었지만 턱을 치켜들고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그러나 본인은 그 버릇을 조철봉에게 간파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어서 말해.”

조철봉이 귀찮은 표정으로 말하자 최갑중이 멀뚱한 표정을 지었다.

“뭘요?”

“다 알아 왔잖아?”

그리고 뭔가 놀랄 만한 사건도 있는 것 같다.

 

시치미를 딱 떼고 있는 걸 보면 예사롭지가 않다.

그러자 입맛을 다신 최갑중이 상반신을 세운다.

“김민정은 5년 전에 이혼을 했더군요.

 

성동여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졸업 후에 무역회사를 3년쯤 다니다가 결혼한 겁니다.

 

5년 전 이혼하고 나서 직장을 여러군데 옮겼는데 현재 천지여행사 가이드인 것은 맞습니다.”

그 분야야말로 최갑중의 전문이다.

 

보좌관이 되고 나서 김경준에게 계속 밀리기만 했던 최갑중인 터라 신바람을 낼 만했다.

 

최갑중이 말을 잇는다.

“그런데 친정어머니, 아들하고 같이 산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친정어머니는 열흘쯤 전에 암병원에 입원을 했고 아들은 어머니 간병 때문에

 

먼 친척집에 맡겨 놓았더군요.”

“외삼촌이 있다던데.”

“형제는 없습니다. 김민정씨 딱 하나죠.

 

어머니하고,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들하고 셋이 살았죠.”

“…….”

“어머니가 암으로 입원하자 여행사에다 휴직계를 내었더군요.

 

거긴 휴직하면 월급 안 줍니다.”

“…….”

“애도 천안에다 맡겨 놓아서 학교도 못 가고 있죠.

 

김민정씨는 그동안 거의 병원에서 지냈습니다.”

“집에서 사는 것 같던데.”

“의원님을 끌어들이려고 치장을 한 거죠.

 

그쯤은 한 시간이면 분위기 만듭니다.”

“그럼 날 어쩌려고 그런 거야?”

조철봉이 찌푸린 얼굴로 묻는다.

 

이런 대화를 나눌 인간은 세상에서 앞에 앉은 최갑중뿐이다.

 

그러자 최갑중이 입맛을 다신다.

“돈이겠지요.”

“왜 솔직하게 이야기 안했지?”

“글쎄요. 그것까지는 아직.”

“네 생각은 어떠냐?”

불쑥 조철봉이 묻자 최갑중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의원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인마, 내가 먼저 물었어.”

“손 떼시죠.”

“흐응.”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조철봉이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자 최갑중이 정색했다.

“김민정의 남자 관계는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깨끗하더군요.

 

여행사에서도 그렇게 소문이 났습니다.

 

전 남편은 바람을 피워서 이혼했더군요.

 

그놈은 바로 재혼을 했구요.”

“…….”

“형편은 딱하지만 큰 일을 하셔야 할 의원님이 여자한테 꼬리 잡히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떼어 놓겠습니다.”

그러자 조철봉이 심호흡을 했다.

“놔둬라. 내가 끝낼 테니까.”

 

 

 

 

(1999)존경을 받다-16

 

 

 

찜찜한 기분으로 의원실을 나가려던 조철봉은 한국당 정책위의장 이대동의 전화를 받는다.

 

가볍게 한잔하자는 제의였다.

 

누구 제의라고 거절하겠는가? 정책위의장은 당5역 안에 들어가는 거물이다.

 

다음달 당대표 선거에서 물러나는 대표 서윤석의 후임으로 부대표 안상호가 거의 확정적이었고

 

이대동은 유임될 예정이었다.

조철봉이 서초동 주택가 근처에 위치한 ‘타임’카페 앞에 도착했을 때는 8시15분이다.

 

차가 밀린데다, ‘타임’의 위치를 찾느라고 근처를 빙빙 돌았기 때문이다.

 

카페 간판은 명함 세개 크기만 했는데 주차장은 길 건너 편 공용 주차장을 썼고

 

허름한 2층 건물이 꼭 창고 같았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선 조철봉의 눈이 둥그레졌다.

 

50평쯤 되어보이는 홀은 깨끗했고 세련되었으며 은근한 조명도 아늑했다.

 

입구에서 마담이 웃음띤 얼굴로 맞는다.

“어서오세요. 의원님.”

마담의 얼굴을 본 순간 조철봉의 식도가 좁혀졌다.

 

이번에는 코가 찡하면서 눈물까지 핑 돌았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앞장을 서면서 마담이 말한다.

 

밝은색 투피스 차림이어서 마담의 뒷모습이 눈 안으로 파고드는 것 같다.

 

갸름한 얼굴, 쌍꺼풀이 없는 맑은 눈, 서클렌즈도 안 낀 천연 눈동자,

 

웃을 때 자연스럽게 드러난 치아, 마담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조철봉은 방금 보았던 얼굴이 눈앞에 떠있는 느낌을 받는다.

 

마담이 안내한 곳은 구석 쪽 칸막이 안이다.

“어서오시오.”

하고 안쪽에 앉아 있던 이대동이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조철봉은

 

옆에서 따라 일어선 사내를 보고는 놀라 숨을 삼켰다.

 

대통령실장 유세진이었기 때문이다.

“조 의원하고 한잔 마시려구요.”

하면서 유세진이 웃음띤 얼굴로 손을 내민다.

“아이구, 이거 죄송합니다. 차가 막히는 바람에.”

주섬주섬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인사를 마친 조철봉이 자리에 앉았을 때

 

어느새 마담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이집, 처음이시죠?”

하고 이대동이 묻더니 제가 제말에 대답했다.

“하긴 아실 리가 없지. 이집 아는 사람은 몇 안 됩니다. 하지만.”

이대동이 은근한 표정을 짓고 조철봉을 본다.

“이집이 ‘한양’보다 더 재미있어요. 아마 조 의원도 마음에 드실 거요.”

“그렇습니까?”

와락 호기심이 동한 조철봉이 칸막이 입구 쪽을 보았다.

 

그러나 술상이 이미 차려져 있기 때문인지 마담이 들어올 것 같지가 않았다.

“우리 이야기 끝나면 들어오라고 했어요.”

눈치 빠르게 이대동이 말한다.

 

이대동은 강단이 있는데다 전략통이다.

 

그러나 세력이 모이지 않아서 정책위의장 이상은 어렵다고 소문이 났다.

 

조철봉의 잔에는 유세진이 술을 채워 주었다.

 

그러고는 유세진이 입을 연다.

“조 의원, 일주일 후에 납북자와 국군포로가 입국하면 나라가 들썩거릴 겁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유세진이 말을 잇는다.

“이 여세를 몰아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십시다.

 

다시 조 의원님이 애를 써주셔야겠습니다.”

이미 지난번에 이야기가 된 일이지만 조철봉은 긴장한다.

 

그러고는 남북 정상회담인 것이다.

 

일주일 후에 납북자,

 

전쟁포로가 800여명이나 입국을 하면 대한민국은 눈물바다가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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