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11)존경을받다(11)

오늘의 쉼터 2014. 10. 9. 09:47

711)존경을받다(11)

 

 

(2004)존경을받다-21 

 

 

“어떤 의미의 상부상조를 말하신 거죠?”

 

신영선이 묻자 조철봉이 여전히 정색하고 대답한다.

“오늘처럼 나한테 필요한 인물이나 조직을 연결시켜 주시면

 

난 그 사례를 해드리는 것으로 하지요.”

“어떤 사례죠?”

이제는 신영선도 정색하고 묻는다.

 

신영선의 검은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조철봉이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금전적인 것은 리베이트를 드릴 것이고 기타 건별로 대가를 드리지요.

 

난 사업을 했던 인간이어서 받으면 꼭 줍니다.

 

한번도 거저 먹은 적이 없고 그냥 준 적도 없지요.”

“그건 알고 있어요.”

“나한테는 마담같은 로비스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담 또한 나같은 인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러자 신영선의 눈이 조금 가늘어진다.

 

먼 곳을 보려고 초점을 잡는 것 같은 표정으로 조철봉을 본다.

“저는 10년 가깝게 한번도 누구하고 염문을 뿌린 적이 없거든요.

 

그것을 알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단골집이 되었죠.”

조철봉은 눈만 크게 떴고 신영선의 말이 이어진다.

“그런 제의는 수없이 받았죠. 하지만 그런 관계가 밝혀지면 제 역할은 끝나게 되죠.

 

생각해 보세요.

 

제가 조 의원님 애인이라고 소문이 나면 민족당 거물들이 여기 오시겠어요?

 

아마 조금 전의 한국당 이대동 의원님도 안오실 걸요?”

“그렇겠군요.”

마침내 조철봉도 선선히 인정을 한다.

그러나 곧 다시 정색하고 말한다.

“세상에 밝혀지지 않는 비밀은 없다는 말도 있지만

 

밝혀내지 못한 비밀이 더 많다는 걸 내가 잘 압니다.

 

특히 남녀 관계는 가장 그렇죠.”

“생각해 볼게요.”

하고 신영선이 말했으므로 조철봉은 길게 숨을 뱉는다.

 

얼굴에는 안도의 기색이 번져져 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미스양 데리고 나가세요.”

“그냥 혼자 가겠습니다.”

조철봉이 머리를 저었으므로 신영선이 정색하고 말한다.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니까 그냥 데리고 나가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웃음띤 얼굴로 일어서는 신영선을 향해 조철봉이 묻는다.

“언제 결과를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전화드릴게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러자 신영선이 다시 눈을 좁혀 뜨고 조철봉을 내려다본다.

“여자한테 다 이러는 건 아니겠죠?”

“물론입니다. 누님은 자석 같은 흡인력이 있습니다. 난 이런 느낌은 처음입니다.”

조철봉이 절실한 표정으로 신영선을 보았다.

“누님도 아시다시피 난 여자를 많이 겪었죠.

 

그런데 누님처럼 성적 자극이 강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이제 신영선은 입을 다물었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기다리지요.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러자 신영선이 머리를 끄덕여 보이고는 방을 나갔다.

 

신영선에게 한 말은 다 진실이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다른 여자한테도 같은 표현을 썼지만 분위기가 다 달랐으니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소파에 등을 붙였을 때 양현수가 들어왔다. 

 

 

 

(2005)존경을받다-22

 

 

차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양현수의 표정은 밝다.

 

밤 11시. 오입쟁이들이 방을 찾아 들어가는 시간이다.

 

물론 제 집 방은 아니다.

 

‘타임’ 앞에서 출발은 했지만 운전사 미스터 윤은 차를 저속으로 운전하고 있다.

 

아직 조철봉한테서 목적지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철봉이 양현수에게 묻는다.

“집이 어디야?”

“사당동인데요.”

그러자 조철봉이 미스터 윤에게 말한다.

“사당동으로 가자.”

그 순간 양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집에 데려다 준다는 말인 것이다.

 

조철봉이 양현수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탈북자 현황하고 실태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서 나한테 보내줘.

 

내가 대가를 줄 테니까.”

그러고는 조철봉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이건 선금이야. 계약금이라고 생각해도 돼.

 

자료 가져오면 상태를 봐서 더 지급하도록 할 테니까.”

그러자 놀란 양현수가 머리를 저으며 몸까지 뒤로 젖혔지만 조철봉은

 

재킷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받아. 고생해서 만든 자료값은 당연히 받는 거야.”

봉투 안에는 이백이 들었다.

 

오늘 이차값으로 백만원 넣었다가 나오기 전에 화장실에서 백만원을 더 넣은 것이다.

“전 됐어요. 자료는 그냥 드려도.”

했지만 양현수가 시선을 들고 조철봉을 똑바로 본다.

 

조철봉에게는 그것이 자랑스러운 표정처럼 보였다.

 

이차 행사를 치르고 봉투를 받았을 때는 이런 표정이 안될 것이다.

 

양현수는 프리랜서로 중국 땅에 가서 고생을 하고 자료 수집은 했지만 결국 용돈을

 

더 벌려고 ‘타임’의 신영선에게 픽업된 인물인 것이다.

 

역시 목표는 돈이었다.

“그럼 탈북자에 대한 전반적인 자료를 다 준비해서 드릴까요?”

양현수가 생기 띤 얼굴로 물었으므로 조철봉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래. 미스 양도 알다시피 내가 남북관계에 대한 일을 맡게 돼서

 

자료는 많을수록 좋아.”

“언제까지 드려야죠?”

“빠를수록 좋지.”

“그럼 열흘만 시간을 주세요.”

“좋아, 열흘.”

그러자 양현수가 힐끗 미스터 윤 쪽을 보더니 목소리를 낮춘다.

“제가 전화 드려도 되죠?”

“그럼.”

“제가 싫은 건 아니시죠?”

“그럴 리가 있니?”

하면서 조철봉이 팔을 뻗어 양현수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물컹하면서 탄력있는 허리살이 만져진 순간 조철봉은 숨구멍이 막히는 것 같은

 

성욕이 치솟아 올랐지만 참는다.

 

참는 것에는 이골이 난 조철봉이 아닌가?

 

누구는 여자에 걸신들린 조철봉, 참지 못하고 여자만 보면 바지부터 내리는

 

조철봉으로 매도했지만 모르고 짖는 야밤의 똥개소리다.

 

조철봉만큼 인내심이 강한 놈자는 없을 것이다.

 

여자를 여섯번 극락에 올려놓을 때까지 참는 놈자가 근래에 있겠는가?

 

사당동 사거리에서 내린 양현수는 생기 띤 얼굴로 차 안의 조철봉에게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다시 차를 발진시킨 미스터 윤이 이번에는 백미러를 보면서 묻는다.

“어디로 모실까요?”

백미러에서 미스터 윤과 시선을 맞춘 조철봉이 심호흡을 하고 나서 말한다.

“어딘 어디야? 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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