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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 떴다, 조철봉 (12)

오늘의 쉼터 2014. 10. 8. 09:41

688. 떴다, 조철봉 (12)

 

 

(1959)떴다, 조철봉-23

 

 

핸드폰을 꺼낸 조철봉이 발신자 번호를 보고는 머리를 기울였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귀에 붙인다.

“여보세요.”

“조철봉 의원이시죠?”

굵은 사내의 목소리.

“예, 그렇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아, 전 통전부장 양성택입니다.”

그순간 놀란 조철봉이 눈을 치켜뜨고는 심호흡을 했다.

 

시선을 김경준과 최갑중에게 번갈아 주면서 조철봉이 말한다.

“아, 양 부장님, 갑자기 웬일이십니까?”

김경준과 최갑중이 멀뚱한 표정을 짓다가 먼저 김경준이 알아챘다.

 

김경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때 양정택이 말했다.

“오늘 국군포로하고 귀순자 송환 추진위가 발족했다는 보고를 받고 전화드리는 겁니다.”

“바로 말씀을 드리려고 했었는데.”

“언제 평양에 오실 겁니까?”

“빠른 시일내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서로 오려고 야단이겠군요.”

양성택이 웃음띤 목소리로 말했으므로 조철봉의 얼굴에도 저절로 웃음기가 떠올랐다.

“아마 그러겠지요.”

“내일 의원 협의회를 통해 방문에 대한 공문을 보내주시지요.”

“알겠습니다.”

“저희들이 바로 회답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더니 양성택이 목소리를 낮추고 묻는다.

“저희는 이번 의원 방문단 인원을 최소한으로 하고 싶은데 조 의원께서

 

혹시 같이 오시고 싶은 분이 계십니까?”

“없습니다.”

잘라 말했던 조철봉이 생각난 듯 덧붙였다.

“제 보좌관 둘하고 비서관만 있으면 됩니다.”

“그건 염려 마시구요.”

그러더니 양성택의 목소리에 다시 웃음기가 띠어졌다.

“한국당 순발력이 좋습니다.

 

금방 조 의원을 이용해서 한건 올리려고 한 것을 보니 말입니다.”

“아아.”

“그럼 전화 끊습니다.”

통화가 끝났을 때 숨도 죽이고 있던 김경준이 먼저 묻는다.

“통전부장 양성택입니까?”

“곧 오라는군.”

“잘 되었군요.”

흥분한 김경준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긍정적입니다.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만 이뤄지면 의원님은 영웅이 되십니다.”

“방북 의원 명단을 보내면 북측에서 선별할 모양이야,

 

인원을 최소한으로 하겠다는 걸 보니까 말야.”

“그건 더 잘된 겁니다.”

김경준이 열에 뜬 목소리로 말한다.

“인원이 적을수록 몫이 커집니다.

 

물론 이번 회담의 남측 주역은 의원님이 되시겠지만 말입니다.”

“과연.”

이맛살을 찌푸린 조철봉이 정색했으므로 김경준은 입을 다물었다.

 

최갑중도 굳어진 얼굴로 조철봉을 본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위원장이 나한테 바라는 것이 무얼까? 나를 계속해서 키워주는 이유가 뭘까?”

“의원님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것 같습니다.”

최갑중이 웃지도 않고 말했으므로 김경준이 눈만 크게 떴고 조철봉은 가만 있었다.

 

그러자 최갑중이 말을 잇는다.

“벌써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데요.

 

뭘, 여론조사도 나왔지 않습니까?

 

국회의원 중에서 의원님 인기가 1위입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난리도 아닙니다.” 

 

 

 

(1960)떴다, 조철봉-24

 

 

 유하연의 전화가 온 것은 조철봉이 평양으로 떠나기 전날 저녁이다.

 

한국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추진위원회 구성에다 위원단의 방북이

 

갑작스럽게 결정된 며칠간 모든 언론이 조철봉의 얼굴로 도배를 해놓은 것 같았다.

 

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TV만 켜면 조철봉의 얼굴이 나왔다.

 

옛날에 뉴스가 시작되는 종소리와 함께 대통령 얼굴이 나오는 바람에 땡천

 

(대통령 성이 천씨였던 것 같다.)

 

뉴스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땡조뉴스가 되었다.

 

9시 정각에 땡, 하면 조철봉 의원은, 하고 앵커가 말했기 때문이다.

“아니, 네가 웬일이냐?”

의원회관의 의원실에서 혼자 있었기 때문에 조철봉이 구애받지 않고 큰소리로 묻는다.

 

타이밍이 좋았다.

 

방금 회의가 끝난 데다 내일 오전에 자유로를 통해 육로로 평양까지 달리게 되는 터라

 

조금 들뜬 상태가 되어 있었기도 했다.

“바쁘시지 않으세요?”

하고 유하연이 예의 바르게 물었으므로 조철봉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괜찮아.”

“갑자기 전화 드려서 놀라셨죠?”

“놀라긴, 기쁘다.”

진심이다.

 

유하연과 한양의 방에서 나눈 짧은 정사는 조철봉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오랜만에 받은 감동이다.

 

정말 오랜만에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통쾌하게 폭발해 보았다.

 

애국가나 어려운 노래를 거꾸로 부르면서 기를 쓰고 쾌감을 잊으려 했던 순간들이

 

유하연과의 짧고도 후련한 섹스를 떠올리면 다 부질없게 느껴졌던 것이다.

 

물론 유하연이 진정 만족했을까 하는 부분에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경황도 없었지만 그런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기,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유하연이 물은 순간 조철봉은 눈을 치켜떴다가 내렸다.

“아니, 별일 없어.”

“그럼 저하고 시간 보내실 수 있으세요?”

그렇게 묻더니 유하연이 금방 덧붙였다.

“한양 별관에서요. 거긴 사람들 눈에도 띄지 않거든요.”

“한양 별관?”

“한양 주차장으로 들어오시면 종업원이 안내해주거든요.”

“너, 그럼.”

“그래요, 사장님 허락받았어요.

 

그러니까 별관을 사용하게 해주시는 거죠.”

“허어, 과연.”

“거긴 아파트 구조라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거든요.”

저절로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고나서 조철봉이 헛기침까지 했다.

 

그러고는 눈의 초점을 잡은 후에 심호흡을 했다.

“그런데, 너, 나한테 무슨 용건이 있는 거냐?”

 

조철봉이 부드럽게 묻자 유하연은 짧게 웃었다.

“없어요.”

“내가 매력 있다는 거짓말은 마.”

“안 할게요.”

“나하고의 섹스가 자지러지게 좋았다는 말도 안 통해.”

“그럼요, 요즘 그런 말 안 통하죠.”

“돈 필요하냐?”

“아뇨.”

“그럼 뭐야?”

“사장님 지시죠.”

“으으음.”

조철봉이 저도 모르게 탄성을 뱉었을 때 유하연의 말이 이어진다.

“지시하셨지만 제가 싫다고 하면 끝나요.

 

그런데 저도 만나고 싶었거든요.”

“으음.”

“그날 너무 서둘러서 끝내신 것 같아서요.

 

전 그것이 좀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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