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689. 중개인-1

오늘의 쉼터 2014. 10. 8. 13:25

689. 중개인-1

 

(1961)중개인-1  

 

 

 

한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최갑중이 불쑥 묻는다.

“형님, 별일 없겠지요?”

백미러에서 시선이 마주쳤을 때 조철봉이 입맛을 다셨다.
 
지금 조철봉은 최갑중이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앉아있는 것이다.
 
김경준한테도 한양에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좋아. 그럼 국정원 서 차장한테 내가 한양 별관에서 데이트를 한다고 연락을 해라.
 
그럼 되겠지?”

“예에?”

놀란 최갑중이 다시 백미러를 보았다가 앞차가 갑자기 속력을 줄이는 바람에
 
서둘러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별일 없겠는가 내가 문의하더라고 해.
 
그럼 속으로 미친놈이라고는 하겠지만 봐주겠지.”

“왜요?”

“왜긴 왜야 이 자식아. 내가 지금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필요한 존재니까
 
그렇지. 기관에서 날 보호해줘야 돼.”

“그럼 형님 들어가시고 연락을 할까요?”

정색한 최갑중이 확인하듯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다시 입맛을 다셨다.

“놔둬라. 이미 내 동선을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갑중이 다시 백미러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뒤차를 본 것이다.

“그것 참.”

최갑중이 말을 잇는다.

“이런 일 처음이시죠, 형님?”

“그렇다.”

이런 일을 상의할 인간은 세상에서 최갑중 하나뿐이다.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이었을 때부터 조철봉의 사기 보조 역할을 해온 최갑중이다.
 
그런데 십여년간 온갖 풍상을 다 겪었지만 이렇게 요정에서 AS를 해주는
 
경우는 처음이다. 그렇다. 이것도 AS다.
 
부품 수리나 엔진오일 교환만 AS가 아니다.
 
이것은 자동차업계 식으로 비유하면 대형차를 엉겁결에 렌트하고 돌려주었더니
 
다음날 어디 다시 한번 마음껏 몰아보라면서 차를 공짜로 내준 것이나 같다.
 
어느덧 차가 한양의 일차선 도로를 내려가더니
 
담장 중간의 열려진 주차장 안으로 슬쩍 들어섰다.
 
오후 7시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주차장에는 고급 승용차가 삼분의 이 정도나 차 있었다.
 
종업원 하나가 서둘러 다가오더니 차 뒷문을 열었으므로 최갑중이 말했다.

“기다릴게요. 형님.”

최갑중은 이럴 때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머리만 끄덕여 보인 조철봉이 밖으로 나오자 종업원이 공손한 태도로 말한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단정한 양복 차림에 말끔한 용모의 남자 종업원은 조철봉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종업원은 지난번 요정의 출구와는 반대편으로 걷더니
 
곧 엘리베이터에 조철봉을 태우고 지상 3층에서 내렸다.
 
3층 복도에는 타일이 깔렸고 끝 쪽에 철제 문이 닫쳐져 있다.
 
문 앞으로 다가간 종업원이 벨을 누르더니 조철봉에게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몸을 돌렸다. 문 앞에 선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이곳은 사무실 건물 같다.
 
그때 안에서 자물쇠 풀리는 소리가 울렸으므로 조철봉은 반대쪽을 보았다.
 
어느새 종업원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유하연의 웃음 띤 얼굴이 드러났다.
 
조금 어둑한 복도가 환해지는 느낌이 들 만큼 유하연의 표정이 밝다.

“오셨어요?”

들어오라는 듯 몸을 비키면서 유하연이 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안으로 들어서면서 조철봉의 목구멍이 또 조이는 느낌이 왔다.
 
갑자기 눈물까지 핑 돈다.

 

 

 

 

(1962)중개인-2 

 

 

유하연은 헐렁한 원피스 차림이었다.

 

분홍색 바탕에 커다란 꽃무늬가 박힌 원피스 밑으로 맨다리가 드러났다.

 

방으로 들어선 조철봉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호텔방 같다. 벽에 커다란 침대가 붙여져 있고 옆쪽에는 소파,

 

건너편 문은 화장실일 것이다.

 

유리창에 커튼이 내려졌고 방의 불빛은 은근했다.

“저, 오늘은 시간 많아요.”

뒤쪽에서 유하연이 말했으므로 조철봉은 몸을 돌렸다.

 

시선이 마주치자 유하연이 눈웃음을 쳤다.

 

다가온 유하연이 조철봉의 저고리를 벗긴다.

 

옅게 향내가 맡아졌다.

 

인간에게 피부 냄새는 없다. 그러나 사용하는 화장품과 향수가 섞여서

 

각각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유하연의 향내도 독특했다.

 

마치 은밀한 부분의 살 냄새 같다.

 

저고리에 이어서 넥타이를 풀고 셔츠까지 벗기는 유하연을 내려다보면서

 

조철봉은 입을 열지 않는다.

 

이 순간이 한양의 대표 박영복이 장삿속으로 조성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장삿속 아닌 것이 어디 있는가?

 

다 주고받는다.

 

서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용 가치가 없으면 찾지 않고 또한 스스로의 이용 가치가 소모되었다고 느꼈을 때

 

미련 없이 떠나야 한다.

 

그때 유하연이 바지 혁대를 쥐고 묻는다.

“벗겨드려요?”

아래쪽을 말한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위쪽은 러닝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다.

“내가 네 원피스 벗겨줄까?”

혁대를 쥔 유하연의 손을 놔두고 조철봉이 그렇게 물었다.

“진작 그러셔야죠.”

유하연이 혁대를 풀면서 다시 웃었다.

“가만 계시니까 제가 무안했잖아요?”

원피스 지퍼는 뒤쪽에 있었으므로 조철봉은

 

유하연을 당겨 안듯이 하고 지퍼를 주욱 내렸다.

“어엇.”

지퍼가 다 내려갔을 때 조철봉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원피스가 어깨 밑으로 젖혀지면서 유하연의 젖가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눈을 크게 뜬 조철봉이 원피스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 순간 조철봉은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원피스가 발 밑으로 흘러내리면서 유하연의 알몸이 드러난 것이다.

 

유하연은 원피스 밑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어머.”

그 순간에 유하연도 조철봉의 바지와 팬티를 함께 끌어내렸다.

 

어느덧 곤두선 철봉이 건들거렸으므로 유하연의 입에서 탄성이 나온 것이다.

“그날.”

유하연이 두 손으로 철봉을 감싸 쥐면서 조철봉을 올려다보았다.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좋았다는 느낌밖에 없었거든요?”

조철봉은 유하연의 허리를 두 팔로 감아 안았다.

 

잘록한 허리여서 가슴에 가득 들어찬 느낌이 온다.

 

둘은 벌거벗은 채 방 복판에 부둥켜 안고 서있는 것이다.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조철봉이 유하연의 볼에 입술을 붙이며 말했을 때였다.

 

유하연이 말을 받았다.

“사과나무를 심으시겠다구요?”

“널 먹고 보겠다.”

그러자 유하연이 큭큭 웃었다.

 

더운 숨결이 조철봉의 목덜미에 닿는다.

“내일 세상 망하지 않으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너나 박 사장이 어떤 속셈을 갖고 있더라도 상관없어.”

“속셈 없다니까요?”

그러더니 유하연이 두 손으로 움켜쥔 철봉을 문지르면서 묻는다.

“침대로 갈까요?

 

아니면 소파에서 하실래요?

 

저는 준비 다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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