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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 떴다, 조철봉 (10)

오늘의 쉼터 2014. 10. 8. 09:39

686. 떴다, 조철봉 (10)

 

 

(1955)떴다, 조철봉-19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비단 금침이 깔려있다고 해도 홀랑 옷을 벗은 채 회포를 풀 수는 없다.

 

그리고 홀랑 옷을 벗는다고 회포가 더 잘 풀리는 것도 아니다.

 

바로 10m쯤 옆쪽 방에 거물들이 앉아 있는 현실인 것이다.

 

아무리 용인을 받았다고 해도 다 벗는 건 오히려 불편했다.

 

비단 금침 위에 앉은 조철봉이 유하연을 보았다.

 

유하연은 욕실 앞쪽에 단정히 서 있었는데 시선이 마주쳤어도 피하지 않는다.

 

조철봉의 말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리와 앉아.”

조철봉이 옆쪽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유하연이 소리없이 다가와 금침 위에 마주보며 앉는다.

 

그러나 둘 다 옷을 그대로 입은 채였으며 표정도 좋다.

 

특히 유하연은 한쪽 무릎을 세운 위에 두 손을 포개 얹고는 정색하고 조철봉을 본다.

 

마치 지아비하고 6·25 때 피란길을 상의하는 옛날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방에까지 들어왔는데 그냥 나갈 수는 없지. 안 그래?”

하고 조철봉이 묻자 유하연이 머리를 크게 끄덕인다.

“네, 그래요.”

꼭 한강 다리를 넘어가기로 합의한 부부같다.

 

조철봉이 똑바로 유하연을 본다.

“그냥 하기는 그래서 그러는데. 너, 이런일 가끔 있는 거냐?”

“네, 가끔요.”

하더니 유하연이 잠깐 눈썹을 모았다가 말을 잇는다.

“지금까지 두 번. 아니, 오늘까지 세 번이 되겠네요.”

“두 번은 각각 다른 남자?”

“그럼요.”

“누군지는 말 못하겠지?”

“그럼요.”

유하연이 눈을 크게 떠보였다.

 

강조하려는 의미일 것이다.

 

헛기침을 한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너, 잘해?”

“뭘요?”

했다가 곧 말뜻을 알아챈 유하연이 조철봉을 본다.

 

여전히 정색한 얼굴.

“좋아는 해요.”

“어떤 자세를 좋아하는데?”

“정상위.”

“물론 할 때 키스 같은 건 싫어하겠지?”

“네?”

눈을 크게 떴던 유하연이 머리를 기울였다가 대답한다.

“별로 싫어하진 않는데요.”

“내 경험으로는 대부분이 키스를 싫어하더라.

 

이런 곳에서 만나면 말야.”

“전 아녜요.”

여전히 유하연은 면접을 보는 사원처럼 꼬박꼬박, 또렷하게, 예의 바르게 대답한다.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이것은 애무 대용이다. 분위기를 띄우려는 속셈인 것이다.

 

옷을 벗기고 주무르고 쓰다듬고 빨고 비벼대는 것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은근한 효과가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젖는 여자도 있는 것이다.

“의원님은 좋아하세요?”

이번에는 유하연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의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영리한 유하연은 이쪽 의도를 아는 것이다.

“그야, 소문대로지.”

“저도 들었어요.”

하면서 유하연의 얼굴에도 처음으로 웃음기가 떠올랐다. 됐다,

 

그것을 본 조철봉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이제 유하연이 맞추기 시작한다.

“아주 잘 하신다면서요?”

“뭐, 그야.”

눈을 가늘게 뜬 조철봉이 지그시 유하연을 본다.

 

잘 돼 간다. 탄력을 받았다. 

 

 

 

 

(1956)떴다, 조철봉-20

 

 

조철봉은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유하연의 얼굴이 굳어진다.

눈치를 챈 것이다.

 

시간이 없으니 이제 시작해야겠다는 표시.

“저기, 불 끌까요?”

유하연이 먼저 물었으므로 조철봉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넌 어때?”

“전 아무래도 좋아요.”

“그럼 켜둘까?”

“다 벗을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밑에만 벗어.”

자리에서 일어선 조철봉이 바지 혁대를 풀면서 말했다.

“바쁘니깐 이해해라.”

“그럼요.”

유하연이 치마 밑에서 팬티를 끌어내리면서 대답한다.

 

비스듬히 서 있어서 얼굴 옆모습만 보였는데 얼굴이 굳어져 있지는 않았다.

바지와 팬티를 벗은 조철봉이 셔츠에 넥타이만 맨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섰다.

셔츠가 길어서 허벅지까지 내려온 바람에 철봉은 감춰졌다.

 

그러나 검정 양말을 신은 모습이 우스웠는지 힐끗 바라본 유하연이 큭 웃었다.

 

유하연은 한복 밑의 팬티만 벗었으므로 그대로의 모습이다.

 

흔적도 나지 않는다.

 

이대로 모인 장소에 돌아간다고 해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조철봉이 유하연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그러자 유하연이 두 팔을 벌려 조철봉의 목을 감싸 안는다.

“벗어도 되는데.”

유하연이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거추장스럽지 않으세요?”

“내가 미안한데.”

허리를 당겨 안은 조철봉이 유하연의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 떼면서 말했다.

“괜찮겠니?”

“그럼요.”

하고 나서 유하연이 다시 큭큭 웃는다.

“신경 쓰지 마시고 그냥 하세요.”

“내가 이런 꼴은 처음이야.”

“정말요?”

“이렇게 바지만 벗고 덤비는 건 처음이라 그런다.”

“그럼 다 벗고 하시는 게 좋으세요?”

“아냐, 그게 아니라.”

“시간 있으니깐 다 벗을까요? 5분이면 되거든요?”

“아니, 그건 더 불편해, 상황이.”

“그럼 그냥 해요.”

다시 큭큭 웃는 유하연이 하반신을 밀착시켰다.

“아까 이야기로 분위기 부드럽게 하려고 하신 것,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뭐가?”

“저에 대한 배려요.”

“이런.”

눈을 동그랗게 뜬 조철봉의 목을 더 세게 감아안은 유하연이 말한다.

“정상위로 해 주세요.”

“그러지.”

그러자 유하연이 금침 위에 눕더니 치마를 뒤집어 올렸다.

 

그러자 맑은 바다 속에 해파리가 떠있는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치마와 흰 속치마가 뒤집혀 올라간 사이로 미끈한 두 다리가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아랫배의 배꼽에서부터 알몸이 다 드러났다.

 

발에 흰 버선만 끼워져 있는 것이 더 자극적이다.

“으으음.”

조철봉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뱉어졌다.

 

과연 일품이다.

 

아니, 명품이다.

 

미끈하지만 탄력이 넘치는 몸매, 긴 다리에 부드러운 곡선,

 

거기에다 짙은 숲 사이로 활짝 드러난 붉은 골짜기.

 

조철봉은 유하연의 몸위로 꿇어 앉았다.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은 것이다.

 

그러고는 몸을 펴고 유하연의 몸위로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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