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9. 중개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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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중개인-1
한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최갑중이 불쑥 묻는다.
“형님, 별일 없겠지요?” 백미러에서 시선이 마주쳤을 때 조철봉이 입맛을 다셨다. 지금 조철봉은 최갑중이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앉아있는 것이다.
김경준한테도 한양에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좋아. 그럼 국정원 서 차장한테 내가 한양 별관에서 데이트를 한다고 연락을 해라. 그럼 되겠지?”
“예에?” 놀란 최갑중이 다시 백미러를 보았다가 앞차가 갑자기 속력을 줄이는 바람에 서둘러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별일 없겠는가 내가 문의하더라고 해. 그럼 속으로 미친놈이라고는 하겠지만 봐주겠지.”
“왜요?” “왜긴 왜야 이 자식아. 내가 지금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필요한 존재니까 그렇지. 기관에서 날 보호해줘야 돼.”
“그럼 형님 들어가시고 연락을 할까요?” 정색한 최갑중이 확인하듯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다시 입맛을 다셨다. “놔둬라. 이미 내 동선을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갑중이 다시 백미러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뒤차를 본 것이다. “그것 참.” 최갑중이 말을 잇는다. “이런 일 처음이시죠, 형님?” “그렇다.” 이런 일을 상의할 인간은 세상에서 최갑중 하나뿐이다.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이었을 때부터 조철봉의 사기 보조 역할을 해온 최갑중이다.
그런데 십여년간 온갖 풍상을 다 겪었지만 이렇게 요정에서 AS를 해주는
경우는 처음이다. 그렇다. 이것도 AS다.
부품 수리나 엔진오일 교환만 AS가 아니다.
이것은 자동차업계 식으로 비유하면 대형차를 엉겁결에 렌트하고 돌려주었더니
다음날 어디 다시 한번 마음껏 몰아보라면서 차를 공짜로 내준 것이나 같다.
어느덧 차가 한양의 일차선 도로를 내려가더니
담장 중간의 열려진 주차장 안으로 슬쩍 들어섰다.
오후 7시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주차장에는 고급 승용차가 삼분의 이 정도나 차 있었다.
종업원 하나가 서둘러 다가오더니 차 뒷문을 열었으므로 최갑중이 말했다.
“기다릴게요. 형님.” 최갑중은 이럴 때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머리만 끄덕여 보인 조철봉이 밖으로 나오자 종업원이 공손한 태도로 말한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단정한 양복 차림에 말끔한 용모의 남자 종업원은 조철봉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종업원은 지난번 요정의 출구와는 반대편으로 걷더니
곧 엘리베이터에 조철봉을 태우고 지상 3층에서 내렸다.
3층 복도에는 타일이 깔렸고 끝 쪽에 철제 문이 닫쳐져 있다.
문 앞으로 다가간 종업원이 벨을 누르더니 조철봉에게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몸을 돌렸다. 문 앞에 선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이곳은 사무실 건물 같다.
그때 안에서 자물쇠 풀리는 소리가 울렸으므로 조철봉은 반대쪽을 보았다.
어느새 종업원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유하연의 웃음 띤 얼굴이 드러났다.
조금 어둑한 복도가 환해지는 느낌이 들 만큼 유하연의 표정이 밝다.
“오셨어요?” 들어오라는 듯 몸을 비키면서 유하연이 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안으로 들어서면서 조철봉의 목구멍이 또 조이는 느낌이 왔다.
갑자기 눈물까지 핑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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