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7. 떴다, 조철봉 (11)
(1957)떴다, 조철봉-21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꼽으라면 조철봉은 당연히 여자다.
여자의 미모는 세상 어떤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화장품 용기, 꽃, 또는 산천의 풍경과도 견줄 수 없다.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감동과 함께 꿈이 생성된다.
설령 가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꿈은 인간에게 활력을 준다.
조철봉은 중국 황산의 절경을 보고 나서 꿈을 일으켰다는 인간은 못 보았다.
감동은 받겠지만 아름다운 여자만큼 기대감을,
또는 험난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꿈을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자의 알몸을 이렇게 둘이 있는 방안에서 내려다보게 되었다는 것은
그 꿈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남녀간의 섹스만이 존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인정해주는 현실이 되었다.
인간은 수시로 욕정을 느끼지만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조철봉은 눈앞에 누운 유하연의 알몸을 보면서 감동에 몸을 떤다.
단 몇초간이었지만 머릿속에 온갖 연상이 떠올랐다가 지워졌으며
이 순간을 아끼고 싶다는 충동으로 몸까지 떨렸다.
그때 눈을 감고 있던 유하연이 눈을 떴다.
눈동자가 또렷했다.
초점이 맞는 눈으로 조철봉을 보면서 물었다.
“눈을 뜨고 있을까요?”
“응? 응.”
다시 감동으로 가슴이 막힌 조철봉이 두팔을 금침 위에 짚고 준비 자세를 취한다.
그러고는 유하연을 내려다보았다.
“너, 참 괜찮은 애다.”
“하세요.”
유하연이 시선을 마주친 채 말했다.
그러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져 있었다.
그 순간 조철봉은 시간을 더 끌었다가는 역효과가 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은 이미 샘 끝에 붙여져 있던 철봉을 천천히 진입시켰다.
전에는 철봉 끝으로 골짜기를 애무했지만 오늘은 그것도 생략했다.
“아아.”
눈과 입을 딱 벌린 유하연이 커다랗게 신음을 뱉었다.
두 팔을 든 유하연이 조철봉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조철봉은 철봉이 진입하면서 강한 압박감과 함께 피부 세포에 닿는 감촉에 이를 악물었다.
이 감촉, 때로는 수만마리 개미가 덤벼 붙는 것 같고
또 어떤 샘은 지렁이가 엉키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까지 셀 수도 없는 샘을 방문했지만 같은 느낌은 단 한 번도 없다.
모두 조물주의 신통한 능력이시다.
“아아.”
샘 끝에 철봉이 닿는 느낌이 왔을 때 이를 악물고 있던 유하연이 참지 못하고 다시 신음했다.
어느덧 치켜뜬 두눈의 초점이 멀어져 있다.
조철봉도 문득 머릿속에 근래에 치솟는 기름값을 떠올렸다가 서둘러 머리를 저었다.
오늘은 그럴 때가 아닌 것이다.
빨리 끝내고 회식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예전처럼 참고 참으면서 시간을 끌 상황이 아니다.
조철봉도 이번에는 감각을 느끼기로 했다.
그래서 철봉을 후진시켰을 때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샘의 압박감이 셌기 때문이다. 유하연의 샘 안에는 생낙지 몇마리가 살아 돌아다니는 것 같다.
조철봉은 이제 마음 놓고 샘 안으로 뛰어들었다.
유하연이 환호하며 조철봉을 맞는다.
“아아. 너무 좋아.”
유하연이 소리쳤다. 어느덧 콧등은 땀이 맺혔고 허리가 요동을 쳤다.
조철봉은 머리끝이 솟는 느낌을 받으면서 헐떡였다.
샘이 곧 터질 것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큰 감동이 어디 또 있겠는가?
(1958)떴다, 조철봉-22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 추진위원회는 하루 만에 결성되었다.
한국당과 민족당을 포함한 위원회 의원은 35명 예정이다.
조철봉은 추진위원회에서도 부총무를 맡았으므로 남북의원 협의회의
부총무직까지 겸임하게 되었다.
요직을 두 개나 꿰어찬 것이다.
그날 저녁 조철봉은 보좌관 최갑중, 김경준과 셋이서 인사동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최갑중과 김경준의 사기는 충천했고 특히 김경준의 위상은 의원급 보좌관이 되어 있었다.
참치가 뛰어오르면 꽁치도 덩달아서 물 밖으로 뛰는 법이다.
“오전에 임기택 의원한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한정식 상 앞에 둘러앉은 김경준이 말했다.
“바른정치를 위한 모임의 부회장 취임을 기다리고 있다는군요.”
“흥.”
조철봉은 가만 있었는데 최갑중이 먼저 코웃음부터 쳤다.
“그까짓 모임의 부회장 자리가 뭐가 대단하다고 그러는 거야?”
“의원님을 엮어서 이용하려는 겁니다.”
따라서 쓴웃음을 지은 김경준이 말을 잇는다.
“오늘도 임기택이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 추진위에 가입하려고
저한테 두 번이나 부탁을 했습니다.
따로 만나자는 말까지 하더군요.”
“따로 만나서 뭐 한다는 거요, 김형?”
최갑중이 묻자 김경준이 피식 웃었다.
“뻔하지요, 뭐.”
“봉투?”
“눈치 봐서 그것도 내놓겠지요.”
“으음.”
헛기침을 한 최갑중이 힐끗 조철봉의 눈치를 보았다.
“그거, 장사가 되겠는데.”
그때 잠자코 밥을 먹던 조철봉이 머리를 들고 김경준을 보았다.
“김 보좌관, 납북자하고 국군포로 가족실태는 알아보았어?”
“예, 납북자 가족은 대표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군포로 가족은 모임도 없는 데다 모두 연로하셔서.”
“위원회가 결성되었으니까 곧 공고가 나갈 거야.
국군포로 가족의 신고를 받고 북한 측에도 협조 요청을 해야 될 테니까
아무래도 내가 또 북한에 가야 될 것 같아.”
“그런 일 하실 분은 의원님뿐이시죠.”
턱을 든 김경준이 어깨까지 펴면서 말한다.
정색한 얼굴이었다.
“아마 여럿이 따라 가겠다고 나설걸요?
서로 가겠다고 아귀다툼을 할 겁니다.
이번에 따라가 성과를 얻는다면 차기선거는 보장을 받을 테니까요.”
최갑중이 투덜거렸을 때 김경준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런데 가능성이 있을까요?”
“연락해 봐야지.”
젓가락을 내려놓은 조철봉이 미간을 모으고는 김경준의 가슴께를 보았다.
생각하는 표정이다.
“지금쯤 북한 측도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다 알고 있을 테니까 말야.”
“누구한테 연락하시겠습니까?”
“통전부장 양성택.”
“만일.”
입안의 침을 삼킨 김경준이 말을 잇는다.
“그쪽에서 거부반응을 보이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남북의원협의회까지 만든 상황에 당장 거부할 리는 없어.”
정색한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면 한국당 수뇌부도 정치력이 대단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거야.”
그때 조철봉의 바지 주머니에 든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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