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669. 조의원(5)

오늘의 쉼터 2014. 10. 8. 09:28

669. 조의원(5)

 

 

(1921)조의원-9 

 

 

칭다오 공항의 입국장을 나온 조철봉이 옆을 따르는 최갑중을 향해 활짝 웃었다.

“이제 살 것 같다.”

“그렇습니까?”

건성으로 대답한 최갑중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사람들을 헤치고 유병삼이 나온다.

 

산둥성과 헤이룽성, 지린성, 랴오닝성까지 중국 동북쪽 4개 성의 룸살롱을 관리하는 총대표.

 

7년 전에 조철봉이 중국땅에서 처음 시작한 사업은 룸살롱이었다.

 

지금은 동북 7개성에 모두 127개의 룸살롱을 경영하고 있지만 전문 경영인에게 지분까지

 

나눠주고 이익금만 배당받는 상황이 되었다.

 

그 127개 업체를 총괄하는 사장이 유병삼이다.

“어서 오십시오.”

다가온 유병삼이 허리를 깊게 숙이고 인사를 했지만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져 있다.

 

7년 전만 해도 유병삼은 1개 룸살롱 영업상무였다가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다.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유병삼은 직원 셋을 데리고 왔는데

 

그들은 소리없이 조철봉과 최갑중 주위에 둘러서서 경호했다.

 

최갑중한테서 각별한 주의를 받은 것이다.

 

공항 밖에는 이미 검은색 벤츠 600이 주차되어 있었는데 조철봉과 최갑중이 뒷좌석에 오르자

 

차는 진동도 없이 출발했다.

 

앞좌석에 앉은 유병삼이 몸을 돌려 조철봉을 본다.

“별장에 준비해 놓았습니다.”

조철봉이 머리만 끄덕였고 유병삼은 말을 잇는다.

“너무 많으면 혼란스러우실 것 같아서 셋을 대기시켰습니다.”

“수고했어.”

좌석에 등을 붙인 조철봉의 얼굴이 환해졌다. 기대에 부푼 표정이다.

“여기 최 보좌관도 그중 하나 고르라고 해야겠구만.”

“아, 아닙니다.”

질색을 한 최갑중이 상체를 세우더니 손까지 저었다.

“그러시면 안됩니다, 의원님.”

“이렇게 나왔을 때는 의원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않아?”

조철봉이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정신 나간 거냐?”

“죄송합니다, 사장님.”

머리를 돌린 조철봉이 이제는 유병삼을 본다.

“그 세명 모두 한족이겠지?”

“아, 아닌데요.”

이제는 유병삼이 당황해서 손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조선족 아가씨들을 골랐습니다만.”

유병삼은 조철봉이 영어라곤 굿모닝하고 헬로밖에 못한다는 것을 안다.

 

유병삼이 목격한 장면인데 조철봉은 밤에 만난 사람한테 굿모닝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래서 대화가 소통되도록 조선족 아가씨로 고른 것이다.

“바꿔.”

조철봉이 그래도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서 유병삼한테 말했다.

“유 사장도 알다시피 내 위치가 그래서 그래.

 

내가 누군지 걔들이 알면 나야 괜찮지만 대한민국 국회의원 체면이 깎일 것 아닌가?”

“예, 그렇습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유병삼이 이마에 밴 진땀을 손바닥으로 닦으며 말했다.

“한족으로 고르겠습니다. 더 나은 아가씨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난번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조철봉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긴장한 유병삼도 뭄을 굳혔다.

“대통령께서 나한테 하신 말씀을 듣고 내가 그 자리에서 맹세했다.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겠다고 말야.” 

 

(1922)조의원-10

 

 

뭐, 조선족 아가씨하고 노는 것이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인지 어쩐지는 유병삼이나 최갑중 역시

 

따질 경황이 없다.

 

둘한테 중요한 건 오직 조철봉이 대통령한테서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 엄청난 사실,

 

최갑중은 그동안 백번도 더 들었지만 엄숙한 표정을 지었으며 유병삼은 온몸으로

 

존경심을 드러내고 조철봉을 본다.

 

조철봉은 대통령과 대화하는 인간인 것이다.

 

어깨를 편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언론에서 빠뜨린 말이 있지. 다음에 한번 보자는 말씀이었어.

 

그것이 언제 다시 청와대로 부른다는 뜻인지 뭔지는 모르겠어.”

물론 거짓말이다. 당선자들과 부부동반 만찬을 한 다음날 대통령이 조철봉에게 한 말은

 

가십으로 각 신문에 기사화되었다.

 

대부분의 신문이 대통령의 조철봉에 대한 농담에 호의적이었으며

 

그것이 조철봉을 궁지에서 해방시킨 것이다.

 

그러나 조철봉은 슬슬 말을 만들고 있다. 크게 오버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대방에 따라 몇개 단어를 추가시킨다.

 

지금 한번 보자는 말씀도 그렇고 며칠 전 인사를 나눈 통일부 실장한테는

 

외통위에서 잘 해보시라는 격려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지금 들은 유병삼도 그렇지만 통일부 실장은 더 존경심이 가득찬 표정이 되어 있었다.

유병삼이 안내한 곳은 바닷가 별장이다.

 

근처 민가와는 100미터쯤이나 떨어진 2층 별장으로 건평이 200평 가깝게 되었고

 

잔디가 깔린 정원과 뒷마당에는 풀장까지 있다.

 

조철봉은 2층 숙소로 안내되었는데 넓은 응접실과 침실,

 

풀장같은 욕실이 딸린 전체를 혼자 사용하게 되었다.

 

유병삼이 귀빈 접대용으로 임차한 저택인데 조철봉도 서너 번 이용한 적이 있다.

 

욕실에서 씻고 나온 조철봉이 가운차림으로 응접실 소파에 앉았을 때는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다.

 

베란다의 유리문 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늦은 오후의 햇살을 비스듬히 받은 바다색이 검푸르게 변했고 수평선 위에

 

유조선 한척이 붙여진 것처럼 떠있다.

 

그때 탁자 위의 인터폰이 울렸으므로 조철봉은 버튼을 눌렀다.

“응, 무슨일이야?”

“식사는 아래층 식당에서 하시지요.”

최갑중의 목소리가 울렸다.

“30분쯤 후에 내려오시면 됩니다.”

“그러지.”

“한식과 중식을 다 준비했는데 아가씨들하고 같이 식사를 하셔도 되겠지요?”

“그럼.”

“식사 끝나시면 이층 응접실에 술상 차리겠습니다. 거기서 술 드시고.”

“좋지.”

“아가씨 셋 다 왔습니다. 사장님.”

“너는?”

“에, 또, 제 파트너 하나도 왔습니다.”

그러고는 최갑중이 덧붙였다.

“그러니까 식사는 유 사장까지 일곱명이 같이 합니다.”

오랜만의 외박이어서 최갑중과 유병삼은 열성을 다해 준비를 한 것이다.

 

아래층에는 요리사 도우미가 세명이나 와 있었고 별장 주변은 유병삼 직원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이럴 때는 진짜 대통령도 안부럽다.

 

아니, 청와대에 갇혀 살면서 이런 기회도 갖지 못하는 대통령이 오히려 안쓰럽다.

 

그때 탁자 옆에 놓인 핸드폰이 진동을 했으므로 조철봉은 집어 들었다.

 

칭다오에 내려 자동 로밍을 해 놓았기 때문에 연결이 된다.

 

모르는 전화번호였지만 조철봉은 귀에 붙였다.

 

그러자 곧 목소리가 울렸다.

“조 의원님. 전, 칭다오 영사관 최순동 영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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