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6. 조의원(2)
(1915)조의원-3
거물. 조철봉이 한국당 부대표 안상호를 처음 보았을 때 떠오른 단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 인간한테는 사기 쳐먹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었다.
버릇이 되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머리가 그렇게 측정, 판단을 해낸 것이어서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당선증을 받은 지 일주일째가 되는 오늘 오전 조철봉은 의원회관의 당 부대표실에서
안상호와 둘이서 마주 앉았다.
안상호는 웃음 띤 표정이었다.
두꺼운 눈두덩이 더 늘어졌고 주름진 입술 끝도 야무지지 못하게 벌려져 있었지만
그 느낌은 여전했다. 거물. 녹록하지 않은 분위기. 그때 안상호가 입을 열었다.
“조의원, 상임위원회에는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가시는 게 어떨까요?
“조의원, 상임위원회에는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가시는 게 어떨까요?
조의원께서 남북합자사업도 추진한 경력도 있으시니 딱 맞지 않겠습니까?”
“아아, 네.”
긴장한 조철봉이 안상호를 보았다.
“아아, 네.”
긴장한 조철봉이 안상호를 보았다.
비례대표 34번,
어떤 언론사는 어제 34번 조철봉을 행운의 사나이로 묘사했는데
비아냥거리는 냄새가 물씬물씬 났다.
또한 야당 사이트가 된 인터넷 해피뉴스에서는 34번 조철봉의 재산형성 과정에
의혹이 있는 것 같다는 짤막한 기사도 나왔다.
아니면 말고 식의 기사였는데 댓글이 와락 달리고 나면 문제가 된다.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이 맞게 되는 것이다.
자꾸 두드리면 별놈의 것이 다 튀어나오고 본인뿐만 아니라 조직이, 당이 견디기 힘들다.
이른바 여론 재판인데 지난 정권때 잘 써먹었다.
그래서 지금도 촛불의 향수에 젖어 전깃불을 싫어하는 인간도 많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안상호는 조철봉의 어중간한 대답을 승낙으로 간주하더니 이제는 정색을 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안상호는 조철봉의 어중간한 대답을 승낙으로 간주하더니 이제는 정색을 했다.
그러자 눈꺼풀 속의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초선의원 모임은 어디로 나가실 겁니까?”
“예, 저는 아직.”
그동안 초선의원 모임이 여러 번 있었지만 아직 어떤 곳에서도 조철봉한테
“초선의원 모임은 어디로 나가실 겁니까?”
“예, 저는 아직.”
그동안 초선의원 모임이 여러 번 있었지만 아직 어떤 곳에서도 조철봉한테
한번 만나자는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모두 똑똑한 지역구 초선의원이 주도해서 만든 모임인데 곧 정치세력화될 것이었다.
그러나 조철봉은 꼭 우등생반에 잘못 끼어든 열등생 취급을 받는 느낌이었다.
초선은 지역구 비례대표 모두가 미국 박사가 많았고 전직 장관, 대학 총장이 보통 수준이었다.
맨 끝의 34번 조철봉의 학벌과 경력은 시쳇말로 쪽팔리는 조건이어서 모임의 격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안상호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심호흡을 하고 나서 어깨를 폈다.
“제가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납탈회를 만들 계획입니다.”
“납탈회라뇨.”
눈썹을 모은 안상호가 되묻자 조철봉은 정색했다.
“예, 납북자와 탈북자를 구해내는 모임말입니다.”
“아아.”
입을 반쯤 벌렸다 닫은 안상호가 지그시 조철봉을 보았다.
“제가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납탈회를 만들 계획입니다.”
“납탈회라뇨.”
눈썹을 모은 안상호가 되묻자 조철봉은 정색했다.
“예, 납북자와 탈북자를 구해내는 모임말입니다.”
“아아.”
입을 반쯤 벌렸다 닫은 안상호가 지그시 조철봉을 보았다.
다시 녹록하지 않는 표정, 그 눈빛이 꼭 뱀 같았다.
이런 인간한테는 절대로 사기를 못친다.
정치인이 사기꾼과 격이 같겠는가?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정치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
정치인은 나라를 다스리는 인간, 조철봉의 가슴이 갑자기 세차게 뛰었다.
나라를 상대로 사기를 친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 반역자다. 아니, 성즉군왕이요 패즉역적이라고 했던가?
그 말 맞나? 그때 안상호가 말했다.
“그거, 정치적인 일인데, 좀 보류하십시다.”
“그거, 정치적인 일인데, 좀 보류하십시다.”
(1916)조의원-4
“납탈회라고?”
되물은 임기택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무슨 말야?”
“예. 납북자, 탈북자를 구해내는 모임이라는데요.”
보좌관 이정규가 대답하자 임기택은 피식 웃었다.
“웃기고 있네.”
“예. 좀 그렇습니다.”
이정규는 웃지도 않고 맞장구를 쳤다.
“부대표께 그런 모임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보류하라는 말씀을 들었다니까요.”
“뭘 몰라. 그친구.”
“초선인데다….”
“강북대는 제대로 나왔어?”
“예. 그런데 학점 평균이 C였습니다.”
“아이구 두야.”
하고 임기택이 이마를 손바닥으로 한번 만지고는 의자에 등을 붙였다.
되물은 임기택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무슨 말야?”
“예. 납북자, 탈북자를 구해내는 모임이라는데요.”
보좌관 이정규가 대답하자 임기택은 피식 웃었다.
“웃기고 있네.”
“예. 좀 그렇습니다.”
이정규는 웃지도 않고 맞장구를 쳤다.
“부대표께 그런 모임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보류하라는 말씀을 들었다니까요.”
“뭘 몰라. 그친구.”
“초선인데다….”
“강북대는 제대로 나왔어?”
“예. 그런데 학점 평균이 C였습니다.”
“아이구 두야.”
하고 임기택이 이마를 손바닥으로 한번 만지고는 의자에 등을 붙였다.
임기택은 미국 LA 다운타운대학에서 석사, 워싱턴 징글벨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귀국해서 서울의 일류대학인 고세대학에서 경영학과 교수를 하다가 이번에 지역구
초선의원이 되었다.
그것도 서울 강북의 민족당 토박이 3선의원을 꺾고 당선된 터라 콧대가 높을 만했다.
“한 10분만 시간을 내자구.”
팔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하면서 임기택이 말했다.
“그 친구 들어오고 나서 10분쯤 지났을 때 손님 오셨다면서 들어와.”
“예. 알겠습니다.”
이정규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한 10분만 시간을 내자구.”
팔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하면서 임기택이 말했다.
“그 친구 들어오고 나서 10분쯤 지났을 때 손님 오셨다면서 들어와.”
“예. 알겠습니다.”
이정규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여직원이 상반신만 내밀고 말했다.
“손님 오셨습니다.”
그러자 이정규가 서둘러 밖으로 나가더니 곧 조철봉을 안내해왔다.
“어이구. 어서 오시지요.”
임기택이 반색을 하며 조철봉을 맞는다.
“손님 오셨습니다.”
그러자 이정규가 서둘러 밖으로 나가더니 곧 조철봉을 안내해왔다.
“어이구. 어서 오시지요.”
임기택이 반색을 하며 조철봉을 맞는다.
표정이 싹 달라져 있었는데 전혀 다른 사람같다.
조철봉이 자리에 앉았을 때 임기택이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통일외교통상위에 배치되셨다면서요?
“통일외교통상위에 배치되셨다면서요?
거긴 중량급만 가는 곳인데 지도부로부터 대단한 신임을 받고 계신 것 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갈 데가 그곳뿐이었죠.”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다른 곳은 경험도, 지식도 부족해서요.
“갈 데가 그곳뿐이었죠.”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다른 곳은 경험도, 지식도 부족해서요.
제가 남북합자사업을 좀 관계했기 때문에 거기로 배치시켜 주신 것 같습니다.”
임기택은 본인 희망대로 재정경제위원회에 배치되었다.
임기택은 본인 희망대로 재정경제위원회에 배치되었다.
조철봉과는 격이 다르다.
짧은 덕담이 끝났을 때 임기택이 넌지시 조철봉을 보았다.
이제 찾아온 용건을 말하라는 표시였다.
이곳은 강북의 임기택 지역구 사무실 안이다.
임기택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방안을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방안에는 둘 뿐이다.
“초선의원 중에서 임 의원님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계시더군요.
“초선의원 중에서 임 의원님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계시더군요.
민족당의 토박이 3선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이 되셨겠다.
언론으로부터 호평도 제일 많이 받고 계시고.”
조철봉이 낮지만 또렸하게 말을 잇는다.
조철봉이 낮지만 또렸하게 말을 잇는다.
얼굴에는 부드러운 웃음기가 떠올라있다.
“근데 전 그 반대란 말씀입니다.
“근데 전 그 반대란 말씀입니다.
비례대표 맨 마지막으로 간신히 된 데다가 학력도 경력도 그저 그렇고, 어제는.”
말을 그친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말을 그친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조철봉이 무슨 말을 이어갈지 알고 있었으므로 임기택은 외면한다.
“마침내 한성신문에서 제가 카바레를 자주 다녔다고 익명 제보자를 통해 보도를 했더군요.
“마침내 한성신문에서 제가 카바레를 자주 다녔다고 익명 제보자를 통해 보도를 했더군요.
이거 참, 당에 누가될 것 같으면 얼른 정리를 해야 되겠습니다.”
그러고는 조철봉이 정색하고 임기택을 본다.
“오늘은 그냥 인사차 들렀습니다.
“오늘은 그냥 인사차 들렀습니다.
누가 오라는 사람이 없으니 찾아다니기나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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