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671. 조의원(7)

오늘의 쉼터 2014. 10. 8. 09:29

671. 조의원(7)

 

(1923)조의원-13 

 

 

 

 

다시 눈만 부릅뜬 조철봉의 귀에 김성산의 말이 이어진다.

“우리도 별장에 가셨다는 보고를 받았거든요.

 

별장에 아가씨 넷이 들어갔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러고는 김성산이 짧게 웃었다.

“중국 공안은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 아닙니까?

 

우리도 이만큼 파악했는데 말입니다.”

“……”

“그래서 걱정했는데 숙소 잘 옮기셨습니다.

 

그럼요, 오해 받지 않도록 처신하셔야지요.

 

앞으로 큰일 하셔야 되니까 말입니다.”

“……”

“제가 지금 밖에서 남의 전화를 빌려 전화합니다.

 

지금까지의 조 의원과 우정을 생각해서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조철봉이 겨우 그렇게 말했을 때 김성산이 다시 짧게 웃었다.

“아마 중국 공안들한테 약점 잡혔으면 좀 시끄러워졌을 겁니다.”

좀이 아니라 나라 망신이 아니겠는가?

 

온몸에서 소름이 돋아난 조철봉이 전화기를 귀에 붙인 채로 길게 숨을 뱉었다.

 

그러자 앞에 앉은 최갑중이 긴장한 얼굴로 조철봉을 본다.

 

그때 김성산이 말했다.

“북남합자사업을 성취시키셨으니까 앞으로의 활동에 좋은 경험이 되실 겁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시다.”

“감사합니다. 김 사장님, 신세 잊지 않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고 나서 지쳐 늘어진 표정을 짓고는 최갑중에게 말했다.

“김성산 대표다.”

“아아, 예.”

조철봉이 눈을 치켜뜬 최갑중을 향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북한측도 내가 별장에서 여자 부른 것까지 다 알고 있구만,

 

공안은 더 자세하게 파악했을 거란다.”

최갑중이 대답 대신 침만 삼켰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좋은 경험을 했어.”

“……”

“하느님이 도우셨어, 부처님 공덕이야.”

“……”

“앞으로 더 조심해야 돼”

“그렇군요.”

심호흡을 하고난 최갑중도 마침내 시인을 했다.

“제가 너무 경솔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올 거다. 오늘은 아냐.”

“알겠습니다.”

“김성산이 나한테 은밀하게 전화했다는데.”

조철봉이 불쑥 말했으므로 최갑중이 몸을 굳혔다.

 

최갑중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북한 당국과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한 것 같다.”

“글쎄요.”

건성으로 대답한 최갑중이 입맛을 다셨다.

 

김성산의 의도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어쨌든 쪽문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같군요.”

“너나 해라.”

“그런 말씀하지 마십쇼.”

정색한 최갑중이 똑바로 조철봉을 보았다.

“저도 형님이 하실 때까지 참을 겁니다.”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물잔을 들었다가 내려놓고는 종업원을 불러 위스키를 시켰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이번 출장은 내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어,

 

비록 비례대표 34번이지만 말이다.”

이것이 조철봉의 성품이다. 오래 낙망 안한다. 

 

 

(1926)조의원-14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 저녁에 조철봉은 수석 부총무 이경필과 인사동의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했다.

 

오늘 식사는 이경필의 제의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조철봉으로서는 불러주셔서 영광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총선이 끝난 지 보름이 넘었지만 연수회니 강의, 의원 교육 등의 단체 모임을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초대를 받은 경우는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경필은 한국당 부대표 안상호의 심복으로 별명이 조조였다.

 

머리가 좋고 눈치까지 빨라서 꼭 권력자 라인을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총선 때도 이경필은 당 선대부위원장을 맡아 자신의 지역구는 제쳐 두고

 

다른 지역구 응원을 다닐 만큼 영향력이 있었다.

 

방에서 둘이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를 두 병 마셨기 때문에 술기운이 올라왔다.

 

이경필은 시중 드는 아줌마한테 야한 농담을 던지면서 웃고 떠들었는데

 

아직 용건을 꺼내지 않았다.

 

시중 드는 아줌마 둘은 몸이 펑퍼짐했지만 미인이었다.

 

나이는 40대 중반 정도, 한창 물이 오른 때라는 것이 온몸으로 드러났고

 

그것을 본 조철봉의 몸도 가끔씩 후끈후끈해졌다.

“조 의원.”

소주잔을 든 이경필이 웃음 띤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이경필은 방금 이 사이에 털이 낀 이야기를 한 참이었는데 옛날 이야기다.

 

아줌마들도 깔깔 웃었지만 금방 웃음이 그친 얼굴을 보면 백번은 들은 이야기인 것 같았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자 이경필이 말을 이었다.

“이번 전대에서 잘 부탁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조철봉이 선선히 머리를 끄덕였다. 6월에 전당대회가 있는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가 선출되는데 안상호가 가장 유력했다.

 

언론에서 계산한 안상호 계열의 현역의원은 지역구 전국구 합해서 57명,

 

한국당 의원 175명의 삼분의 일이나 되었다.

 

조철봉 또한 안상호 계열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안상호의 추천을 받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철봉으로서는 안상호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오히려 같은 편으로 넣어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입장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칭다오에 다녀오셨다면서?”

술잔을 든 이경필이 웃음 띤 얼굴로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정신이 번쩍 났다.

이경필의 안경알 밑의 눈동자가 번들거리고 있다.

“예. 자료 수집차 다녀왔지요.”

“열심히 하시는데, 연락을 받았어요.”

어디서 연락을 받았다는 말은 하지 않고 이경필이 말을 잇는다.

“민족당에서 대북관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말요.

 

대북 관계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됩니다.

 

조 의원이 탈북자, 납북자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 다 알려져 있어요.”

정색한 이경필의 표정을 본 조철봉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가볍게 처신하면 안된다는 충고였다.

 

나이도 10여년 연상인 데다 당의 수석 부총무인 거물의 충고인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조철봉의 대답을 들은 이경필이 다시 잔을 들더니 물었다.

“일주일 후에 베이징에서 남북 비공식 경제협의회가 열릴 예정인데,

 

한국 대표는 외교부 차관이고, 거기에 옵서버로 참가해보시지 않을랍니까?

 

현장 경험도 쌓으실 겸 우리가 추천해 드릴테니까.”

조철봉의 가슴이 뛰었다. 이경필은 이 선물을 주려고 부른 것이다.

 

물론 목적은 안상호 세력의 규합이지만 조철봉에게는 큰 선물이다.

 

이제는 다른 모양으로 북한 측과 만나게 될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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