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667. 조의원(3)

오늘의 쉼터 2014. 10. 8. 09:27

 

667. 조의원(3)

 

 

(1917)조의원-5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최갑중이 몇번이나 힐끗거리다가 마침내 묻는다.

“의원님, 도대체 거기 왜 가신 겁니까?”

거기라면 임기택의 사무실이다.
 
좌석에 등을 붙이고 앉아있던 조철봉이 머리를 돌려 최갑중을 보았다.

“한수 배우러 간 거다.”

“뭘 말입니까?”

“미국 박사에다 고세대 교수 출신이니까
 
한마디 한마디가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 아니겠냐?
 
그래서 말씀 들으러 갔다.”

그러자 기가 막힌 듯이 입만 쩍 벌리고 있던 최갑중이 생각난 듯이 다물고 나서 입맛을 다셨다.
 
그때 조철봉이 혼잣소리를 했다.

“눈치를 보니까 날 그쪽 모임에 끼어줄 것 같지가 않구먼.”

최갑중이 숨을 죽였다.
 
이것이 임기택을 찾아간 목적이었던 것이다.
 
임기택은 ‘바른정치를 위한 모임’이라는 초선의원들만의 모임을 벌써 구성했는데
 
등록한 회원이 18명이나 되었다.
 
물론 임기택이 회장이다.
 
앞쪽에 앉은 운전사 미스터 윤도 긴장한 듯 몸을 굳히고 있다.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내일은 박성규 의원한테 가봐야겠다. 네가 시간 약속을 해.”

“박성규 의원요?”

최갑중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혀를 찼다.

“그래, 인마. 기운을 내.”

“의원님, 너무 그러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냥 가만 있어도.”

“자세를 바꿔야 돼.”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리면서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는다.

“나는 자동차 영업사원 할 때의 자세로 다시 시작할 거다.”

그러나 납득이 안 가는지 최갑중은 눈만 크게 뜨고 입술은 꾹 닫혀져 있다.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겸손하고 상대방 장점을 존중해주면서 성실한 자세를 보일 거다.”

박성규 의원은 역시 초선이지만 구청장, 구의회 의장 출신이어서 중량급 인정을 받는 인물이다.
 
박성규도 초선의원들만의 모임인 ‘정의실천모임’을 창설하여 초선 13명을 모아 놓았다.
 
물론 조철봉은 박성규한테서도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다.
 
그때 최갑중이 말했다.

“의원님, 오후에 보좌관하고 비서관 면접이 있습니다.”

“알고 있어.”

“보좌관 면담을 하실 두 명 중에 박종수는 호바드대학 출신으로
 
이번에 낙선한 한기수 의원 보좌관을 지냈으니까 많이 도움이 되실 것 같은데요.”

최갑중은 박종수가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국회의원은 6명의 직원을 고용할 수가 있다.
 
즉 4급 보좌관 2명에 5급 비서관 1명,
 
 거기에 운전기사까지 포함한 6급에서 9급까지의 직원 3명이다.
 
물론 6명 직원의 봉급을 모두 국가에서 내준다.
 
국회의원 세비가 연봉으로 1억 가깝게 되는 데다 6명의 연봉을 평균 5천씩만 계산해도
 
국회의원 1명당 연간 4억의 세금이 나가는 것이다.
 
최갑중은 이미 보좌관 자리를 꿰찬 터라 4급직 공무원 신분이다.
 
조철봉은 아직 명함을 10장도 안 뿌렸는데 최갑중은 벌써 명함 2통을 비웠다고 했다.
 
최갑중은 말을 이었다.

“또 하나는 신문기자 출신으로 안상호 의원이 추천한 김경준입니다.”

최갑중이 건성으로 말했을 때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보좌관은 김경준으로 하지. 면담은 필요없어.
 
내가 아는 게 없으니까 물어볼 것도 없다.”
 
 
 
(1918)조의원-6
 
 
 
“나, 꼭 가야 돼?”

하고 이은지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밤에 집에 돌아왔을 때마다 이은지가 이렇게 묻는 것이다.
 
오늘로 사흘째, 나흘 전 일주일 후에 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자 부부가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 만찬에 참석해야 된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 이런다.

“아, 그럼. 이제 두번 다시 그말 묻지마.”

눈을 흘겨보인 조철봉이 저고리를 벗어 이은지에게 내밀었다.

“남들은 대통령한테 초대받고 싶어서 별 꼼수를 다 쓰는데 이 여자는.”

“무섭단 말야.”

이은지가 울상을 지었다.

“생각만 해도 떨려. 오줌이 마렵고.”

“뭐?”

눈을 크게 뜬 조철봉이 이은지의 울상을 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그럼 가기 전에 실컷 싸고 가.”

“자꾸 나오면 어떡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마침내 조철봉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저귀를 차, 그럼.”

그러고는 바지를 벗었을 때 이은지가 킁킁거렸다.

“이게 무슨 냄새야?”

그 순간 조철봉이 질색을 하고 움직임을 멈췄다가 바지를 벗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옛말이 있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도둑 소리에 놀란 꼴이 되었다.
 
하도 다른 여자 앞에서 바지를 자주 벗다보니 이은지의 한마디에 괜히 펄쩍 놀란 것이다.

“무슨 냄새라니?”

팬티 차림으로 조철봉이 당당하게 이은지의 정면에 섰다.
 
이은지가 다시 킁킁거렸다.

“땀 냄새 같기도 하고.”

“헬스클럽 냄새겠지.”

“헬스클럽? 당신이 헬스 나가?”

“그래. 국회의원 되고 나서.”

“아니, 갑자기 왜? 골프나 하지.”

“초선이 그럴 여유가 있나?”

“헬스는 하고?”

“당연히 해야지.”

“왜?”

그러자 욕실로 발을 떼면서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신문 못봤어? 국회에서 여야가 싸우는 거 말야.”

“그래서?”

뒤를 따르며 이은지가 묻자 조철봉이 또 답답하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싸울 때 대개 초선들이 맨 앞에 나선다구. 밀어붙이는 거지.
 
의장석도 점거하고 말야. 그때라도 내가 두각을 나타내야 되지 않겠어?”

“그, 그래서 체력을 단련한다는 거야?”

“응. 복싱도 해.”

조철봉이 정색하고 말하고는 욕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도 이은지는 뭔가 찜찜하고 기도 막힌 것 같았다.
 
욕실 문에 등을 붙이고 서서 말을 잇는다.

“참, 나. 국회의원 되고 나서 복싱 배우는 남자 첨 봤네.”

조철봉의 대답이 없었으므로 이은지는 혼잣소리처럼 말한다.

“그럼 의사당에서 복싱을 한다는 거야?”

그때 욕실 문이 벌컥 열렸으므로 이은지는 안으로 자빠질 뻔했다.
 
조철봉이 벌거벗은 채 이은지에게 말한다.

“유도도 배울 작정이야. 복싱하고 같이 배우면 효과적일 것 같아서.”

“아니, 겨우.”

했다가 이은지는 입을 다물었다.
 
조철봉은 모자란 인간이 아닌 것이다.
 
요즘 언론에서는 조철봉의 카바레 출입을 계속 터뜨렸고 일부 여성단체는 자격 시비를 걸고 있다.
 
스트레스가 쌓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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