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7. 조의원(3)
(1917)조의원-5
“의원님, 도대체 거기 왜 가신 겁니까?”
거기라면 임기택의 사무실이다.
“한수 배우러 간 거다.”
“뭘 말입니까?”
“미국 박사에다 고세대 교수 출신이니까
그러자 기가 막힌 듯이 입만 쩍 벌리고 있던 최갑중이 생각난 듯이 다물고 나서 입맛을 다셨다.
“눈치를 보니까 날 그쪽 모임에 끼어줄 것 같지가 않구먼.”
최갑중이 숨을 죽였다.
“내일은 박성규 의원한테 가봐야겠다. 네가 시간 약속을 해.”
“박성규 의원요?”
최갑중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혀를 찼다.
“그래, 인마. 기운을 내.”
“의원님, 너무 그러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냥 가만 있어도.”
“자세를 바꿔야 돼.”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리면서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는다.
“나는 자동차 영업사원 할 때의 자세로 다시 시작할 거다.”
그러나 납득이 안 가는지 최갑중은 눈만 크게 뜨고 입술은 꾹 닫혀져 있다.
“겸손하고 상대방 장점을 존중해주면서 성실한 자세를 보일 거다.”
박성규 의원은 역시 초선이지만 구청장, 구의회 의장 출신이어서 중량급 인정을 받는 인물이다.
“의원님, 오후에 보좌관하고 비서관 면접이 있습니다.”
“알고 있어.”
“보좌관 면담을 하실 두 명 중에 박종수는 호바드대학 출신으로
최갑중은 박종수가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또 하나는 신문기자 출신으로 안상호 의원이 추천한 김경준입니다.”
최갑중이 건성으로 말했을 때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보좌관은 김경준으로 하지. 면담은 필요없어.
하고 이은지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 그럼. 이제 두번 다시 그말 묻지마.”
눈을 흘겨보인 조철봉이 저고리를 벗어 이은지에게 내밀었다.
“남들은 대통령한테 초대받고 싶어서 별 꼼수를 다 쓰는데 이 여자는.”
“무섭단 말야.”
이은지가 울상을 지었다.
“생각만 해도 떨려. 오줌이 마렵고.”
“뭐?”
눈을 크게 뜬 조철봉이 이은지의 울상을 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그럼 가기 전에 실컷 싸고 가.”
“자꾸 나오면 어떡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마침내 조철봉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저귀를 차, 그럼.”
그러고는 바지를 벗었을 때 이은지가 킁킁거렸다.
“이게 무슨 냄새야?”
그 순간 조철봉이 질색을 하고 움직임을 멈췄다가 바지를 벗었다.
“무슨 냄새라니?”
팬티 차림으로 조철봉이 당당하게 이은지의 정면에 섰다.
“땀 냄새 같기도 하고.”
“헬스클럽 냄새겠지.”
“헬스클럽? 당신이 헬스 나가?”
“그래. 국회의원 되고 나서.”
“아니, 갑자기 왜? 골프나 하지.”
“초선이 그럴 여유가 있나?”
“헬스는 하고?”
“당연히 해야지.”
“왜?”
그러자 욕실로 발을 떼면서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신문 못봤어? 국회에서 여야가 싸우는 거 말야.”
“그래서?”
뒤를 따르며 이은지가 묻자 조철봉이 또 답답하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싸울 때 대개 초선들이 맨 앞에 나선다구. 밀어붙이는 거지.
“그, 그래서 체력을 단련한다는 거야?”
“응. 복싱도 해.”
조철봉이 정색하고 말하고는 욕실 안으로 들어섰다.
“참, 나. 국회의원 되고 나서 복싱 배우는 남자 첨 봤네.”
조철봉의 대답이 없었으므로 이은지는 혼잣소리처럼 말한다.
“그럼 의사당에서 복싱을 한다는 거야?”
그때 욕실 문이 벌컥 열렸으므로 이은지는 안으로 자빠질 뻔했다.
“유도도 배울 작정이야. 복싱하고 같이 배우면 효과적일 것 같아서.”
“아니, 겨우.”
했다가 이은지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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