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장군의 아들

제2부 黑龍의 飛翔-혼돈 60

오늘의 쉼터 2014. 8. 27. 11:31

제2부 黑龍의 飛翔-혼돈 60 

 

 

프랑스 교회의 새벽 종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그러나 어둠은 아직 걷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의 심장부인 종로는 벌써 고동치고 있었다.

하나둘 탔을까 말까 한, 승객도 없는 첫 전차가 새벽의 고요를 휘젓고 지나갈 무렵이면,

새벽장을 보기 위해 동대문 시장을 향해 오가는 우마차며 손수레, 지게꾼,

양푼이며 광주리를 인 아낙네들이 벌써 부지런을 떨고 있다.

새벽까지 마시고 돌아다닌 주정꾼, 오입쟁이들이 술집이나 여관에서 나와

청진동 해장국집으로 기어들 때이다.

평소와 다름없는 종로의 새벽이었다.

김두한은 다른 때 같았으면 벌써 이 시간에 망치 등 몇몇 부하들을 거느리고

삼청 공원으로 운동을 하러 가기 위해 조양 여관을 나올 무렵이었다.

그는 전날 밤에 아무리 술이 과했다 하더라도 새벽 운동을 거르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만은 새벽 운동을 갈 수 없었다.

일본패의 기습에 대비하여 종로꼬마가 있는 수표교 앞 팥죽집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싸움이란 어느 때고 닥치는 대로 후닥닥 해치울 일이지,

결혼식 날짜처럼 미리 정해 놓고 기다리거나,

언제 적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태 아래에서,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릴 것이 못 된다고 생각했다.

이미 20고개에, 싸움에 관한 한 산전수전 다 겪은 셈인 그였지만,

이날 밤은 조마조마하고 지루해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일본패가 쳐들어올 기미는 아직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청계천 너머에 흩어져서 망을 보고 있는 똘마니들도 아직 아무런 급보를 전해 오지 않았다.

(이거 잘못 속은 것 아냐?)

기다리다 지친 김두한은 무사함으로 해서 다행스럽다는 느낌보다,

기대가 허망한 쪽으로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왕 쳐들어온다면,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놓고 있을 때 쳐들어오는 것이 좋겠기 때문이다.

지루해진 그는 팥죽집을 나왔다.

골목마다에 매복해 있는 부하들을 잠깐 점검해 볼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어둠이 서서히 벗겨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새벽 어둠과 맞먹을 것 같은 짙은 안개가 청계천에서 뭉개지면서 피어 올라

노변을 덮고 있었다.

역시 부지런한 다리 밑의 거지 떼들이 깡통을 차고,

안개 밑에서 고개를 내밀고 거리 위로 오르고 있었다.

그러는데 뒤쪽 관철동 골목 쪽에서 후닥닥 달려오는 자가 있었다.

안개 속이어서 얼른 모습을 알 수는 없었다.

바로 눈앞까지 와서야 그가 심청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 자신의 몇몇 부하를 거느리고 조양 여관을 지키고 있었다.

“오고 있대요! 쪽발이놈들이 지금 오고 있대요!”

그는 두목 김두한을 보자, 먼 길을 달려오기라도 한 것처럼 헐떡이며 말했다.

청계천 너머로 망을 보러 나간 똘마니 부하가 전화로 알려 온 모양이었다.

“어디로 오고 있대?”

“이쪽을 향해…….”

“이쪽이 어느 쪽이냔 말야? 수표교야, 장교 쪽이야?”

바짝 긴장감을 느낀 김두한은 자기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혼마찌 2정목에 있는 혼마찌 호텔에서 관철동에 이르는 최단거리는 장교로 통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대로가 열려 있지 않았다.

비좁고 가파른 고갯길이 샛길처럼 나 있었을 뿐이다.

현재도 고가 도로 진입로 오른편 쪽으로 고갯길인 구도(舊道)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혼마찌 3정목의 혼마찌깡에서 오자면 영락동을 거쳐 수표교를 건너는 것이 가까웠다.

탄탄대로였다.

“혼마찌 호텔에서 나온 주먹패들의 일부는 직접 고갯길을 넘어 장교 쪽으로,

일부는 혼마찌깡 쪽으로 가고 있대요.

여럿이서 왈칵 몰려다니는 게 아니라 두셋씩 쥐새끼들처럼 빠져나오고 있다는 거예요.”

그 말만 가지고서는 장교·수표교 어느 쪽으로 올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양쪽에서 조양 여관을 포위하듯 협공해 올지 모른다.

아무려나 장교·수표교 양쪽 길목을 지키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두한아, 넌 아무 걱정 말고 여관으로 돌아가서 푹 쉬고 있어.

넌 이제 옛날과는 다르단 말야.

두목이야, 두목! 두목이면 뒷짐을 지고 지휘나 하면 됐지,

똘마니처럼 앞장서서 싸울 것이 없단 말야.

장교는 망치가 지키고, 수표교는 내가 지키는데…….

정 갑갑하면 팥죽집에서 팥죽이나 먹으며 싸움 구경이나 하지, 핫핫.”

종로꼬마는 박두한 결전을 앞두고도 전혀 염려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유쾌하게 웃고 있는 것이,

스포츠를 즐기는 운동 선수처럼 싸움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종로꼬마의 모습을 보는 것이 김두한은 마음 든든했다.

“그래, 그래! 여드름 박사, 아니 싸움 박사의 솜씨 한번 구경하기로 하지.

익혀온 중국 무술의 솜씨가 어떤 것인가 구경도 할 겸 말야, 으흐흐흐.”

김두한도 어깨를 흔들면서 마주 웃었다.

그리고 종로꼬마가 시키는 대로 팥죽집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이제냐 저제냐 하는 일본패들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심청의 보고에 의하면, 벌써 나타날 시간이 지나 있었다.

도중에서 꽁무니를 뺀 것일까,

아니면 어느 한 지점에서 집결하여 노도처럼 한꺼번에 쳐들어오려는 것일까.

김두한은 머릿속에서는 열심히 생각을 굴리고 있으면서 뱃속에서는 출출한 시장기를 느꼈다.

“할머니, 나 팥죽 좀 주슈!”

설마 종로꼬마의 말 그대로 팥죽이나 먹으면서 싸움 구경이나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된 바에야 팥죽이나 먹으면서 기다릴 작정이었다.

팥죽 할머니는 언제나 그러한 것처럼 한꺼번에 세 사발의 팥죽을 그의 앞에 갖다 놓았다.

언제나 세 사발도 모자라서 하나둘 더 청해 먹게 마련이었지만…….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팥죽 사발을 들고 퍼먹을 것도 없이

그 첫 사발을 훌훌 들이마시려 하고 있을 때다.

“오고 있어요!”

바깥쪽을 향해 망을 보고 선 심청이 말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결혼식날의 신부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말투였다.

“어디?”

김두한은 팥죽 사발을 든 채 심상하게 물었다.


김두한은 죽사발을 그대로 손에 들고 이를 마시면서 엉덩이를 치켜 들었다.

그러나 그의 작은 눈은 창문 밖을 쏘아보고 있었다.

창밖에는 비안개 같은 뿌유스름한 안개가 서려 있었고, 어둠은 완전히 걷혀 있었다.

과연 개천 너머로부터 거구의 사나이들이 거들먹거리는 걸음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앞줄의 일본패의 부두목 다무라와 이와에를 중심으로 3~4명이 좌우에서 에워싸듯 하고 있었고,

그 뒤로 20명 아니면 30명도 넘어 보이는 장정들이 줄줄이 이어져서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혼마찌깡과 혼마찌 호텔에서 빠져나온 이들 일본패들은 황금정 2정목에 있는

혼다 병원(本田病院) 옆 골목 안의 공터에 일단 모여서 총집결을 하고는

이렇듯 대오를 이루어 몰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앞장선 다무라는 물론, 이와에도 김두한은 잘 알고 있었다.

예의 기꾸스이에서 김두한의 발길질 한 방에 나가떨어진 자였다.

발길질 한 방이라고는 했지만, 그것이 요행 정통으로 들어가 맞았기 때문이지,

그 뚝심이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김두한의 발길을 가슴과 턱에 동시에 정통으로 얻어맞고서도

불사신처럼 비틀비틀 일어선 끈질긴 놈이었으니까.

이런 놈들이 떼지어 몰려오고 있으니 김두한도 아닌게 아니라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뛰쳐나가지를 않았고, 죽사발을 손에서 내려놓지도 않고

바깥 상황만을 예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놈들이 청계천의 노변을 건너서 수표교 다리 위에 들어서고 있는데도,

이편에서는 아무도 이를 가로막지 않았다.

애초에 이들이 다리 위로 진입해 들어오기 전에는 맞아 싸우지 않기로

작전을 세워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신사 협정을 어겨 남의 나와바리 안으로 먼저 침범해 왔다는

구실을 잡아두기 위해서였다.

떼지은 일본패가 다리 한복판까지 깊숙이 들어왔다.

그러자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우르르 몰려나와 맞은편 다리 위로 들어서며

그들을 맞는 것은 조선 주먹패였다.

그러나 종로꼬마를 선두로 한 머리 빠진 개고기·다루마찌·다람쥐·팔찌 등 불과 다섯이었다.

“아침 일찍 도대체 어딜 가십니까?”

종로꼬마가 다무라를 향해 물었다.

그는 다무라와 다소의 안면이 있을 뿐 아니라

그가 조선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조선말로 물었다.

하긴 조선말밖에는 할 줄도 몰랐으니까.

그러나 다무라는 마치 자신이 일본 사람이므로 조선말을 알아듣지 못했다는 듯이

오만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뭐야? 무엇 때문에 앞길을 가로막는 거야?”

“가로막다니? 당신네들이 떼지어 몰려오고 있으니까 무슨 일인가 물었을 뿐이오.

충분한 까닭이 있다고 하면 반겨 맞을까 하고.”

일본말이 유창한 머리 빠진 개고기가 종로꼬마를 대신해서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와에가 성큼 앞으로 한 발을 내디디면서

머리 빠진 개고기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이 건방진 놈이!”
 
머리 빠진 개고기는 이와에에게 멱살이 잡혔다기보다,

잡혀주었다는 것이 옳았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의 커다란 손이 병아리를 낚아채려는 독수리의 발톱처럼

다가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뿌리치려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싸움이란 기선을 잡기 위해서도 선수를 치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러나 이 대대적인 편싸움에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먼저 손을 쓰지 않기로 미리 작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에는 유도가 5단이나, 6단 정도의 고단자였다.

그에게 멱살이 잡힌 이상 머리 빠진 개고기는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그 무서운 손아귀에서 헤어나보려고 몸을 허우적거리자,

이와에가 어디에다 힘을 주었는지,

머리 빠진 개고기의 몸이 머리 위까지 붕 솟아오르더니,

그대로 청계천 시궁창으로 내던져지는 것이었다.

첨버덩, 시궁창 물이 다리 위까지 튀겨 올랐다.

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지,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일순, 이와에의 입가에 승리에 겨운 미소가 흘렀다.

김두한이나 망치 같은 주먹패는 어디로 도망쳤는가.

여드름만 덕지덕지할 뿐,

애송이 같은 꼬마가 길을 가로막을 뿐이니…….

“이 찌비야로(꼬마놈아)! 혼이 나기 전에 길을 비키지 못해!”

이와에는 겁에 질려 있는 듯한 종로꼬마를 향해 소리쳤다.

소리치기만 하면 물러서거나 도망칠 줄로만 알았을 것이다.

도대체, 파래진 종로꼬마의 눈을 보고 겁에 질려 있는 것으로 본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파래진 종로꼬마의 눈은 그대로 살기였던 것이다.

그는 일본말은 몰랐으나 ‘찌비야로!’가 얼마나 모욕적인 언사인가는 알고 있었다.

부하 머리 빠진 개고기가 시궁창으로 거꾸로 떨어지고,

이와에의 입으로부터 모욕적인 욕을 듣게 된 것과 동시였다.

그의 작은 몸집은 언제 어느 순간인지 모르게,

힘있게 짓눌러 놓았다가 튀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와에의 ‘윽!’ 하는 무거운 신음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뛰어오른 종로꼬마는 바로 이와에의 양 어깨를 짚고 올라서서

한 발로 냅다 그의 면상을 걷어찬 것이다.

육중한 몸이,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면서 뒤로 나둥그러진 것이다.

이와에가 뒤로 나자빠지자,

그의 어깨 위에 올라 있던 종로꼬마는 그 어깨에서 뛰어내리면서

동시에 두 발로 두 놈을 하나씩 걷어차 올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두 발뿐이 아니었던 것이다.

발길질과는 또 따로 두 주먹과 두 팔꿈치가 한꺼번에 번개 가르듯이

날면서 앞장선 서너 명이 담벼락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쓰러져버린 것이다.

뒤따라온 일본패들이 주춤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 틈을 늦추지 않았다.

종로꼬마의 몸이 다시 허공으로 뛰어올랐고,

다루마찌와 다람쥐와 팔찌의 무쇠 주먹이 일본패의 어느 놈이라 가릴 것 없이

소나기처럼 난무하기 시작했다.

김두한은 팥죽을 마시면서, 창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정말 종로꼬마의 말 그대로 팥죽이나 먹으면서 싸움 구경만 하는 꼴이 되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고 있을 심산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두한이 미처 팥죽 한 사발을 처분하기도 전에 끝나버린 상황이었다.

종로꼬마의 싸움 솜씨가 너무나 멋지고 훌륭해서 넋을 잃고 바라보느라,

미처 죽사발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도 잊어버렸던 것이다.

아무튼 머리 빠진 개고기만이 속죄양처럼 청계천 시궁창 속으로 내동댕이쳐졌지만,

종로꼬마 이하 불과 4명이서 30명도 넘는 일본패를 다리 밖으로 밀어내 퇴치해 버린 것이다.

정말 황홀할 정도로 멋진 솜씨였다.

그러나 언제까지 황홀해할 수만은 없었다.

이와에를 비롯한 선두가 무너지자 일단 다리 밖으로 밀려난 일본 주먹패들은

조선패가 아주 소수인 것을 알자,

일본도(日本刀)를 빼 든 칼잡이를 선두로 몽둥이와 쇠뭉치를 들고 다시 밀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인즉, 일본패로서는 작전의 실수였다.

애초에 다무라나 이와에가 선두에 설 일이 아니었다.

원래 부두목 다무라는 싸움꾼이랄 수 없었다.

두목 하야시가 주먹으로 부하를 다스려오지 않은 것처럼,

다무라도 싸움이나 주먹의 힘으로 부하들을 이끌어오지 않았다.

하야시가 지장(智將)이라면 다무라는 덕장(德將)인 셈이었다.

후덕한 인덕으로 부하를 다스려온 그가 맨 앞에 섰으니 서전에 이 꼴을 당하고 만 것이다.

설마 하니 쥐도 새도 모르게 새벽녘에 기습을 하는데,

조선 주먹패가 도중에서 길을 가로막고 싸움에 나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이와에가 머리 빠진 개고기를 집어올려 내동댕이치는 순간에

이미 싸움이 붙을 것을 예상하고 몸을 재빨리 뒤로 뺐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던들 다무라도 그 서전에서 큰 봉변을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던들,

처음부터 칼잡이나 쇠몽둥이를 든 폭력배들이 앞장을 설 일이었다.

칼을 뽑아들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일본패를 보자

종로꼬마도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칼이나 몽둥이를 상대로 한 싸움의 훈련도 이미 받아온 그였다.

주춤하였을 뿐 뒤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맨 앞에 선 일본도를 내휘두르며 다가오는 놈을 향해 몸을 날리면서

그의 가슴을 찬 것과 동시였다.

허공에 뜬 그의 허리를 향해 예리한 칼이 날아들었다.

하마터면 허리가 잘려 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정말 허리는 아니더라도 어딘가 상처를 입은 것이 분명했다.

종로꼬마는 핏방울을 뿌리면서,

허공으로 날린 몸을 반전하면서 청계천 아래로 뛰어내린 것이다.

종로꼬마가 당한 것을 본 부하들이 꽁무니를 빼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당연했는지 모른다.

거기까지 김두한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구경만 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는 팥죽 안에 든 새알심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