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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장 개척(開拓) [10]

오늘의 쉼터 2014. 7. 25. 17:17

[20] 2장 개척(開拓)

 

 

 

 

(39) 2 개척(開拓)-19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이 진동으로 떨었으므로 서동수가 머리를 들었다.

 

발신자 번호가 찍혀져 있다.

 

장연지다.

 

밤 12시 5분 전이다.

 

핸드폰을 귀에 붙이자 곧 장연지의 목소리가 울렸다.

“오빠, 나 지금 가도 돼?”

“응, 그래.”

반가운 김에 두 번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박서현의 홈페이지에서 나와 울적했던 참이다.

 

그때 장연지가 물었다.

“술마실 거면 안주 좀 가져가?”

“그래라.”

“알았어.”

전화를 끊은 지 30분쯤 지났을 때 문에서 벨소리가 났다.

 

빠르다.

 

문을 열자 장연지가 양손에 무겁게 보이는 비닐봉투를 들고 들어선다.

 

마치 제 집에 들어오는 마나님같다.

“돼지고기하고 닭고기를 가져왔어.”

주방으로 다가가면서 장연지가 말했다.

“냉장고에 넣어둘 테니까 덥혀서 먹으면 돼. 며칠 먹을 수 있을 거야.”

“네 덕분에 내가 산다.”

뒤로 다가간 서동수가 장연지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말을 잇는다.

“네가 위 아래로 다 먹여 주는구나.”

“시끄러!”

장연지가 눈을 흘겼다가 곧 웃는다.

 

곧 술상이 차려졌고 닭과 돼지고기 요리로 둘은 술을 마셨다.

“요즘은 장사가 안 돼.”

한오름에 위스키를 삼킨 장연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한국 회사들이 잘 안되나 봐.”

“맨날 룸살롱 다니는 놈들이 잘될 리가 있나?”

건성으로 말을 받았지만 회사에서 들은 말도 그렇다.

 

주변의 한국 상사들이 임금 인상과 수출 부진으로 고전을 한다는 것이다.

 

동양상사는 자체 브랜드인데다가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어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장연지가 서동수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묻는다.

“오빠, 오늘 어디서 마셨어?”

그러자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너, 내가 다른 룸살롱 다니는 줄 알고 삐쳤구나?”

“아냐, 절대로.”

장연지가 손까지 저었을 때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해산물식당 해원에서 동북건설 홍 사장 만났어.”

“그랬어?”

“장사가 안 되면 네가 쪼들리냐?”

“아니, 별로.”

그렇지만 장연지가 시선을 내렸을 때 서동수가 탁자 서랍에서

 

1만 위안권 뭉치 3개를 꺼내 내밀었다.

“이거 받아라.”

놀란 장연지가 눈만 크게 떴고 서동수가 돈뭉치를 더 내밀었다.

“받아. 내가 위 아래로 먹여 주는 값이야.”

“싫어.”

말을 그렇게 했어도 목소리는 낮았고 시선은 내려졌다.

 

서동수가 돈뭉치를 장연지 앞에 놓고는 다시 술잔을 쥐었다.

“대동 박 사장한테서 먹은 돈이다. 이놈 저놈 다 나눠줬고 그건 네 몫이야.”


“…….”

“얼른 받으라니까 뭘 해? ‘오빠, 잘 쓸게요, 고마워요’ 해야 내가 생색이 나는 거 아니냐?”

그러자 장연지가 두 손으로 돈뭉치를 쥐더니 앉은 채로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오빠, 잘 쓸게요. 고마워요.”

“오냐. 오늘밤 조개 요리를 잘 해봐라.”

그래 놓고 장연지를 본 서동수가 숨을 삼켰다.

 

장연지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더니 주르르 눈물이 떨어진다. 

 

 

 

 

 

 

(40) 2장 개척(開拓)-20

 

 

 

 

이제는 익숙해져서 호흡이 맞는다.

 

이것이 바로 좋은 관계의 사랑이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가 나중에 달아올라 호응하는 경우와는 질적인 차이가 난다.

 

서로 적극적으로 상대를 받아들이는 터라 효율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장연지가 바로 그렇다.

 

이제는 서로가 익숙해져서 말하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반응을 한다.

 

내려치면 받아 올리고 올리면 좁혀준다.

 

강약과 고저의 리듬을 맞추고 호흡과 탄성까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장연지가 입을 딱 벌리더니 서동수의 어깨를 움켜쥔 손에 잔뜩 힘을 주었다.

 

눈을 치켜떴지만 초점이 멀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 흐트러진 머리칼이 이마에 엉켜 붙었다.

 

붉게 상기된 얼굴, 그 순간 장연지의 두 다리가 허공을 차듯이 치켜 올라갔다가

 

곧 침대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서동수의 하반신을 감았다.

“아아.”

장연지의 탄성이 터졌다.

 

오르가슴, 쾌락의 절정에 오른 것이다.

 

이제는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장연지의 절정을 겪었지만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

 

모양은 물론 반응 등 겉모습에서부터 남성이 받는 자극까지 매번 다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性)의 신비로움이다.

 

장연지의 절정은 한참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서동수는 장연지의 반응을 주시한다.

 

아직도 어금니를 물었고 아랫배에 잔뜩 힘이 들어간 상태,

 

당연히 대포는 발사되지 않았다.

 

이제 장연지는 온몸을 굳힌 채 떨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끊임없이 앓는 소리가 가쁜 숨소리에 섞여 터져 나온다.

 

바로 이것이다.

 

서동수의 자신감과 생(生)에 대한 오기는 바로 이런 순간에 축적되었다.

 

한국 땅에서 처참한 꼬라지로 쫓겨났어도 머리 빳빳하게 들 수 있는 저력도

 

이런 때 모아지는 것이다.

 

서동수는 장연지를 안은 채 절정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아유우, 오빠.”

 

마침내 사지를 늘어뜨린 장연지가 앓는 소리로 말했을 때 서동수는 몸을 떼었다.

‘다시 시작한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서동수의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른 단어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작정이다.’

 

저절로 생각이 이어진다.

 

벌거벗은 채로 냉장고에 다가간 서동수가 문을 열면서 장연지를 보았다.

“물 줄까?”

“응.”

대답한 장연지가 미안한지 상반신을 겨우 일으켰다.

 

팽팽한 젖가슴이 탄력있게 출렁거렸다.

 

다가간 서동수가 생수병을 건네주며 물었다.

“네가 보기에 중국으로 온 한국놈들은 어떠냐?”

병째로 물을 삼키던 장연지가 눈만 크게 떴고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성격도 좋고 인상도 좋아, 네 생각을 말해봐.”

물을 마시고 난 장연지가 손등으로 입을 닦더니 물병을 건네주며 웃었다.

 

아직도 얼굴은 상기되었고 땀이 밴 몸이 불빛을 받아 번들거린다.

“잘난 체하고 돈 자랑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조선족도 우습게 보고.”

시트를 당겨 하반신을 덮은 장연지가 침대에 두 다리를 뻗으며 기대 앉았고

 

서동수는 물병을 들고 벽쪽 의자로 다가가 앉는다.

 

장연지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모두 열심히 살아. 사기꾼도 한두 명 끼어 있지만 말야.

 

열심히 사는 건 우리가 배워야 돼.”

“어떻게?”

“오빠처럼.”

해놓고 장연지가 배시시 웃었다.

 

그러고는 물기에 반짝이는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그것이 우리를 전염시키고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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