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2 개척(開拓)
(35) 2 개척(開拓)-15
홍경일이 방으로 들어섰을 때는 7시 15분이 돼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15분이 늦은 것이다.
홍경일은 비서 윤달중과 동행이다.
이것으로 둘은 상대방에게 기(氣)를 세우려는 의도가 있음을 피차 인지하게 되었다.
넷이 둘씩 마주보며 앉았을 때 지배인이 들어와 주문을 받고 돌아갔다.
대화는 한국어로 이어졌지만 서동수만 제외하고 셋은 중국어를 한다.
홍경일과 윤달중이 조선족이기 때문이다.
얼굴에 웃음을 띤 홍경일이 화란에게 중국어로 말했다.
지금까지 홍경일은 윤달중을 통해서 세 번, 본인이 두 번 만나자는 연락을 해 왔다.
업무 문제로 식사를 같이하자는 제의였으니
그러나 화란은 업무 문제라면 회사로 들어와 이야기하자면서 모두 거절했다.
정중하게 거절한 데다 그것이 정상이었기 때문에 홍경일 측이 불쾌해할 이유가 없다.
홍경일이 머리를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하는 표정을 지은 서동수를 향해 홍경일이 둥근 얼굴을 펴고 웃는다.
콧대가 높아져서 서비스가 떨어집니다.”
곧 약속 잡고 근사한 곳에서 회포를 푸십시다.”
내가 소개시켜 드릴 테니까.”
지금 식탁에서는 3개 국어가 돌아가며 사용되고 있다.
해산물 요리는 풍성하면서도 먹음직스러웠다.
50도짜리 백주(白酒)잔을 든 홍경일이 건배를 제의했다.
공장장은 나한테 맡겨 두시구요.”
이것이 홍경일의 본색이다.
“알고 계시지요?”
홍경일의 둥근 얼굴이 술기운으로 붉어져 있었다.
눈만 껌벅이는 서동수를 향해 홍경일이 말을 이었다.
4차선 도로가 제2 의류공장의 숙원사업 아니었습니까?
내일 공장장하고 한잔 마시는 것도 그것 때문이죠.”
시 예산 1억 위안 정도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공장 앞 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되는 것은 온전히 제2 의류공장을 위한 공사인 것이다.
그것도 시 예산을 써서 확장공사를 한다.
이것을 홍경일이 성사시켰다면 본사 회장이 달려와 큰절을 해도 모자랄 것이었다.
어금니를 문 서동수는 소리 죽여 숨을 뱉는다. 기를 썼지만 기가 꺾인 것이다.
상대는 연륜도 10여 년 많을 뿐만 아니라 스케일도 크다.
이쪽의 상대로는 버겁다. 옆에 앉은 화란의 시선이 느껴졌으므로 서동수는 술잔을 쥐었다.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화란은 분위기를 느끼고는 있을 것이다.
그때 홍경일이 술잔에 술을 채워주면서 묻는다.
그런 계획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대답은 했다.
물론 토지는 시 정부에서 무상으로 임대받게 되지만 건설비용은 ‘동양상사’에서 내는 것이지요.”
우리 시 정부에서 동양 측에 부탁을 하고 있지요.
부탁이라기보다 압력이죠. 하하하.”
홍경일이 말하는 ‘우리’란 중국이다.
지금 홍경일은 중국인이 되어서 말하고 있다.
홍경일의 말이 이어졌다.
서로 주고받아야지 않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1억5000만 위안 공사면 250억 원짜리 공사인 것이다.
그 떡고물이 떨어지는 곳이 총무과라는 말이었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홍경일을 보았다.
즉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어깨를 편 자세에서 콧구멍이 벌름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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