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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장 개척(開拓) [8]

오늘의 쉼터 2014. 7. 25. 17:15

[18] 2 개척(開拓)

 

 

 

 

 

(35) 2 개척(開拓)-15

 

 

 

 

홍경일이 방으로 들어섰을 때는 7시 15분이 돼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15분이 늦은 것이다.

“아이구, 차가 막혀 늦었습니다.”

웃음 띤 얼굴로 손을 내밀며 홍경일이 말했다.

 

홍경일은 비서 윤달중과 동행이다.

“우리도 방금 왔습니다.”

서동수도 웃는 얼굴로 맞았지만 서로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다가 거의 동시에 떼어졌다.

 

이것으로 둘은 상대방에게 기(氣)를 세우려는 의도가 있음을 피차 인지하게 되었다.

 

넷이 둘씩 마주보며 앉았을 때 지배인이 들어와 주문을 받고 돌아갔다.

 

대화한국어로 이어졌지만 서동수만 제외하고 셋은 중국어를 한다.

 

홍경일과 윤달중이 조선족이기 때문이다.

 

얼굴에 웃음을 띤 홍경일이 화란에게 중국어로 말했다.

“화란 씨, 이제야 만나게 되는구만, 이거, 신임 과장 덕분이라고 해야겠네.”

“그러네요.”

화란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지금까지 홍경일은 윤달중을 통해서 세 번, 본인이 두 번 만나자는 연락을 해 왔다.

 

업무 문제로 식사를 같이하자는 제의였으니

 

남자 직원이라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화란은 업무 문제라면 회사로 들어와 이야기하자면서 모두 거절했다.

 

정중하게 거절한 데다 그것이 정상이었기 때문에 홍경일 측이 불쾌해할 이유가 없다.

 

홍경일이 머리를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룸살롱 좀 다녀보셨습니까?”

“예, 몇 번.”

“아성은 가 보셨죠?”

“예.”

“거긴 한국인 단골이어서 이젠 싸구려가 다 되었지요.”

이게 무슨 말이야?

 

하는 표정을 지은 서동수를 향해 홍경일이 둥근 얼굴을 펴고 웃는다.


“개나 소나 다 가는 바람에 반반한 애들은 파트너를 네댓 명씩 거느리고 있는데다

 

콧대가 높아져서 서비스가 떨어집니다.”

“제가 한번 좋은 데로 모시지요, 오늘은 인사하는 자리니까

 

곧 약속 잡고 근사한 곳에서 회포를 푸십시다.”

“그러시죠.”

“칭다오(靑島)시 간부들과 공안 간부들은 알아 두시는 게 편리할 겁니다.

 

내가 소개시켜 드릴 테니까.”

“고맙습니다.”

그때 요리가 들어왔으므로 잠깐 홍경일의 말이 멈췄을 때 화란이 영어로 묻는다.

“이차 가신다면 저는 빠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니, 이차 이야기는 안 했어.”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대답했다.

 

지금 식탁에서는 3개 국어가 돌아가며 사용되고 있다.

 

해산물 요리는 풍성하면서도 먹음직스러웠다.

 

50도짜리 백주(白酒)잔을 든 홍경일이 건배를 제의했다.

“자, 서 과장의 미래를 위해 건배합시다.”

모두 술잔을 들었고 홍경일을 따라 술을 삼켰다.

“참, 내일 공장장하고 저녁 약속이 있는데….”

술잔을 쥔 채 홍경일이 서동수를 보았다.

“내가 초대한 파티인데 과장님까지 같이 오시는 게 어떻습니다?

 

공장장은 나한테 맡겨 두시구요.”

“아니, 그럴 수는 없지요.”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머리를 저었다.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과장은 물론이고 부장 따위가 기어오를 수가 있겠는가?

 

이것이 홍경일의 본색이다.

 

 

 

 

 

 

 

(36) 2 개척(開拓)-16

 

 

 

“알고 계시지요?”

다시 홍경일이 묻는 바람에 서동수가 머리를 들었다.

 

홍경일의 둥근 얼굴이 술기운으로 붉어져 있었다.

“뭐 말씀입니까?”

“이번에 공장 앞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것 말입니다.”

공장 앞 도로는 2차선이다.

 

눈만 껌벅이는 서동수를 향해 홍경일이 말을 이었다.

“내가 시 고위층을 움직여서 내년 초에 공사가 시작될 것 같단 말입니다.

 

4차선 도로가 제2 의류공장의 숙원사업 아니었습니까?

 

내일 공장장하고 한잔 마시는 것도 그것 때문이죠.”

“…….”

“물론 그 공사도 내가 맡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시 예산 1억 위안 정도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홍경일이 부처님 얼굴을 만들면서 웃는다.

 

공장 앞 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되는 것은 온전히 제2 의류공장을 위한 공사인 것이다.

 

그것도 시 예산을 써서 확장공사를 한다.

 

이것을 홍경일이 성사시켰다면 본사 회장이 달려와 큰절을 해도 모자랄 것이었다.

 

어금니를 문 서동수는 소리 죽여 숨을 뱉는다. 기를 썼지만 기가 꺾인 것이다.

 

상대는 연륜도 10여 년 많을 뿐만 아니라 스케일도 크다.

 

이쪽의 상대로는 버겁다. 옆에 앉은 화란의 시선이 느껴졌으므로 서동수는 술잔을 쥐었다.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화란은 분위기를 느끼고는 있을 것이다.

 

그때 홍경일이 술잔에 술을 채워주면서 묻는다.

“서과장님, 내년에 공장 증축 공사가 시작되는 거 알고 계시지요?”

서동수는 숨을 삼켰다. 모른다.

 

그런 계획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대답은 했다.

“예, 들었습니다.”

“난 공장장한테서 직접 들었는데 현 공장 규모의 두 배를 증축하는 겁니다.

 

물론 토지는 시 정부에서 무상으로 임대받게 되지만 건설비용은 ‘동양상사’에서 내는 것이지요.”

잠깐 말을 멈춘 홍경일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서동수를 보았다.

“계열 회사인 동양건설한테 공사를 맡긴다는 소문이 있던데

 

우리 시 정부에서 동양 측에 부탁을 하고 있지요.

 

부탁이라기보다 압력이죠. 하하하.”

홍경일이 목젖을 드러내며 웃는다.

 

홍경일이 말하는 ‘우리’란 중국이다.

 

지금 홍경일은 중국인이 되어서 말하고 있다.

 

홍경일의 말이 이어졌다.

“4차선 도로건도 있고 그래서 아마 시정부 측 요구를 동양 측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서로 주고받아야지 않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렇죠.”

“그 공사가 우리 측에 넘겨지면 내가 맡게 될 겁니다.”

엄지를 구부려 제 얼굴을 가리켜 보인 홍경일이 이번에는 정색했다.

“1억5000만 위안짜리 공사죠.”

“…….”

“그리고 그 공사 안살림은 총무과가 맡게 될 것이고 말입니다.”

서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1억5000만 위안 공사면 250억 원짜리 공사인 것이다.

 

그 떡고물이 떨어지는 곳이 총무과라는 말이었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홍경일을 보았다.

“내일 동북건설 결산서 결재 올리겠습니다.”

이제는 홍경일이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앞으로 어려운 일 있으시면 말씀만 해주십시오.

 

즉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홍경일이 심호흡을 했다.

 

어깨를 편 자세에서 콧구멍이 벌름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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