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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장 개척(開拓) [6]

오늘의 쉼터 2014. 7. 25. 17:13

<16> 2장 개척(開拓) [6]

 

 

 

(31) 2 개척(開拓)-11

 

 

 

 

장연지의 피부는 매끄럽고 윤기가 난다.

 

침대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는 모습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고혹적이다.

 

서동수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지그시 장연지의 알몸을 본다.

 

섹스를 마치고 몸을 뗀 지 20분도 안 되었지만 다시 가슴이 뛰고 머리가 뜨겁다.

 

뇌 안이 끓고 있는 것 같다.

 

의자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숨을 깊게 들이켰다.

 

순간 정액의 비린 냄새가 폐 안으로 흡입되었다가 뱉어졌다.

 

서동수는 습기가 밴 이 냄새가 좋다.

 

방안은 아직 열기도 가시지 않았다.

 

그때 누워 있던 장연지가 머리를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이마에 붙었고 눈 주위에는 붉은 기운이 배어 있다.

“아유, 뭘 봐?”

그때서야 제 알몸을 의식한 장연지가 손을 더듬어 시트를 찾았지만 침대 밑에 떨어져 있으니

 

잡힐 리가 없다.

 

손에 잡히지 않자 장연지가 베개를 골짜기 위에 올려놓고 눈을 흘겼다.

“오빠, 지금 뭐해?”

“널 보는 거야.”

“왜?”

“네 몸이 참 예뻐서.”

허리가 좀 굵어졌어.”

했지만 장연지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기쁜 표정이다.

 

지그시 장연지의 몸을 보면서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너하고는 궁합이 맞아. 섹스를 할수록 더 좋아진단 말이다.”

“나도 그래.”

장연지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나도 오빠 같은 남자 처음이야.”

탁자 위에 놓인 담뱃갑을 집어든 서동수가 두 대를 빼물고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한 대를 장연지에게 내밀며 묻는다.

“무슨 소문 못 들었어?”

그러자 천장에 대고 연기를 뿜고난 장연지가 말했다.

“오빠가 안 부장 잡았다는 소문이 났어.”

“네가 퍼뜨린 건 아니지?”

“날 뭘로 보고.”

눈을 흘긴 장연지가 정색했다.

“총무과 직원들이 정보를 흘린 것 같아. 다른 마담 단골이 몇 명 있거든.”

“그놈들은 무슨 돈으로 룸살롱을 다니지?”

“다 뜯어내는 곳이 있어. 오빠는 큰 몫만 챙기지만 몇 백 원씩 나오는 구멍이 많다고.”

“하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그러게.”

그 순간 서동수가 손을 뻗어 장연지의 배 위에서 건들거리던 베개를 낚아채 던졌다.

 

다시 알몸이 되었지만 장연지는 가리지도 않고 놔두었다.

 

서동수가 담배 연기를 뱉고 나서 다시 묻는다.

“공장장은 네 가게에 다니지 않아?”

“공장장 단골이 있어.”

다리 하나를 세워 놓은 다른 쪽 무릎 위에 걸친 장연지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말을 잇는다.

“프라스호텔 지하 룸살롱이야. 그곳을 한 달에 두어 번씩 다닌다고 들었어.” 

“프라스호텔에 룸살롱이 있어?”

서동수가 장연지를 보았다.

 

프라스호텔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미국계 특급 호텔이다.

 

장연지가 담뱃재가 길게 붙은 담배를 내밀었다.

 

재를 떨어 놓으라는 표시다.

 

서동수가 담배를 받았을 때 장연지가 두 다리를 주욱 뻗으면서 말했다.

“응, 호텔 손님들 상대로 장사하지만 외부 손님도 가끔 받아. VIP만.”

그러더니 덧붙였다.

“거긴 두당으로 계산해. 두당 3천 원이야. 우리 가게의 두 배지.”

과연 그렇다. 특급 룸살롱의 두 배를 받는 초특급 룸살롱인 것이다.

 

 

 

 

 

 

 

 

(32) 2 개척(開拓)-12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서동수는 안명규가 주재한 과장급 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때 이인섭이 다가와 섰다.

“말씀하신 자료, 여기 대충 뽑아 왔습니다, 과장님.”

이인섭은 어젯밤의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같다.

 

두 눈이 번들거렸고 얼굴은 조금 상기되었다.

 

자료는 동북건설과 경쟁회사들의 단가를 비교한 것이다.

 

제법 두툼한 서류를 서동수 앞에 내려놓은 이인섭이 목소리를 낮췄다.

“그리고 12만 위안은 봉투에 넣어서 탈의실의 과장님 옷장 안에다 넣어 놓았습니다.”

이인섭이 다시 책상 위에 서동수의 옷장 키를 내려놓았다.

 

안명규의 몫이다.

“어, 수고했어.”

서동수가 건성으로 머리를 끄덕였을 때 이인섭이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과장님, 감사합니다.”

이인섭이 몸을 돌리자 서동수는 서류를 펼쳤다.

 

예상했던 대로 동북건설의 단가는 경쟁업체보다 20% 이상 높았다.

 

그렇다면 한 달에 40만 위안 이상이 더 지출되는 셈이다.

 

그렇게 넉 달간 지급이 되었고 이번달이 다섯달째, 앞으로 석 달이 더 남았다.

 

서류를 덮은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이거 아무래도 우리가 오염시킨다고 봐야 되겠지?”

서동수가 제가 물은 말에 제가 대답했다.

“너무 맑은 물에서는 고기가 못 산다고 했어, 명언이야.”

그러고는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탈의실은 사무실 바로 옆방이다.

 

총무과장 옷장문을 열자 조잡한 비닐봉투가 놓여져 있었다.

 

안을 보았더니 1만 위안짜리 뭉치 12개가 다시 비닐로 싸여 있다.

 

봉투를 꺼낸 서동수가 옷장문을 닫고 곧장 사무실로 들어섰다.

 

업무부장 안명규는 다가오는 서동수를 본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서동수가 앞에 서자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는다.

“뭔가?”

조금 전의 회의 때에도 서동수에게 업무지시만 몇마디 했을 뿐이다.

 

안명규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비닐봉투를 책상 위에 놓았다.

“어젯밤 박 사장 만나서 60만 원 받았습니다. 여기 12만 원 들었습니다.”

낮지만 분명하게 말한 서동수가 안명규를 똑바로 보았다.

“다음 주중에 동북건설 홍 사장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한테 참고로 말씀해주실 것 있습니까?”

그순간 눈을 치켜떴던 안명규의 입끝이 슬쩍 올라갔다.

 

그러고는 어깨를 한번 부풀렸다가 내려놓더니 말했다.

“자네, 정말 물 만난 고기처럼 놀고 있구만.”

“죄송합니다.”

“홍경일이를 처음 만나는 거지?”

“예, 부장님.”

“그러고 보니 이번달분 결재가 올라오지 않았구만.”

“당연하죠. 무조건 결재해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잠깐 조사해 봐도 경쟁업체보다 20% 이상 단가가 높던데요.”

“내가 동북건설에서도 먹은 것으로 짐작했겠구만.”

“부장님하고는 결산 다 끝났습니다.

 

그저 앞으로 동북건설을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만 듣고 싶습니다.”

“…….”

“물론 동북건설도 대동실업과 같은 방법으로 처리할 계획입니다.”

배달봉투는 어느새 책상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안명규가 말했다.

“동북건설 홍경일이한테서는 1원도 못 받았어. 오히려 우리가 술을 샀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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