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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장 개척(開拓) [4]

오늘의 쉼터 2014. 7. 25. 17:11

 

<14> 2장 개척(開拓) [4]

 

 

 

 

 

(27) 2 개척(開拓)-7

 

 

 

 

 

 

“공사 대행업체 ‘동북건설’ 홍 사장은 조선족으로 건설회사가 꽤 큽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화란이 말을 이었다.

“시정부 고위층하고 친해서 공장장님도 함부로 못하는 사람이죠.
 
실제로 회사에서 몇 번 사고가 났을 때 홍 사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임 백 과장하고의 관계는?”

그러자 주위를 둘러본 화란이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좋았습니다.”

“리베이트를 받는 것 같았어?”

서동수도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더니 화란의 볼이 조금 붉어졌다.
 
둘은 지금 영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화란이 머리를 저었다.

“모르겠는데요.”

공사가 몇 달째지?”

“지금 5개월째이고 석 달 후에 끝납니다.”

“알았어. 홍 사장한테 연락해서 다음주에 저녁 약속을 정해. 결재는 그때까지 보류야.”

“알겠습니다.”

“화란 씨는 나하고 같이 홍 사장 만나야 돼.”

머리를 든 화란이 서동수와 시선을 맞추고나서 대답했다.

“예, 그러죠.”

화란이 자리로 돌아갔을 때 서동수는 이인섭을 불렀다.
 
낮게 불렀지만 이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지 금방 알아듣고 다가와 앞에 섰다.

“동북건설은 어때?”

서동수가 불쑥 물었어도 이인섭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올랐다.
 
물을 줄 알았다는 시늉 같다.

“백 과장하고 안 부장이 한 수 접고 상대했지요.
 
항상 배경을 자랑하고 다닌 인간이어서요.”

“화란도 그러더군.”

“회사의 골치 아픈 문제를 몇 개 해결해 줬는데
 
그 후부터는 공장장이나 부장만 상대하려고 들었습니다.”

“간뎅이가 부은 놈이군.”

“최종 결재권자인 공장장도 동북건설 공사비에 꼬투리 잡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부풀렸겠군.”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이인섭을 보았다.

“화란 시켜서 홍 사장한테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어. 화란하고 셋이 만날 거야.”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책상에 바짝 붙은 이인섭이 말을 잇는다.

“대동의 박 사장하고는 다른 인간이거든요.”

“만나보면 알겠지.”

의자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이인섭을 보았다.

“이봐. 그런 놈들한테 가장 무서운 상대가 누군지 알아?”

눈만 껌벅이는 이인섭을 향해 서동수가 한마디씩 또박또박 말한다.

“꽉 막힌 인간이야.
 
리베이트는커녕 커피 한 잔도 얻어먹지 않는 상대를 만나는 거지.”
 
 
 
 

(28) 2 개척(開拓)-8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화란이 식당을 나왔을 때 뒤에서 이인섭이 불렀다.
 
다가온 이인섭이 턱으로 옆쪽 벤치를 가리켰다.

“저기 앉아서 이야기 좀 해.”

둘은 사이가 좋은 편으로 화란이 이인섭의 집에 가끔 놀러 가기도 한다.
 
이인섭의 아내가 화란보다 세 살 위여서 언니라고 부른다.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둘은 앞쪽 잔디밭을 보았다.

“다음 주에 과장하고 동북건설 홍 사장을 만나기로 했다면서?”

이인섭이 묻자 화란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그래요. 마치 개가 떠나니까 늑대가 들어온 느낌이 안들어요?”

“무슨 표현이 그래?”

따라 웃은 이인섭이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말을 잇는다.

“난 오늘 저녁에 과장하고 대동상사 박 사장을 만나기로 했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요?”

“일단 과장이 주도권을 쥔 것 같어. 부장이 손 떼기로 합의를 했다는 거야.”

“과장이 공갈을 쳤겠군요.”

“그 사람, 박창호한테 공갈을 치는 것, 화란 씨도 들어봤어야 했어. 아주 포청천 같어.”

“무슨 포청천.”

피식 웃은 화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잔디밭을 보았다.
 
모처럼 맑은 날씨였는데 잔디밭 위를 지나는 종업원들의 표정도 밝게 느껴졌다.

“다 썩었어.”

화란이 혼잣소리처럼 말을 잇는다.

“그 썩은 물이 우리까지 오염시킬까 겁이나요.”

“흰 고양이건 검은 고양이건 쥐만 잡으면 돼.”

이인섭의 말에 화란이 다시 쓴웃음을 짓는다.
 
등소평의 유명한 흑묘백묘론을 끌어다 붙인 것이다.

“하긴 그러네. 우린 한국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 성장만 이루면 된달 말이죠?”

“깨끗한 돈이건 썩은 돈이건 다 중국 땅으로 쏟아지면 된단 말야.”

“하긴 서 과장이 떠난 백 과장하고 다른 점이 있긴 해요.”

“혼자 처먹지는 않아. 제법 공평한 것 같더구만. 더 겪어봐야 알겠지만 말야.”

“나한테 뇌물 먹고 좌천당했다고 말할 때 머리가 어떻게 된 인간인 줄 알았어.”

“조심해.”

문득 이인섭이 말했으므로 화란이 머리를 들었다.
 
햇볕을 받은 두 눈이 반짝였다.

“뭘 말예요?”

“과장한테 말려들지 말란 말야.”

“뭘 말려들어요?”

“과장이 여자 꼬시는 수단이 좋더라구.”

“난, 또.”

쓴웃음을 지은 화란이 말을 잇는다.

“난 저런 인간은 싫어요. 구역질 나.”

“나한테 홍 사장 만난 이야기나 해줘.”

“그 말 하려고 부른 거구만.”

자리에서 일어선 화란이 이인섭을 흘겨 보았다.
 
“언니한테 일러바치기 전에 룸살롱 그만 다녀요. 내가 모를 줄 알고?”

“내가 어딜.”

했지만 화란이 등을 보였으므로 이인섭은 입맛만 다셨다.
 
백동기 밑에서 4년을 지내는 동안 쓰레기 냄새에 이골이 난 이인섭이다.

그래서 이제는 눈을 감고 있어도 쓰레기를 찾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 쓰레기란 부정을 말한다.

“어디 어떻게 되는가 두고보자.”

자리에서 일어선 이인섭이 기지개를 켜면서 혼잣말을 했다.

“늑대나 똥개나 오십보백보지만 말야.”

이쪽은 표정관리만 잘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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