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2장 개척(開拓) [3]
(25) 2 개척(開拓)-5
‘카페’라고 했지만 룸살롱 비슷하게 밀실도 있고 홀과 플로어까지 갖춰져 있다.
물론 아가씨들도 대기하고 있었지만 안명규는 방에서 술과 안주만 시켜놓고 둘이 마주 앉았다.
나이보다 대여섯 살 위로 보인다.
술잔을 쥔 안명규가 삼각진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백 과장이 박 사장하고 좀 친했던 것 같아.” 안명규의 검은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다. “나도 최근에야 알았어. 당연히 박 사장이 백 과장한테 인사를 했겠지.” “….”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다 나오겠지. 나도, 공장장도.” “….” “서 과장도 잘 알 거야. 유혹을 견디기가 힘들지. 아마 백 과장도 그랬을 거야.” “….” “같은 동료 입장에서 눈감아 줄 수 없을까? 오래갈 것 같지가 않다고 하네. 회사는 물론 다닐 수가 없고 말야.”
한 모금에 술을 삼킨 안명규가 말을 이었다. “내가 박 사장을 여기로 오라고 했어. 박 사장하고 셋이 우리 새롭게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떻겠나?”
“….” “대동산업 업무는 모두 서 과장한테 맡길 테니까 말이네.” 그때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안명규를 보았다. “내가 좌천당한 놈이니까 그저 머리 박고 기죽어 살 놈으로 보신 것 같더군요.” 서동수가 눈을 치켜떴다. “총무과 업무에 리베이트가 걸리지 않은 업무가 없습디다. 그런데 그걸 백 과장이 떠나고 나서 다 부장의 직접 거래로 만들어 놨더군요.
결재 서류를 봤습니다.”
“이봐, 그건 과장이 공석이라.” “엄청 먹으셨습디다.” “이봐 무슨 말야?” 안명규가 눈을 치켜떴지만 말끝이 떨렸고 눈동자도 흔들렸다. 거기에다 공장 두 개인데.”
얼굴이 하얗게 굳어진 안명규가 이만 악물었고 방 안에 서동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감사 신청을 하면서 백 과장 부동산까지 함께 적어 보고를 할 작정이었는데 어떻습니까? 흥정을 해보실랍니까?”
“무, 무슨 수작이야?” “그 수작 듣기 싫다면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납시다.” “그 부동산은 모두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돈으로다가….” “아이구.” 손바닥을 들어 보인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해봅시다. 한국에서 어떻게 송금이 되어 왔는지. 이 양반이 정말.” “뭐? 이 양반?” 눈을 치켜뜬 안명규가 서동수를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침을 삼키고는 묻는다.
“흥정이라니? 말해 봐.” “부동산 절반을 나한테 주쇼.” 안명규의 시선을 잡은 서동수가 이 사이로 말했다. “그리고 총무과 일에는 간섭 안 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그럼 내가 없었던 일로 덮어 두고 봐드리지.”
(26) 2 개척(開拓)-6
다음 날 아침, 서동수의 책상 앞으로 이인섭 대리가 다가와 섰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인섭의 시선에는 충성심과 존경심이 배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 7시에 ‘스타’ 카페에서 박 사장을 만나기로 했어.” 이인섭은 숨만 죽였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나하고 당신하고 박 사장 셋이 만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압니다.” “지금까지 안 부장, 백 과장, 박 사장. 이렇게 셋이 만났지만 안 부장은 제외된 거야.” 이인섭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입술 끝을 올리며 웃었다. “안 부장하고 합의했어.” 어깨를 늘어뜨린 이인섭이 눈만 껌벅였다. 이인섭은 어젯밤 서동수와 안명규가 만난 것을 모르고 있다.
서동수가 말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픈시킬 것은 시키되 가릴 것은 가린다.
이것이 본사에서 뇌물 사건을 겪은 후에 서동수가 깨우친 교훈이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놈은 실패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결재 서류를 들고 일어선 서동수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부장이 그러더군. 오늘부터 총무과 일에는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야.” “알겠습니다.” 서동수와 시선을 부딪친 이인섭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시선에는 아직도 존경심과 충성심이 남아 있는 것 같았으므로 서동수는 어깨를 폈다.
결재 서류를 든 서동수가 뒤쪽 업무부장 책상 앞으로 다가가 섰다.
“대동산업 결재 서류 가져왔습니다.” 안명규 앞에 결재판을 내려놓은 서동수가 잠자코 서서 기다렸다. 그러자 안명규가 서랍을 열더니 흰 봉투를 내밀었다.
그 자리에 선 서동수가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읽었다.
각서다.
명의 이전하겠다는 각서였다.
서류를 읽고난 서동수가 안명규 앞에 내려놓았다.
“자필 사인을 해주셔야지요.” 그러자 어금니를 물었다가 푼 안명규가 사인을 하더니 이 사이로 말했다. “이봐. 과식하면 체하는 법이야.” “지금 부장님이 체하신 겁니다.” 서류를 집어 가슴 주머니에 넣은 서동수가 부드러운 시선으로 안명규를 보았다. “부장님이 내 일에는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하셨지만 앞으로 20%는 상납해 드립니다. 나머지는 내가 내 부하들하고 나눌 겁니다.”
그러고는 이만 드러내며 소리 없이 웃었다. “그래야 공평하고 약점을 잡을 수가 있거든요. 독식은 독약이나 같습니다.” 자리로 돌아왔더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화란이 다가와 앞에 섰다. “공사대금 결재를 해주셔야겠어요.” 화란이 결재 서류를 내밀며 말했다. 공장 부지 면적은 15만 평 가깝게 되었는데 현재 4곳이 공사 중이다.
작업도로 2곳과 제5창고 건설, 그리고 배수로 공사다.
그리고 그 실무자가 화란인 것이다.
만 4년째인 내년 초에 대리 진급을 한다.
서류를 들여다본 서동수가 시선을 들고 화란을 보았다.
한 달 공사대금 총액이 2백만 위안 가깝게 된다.
한화로 3억4천만 원이다.
이것을 안명규가 그대로 놔두었겠는가?
그때 화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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