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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장 개척(開拓) [7]

오늘의 쉼터 2014. 7. 25. 17:14

 <17> 2장 개척(開拓) [7]

 

 

 

 

 

(33) 2 개척(開拓)-13

 

 

 

 

동북건설 사장 홍경일은 지린(吉林)성 옌지(延吉) 출신으로 칭다오에 온 지 10년째였다.

 

옌지에서 초급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트럭 운전사, 의류 도매상 등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다가 조중(朝中) 국경에서 무역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고 했다.

 

그러고는 다시 한국과 무역업을 시작했는데 서울에서 2년간 산 경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홍경일은 47세의 나이에 건설회사에다 칭다오 시내에 20층짜리 빌딩을 소유한

 

재산가다.

 

홍경일의 바닷가 3층 대저택은 명소 중의 하나였고 시 간부는 물론 산둥(山東)성

 

간부들도 자주 들른다는 소문이 났다.

 

실제로 홍경일이 자주 시 간부나 공안 간부와 함께 있는 장면이 목격되었으므로

 

한국인 사업가들도 한 수 접고 상대하는 편이었다.

“신고식을 하자는 거야, 그놈이.”

팔목시계를 내려다본 홍경일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잇는다.

“새로온 과장놈은 전자 팀장으로 있다가 공장에서 리베이트 먹은 것이 발각되어

 

이곳으로 쫓겨난 놈이야.

 

전혀 상관도 없는 의류본부 소속의 칭다오 공장 총무과장으로 발령을 내면

 

사표를 낼 줄 알았는데 그놈은 안 냈어.”

칭다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동북빌딩의 20층 사장실에서는 시내와 바다까지 보인다.

 

의자에 등을 붙인 홍경일이 말을 이었다.

“건방진 놈, 어디, 오늘 노는 꼴을 봐야겠다.”

홍경일의 가는 눈이 번들거렸다.

 

둥근 얼굴에 혈색이 좋아서 웃으면 살찐 체격과 어울려 호인 인상이 되었다가 찌푸릴 때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된다.

 

그때 앞에 서있던 비서 윤달중이 말했다.

“이미 대동산업은 그자한테 두 손 들고 리베이트를 바쳤다고 합니다.”

홍경일의 시선을 받은 윤달중이 말을 이었다.

“안 부장은 약점이 잡혔는지 손을 떼었다는데요.”

“안 부장 그놈, 백 과장하고 그동안 잘 해먹었지.

 

내가 겁을 주지 않았다면 나도 엄청 뜯겼을 거다.”

쓴웃음을 지은 홍경일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윤달중이 재빠르게 라이터를 켜 담배 끝에 불을 붙인다.

“그놈들한테서 접대받은 하청업자는 사장님뿐이실 겁니다.”

“인마, 지난번 폐수 사건 때 내가 50만 원 받았던 거 잊었냐?”

“아, 예.”

윤달중이 큰 입을 벌리고 소리없이 웃었다.

 

반 년쯤 전에 홍수로 폐수가 빗물과 함께 씻겨 나가는 바람에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것을 홍경일이 해결하고 사례비로 50만 원을 챙긴 것이다.

 

한국에는 50만 위안을 그냥 50만 원이라고 한다.

 

다시 팔목시계를 본 홍경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후 7시 10분 전이다. 약속장소인 식당까지는 차로 20분쯤 걸릴 테니

 

7시 10분쯤에 도착할 것이었다.

 

7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10분 늦게 가는 셈이다.

 

현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벤츠에 올랐을 때 홍경일이 앞자리에 탄 윤달중에게 물었다. 

“오늘 그쪽에서 담당자하고 과장놈 둘이 나온다고 했지?”

“예, 화란하고 과장놈입니다.”

머리를 돌린 윤달중이 홍경일을 보았다.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표정이다.

 

그러자 홍경일이 외면하고 물었다.

“화란, 그 계집애, 남자 없지?”

“예, 없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윤달중은 말을 잇는다.

“집적대는 놈이 여럿 있었지만 모두 떨어졌습니다.”

오늘 만일 화란이 같이 나온다고 하지 않았다면 홍경일은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34) 2 개척(開拓)-14

 

 

지배인이 방을 나갔을 때 서동수가 화란에게 물었다.

“홍 사장이 의류2공장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이야?”

“로비스트는 아니구요.”

화란의 검은 눈동자가 똑바로 서동수를 주시했다.

“어려운 일을 한두 번 해결해 준 적은 있어요.”

“자세히 말해 봐.”

“지난여름에 홍수로 공장 폐수가 넘쳐 나와서 시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을 때

 

홍 사장이 해결했습니다.”

“어떻게?”

“그건 모르겠어요. 홍 사장이 시의 고위층한테 부탁해서 끝냈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그럼 공장장이 홍 사장한테 인사를 했단 말인가?”

“모르겠어요.”

“또 다른 건?”

“회사 트럭이 사람을 치어 죽였을 때도 홍 사장이 수습해 줬습니다. 30만 위안이 들었어요.”

“로비 자금으로?”

“아뇨, 보상비 등으로요.”

“홍 사장한테는?”

“그건 모릅니다.”

그러자 서동수가 쓴웃음을 짓고는 의자에 등을 붙였다.

 

둘은 지금 바닷가의 해산물식당 ‘해원(海元)’의 밀실에 앉아 있다.

서동수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홍경일이도 내 뒷조사를 다 해 놓았겠지만 나도 마찬가지야.”

화란의 시선이 볼에 닿는 느낌이 왔지만 외면한 채 서동수는 말을 잇는다.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라고 했어. 중국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야.”

서동수가 영어로 착실하게 번역해서 말해 주고는 물었다.

“손자병법 알아?”

“듣기는 했어요.” 

“홍경일이는 한국에 갈 수가 없어.”

눈만 크게 뜬 화란을 향해 서동수가 입술 끝을 비틀고 웃었다.

“지금도 수배자가 돼 있으니까 말야.”

“….”

“13년 전 홍경일이는 한국 골동품 사기단하고 짜고 북한에서 반출했다는 고려청자,

 

이조백자 30여 점을 팔았더군. 단둥(丹東)에다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말야.

 

단둥에 온 한국인 구매자 중에는 대기업 회장 부인도 있었어.”

“….”

“거기서 사기단들이 가짜 물병, 술병으로 얼마를 사기 치고 도망간 줄 알아?

 

168억 원이야, 168억 원.”

“위안으로요?”

놀란 화란이 묻자 서동수는 입맛을 다셨다.

“한국돈, 중국돈으로는 1억 위안 가깝게 되겠구나.”

그러자 화란이 손목시계를 보더니 몸을 굳혔다.

 

7시가 돼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본 서동수가 다시 쓴웃음을 지었다.

“이봐, 홍경일은 좀 늦게 올 거야, 아마 10분에서 15분쯤 늦을 테니 시간은 충분해.”

그러고는 말을 잇는다.

“골동품 사기꾼 일당은 두 달쯤 후에 다 체포됐는데 주범 중 한 명은 빠져나갔지,

 

그놈이 홍경일이야.”

“….”

“한국 사기꾼 일당은 홍경일이가 주범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무도 안 믿었지.

 

홍경일은 중국 국적이라 체포할 수도 없었고 말야.

 

다만 수배자로 분류됐을 뿐이야. 그래서 한국에는 갈 수가 없지.”

그러고는 서동수가 정색한 표정으로 심호흡을 했다.

“자, 이건 화란 씨만 알고 있도록 하라구. 우린 지금 거물과 대결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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