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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장 개척(開拓) [5]

오늘의 쉼터 2014. 7. 25. 17:12

<15> 2장 개척(開拓) [5]

 

 

 

 

 

(29) 2 개척(開拓)-9

 

 

 

 

이번에 박창호를 만난 곳은 룸살롱 ‘에메럴드’다.

 

다른 곳을 찾으라고 했더니 이인섭이 예약을 해놓은 것이다.

 

오후 8시,

 

서동수와 이인섭이 ‘에메럴드’의 밀실로 들어서자 박창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웃음띤 얼굴이다.

“어서 오십쇼.”

“아이구, 기다리셨습니까?”

서동수도 활짝 웃는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을 때 마담이 들어와 인사를 하고 나갔다.

 

아가씨는 나중에 부르겠다고 박창호가 말하자

 

조선족 마담은 예쁜 애들 셋을 대기시켜 놓겠다고 했다.

 

이미 탁자 위에는 술과 안주가 놓여져 있었으므로 셋은 술잔부터 채웠다.

“이야기 들으셨지요?”

술잔을 든 서동수가 불쑥 묻자 박창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정색하고 있다.

“예, 대충.”

“뭐라고 하시던가요?”

“대동실업 일에는 손떼겠다고 하시더군요.

 

모두 서 과장께 맡기시겠다고.”

“손떼는 게 아니라 직접 챙기는 것이 아닐뿐이죠.”

한모금에 술을 삼킨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난 부장한테 20%, 담당자한테 20% 그리고 나머지는 내 몫에다

 

그 윗선의 로비 자금으로 씁니다.”

그리고 서동수가 다시 술잔을 들었다.

 

어느새 옆에 앉은 이인섭이 빈 잔에 술을 채워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터지면 나 혼자 책임을 졌지요. 서울에서처럼 말이죠.”

박창호는 잠자코 머리만 끄덕였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다 끌고 들어갈 작정이오. 공장에서 같이 나눠먹은 위아래까지 다.”

다시 한모금에 술을 삼킨 서동수가 머리를 돌려 이인섭을 보았다.

 

“어때? 이 대리. 나하고 같이 먹고 같이 죽을 테냐?”

“그러죠, 뭐.”

쓴웃음을 지은 이인섭이 똑바로 서동수의 시선을 받는다.

 

시선을 준 채로 이인섭이 말을 이었다.

“속시원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공생공사하죠.”

“좋아.”

서동수가 이제는 박창호를 보았다.

“동참하실 거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동참하겠습니다.”

정색하고 말했던 박창호가 곧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이거 기분이 묘한데요.”

실수는 두 번 되풀이하지 않을 겁니다.

 

같이 먹고 같이 책임을 지는 거죠.”

눈을 가늘게 뜬 서동수가 박창호를 똑바로 보았다.

“자, 어떻게 되었습니까?”

“여기.”

하면서 박창호가 테이블 위에 검은색 비닐 가방을 내려놓았다.

 

묵직했다.

“위안화로 가져왔습니다.

 

지난달 분 리베이트 60만 위안입니다.”

60만 위안이면 1억 원이 넘는 돈이다.

 

긴장한 이인섭은 숨을 죽였고 서동수도 잠자코 가방을 보았다.

 

방 안에는 잠깐 정적이 덮여졌다가 서동수의 목소리가 울렸다.

“나누자, 이 대리. 자네 몫은 12만 위안이야. 가방을 열고 빼내.”

“과장님.”

얼굴이 상기된 이인섭이 불렀을 때 서동수가 말을 잇는다.

“그렇지. 마담한테 비닐 봉지를 달라고 해서 부장 몫 12만 위안도 같이 빼놓아라.

 

그걸 내일 회사로 들고 와.”

 

 

 

 

 

(30) 2 개척(開拓)-10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는 밤 10시반이 되어가고 있다.
 
돈가방을 탁자 위로 던진 서동수가 털썩 소파에 앉고 나서 전화기를 꺼내 쥐었다.
 
버튼을 누르자 신호음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여섯 번, 일곱 번째가 되었을 때 전화기를 귀에서 떼었다가 다시 붙였다.
 
그때 신호음이 끊기면서 응답소리가 들렸다.

“왜 그러는데?”

박서현이다.
 
목소리에 짜증기가 드러났다.

“미혜 자냐?”

건조한 목소리로 서동수가 묻자 박서현이 던지듯 대답한다.

“자.”

“나 안 찾아?”

그러자 박서현은 침묵했다.
 
한국을 떠난 지 보름이 되었다.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딸 미혜다.
 
미혜는 서동수가 중국으로 장기 출장을 가 있는 줄로만 안다.
 
소리 죽여 숨을 뱉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내가 며칠 사이로 돈 좀 보내줄게.”

“…….”

“어떤 사람이 널 찾아가 천만 원 줄 거야.
 
내가 곧 그 사람 이름하고 전번 알려줄 테니까 그냥 받기만 하면 돼.”

“…….”

“뭐, 너하고 계산 다 끝났지만 미혜한테 적금 드는 셈 치고 보내는 거니까 그냥 받아.”

“…….”

“부탁이 있는데, 미혜한테 내 이야기 좀 잘해주라.
 
난 걔한테 좋은 아빠로 기억되고 싶으니깐.”

“전화 끊어.”

“그럼 다시 연락할게.”

서동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쪽에서 먼저 전화가 끊겼다.

“지기미.”

전화기를 귀에서 뗀 서동수가 눈을 부릅떴다가 다시 버튼을 누른다.
 
이번에는 정은지다.
 
다시 신호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 번, 다섯 번, 열 번, 열두 번.
 
그러다가 응답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멘트가 들리더니 끊겼다.
 
“이런, 썅.”

이제는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정은지는 딴 남자하고 방아를 찧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으로 출장 왔다고 했으니 마음놓고 놀아날 것이었다.
 
그러나 다음달 생활비를 받을 날이 5일 남았다.
 
곧 제가 먼저 전화를 해올 것이었다.
 
서동수가 샤워를 마치고 다시 소파에 앉았을 때는 30분쯤 후였다.
 
그때 탁자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으므로 서동수가 발신자부터 보았다.
 
장연지다.
 
핸드폰을 귀에 붙인 서동수의 표정이 밝다.

“응, 가게냐?”

“응, 혼자 있어?”

하고 장연지가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목소리를 낮췄다.

“아니, 누구 와 있어.”

“누군데?”

“여자.”

장연지는 입을 다물었지만 전화를 끊지는 않았다.
 
그래서 서동수가 3초쯤 시간을 재고 나서 말을 잇는다.

“지금 올래?”

“여자 있다면서?”

“내가 널 두고 무슨 여자를 또 찾는단 말야? 빨랑 와.”

그러자 장연지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놀랐단 말야. 진짜 여자 있는 줄 알고.”

“난 너밖에 없어.”

“손님도 없으니까 아프다고 하고 지금 갈게.”

“그래. 씻고 기다릴게.”

수화기에서 짧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통화가 끊겼다.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소파에 길게 몸을 눕혔다.
 
어느새 머릿속에는 장연지의 알몸이 가득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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