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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파계(破戒)

오늘의 쉼터 2009. 6. 27. 20:52

3.파계(破戒)

 

  원효는 왕이 보내신 물건이 너무 많고 화려함을 첫째로 두려워하였다.

사중 대중이 부러워하고, 또 심상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원효는 붓을 들어서,

  “ 도인탐 시행자수치 출가부 시군자소소 道人貪 是行者羞恥 出家富 是君子所笑.”

하고 써서 보였다.

  원효는 위에서 보내신 물건을 사중에 골고루 나누어 주고 나서 가는 베옷 한 벌과, 증과,다식 등

먹을 것을 싸 가지고 나섰다.

  “ 스님, 어디 가십니까.”

  심상이 물었다.

  “ 대안스님헌테 간다.”

  원효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 그걸 다 대안스님을 갖다 드립니까.”

  심상은 아까와하는 모양이었다.

  “ 간심(慳心)을 버려라.”

  원효는 심상을 노려보았다.

  “ 간심이 아닙니다. 대안스님이 그것을 받으시면 대안스님이 간심을 발하신 것이 되겠습니다.”

  심상은 이렇게 변명하면서 장삼을 떼어 입었다.

  “ 너는 어디로 가느냐.”

  “ 노스님 모시고 갑니다.”

  “ 너는 올 것 없다. 내 혼자 다녀오마.”

하고 원효는 심상이 따라오는 것을 원치 아니 하였다.

  “ 왜 그러십니까. 평생에 어디를 가시나 데리고 가셨는데, 오늘따라 소승을 떼고 가십니까.”

  심상의 말에는 슬픈 빛이 있었다. 심상은 스승을 사모하는 정이 간절하였다.

 십 년을 하루같이 스승으로 모신 정도 깊었다.

  “ 가자. 너도 가자.”

하고 원효는 마침내 심상을 데리고 나섰다.

  날은 더웠다. 지난 이삼 일 비에 불은 시냇물 소리가 골짜기에 찼다. 나뭇잎들은 오월 볕에 빛났다.

 새소리가 끊일 새가 없었다.

  나을신궁이 한창 푸른 녹음 속에 바라보였다.

 나을신궁의 정전은 칠백여 년이 된 건물이었다.

제이대 남해차차웅(南解次次雄)왕이 건국 시조인 박혁거세를 제사하기 위하여서 짓고

그 누이 아로(阿老)를 두어 주제(主祭)를 삼았다.

그러므로 이 건물은 옛날 그대로 초가집이어서 해마다 봄이면 이엉을 갈았다.

  제이십이대 지증마립간(智證麻立干)이 이 자리에 신궁을 조영하고 역대 왕과 검님과

천신지기(天神地祇)를 제사하였다.

  신궁에는 공주 한 분이 주제가 되고 육부(六部)에서 각각 한 사람씩 인물 좋은 처녀를 골라서

신관을 삼고 그밖에 거문고치 한 쌍, 가얏고치 한 쌍, 주라치 한 쌍, 춤치 네 쌍, 노래치 네 쌍이 있었다.

  봄 이월, 가을 팔월에 큰 제사가 있고 그밖에 나라에 무슨 일이 있을 때면 임시로 제사를 드리고

또 제주를 통하여서 신탁(信託)을 받았다.

 이월의 대제는 남자의 경기가 있고 팔월의 대제에는 여자의 길쌈내기가 있다.

남자 경기에는 활쏘기, 말타기, 칼쓰기, 노래부르기 같은 것이 있었고 또 그림이나 음악이나

잘하는 것은 모두 신궁에 바쳤다.

 솔거의 마지(말 그림)도 있었고, 옥보고며 우륵의 금곡 중에도 신께 바치는 것이 많았다.

  불교가 성하게 됨으로부터 신궁에 대한 정성이 약간 쇠하였으나 그래도 늙은 사람들과

또 특별히 신궁을 존중하는 사람들의 정성은 여전하였다.

 

원효도 열여섯 살에 신궁 대제의 무술경기에 참여하여서 상을 받았다.

  원효는 나을신궁을 바라볼 때에 오늘따라 옛 생각이 났다.

  원효는 불현듯 어릴 적 생각이 나서 발을 신궁 쪽으로 향하였다.

 여러 백년 묵은 늙은 느티나무와 소나무와 잣나무와 느릅나무들은 그 썩고 우므러진 모양이

 대단히 늙은 사람과 같아서 신기로움이 있었다.

그늘진 길에는 파란 이끼가 앉았다. 더할 수 없이 고요한 경계다. 아무 소리도 없다.

  원효가 처음 이 신궁에 오기는 열두 살에 그 조부 적대공(赤大公)을 따라서였다.

문노 문하에서 국선도(國仙道)를 배우려고 서라벌에 처음 왔을 때였다.

  원효의 조부 적대공은 원효를 위하여 마지를 신궁에 올렸다.

고향인 압량군에서 원효가 처음으로 활을 쏘아 잡은 사슴의 포와, 꿀을 넣은 시루떡과 술과 밤과

대추와 감 등 이러한 제물을 바치고 신녀(神女)들이 음악을 아뢰고 춤을 추고 빌어 주었다.

대단히 큰 북을 울리던 것과 신녀들이 오색 옷을 입고 춤추던 아름다움을 지금도 원효는 기억한다.

  신궁 경내에는 문이나 벽에 수없이 마지가 붙어 있었다. 신께 말을 바친다는 뜻이다.

  원효가 바친 마지는 아마 신전 안에 아직도 걸려 있을는지도 모른다.

  삼신전(三神殿)이 맨 뒤에 있고 다음에 시조묘(始祖廟),

그 다음에 역대 왕의 영을 모신 종묘가 있고 그 밖에도 산신,

수신 등 각색 귀신을 제사하는 신당(神堂)이 여러 채가 있었다.

모두 고요하였다.

  남산 꼭대기에는 선왕당(仙王堂)이 있었다.

화랑들은 신궁에 참배하고는 선왕당에 참배하였다.

기도는 선왕당에서 하였다.

 선왕당에는 수염 허연 노인이 학, 범을 옆에 거느린 탱을 모셨다.

고구려와 백제도 마찬가지였다.

  원효는,

  “ 마하반야바라밀.”

하고 신전을 향하여 합장하였다.

  늙은 신녀가 누른 옷에 붉은 띠를 띠고 신전에서 나왔다.

얼굴에 주름이 많이 잡히고 하얀 머리에는 검은 다루를 들여서 뒤에 늘였다.

 빙그레 웃는 화평한 얼굴이었다.

 그는 열댓 살부터 이 신궁에서 늙은 사람이었다.

아침마다 목욕재계하고 신을 모시는 일로 일생을 바친 이였다.

  이 늙은이 뒤에 젊은 신녀 둘이 방울 달린 큰 부채로 반쯤차면 하고 따랐다.

그들은 잠깐 눈을 들어서 원효를 보았으나 눈을 푹 내리깔고 하얀 버선 신은 발을 소리없이 옮겨서

저쪽 복도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다시 조용하였다.

  원효는 돌아가신 조부와 아버지 담나나마(談나乃未)와 어머니 사라부인을 생각하였다.

  조부는 키가 훌쩍 크고 머리털이 붉었다.

그래서 적대공이라고 불렀고 잉피공(仍皮公)이라고도 불렀다.

아버지 담나는 나마 벼슬에 올랐으나 인물로는 적대공이 더욱 유명하였다.

  원효의 어머니는 원효를 낳고는 돌아갔다. 그래서 원효는 그 어머니의 얼굴을 모른다.

  원효의 어머니는 별이 날아 품에 들어오는 꿈을 꾸고 원효를 배었다고 한다.

원효의 어머니가 만삭이 되어서 그 남편과 함께 선왕께 기도를 드리고 돌아오다가

불들[佛等乙村] 왕밤나무 밑에 이르러 배가 아프자 창황히 남편의 옷을 나뭇가지에 걸어서

장막을 삼고 그 속에서 원효를 낳으니 아직 해뜨기 전이었다.

 좋은 아기를 순산하여지라,

그 아기가 오래 살고 큰 사람 되어지라,

산 위에 잇는 선왕당에 새벽기도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어머니는 죽었다.

 때는 진평왕 삼십구 년 정축이었다.

 원효는 어려서 쇠털[誓동, 新동]이라고 불렀다.

그 머리카락과 솜털이 조부를 반쁨 닮아서 누르스름한 까닭이었다.

 자란 뒤에 원효라고 한 것도 첫 새벽에 낳았다는 뜻이었다.

원효가 난 지 얼마 아니 하여 그 아버지 담나나마는 낭비성 싸움에서 전몰하였다.

그리고 그 조부 적대공의 손에 길러진 것이었다.

  평생에 대면도 못한 어머니를, 어린 원효는 무척 그리워하고 슬퍼하였다. 그래서,

  ‘ 어머니가 어디로 가셨나? 지금 어디 계신가.’

하고 이것이 알고 싶었다.

전생 인연도 인연이지만 원효가 불교에 들어간 동기가 여기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전몰하고, 또 원효가 십칠세 되던 해에 조부도 병몰하자 원효는

곧 출가하기로 결심하고 그 집을 절을 만들어 초개사(初開寺)라 하고,

또 그 어머니가 원효를 낳고 돌아가고 무덤도 있는 왕밤나무 곁에 절을 지어서 사라사(娑羅寺)라

하니 다 그 부모의 명복을 빌고자 함이었다.

특히 첫아들을 낳고 젖도 못 물려 보고 돌아간 어머니의 명복을 간절하게 빌었다.

 

 원효의 눈앞에는 삼십삼 년의 지나간 일생이 떠 올랐다.

고요하고 옛빛이 농후한 신궁 경내는 이러한 추억을 자아내는 것 같았다.

  원효의 지금까지는 세상에서 이르는 바 고적한 일생이었다.

조실부모하고 혈혈단신인 원효였다.

  “ 부제불제불 장엄적멸려 어다겁해 사욕고행 중생중생 윤회화택문 어무량세 탐욕불사

    夫諸佛諸佛 莊嚴寂滅呂 於多劫海 捨慾苦行 衆生衆生 輪廻火宅門 於無量世 貪慾不捨

 모든 부처님과 부처님들이 적멸궁에 장엄해 계시는 것은 많은 겁해에 욕심을 버리고 고행하신

결과이고 중생이 불타는 집에 윤회하는 것은 끝없는 세상에 탐욕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라 하여 원효는 불도를 닦는 것으로 큰 원을 삼은 것이었다.

화엄경을 읽으매 원효는 환희심을 얻었다.

 더구나 십지품의 십대원은 곧 원효 자신의 원이었다.

 이 십대원이야말로 그리운 어머니를 만나는 길이었다.

  일, 모든 부처님네를 다 모시고 공양하리라는 대원,

  이, 모든 부처님네가 설하신 법을 다 받아 순종하고 지키리라하는 대원,

  삼, 모든 부처님네가 성도(聖道)하시어 대법륜을 전하실 때에 으뜸으로 그 법을 받는 자가 되리라

       하는 대원,

  사, 모든 보살들이 행하여 얻은 법을 다 행하여 얻어서 모든 중생을 교화하리라 하는 대원,

  오, 삼계육도의 일체중생을 불도에 들게 하리라 하는 대원,

  육, 시방에 있는 무소무량한 일체 세계의 생김생김을 눈앞에 보아 알리라 하는 대원,

  칠, 모든 불토(佛土)는 한 불토에 들고 한 불토는 모든 불토에 청정구족하게 하리라 하는 대원,

  팔, 일체 보살이 동심동학하여서 보살행을 구족케 하리라 하는 대원,

  구, 나를 보는 자는 반드시 불법을 열게 하리라 하는 대원,

  십, 일체세계에서 성불하여 일체중생을 제도하리라 하는 대원이라 하는 데 이르러서

       원효는 소리를 치고 춤을 추었다.

  “ 발여시대원 광대여법계 구의여허공 진미래제 진일체겁 득불도사 구대지혜 대신통등 무유휴식

    發如是大願 廣大如法界 究意如虛空 盡未來際 盡一切劫 得佛道事 求大智慧 大神通等 無有休息

(이렇게 큰 원을 발하노니 광대하기가 법계와 같고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동안 쉬지 않으며

부처님의 도를 얻는 일과 큰 지혜를 구하는 일, 큰 신통을 얻는 일에 쉬지 않으리라).”을 노래로 부르고,

  “ 중생이 다함 없네. 중생이 다하면 내 원도 다하리라. 중생이 다함 없네.

중생이 다하지 않으면 내 원도 다하지 않으리라

(중생불가진 약중생진 아원내진 중생불가진 중생부진 아원불가진

 衆生不可盡 若衆生盡 我願乃盡 衆生不可盡 衆生不盡 我願不可盡).”

  원효는 이 대원을 원으로 하고 오늘까지 살아 왔고,

이 법을 가르치는 화엄경을 세상 사람에게 널리 알리려고 화엄경소를 써왔다.

  그러나 화엄경을 끝내는 때 승만왕이 승하하시고는 이제야 말로 원효가 가장 많이 감동을 받은 십지품에 들어갈 것이지만 승만왕의 사십구일재가 가까워오도록 아직 붓을 들 생각이 없이 오늘까지 왔다.

 심상이, 원효가 웬일인가 하고 근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 뜻이 변한 것이 아니나 힘이 없다.’

원효는 이러한 한탄을 수없이 하였다.

  ‘ 승만왕을 건지지 못하였다.’

하는 자책이 가슴에 못이 된 것이었다.

 

   ‘ 신력의가피 [神力加被]’

  원효는 아직 그러한 신비한 것에 대하여서 신심이 부족하였다.

  “ 제불지혜 심심무량 기지혜문 난해난입 諸佛智慧 甚深無量 其智慧門 難解難入

(모든 부처님의 지혜는 매우 깊고 한이 없느니라.

 그 지혜의 문은 이해하기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려우니라).”

  “ 유불여불 내능구진제법실상 唯佛與佛 乃能究盡諸法實相

(부처님과 부처님만이 모든 법의 참다운 모습으로 깨달아 알기 때문이니라.)”

  “ 비사량분별지소능해 非思量分別之所能解

( 이 법은 생각이나 분별로는 능히 풀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이상[ 법화경방편품 法華經方便品].

  이러한 구절을 생각하면서도 원효는 결국 사량 분별을 가지고 불법을 알고 불법을 설하려 하는

것이었다.

화엄경소라는 것도 결국 사량 분별, 즉 이치를 따지는 것이 아니냐.

큰 바다의 물을 됫박으로 되려는 것이 아니냐.

  “ 시법불가시 언사상적멸 是法不可示 言詞相寂滅

  ( 이 법은 보일 수도 없고 말로 형용할 수도 없나니).”

  “ 제법적멸상 불가이언선 諸法寂滅相 不可以言宣

  ( 모든 법의 적멸한 모양 말로 다할 수 없나니).” 이상 [법화경]

  그러할진대 화엄경 자신도 결국은 말이 아니냐.

  말로 설명 못할 법을 또 말로 해석하려는 것이 부질없는 것 같았다.

  “ 신위도불공덕모 信爲道佛功德母(부처님의 도를 위하는 믿음이 공덕의 근본이니).”

  “ 제제보살중 신력견고자 除諸菩薩衆 信力堅固者(모든 보살의 무리들 믿음이 견고한 자들이니).”

  오직 신력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 그런데 신력이란 무엇인가.’

  “ 제불자 약중생 후집선근 수제선행 선집조도법 공양제불 집제청백법 위선지식소호 입심광심

    신요대법 심다향자비 호구불지혜 여시중생 내능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

    諸佛子 若衆生 厚集善根 修諸善行 善集助道法 供養諸佛 集諸淸白法 爲善知識所護 入深廣心

   信樂大法 心多向慈悲 好求佛智慧 如是衆生 乃能發阿뇩多羅三藐三菩提心

(불자여 어떤 중생이 선의 뿌리를 깊이 심고, 모든 행을 잘 닦고, 도를 돕는 법을 잘 모으고,

여러 부처님께 잘 공양하고, 청정한 법을 잘 쌓고, 선한 지식을 잘 거두고, 넓고 깊은 마음으로

들어가고 큰 법을 즐거이 믿고, 마음을 자비로 향하고,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기 좋아하는

그런 중생이 있다면 곧 능히 아뇩다라삼먁보리심이 발하게 되리라).”  [화엄경 십지품].

  원효는 문득 이 대목을 생각하였다.

  ‘ 심광심深廣心, 심광심!’

 하고 원효는 눈을 번쩍 떴다.

  ‘ 깊고 넓은 마음. 이 마음을 얻어야 불도를 아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마음은 책을 보아서 얻을 것이 아 니요,

 생각해서 얻을 것이 아니다.

선근, 선행, 공양제불, 선지식.’

  ‘ 행行이다, 행! ’

  원효는 대안을 생각하였다.

  행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광명을 얻을 듯하였으나 또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헛길인 듯도 싶어

  앞이 막막하기도 하였다.

  “ 가자.”

  하고 원효는 심상을 재촉하여 가지고 신궁에서 나왔다.

  원효는 신궁문을 나섰다가 이만한 깨달음을 얻은 것이 삼신의 가피인 듯도 싶어 다시 돌아 들어가

  감사하는 절을 하였다.

 

 전에 대안대사를 만났던 굴에 가 보았으나 거기는 아무 형적도 없었다.

  “ 윗굴에 가 보자.”

  “ 윗굴이 어디오?”

  “ 너구리가 와서 들었다는 그 굴 말이다.”

  “ 그 굴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 모르지만 이 근처에 있겠지. 어디 찾아보자.”

  원효와 심상은 풀을 헤치고 굴을 찾아다녔다.

  풀에는 아직도 이슬이 있고 향기를 발하였다. 지나간 비에 땅이 무르고 여기저기 샘이 솟았다.

  “ 어딘가.”

  이 모양으로 산속으로 헤맬 적에 어디선지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 대안대사 음성 아닙니까.”

  심상도 귀를 기울였다.

  “ 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아가 울지 마라.”

  이렇게 아기를 달래는 소리가 들렸다.

  “ 웬일일까.”

하고 원효는 소리나는 곳을 찾아갔다.

  과연 대안대사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놀랐다.

  대안대사는 굴 앞 풀 위에 너구리 새끼 아홉 마리를 놓고 아기 달래는 소리를 하면서 칡뿌리를

  먹이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아직 눈도 아니 뜬 너구리 새끼들은 주둥이를 내어두르며 깽깽 하고 울었다.

 얼른 보아도 젖을 찾는 모양이었다.

  원효는 합장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에,

  “ 스님, 이게 웬일이십니까.”

 하고 물었다.

  대안은 “ 대안, 대안” 하고 웃을 경황도 없었다.

  “ 이것들이 어미를 잃고 이 모양야. 배가 고파 이 모양이오.

    칡뿌리를 먹이려니 아직도 먹을 줄을 모르고 이렇게 울기만 하오.”

  대안은 이렇게 말하면서 칡뿌리를 씹어서는 새끼의 입에 넣어 주나 입을 오물오물할 뿐이요,

  받아먹는 것 같지 아니하였다.

  “ 어미 아비도 어디 갔습니까.”

  원효는 굴을 들여다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 새끼 먹일 것을 찾느라고 나갔다가 무엇한테 잡혀서 죽은 모양이오.

 그저께 밤에 하도 비가 많이 쏟아지길래 여기를 왔더니 이렇게 새끼들만 있단 말요.

 아무리 기다려도 어미 아비는 아니 돌아온단 말야. 필시 여우한테 먹혔거나 사람한테 잡힌 모양야.

  그러니 먹일 것이 있소. 칡뿌리를 씹어 주건만 잘 안 먹어.

  젖을 먹을 때가 아니오? 아직 이렇게 눈도 안 떴어.”

 새끼들은 주둥이로 서로서로의 가슴 밑을 찾았다.

  “ 스님, 마침 잘 오셨소. 이애들을 좀 지켜 주시오. 소승이 가서 젖을 얻어오리다.

 저희끼리만 두고 가면 또 무엇한테 먹힐는지 몰라서.”

  대안은 이렇게 말하고는 방울과 지팡이를 들고 나섰다.

  “ 소승도 가서 젖을 얻어오리까?”

  심상이 원효에게 물었다.

  “ 그래라. 남는 젖을 얻어오너라.”

  원효는 혼자서 너구리 새끼 아홉 마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미를 잃고 이틀이나 굶주린 어린 너구리들은 기운이 없었다.

 그 중에도 한두 놈은 갱신을 못하고 있었다. 졸리는 것처럼 고개가 자꾸 숙어졌다.

 그러면 애써서 그 고개를 들려고 하였다. 다른 새끼가 제 몸을 타고 넘어도 아무 저항이 없었다.

  원효는 그 두 마리를 손에 들었다. 몸은 따뜻하나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 죽으려나 보다.”

  원효는 중얼거렸다.

  “ 세상에 나는 듯 마는 듯 굶어 죽는구나.”

  원효는 그중에도 심한 너구리 새끼를 안고 물을 찾아서 손에 물을 떠서 입에 대어 주었다.

  두어 번 니얌니얌 입을 움직이고는 고만 죽고 말았다.

  원효는 작은 시체를 가지고 굴로 돌아왔다.

  다른 새끼들은 아직도 주둥이를 서로서로의 몸에 대고 비비고 있었다.

  원효는 나뭇잎을 따서 깔고 그 위에 작은 시체를 놓고 그리고는 또 나뭇잎으로 그것을 덮었다.

  대안대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원효는 시체의 앞에 합장하고 아미타불을 염하였다.

  업보인 육체를 떠난 생명은 다 같은 마음 하나다.

  그러나 이 불쌍한 너구리 새끼는 벌써 또 한 내생의 윤회에 든 것이다.

  “ 나무아미타불.”

  원효는 이 염불 공덕을 죽은 너구리에게 회향하였다.

  만일 원효가 지금까지에 쌓은 모든 선근과 공덕을 다 회향하여서 건져낼 수만 있다고 하면 원효는

  그것을 아깝게 생각지 아니 하였다.

  그러나 원효는 승만여왕 때에 벌써 제가 어찌나 공덕이 없음을 느꼈다.

  그러나 한 중생의 업보를 다른 중생이 가로맡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 심은 자야 거두어라” 하는 것이 법계의 인과다.

   오직 불보살의 대원력만이 능히 중생의 업보의 줄을 끊는 것이다.

   그러나 중생이 마음문을 열고 불보살의 대원력을 받아들이지아니 하면 불보살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다.

  “ 둔근요소법 탐착어생사 어제무량불 불행심묘도 둔근요소법 탐착어생사 어제무량불 불행심묘도

    鈍根樂小法 貪着於生死 於諸無量佛 不行深妙道 둔근요소법 탐착어생사 어제무량불 불행심묘도

   (둔한 무리 작은 것을 좋아하여 나고 죽는 일을 좋아라 하여 무량하신 부처님네 만나도 깊고 묘한

    도를 행치 아니하여).”

  이 때문에 중생이 끝없이 생사에 윤회하는 것이다.

  이제 여기 죽은 너구니 새끼도 나고 죽는 작은 법을 탐하여서 이렇게 나고 죽는 것이다.

  누가 그렇게 시키는 것이 아니다.

  원효는 죽은 너구니에게 들려 주느라고 법화경 방편품게 法華經方便品偈를 소리 높이 읽었다.

  “ 아지차중생 미증수선본 견착어고욕 치애고생뇌 윤회육취중 비수락고독 수태지미형 세세상증장

    박덕소복인 중고소핍박.....심착허망법 견수불가사 아만자긍고 도곡심부실 고천만억겁 불문불명자  

    역불문정법 여시인난도...제법종본래 상자적멸상 불자행도이 내세득작불...일칭나무불 개이성불도

   我知此衆生 未曾修善本 堅着於故慾 癡愛故生惱 輪廻六趣中 備受諾苦毒 受胎之微形 世世常增長

   薄德少福人 衆苦所逼迫.....深着虛妄法 堅受不可捨 我慢自矜高 謟曲心不實 故千萬億劫 不聞佛名子

   亦不聞正法 如是人難度...諸法從本來 常自寂滅相 佛子行道已 來世得作佛...一稱南無佛 皆已成佛道(내 알기로 중생들이 일찍이 선한 근본을 닦지 않고 오욕에만 애착하여 어리석고 성 잘 내고, 탐욕에만 속박되어 삼악도에 떨어지며, 여섯 갈래 헤매면서 모든 고통 두루 겪고, 태 속에서 받은 몸 생사가 끝없으며, 덕도 없고 목도 없어 뭇 고통에 시달리며.... 허망한 법 고집하여 버릴 줄을 모르나니, 아만과 자존심 높아 마음 굽어 부실하여, 천만억 겁 지내어도 부처님 이름 못 듣고 법 또한 듣지 못해 제도하기 어려우니, 사리불아, 이런 사람 방편법을 베풀어서 고통 끊는 길을 말해 열반법을 보여주며, 열반이라 말했으나 참된 열반 아니니 모든 법은 본래부터 항상 고요한 것이니 불자들이 이런 도를 행하면 오는 세상 부처가 될 것이요, 나무불 한번만 불러도 모두 성불하리라).”

  이렇게 큰 소리로 외우고 있을 때,

  “ 스님 경 읽으시오?”

하고 대안이 병에 젖을 얻어 가지고 왔다.

  “ 새끼 너구리 한 마리가 그동안에 죽었습니다.”

  “ 너구리가 법화경을 알아듣소?”

하고 대안은 빙그레 웃었다.

  “ 너구리는 무슨 경을 알아듣습니까."

  원효가 이렇게 대안에게 말하였다.

  “ 내 너구리 새끼가 알아들을 경을 읽을 테니 스님 들어 보시오.”

하고 대안은 바리에 젖을 따르더니 너구리 한 마리를 들어 안고,

  “ 오 그렇지, 아가 젖 먹어라. 자, 자, 머. 네 어미 젖만 못하겠지만, 자머."

  너구리 새끼는 짭짭짭짭 젖을 빨아들였다.

  젖꼭지가 아니기 때문에 먹기가 힘이 들었으나 그래도 먹었다.

  “ 오, 너는 인제 그만 먹고, 네 동생들도 먹어야지.”

  하고 대안은 젖먹은 새끼를 풀 위에 따로 놓고 다음에는 또 한 마리를 들어 젖을 먹였다.

  너구리 새끼가 젖을 먹는 것을 보며 대안은 벙글벙글 얼굴이 온통 웃음이 되었다. “ 아가, 머, 더 먹지.” 이 모양으로 중얼거리면서 차례차례 젖을 먹여서는 차례차례 풀 위에 내려 놓았다. 젖을 먹은 새끼들은 더 먹고 싶은 듯이 입을 냠냠하다가 만족한 듯이 잠이 들었다.

  이 모양으로 일곱 마리는 젖을 먹었으나 한 마리는 젖을 입에 대어주어도 먹지 못하였다. 배가 고파서 너무 쇠약한 것이었다.

먹을 기운도 없어진 것이었다.

  대안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스러지고 슬픈 빛이 돌았다. 그리고는 젖 한 모금을 제 입에 머금어서 새끼 너구리의 입을 벌리고 흘려넣어 주었다. 그래도 그 젖은 수르르 입에서 흘러나올 뿐이었다.

  “ 어. 나무아미타불.”

  대안은 그 새끼를 먼저 죽은 제 동생의 곁에 놓았다. 그리고는 병에 남았던 젖을 다른 그릇에 조금 따라서 두 시체 앞에 놓았다.

그리고는 두 시체를 한번 만져 보았다.

  일곱은 잠이들고 둘은 죽었다.

  대안은 두 시체의 앞에 젖을 따라놓고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원효는 놀랐다. 대안의 눈에도 눈물이 남았는가. 그러나 대안의 눈물은 무연(無緣)의 눈물이었다. 제게 인연 있는 이만을 위하여 흘리는 중생의 눈물과는 달랐다. 원효는 ‘ 대비 大悲’ 라는 말뜻을 비로소 알 것 같았다. 대비의 눈으로 세간을 바라볼 때 눈물이 비오듯 아니 할 수 있으랴.

  “ 스님.”

하고 대안은 눈물을 거두고 풀 위에 앉으며,

  “ 스님. 내 송경 誦經은 이러하오.”

하고 하핫하핫 웃었다.

  “ 스님의 송경은 너구리 새끼가 알아들었겠습니까.”

원효는 이렇게 물었다.

  “ 배고플 때에 먹여 주는 걸 몰라?”

  대안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 배고플 때에 먹여 주는 것으로 무슨 법을 설하셨습니까.”

  “ 자비 慈悲”

  대안은 이렇게 말하고 원효를 노려보았다. 대안에게는 위엄이 있었다. 익살스러운 중이 아니었다.

  “ 시체 앞에 저렇게 젖을 따라놓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 먹이고 싶은 마음.”

  대안의 얼굴은 다소 부드럽게 변하였다.

  “ 그렇습니다. 스님은 지금 자비법문을 설하셨습니다.”

  원효는 이렇게 말하였다.

  “ 여시여시如是如是. 그러나 동냥중 대안이 설하였다 하지 마오. 비로자나불이 설하신 것이오.”

  대안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 대일여래大日如來는 무엇을 지금 설하시오?”

  원효는 이런 말을 물었다.

  대안은 푸른 하늘에 높이 솟은 해를 바라보고 합장한 뒤에,

  “ 제불세존이 설하시는 무량법문이 모두 자비일문이거니와 대일여래는 평등보시平等布施 법문을 설하시나 보오. 스님도 빛을 받고 소승도 빛을 받고 이 너구리 새끼들도 빛을 받고 저 풀과 나무들도 같은 빛을 받지 아니 하오. 이것을 일러서 평등보시법문이라고 하오. 법계가 온통 대일여래의 한 자비심인慈悲心印이란 말요.”

  이 말에 원효가,

  “ 여시여시.” 하였다.

  이윽고 원효는 다시,

  “ 그러나 제불보살의 자비도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닙니까.”

하고 대안을 바라보았다.

  “ 우리가 너구리 새끼 젖 얻어먹이는 것과 같지요. 하핫하핫.”

  대안은 오늘 처음으로 소리를 내어서 웃었다.

  큰 솔개미 두 마리가 둥둥 떠돌았다.

  풀 위에 자고 있는 너구리 새끼들을 본 모양이엇다.

  대안은 깜짝 놀란 듯이 새끼 일곱 마리를 굴 속에 집어넣고 시체 둘만을 남겨 놓았다.

  “ 스님. 상두군이 왔으니 우리는 비킵시다.”

  대안은 원효의 소매를 끌었다. 원효는 대안이 끄는 대로 수십보나 걸어가서 나무 그늘에 몸을 감추고 섰다.

  솔개미 두 마리는 오르락내리락 한동안 떠돌았다.

그러다가 그 중 한 마리가 공중에서 돌 떨어지듯이 내려와서 날갯죽지로 땅을 딱 때리는 소리가 나더니 시체 하나를 물고 올라 떴다.

  다른 한 마리는 거기 놀란 것처럼 잠깐 날개를 놀려 높이 뜨더니 아깟놈보다 더한 속도로 내려와서 다른 시체를 물고 올라갔다.

실로 질풍 신회였다.

  두 솔개미가 날아간 뒤에는 다시 천지가 고요하였다.

  대안은 원효를 바라보고 빙그레 웃었다.

  원효도 같은 웃음으로 대답하였다.

  문득 대안은 소리를 높여,

  “ 나무아미타불.”

하고 염불을 하였다.

  원효도 따라서 염불을 하고 싶었으나 입에서 소리가 나오지 아니 하였다.

도리어 전에 못 보던 일을 너무 많이 본 것과 같아서 머리가 띵하고 졸리는 것 같았다.


오월이 다 가고 유월이 되었다.

  대안이 기르던 너구리들도 저희끼리 나가 돌아다니게 되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저녁이면 반드시 돌아와서 대안의 무릎에도 기어오르고 누워 있으면 가슴에도 기어오르더니 차차 차차 하나씩 둘씩 나가서는 아니 돌아오는 놈이 생겼다. 그때 너구리는 벌써 어른이었다.

  그중 두 놈만이 오래도록 밤이면 대안의 굴로 찾아와서 잤다.

  “ 어, 너희들은 왜 안 가느냐.”

  대안은 이렇게 말하며 너구리와 가댁질을 하였다.

  “ 오, 날더러 나가라는 말이로구나. 너희가 이 집을 차지하겠단 말야. 그래라.”

하고 대안은 깔았던 거적도 너구리에게 주어 버리고 그 굴을 떠났다.

  “ 잘들 살아라. 악한 일 하지 말고, 착한 일 하고 제 뜻을 밝혀라.”

  “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 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악한 짓을 하지 말고, 중생을 받들어 선을 행하니 그 마음을 가다듬으면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이렇게 부르고는 대안은 굴을 떠났다.

  대안이 나을신궁 앞에 다다랐을 때에 원효가 문수사에서 내려오다 서로 만났다.

  “ 원효스님. 대안 대안.”

  “ 스님, 다 저문 때에 어디를 가시오.”

  원효가 물었다.

  “ 집은 애들 주고 떠났소. 늙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불편할 게야. 그래서 저희들끼리 잘 살라고 나왔소이다. 하핫하핫.”

  대안은 유쾌하게 웃었다.

  “ 그러면 스님은 어디로 가시오.”

하고 묻는 말에 대안은,

  “ 으하하핫. 무변법계가 다 내 집이 아니오? 스님이야말로 다 저물어서 어디로 가시는 길이오?”

  “ 소승은 스님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 그러시오? 그럼 우리 놀러 갑시다.”

  대안은 좋은 동무를 만난 장난꾼 모양으로 벙글벙글하였다.

  “ 어디로 갑니까.”

  “ 오늘 저녁은 나만 따라오시오. 좋은 것을 보여 드리리다. 스님께서 화장세계 華藏世界에만 계셨으니 삼악도 三惡道 구경도 좀 해보시오.”

   “ 삼악도라니 어딥니까.”

  원효는 우습기보다도 놀랐다. 대안의 태도가 하도 엄숙하기 때문이었다.

  “ 삼악도는 스님이 모르시리다. 밤낮에 미워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원망하니 가슴에 기름 가마 끓는 데가 지옥이라는 데요. 모가지는 바늘만하고 배는 독만하여서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고 마셔도 마셔도 목이 마르니 이것을 일러 아귀의 세계라고 하지않습니까. 그리고 정신은 몽롱하여 인과를 보지 못하고 식색재명일 食色財名逸의 오욕만 따라 서로 으르고 물고 할퀴니 축생세계라 하는 데가 아니오? 우리네 인간이 육도의 중간에 있으니 선도와 악도의 갈랫길에 서서 천상계 축생계 간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육도윤회 六道輪廻가 아니오?”

  대안은 걸어가면서 이렇게 지껄였다.

  “ 글쎄, 육도가 그런 것인 줄은 압니다마는 지금 삼악도로 가신다니 어디냐 말입니다.”

  원효는 너풀거리는 대안의 뒷덜미 백발을 보면서 말하였다.

  “ 그야 당처즉시 當處卽時라, 우리 있는 곳이 곧 거기겠지요마는, 아따 나만 따라오시오. 하핫하핫.”

  절에서 저녁 쇠북 소리가 울렸다.

  대안과 원효는 쇠북 소리를 듣고 잠깐 걸음을 멈추어 합장하였다. 쇠북 소리가 위로는 아가니돌천 阿迦貳咄天, 아래로는 아비지옥 阿鼻地獄=無間地獄에까지 울려서 중생의 수고와 번뇌가 끊어지기를 염하는 것이었다.

  이십팔절 저녁 쇠북 소리에 유월 초승 실눈썹만한 달이 서형산 西兄山위에 걸렸다.

  “ 원컨대 중생의 마음속 보리심 菩提心도 저 새 달과 같이 자라서 고해를 벗어나게 하소서.”

  대안은 이렇게 중얼거리고 나서,

  “ 그런데 원효스님, 저 쇠북 소리가 번뇌를 끊으라는 소린데 도리어 저 쇠북 소리 나기를 기다려서 번뇌를 말하는 중생도 많단말요. 우리도 오늘 밤은 그러한 중생이 된단 말요.

언제는 안 그랬으랴마는 하핫하핫.”

  대안은 원효를 끌고 흥륜사 모퉁이를 돌아 느릅다리를 건너 서쪽으로 서쪽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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