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모래시계

<제23회> 모래시계

오늘의 쉼터 2018. 11. 7. 19:25

<제23회> 모래시계 




# 1 파출소 앞


순경 한 명이 게시판에 전단을 붙이고 있다.

태수의 사진이 나와 있는 수배전단.

수배, 탈옥범 , 키, 나이, 서울말씨 등이 적혀있다



# 2 광주 우석 검사실


오 계장, 짜장면을 먹으면서 신문을 보고 있다.

사회면에 커다랗게 실린 태수의 사진과 기사.

오 계장 슬쩍 우석 쪽의 눈치를 본다.

우석은 등을 돌려 의자에 기대앉은 채 창 밖을 보고 있다.

전화벨소리.

미스 리 전화를 받는다.


미스 리 : 네 503호실입니다. 네? 아 예. (전화 끊더니 우석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부장님이 찾으시는데요.


우석 돌아본다.


미스 리 : 오시래요. 지금.



# 3 부장검사실


들어서던 우석, 멈칫한다.

광주부장과 함께 앉아있는 서울의 검사장.


우석 : (반가와서)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검사장 : 강 검사가 보고 싶어서 왔지요. (싱긋 웃는다)


(시간경과)


셋이 앉은 테이블 위에 놓아지는 녹차 세잔. 차를 갖다 놓은 여직원 나가고


검사장 : 박태수가 탈옥했어요.


우석 : 신문 봤습니다.


부장 : 이종도는 소재불명이야, 보석으로 나간 자가 행방불명이라고.


우석 : 알고 있습니다.


검사장 : 서울에 검경 합동 수사 만들어졌어요. 강 검사 거기 들어와 줘야겠어요.


우석 : (뜻밖의 제안 이다)


검사장 : 말하자면 파견근무를 해주는 형식인데 어때요?


부장 : 이종도나 박태수나 모두가 한 나무에 달린 가지들이라면서. 이종도 그놈도 서울에 있을지 몰라. 강 검사 가서 마무리 짓구 와. 여기 일은 내 알아서 정리할 테니까.


우석 :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다)


검사장 : 강 검사가 시작한 일이에요. 결자해지. 첫수를 뒀으면 끝내기를 해야지요.

우석 : (이윽고 고개를 들더니 부장에게) 함께 일하던 팀이 있습니다. 같이 갔으면 합니다만.



# 4 광주역


기차가 들어오고 나가고…

플랫홈의 우석과 선영.

우석, 선영의 가방을 들고 있다.


우석 : 그 쪽 역에 영석이가 나와 있을 거예요. 내가 같이 가줬어야 하는 건데.


선영 : 두고 봐요. 어머니 치마 붙잡고, 당신 흉만 잔뜩 늘어놓을 거니까.


우석 : ……미안해요.


선영 : 미안 하겠지요. 당연히. 잡았던 깡패는 놓아주고 검사가 돼 가지구, 깡패가 겁나서, 마누라는 고향집에 피난시키구…


우석 : (선영의 귀에 대고) 아이가 들어.


선영 : 들으라구 하는 소린데 뭐.


우석 : (선영의 배에 가까이하며) 엄마 말만 들으면 안 된다, 너.


선영 : 이이가…


웃고 밀고 하다가 선영 어머 놀라서 우석의 뒤로 숨어버린다.

저만치서 가까이 오지 못하고 딴데를 보는척하는 조 순경과 백 형사.

우석도 어색해서 ……

조 순경, 우석과 시선이 마주치자 자기도 모르 게 사복 차림에 거수경례를 붙인다.

선영, 무안 한 대로 숨었던 우석의 등에서 나와 인사하고.


우석 : 지금 근무시간 아닌가.


형사 : 순찰중입니다.


우석 웃는데.

백 형사와 조 순경, 꾸러미 하나를 서로 미루고 있다.

그러다 백 형사의 힘에 눌려 할수없이 꾸러미를 받아든 조 순경,

그 것을 선영에게 얼른 주어버린다.


선영 : 뭐에요?


조 순경 : (어색해서 딱딱하게) 음악 테이프입니다. 태아교육에 좋은 음악들로 엄선했습니다. 모짜르트 슈베르트, 비틀즈도 있습니다.


선영 :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습니다. 잘 들을 게요


조 순경, 기분이 좋아서 눈치없이 서있다.


형사 : 잘 다녀오십시오.


그러더니 조 순경의 뒷덜미를 붙잡고 끌고 간다.

조 순경 어어해서 인사도 못하고 왜 이래요, 끌려간다.

기차의 출발신호가 울린다.

우석, 선영의 등을 감싸 입구로 간다.

오르기 전에 선영, 우석을 본다.


선영 : 당신 그 거 알아요? 내가 왜 당신을 좋아하는지.


우석 : 잘생겼기 때문이 아닌가. (장난스레 웃는데)


선영 : …당신을 존경할 수 있어서에요. 난요. 존경할 수 없는 남자하군 못 살아요.


우석 : (언뜻 대답을 못하는데)


선영 : 조심하세요.


우석에게서 가방을 받아들고 선영 기차에 오른다.

선영, 객차 안 에 들어서 유리창 밖의 우석을 보며 걷는다.

우석도 창문 안 의 선영을 본다.

우석, 이만치의 빈 자리를 손짓해 가르쳐준다.

선영, 그 자리에 앉는다. 서로 보고 웃는다.

선영, 수줍게 한손을 살짝 들어 보인다.

우석도 어색한 대로 한손을 머뭇머뭇 들어 보인다.

많이 드러내 표현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사랑.

기차가 출발해간다. ……



# 5 서울지검 전경


우석이 브리핑하는 소리.


우석 : 한마디로 이것은 윤재용 회장이 갖고 있던 카지노를 둘러싼 정계, 재계, 폭력배들의 암투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 6 검찰 회의실


검사장을 비롯하여 서울 부장검사

우석의 수사팀, 신 검사, 그 외 경찰 간부 등 관계자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우석이 브리핑하고 있다.

영사기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스크린에는 윤재용 회장의 얼굴이 비춰지고 있다.


우석 : 본 검찰이 이 사 건의 수사를 시작한 것은 작년 사월, 박승철 회장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박 회장은 카지노 이권을 놓고 윤 회장과 치열한 경쟁중이었습니다.


스크린에 박승철 회장의 생전 모습이 나타난다.

어느 석상에선가 사람좋게 웃고 있는 얼굴이다.


우석 : (계속)조사 결과 박 회장은 사고를 위장, 살해를 당했음이 판명됐습니다. 그 배후 인물로 윤재용 회장이 거론됐습니다만, 수사 도중 윤 회장은 사망했습니다. 그 것으로 수사는 일단 종결됐습니다. (우석, 서 부장을 본다)


서 부장, 우석과 시선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시선을 돌린다.


우석 : 당시 박 회장 살해범으로 강대영이란 자가 구속됐습니다.


스크린에는 강대영의 사진이 나타난다.

죄수번호를 앞에 든 모습이다.


우석 : 강대영은 조사 결과 이종도란 인물의 부하였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스크린에 이종도의 사진이 나타나고.


우석 : 이종도는 윤 회장의 밑에서 영업 상무로 일하고 있던 자입니다.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사 건 직후 광주로 거처를 옮겨 건설폭력배들을 규합, 지휘했습니다. 현재 수배중입니다.


우석, 말을 하며 한곳을 본다.

서 부장이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고 있다.


우석 : 윤 회장, 사망 직후 그 재산을 노리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스크린의 사진이 바뀐다.

박태수가 나타난다. 앉아서 보던 이들 사이에 작은 웅성 거림이 일어난다.


우석 : 박태수입니다. 박태수는 박 회장 밑에서 일하던 자로서 과 거 이종도와 더불어 정치 테러 등에 관계했던 …(우석 잠깐 말을 멈춘다)


우석의 말을 기다리는 사람들…

검사장, 우석을 본다.


우석 : 조직폭력배의 두목입니다. 박태수는……모종의 비호세력을 업고 급부상, 윤 회장의 사후, 카지노의 주주들에게 새로운 사장후보로 추대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윤 회장의 자리는 그 딸인


스크린에 혜린의 모습이 나타난다.


우석 : 윤혜린이 이어받았습니다. 그리고 박태수는 구속됐습니다. 지난 76년에 있었던 정치테러의 행동대장이었다는 게 구속 사유였습니다.


스크린이 꺼지고 불이 켜지고 .

경찰 제복의 간부 한 명이 질문을 한다.


간부 : 박태수 뒤에 모종의 배후세력이라니 무슨 소리요


우석 : 그 것을 밝히는 것이 이번 수사의 초점이 되어야할 겁니다. 그렇지 못하면 행동대원 몇 명 잡는다고 해도 사 건은… 범죄는 계속될 겁니다.


(시간경과)


닫혀졌던 커튼이 젖혀지고 있다. 들어오는 햇살.

회의에 참석했던 자들이 이삼 명씩 얘기를 나누며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분위기.

우석, 회의장의 한구석으로 오 계장과 장 수사관을 부른다.

우석,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하게 은밀히


우석 : 은밀히 조사해줘야 할 게 있어요.


오 계장 : 예. (수첩을 펴는데)


우석 : 서 부장검사를 조사해줘요.


오 계장 : (메모하려다가 본다) 누구요?


우석 : 동산 부동산…은행계좌 부인이나 친척들 것까지 다 조사해 봐요.


오 계장, 멍하니 보다가 메모한다.

메모하다가 얼른 메모한 것을 도로 지운다.

장 수사관, 재미있다는듯 흐흥 웃는다.


(시간경과)


벽에는 아직 스크린이 걸려있다.

이제 회의장에 사람들은 거의 다 빠져나갔다.

우석, 영사기로 걸어가 스위치를 올린다.

밝은 빛 속에서 흐리게 스크린에 나타나는 혜린의 얼굴.

우석, 버튼을 누른다.

슬라이드가 한 장 거슬러 오르며 태수의 모습이 나타난다.

우석, 우두커니 태수의 모습을 보고 있다.



# 7 혜린, 사무실 건물 전경 (낮)



# 8 혜린 사무실


혜린과 간부 몇 명, 민 변호사 회의 중이다.


혜린 : 오사까의 단체손님들은 언제 들어온다고 했죠.


간부1 : 이달 28일입니다.


혜린 : 숙박시설은 체크했습니까?


간부1 : 그럼요, 여행사 쪽과 얘기 끝냈습니다.


혜린 : (서류에 서명을 하며) 말레이지아 수금은 어떻게 됐어요?


간부2 : 70퍼센트 끝냈습니다.


혜린 : 예정대로라면 이달까지 완료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간부2 : 독려하겠습니다.


혜린 : 전화만 하지 마시고 직접 가보세요.


간부2 : 알겠습니다.


민 변호사 혜린의 기색을 살핀다.

겉으로 보기에 혜린은 아무 변화도 없어 보인다.


혜린 : 최 상무님, 세무소 다녀오셨죠 ?


간부3 : 예 (서류를 뒤지며 보고할 준비)


(시간경과)


간부들 나가고 있다.

민 변호사 나중에 나가며 다시 혜린을 돌아본다.

혜린은 아직 테이블 앞에 앉아서 서류를 보고 있다.

민 변호사 조용히 문을 닫아준다.

혜린, 보던 서류를 덮으며 일어선다.


혜린 : 재희, 준비해. 카지노에 가봐야겠어.


그렇게 말하다가 문득 멈춘다.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물론 아무도 없다.

잠시 망연하게 서있던 혜린, 서랍장 쪽으로 가서 문을 연다.

그 안 에 재희가 쓰던 목검이 달랑 세워져있다. 혜린 꺼내든다.

손때가 묻어 반들거리는 목검.

혜린, 어루만져 보다가 가슴에 끌어안고 아예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렇게 장에 기대어 목검을 안 고 혜린, 우두커니 앉아 있다.



# 9 국무회의실 앞 복도


국무회의가 끝나고 관료들 나서고 있다.

대기하던 보좌관들이 달려가 뒤를 따르고 위원들은 둘셋씩 얘기를 심각하게 나누며 나간다.

그 중에 나오던 강동환, 기다리는 장도식을 본다.

강동환, 얘기를 하던 관료 한 명과 인사를 하고 헤어지더니 장도식에게로 온다.

장도식을 지나쳐 걷는 강.

그 옆을 따르는 장도식.


강동환 : (아까와는 다르게 얼굴에 감출 수 없이 드러나는 분노) 그래서! 또 뭐를 실패했나. 아니면 또 다른 협박 거리를 듣고 왔나?


장도식 : 죄송합니다.


강동환 : 자네 그 말 이제 지겹지도 않아?


장도식 : 이종도까지 실패할 줄은 몰랐습니다.


강동환, 주위를 둘러보더니 재빨리 장도식을 옆의 외진 복도로 밀고 간다.


강동환 : 내 뭐랬어. 정치하는데 깡패는 끼어 넣지 말라고 했지?


장도식 : (물끄러미 보다가) 그런 말씀을 하셨드랬습니까?


강동환 : 뭐야?


장도식 : 우리 아이들, 시끄러운 일에 끼워 넣지 말라고 하셨지요. 나중에 입막기 쉬운 애들을 이용해라, 깡패는 어차피 남아도는 인력.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면, 그들로서도 영광이다. 그렇게 말씀하신 걸로 들었는데요.


강동환 : (분이 나서 보다가 바싹 다가서더니) 장도식이.


장도식 : 말씀하십시오.


강동환 : 두 번 말 안 하겠어. 윤혜린이 갖고 있는 장부 찾아와. 당장! 깡패 뒤에서 노닥 거리지 말고 자네가 직접 해! 그러지 못할 경우 나보다 먼저 다치는 건 자네야. 내가 그렇게 만들겠어. 명심해!


강동환, 떨쳐 돌아서더니 가버린다.

남은 장도식, 가볍게 목운동을 두어 번 하더니 피식 웃는다.



# 10 혜린 사무실 건물 앞 (낮)

 

혜린, 민 변호사와 함께 나온다.

대기해있는 자동차.

기다리던 운전사가 재빨리 뒷문을 연다.

혜린, 멈칫 기사를 본다. 낯선 젊은 기사다.

혜린, 운전석을 본다. 비어있다.

혜린, 상념을 누르고 차에 타려는데 그 앞을 막아서는 장도식의 직원1,2.

혜린의 눈앞에 신분증을 보여준다.


직원1 : 잠깐 같이 가실까요?


민 변호사, 놀라 다가들며


민 변호사 : 당신들 누구요? 뭐하는 사람들이야?


직원1, 민 변호사에게도 신분증을 들이밀어 보여준다.

그러더니 혜린을 자기들의 차로 데려간다.

민 변호사, 그들을 잡으며


민 변호사 : 이보시오, 나 변호사요, 정식대로 절차를 밟아요. 이거 봐요.


그러나 직원들, 민 변호사를 밀어젖히고 혜린을 차에 태운다.

혜린, 그 와중에 민 변호사를 보지만 아무 것도 지시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민 변호사 뒤로 밀쳐지고 그 뒤에서 젊은 운전기사 어쩔 줄 모르고 보고만 있고.

혜린을 태운 차는 출발해간다.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 놀라서 보고만 있는데, 그들 뒤, 건물 뒤에 숨어서 가는 차를 보고있는 사람.

모자를 눌러 쓴 태수다.



# 11 남산길


혜린을 태운 차가 가고 있다.



# 12 차 내부


운전기사. 조수석에는 직원1 앉아서 핸드폰으로 뭔가 애기를 하고 있고, 뒷좌석에는 직원2와 혜린이 앉아있다.

운전기사 운전을 하다가 문득 사이드 밀러를 본다.

거울 속에 비춰지는 뒤에 오토바이 한 대가 따라오고 있다.



# 13 길


뒷좌석의 직원2가 돌아본다.

헬멧의 남자가 모는 오토바이는 점점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혜린도 돌아본다.

차 옆에 따라붙는가싶더니 남자, 태수는 잠바 뒷덜미에 찔러넣었던 쇠파이프를 꺼내든다.

차 안 의 사내들이 놀라는 순간, 태수, 차 앞으로 오토바이를 몰며 파이프로 차 앞 유리를 박살낸다.

끼이익, 브레이크 소리도 요란하게 차는 위태롭게 길 옆으로 박으며 선다.

태수, 오토바이를 돌려 달려오며 차에서 튀어나오는 직원1과 2를 파이프로 공격한다.

태수, 오토바이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직원1과 2를 쓰러뜨린다.

차 안 의 운전기사는 핸들에 고개를 박은 채 겁을 내어 나오지도 않고 있는 상태.

태수, 차 옆에 오토바이를 세운다. 혜린, 차에서 나서 태수를 본다.

헬멧 유리 안 에서 태수가 혜린을 보고 있다.

어디선가 멀리 들려오기 시작하는 경찰차의 사이렌소리.

태수, 한손을 내민다.

혜린,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 손을 잡고 태수의 뒤에 탄다.

앞에 앉은 태수, 기다린다.

사이렌 소리가 가까와지고 있다.

혜린, 태수의 허리에 감싸안는다. 태수, 그제야 출발해간다.



# 14 합동수사본부실


여기저기서 울리는 전화벨소리.

검찰수사관과 제복의 경찰들이 여럿 바쁘게 일하고 있는 분위기.

들어선 오 계장, 한구석의 우석을 발견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다.

우석은 신 검사와 함께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가 돌아본다.


오 계장 : 윤혜린이 행방불명입니다.


우석 : 행방불명이라니?


오 계장 : (언뜻 주위를 보고 소리를 낮춰) 남산에서 데려갔대요. 그 변호사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구만요.


우석,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나가려는데 오 계장이 그 앞을 막는다.


오 계장 : 제가 알아보지요. 거기 아는 친구도 있고, 또 …그 게 모양새도 좋아요.

우석, 겨우 침착을 되찾는다.


신 검사 : 윤혜린이라니 … 윤 회장 딸 말이야 ?


우석, 끄덕여주는데 저만치서 전화를 받던 경찰 한 명, 소리 지른다.


경찰 : 검사님, 박태수 패거리를 찾았답니다. 현재 추격중이랍니다.


신 검사 : 어디야!



# 15 강변 길


인영과 창민이 탄 차가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쫓는 경찰차들…



# 16 차 내부


앞에 나란히 앉은 인영과 창민은 쫓기는 자의 절박함보다는 오히려 홀가분한 얼굴들이다.

운전하는 인영, 백밀러 속의 경찰차들을 보며 소리 지른다.


인영 : 기분이 어때 ?


창민 : 좋습니다.


인영 : 그냥 좋은 정도야?


창민 : 끝내줍니다.


인영 웃는데 앞길로 나타나는 경찰차들…

인영 급회전을 하여 옆으로 나있는 한강 다리위로 올라선다.



# 17 길


인영의 차를 개통 되지 않은 한강 다리 위로 몰아가는 경찰들…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경찰들의 바쁜 무전 모습들…



# 18 차 내부


다리 위를 달리던 인영 문득 속도를 줄인다.

백밀러로 보이는 경찰차들은 다리 위로 어느 만큼 쫓아오더니 멈춰서고 있다.


창민 : 형님.


창민의 소리에 앞을 본 인영. 그 앞, 다리 저 쪽에서부터 몰고 들어오는 경찰차들…

인영, 차를 세운다.



# 19 다리 위


한가운데 세워져있는 인영의 차 . 양 쪽으로 막아선 경찰차에서 뛰어내리는 경찰들……

맨 앞 승영차에서 튀어내리는 장 수사관과 백 형사, 조 순경.



# 20 차 내부


인영과 창민 어쩔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사방으로 좁혀져오고 있는 경찰들…그들이 외치고 있는 확성기 소리


소리 : 차 문을 열고 두 손 올리고 천천히 내려라. 너희들은 포위됐다. 차 문부터 열고!


창민, 양주병의 마개를 연다.

인영에게 내민다. 인영 한 모금을 마시고 창민에게 준다.

창민도 한 모금 마신다.

서로 보고 공포를 떨치듯 웃고 인영 벌컥 문을 연다.



# 21 밖


다가서던 경찰들 움찔하여 총을 겨눈다.

내려서는 인영과 창민.

장 수사관 등 후다닥 덮쳐서 인영 등을 차 위에 엎드리 게 하고 몸수색을 한다.

그새 다가온 제복의 경찰들 수갑을 채운다.

그 때 누군가 인영의 머리를 잡아 올린다.

장 수사관이다.


장 수사관 : 박태수는 어딨나?


인영 : (보다가 빙긋이 웃더니 창민에게) 들었니? 형님 아직 무사하시다.


창민 : 예 들었습니다.


경찰들 그들을 끌고 간다.

인영, 끌려가며 장 수사관을 돌아보더니 웃음을 보인다.

장 수사관, 돌아서며 조 순경과 백 형사와 시선이 마주친다.

김샌 얼굴들이다.



# 22 북한강 위


겨울 강물 위로 보트가 달리고 있다.



# 23 보트 위


태수가 운전을 하고 있다.

그 옆에 혜린이.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태수, 그런 혜린을 보며 속력을 높인다.



# 24 별장 입구


열쇠로 문을 여는 혜린.



# 25 별장 내부


혜린 먼저 들어선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듯한 개인별장.

가구들에는 흰 천이 덮혀있다.

태수 들어서서 그런 내부를 둘러보다가 돌아보면 혜린은 입구에서 더 들어오지 않고 있다.

혜린, 태수와 눈이 마주치자 들고 있던 열쇠를 입구 옆 테이블 위에 놓는다.


혜린 : 열쇠 여기 있어요.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세요. 그치만 오래 있을 곳은 못될 거예요. (태수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핸드백을 뒤지더니 지갑을 꺼낸다.)


태수 그러는 혜린을 보고 있다.


혜린 : 현금이 좀 있어요. (지갑 채 테이블에 놓는다) 카드도 있지만 추적당할지 모르니까…


태수 : 날 봐.


혜린 : 현금을 더 구해볼 게요.


태수 : 날 보구 얘기해!


혜린, 잠시 멈추었다가 비로소 태수를 본다.

태수, 말없이 혜린을 보고 있다.

혜린, 치밀어 오르는 것을 삼키고 나직하게


혜린 : 재희가 죽었어요.


태수 : (눈을 감는다)


혜린 : 나 대신 죽었어요.


태수 : 알아.


혜린 : 알아요?


태수 : (아픔으로 혜린을 본다)


혜린 : 당신을 살리자구, 내가 죽였어요.


태수 : ……당신 변호사가 그러드군. 당신과 난 서로 만나선 안 될 인연이었다구.


혜린 : (끄덕인다. 끄덕이며 조그맣게) 그래요.


혜린, 천천히 몸을 돌이켜 문손잡이를 잡아 연다.


태수 : ……난 …그래두 상관없어.


멈추었던 혜린, 등을 보인 채 그대로 서있다가 돌아본다. 그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태수, 다가와 선다.


태수 : 난 상관없어. 아무 것두. 당신밖엔…


혜린, 웃는가싶더니 차츰 울음이 되며 태수의 어깨에 고개를 박는다.

태수, 혜린을 안 는다. 깊이 ……오래 기다려온 그리움으로……



# 26 합동수사본부실


옆의 우석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오 계장.

안 에는 우석과 신 검사.

우석, 보던 서류를 치우며


우석 : 알아봤습니까?


오 계장 : 근데 거기 없대요.


우석 : 없다니요


오 계장 : 거기서 데려간 건 맞아요. 데려가긴 했는데, 데려가는 도중에 뺏겼대요.


우석 : 뺏겨요?


검사 : 지금 윤혜린이 얘기하구 있는 거야?


오 계장 : 오토바이를 탄 사내가 나타나서는, 그냥 직원들을 패구 뺏어갔대요. 거기 아주 비상이더라구요. 주어터진 애들은 아프단 말두 못하구. 낑낑대구 있구… 햐아 그 참 백주대낮에 어떤 놈인지 간두 크지… 그래가지고…


우석 : 지금 당장 윤혜린이 집으루 수사팀 보내요.


오 계장 : 집입니까?


우석 : 윤혜린 소유의 호텔두 뒤지라구 해요 다른 숙박소로는 못갔을테니까… 아니 윤혜린이 소유의 별장부터 알아봐요. 하나두 빠짐없이.


검사 : 잠깐 강 검사, 지금 누굴 쫓는 거야? 안 그래두 우리 인원 모잘라. 다른 데루 빼낼 사람이 없다구.


우석 : 같이 있어.


검사 : 뭐?


우석 : 박태수. 지금 둘이 같이 있어.


신 검사 놀라 보는데 우석, 시선을 피하더니 우물쭈물 서류를 들다가 던지고는 밖으로 나가버린다.



# 27 합동수사본부팀


집무실에서 나온 우석, 문을 등진 채 섰다.

그 앞에 직원들 바쁘게 일하고 있는 모습……

창 밖에는 어둠이 내리고 있다.



# 28 별장 안


벽난로의 장작불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태수 불쏘시개로 장작을 뒤적인다. 불길이 좀더 활기차 게 오른다.

혜린, 먼지 쌓인 장식장에서 양주병을 찾아낸다.

태수를 돌아보고 미소 짓는다.

창 밖엔 눈이 내리고 있다.

눈 내리는 창가에서 태수와 혜린, 술잔을 부딪힌다.

태수, 술을 마시려다가 그대로 혜린을 본다.

혜린은 단숨에 잔을 비우고 있다.

그 모습에 태수는 아련한 옛날을 생각한다.

미소 짓는 태수의 표정에 혜린이 묻는다.


혜린 : 무슨 생각해요?


태수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서로 그렇게 마주보는데 다시 쓸쓸함이 자리 잡는다.

혜린, 얼른 창 밖을 본다.

하염없이 밤하늘에 내리고 있는 눈.

벽난로에 불이 타오르고 있다.

태수, 불에 손을 쬐다가 돌아본다.

혜린, 담요를 무릎에 덮고 추운 듯 불을 향해 웅크려 앉아있다.

태수, 혜린의 추운 등 뒤로 가서 담요를 등 뒤까지 덮어주려다가 아예 자신의 몸으로 감싸준다.

혜린, 고개를 뒤로 하여 태수에게 기댄다.

묵묵히 그렇게 불을 보다가 문득


혜린 : 기억나요? 철로 변에 있던 우리 집…


태수 : ……


혜린 : 가끔 생각해요. 새로 샀던 그릇이랑 수저… 냄비…당신이 고쳤던 의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후로 다신 그 집에 가보지 못했어요.


태수 : ……그러지마.


혜린 : 뭘요


태수 : ……기억하지 마. 잊어버릴 건 잊어버려.


혜린, 태수에게 기대었던 고개를 들어 불을 본다.


태수 : …나에 대한 건 ,하나두 남기지마. 나는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이야. 이 세상에게두…당신에게두… 그러는 게 좋아.


혜린 말없이 불만 보고 있다가


혜린 : 이것이 마지막이라구 생각하구 있어요?


태수 : …그럴 거야.


혜린 : 그래서 혼자 남은 내가 힘들까 봐요?


태수 : 혼자 살 생각 같은 건 하지 마. 그러면 안 돼.


혜린, 태수에게서 빠져나와 태수를 향해 돌아앉는다.


혜린 : 바보군요. (눈물 어려 미소 짓는다)


혜린, 천천히 자신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한다.

태수, 혜린의 손을 잡아 멈추게 한다.


혜린 : 추억마저 없다면 우리 살아온 게 너무 불쌍하잖아요.


서로 마주 보는 시선.

태수의 고통과 그 것을 받아들이는 혜린.

이윽고 소리 나지 않는 마음의 대화가 이어진다.


태수 (소리) : 용서해.


혜린 (소리) : 무엇을요?


태수 혜린의 머리를 감싸 천천히 당긴다.


태수 (소리) : 미안 해


혜린 (소리) : 뭐가요?


태수 혜린에게 입 맞춘다.

벽난로의 불은 저 혼자 타오르고 있다.



# 29 같은 장소 (시간경과)


창 밖에 새벽이 찾아오고 있다.

벽난로의 불은 사그러 들고 있다.

재가 되어가는 장작들 위에 새로운 장작이 두어 개 얹혀 진다.

옷을 차려입은 태수, 조심스레 장작을 뒤적여 불길을 살린다.

태수 ,돌아본다.

벽난로 앞 카페트 위에 모포를 덮고 혜린이 잠들어있다.

태수, 혜린의 잠든 모습을 하염없이 내려다본다.

한손을 들었다가 잠을 깨울까봐 도로 거둔다.

태수, 마음을 다잡고 선뜻 일어선다.

태수가 문으로 가는 소리.

문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

찬바람이 잠시 불어 닥친다. 문이 닫긴다.

잠자는 듯 눈을 감고 있던 혜린의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 30 별장 밖 정원


새벽길을 옷깃을 세우며 걸어 나오던 태수 문득 걸음을 멈추고 후딱 돌아본다.

거기 창가에 모포로 몸을 감싼 혜린이 내다보고 있다.

잠시 그렇게 마주본다.

태수, 고개를 돌리고 계속 걸어간다.

가는 태수의 모습을 혜린이 보고 있다.


(시간경과)


한낮.

햇볕에 비친 눈이 반짝이고.

별장 문 앞에 와 서는 자동차?

버적버적 들어서는 발자국 소리.

장 수사관과 두어 명.

장 수사관 잠시 집을 둘러본다.

# 31 현관 앞

장 수사관, 현관문 손잡이를 돌려보는데 문은 열려있다.

좀 주저하며 문을 연다.



# 32 내부


들어서던 장 수사관, 멈칫 선다.

거기 거실에 혜린이 혼자 흔들의자에 앉아있다.

들어서는 사내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혼자의 생각에 잠겨 의자를 조금씩 흔들고있다.



# 33 검찰 로비


혜린과 민 변호사가 들어서고 있다.

기자들이 둘러싸 따르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 회장 살해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면서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길 자신이 있습니까?"

"폭력배들의 보복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이종도는 윤 회장이 키우던 폭력배 맞지요?"

장 수사관과 조 순경, 백 형사 등이 혜린을 감싸고 기자들 사이를 뚫고 지난다.

기자들 중에는 영진도 있다.

영진은 질문보다는 뒤에서 혜린의 표정을 살피고 있다.

엘리베이터로 들어서는 혜린 일행.

그때 기자 한 명 재빨리 다가서며


남 기자 : 박태수와 내연의 관계라면서요


혜린, 그 질문에 멈칫하더니 돌아서 그 기자를 똑바로 본다.


남 기자 : 맞습니까?


혜린의 옆에 서있던 백 형사 기자의 얼굴을 그대로 밀어내버리고 문을 닫는다.

영진, 뭔가 메모를 하는 남기자의 어깨를 툭툭 친다.


영진 : 선배


남 기자 : 왜?


영진 : 좀 기자답게 굴 수 없어요?


남기자 벙한데 영진 불쾌한 듯 가버린다.



# 34 검찰 내 복도


우석, 빠르게 걸어간다.



# 35 취조실 (거울이 있는)


들어서는 우석.

혜린과 마주앉아있던 신 검사 일어선다.


신 검사 : 이 거 서러워서 안 되겠는데. 강 검사하고만 얘기를 하시겠대.


우석의 어깨를 툭 치더니 나간다.

우석, 혜린을 본다.

혜린, 우석을 표정 없이 보다가 방의 한 쪽 면을 차지하고 있는 거울을 돌아본다. 그러더니 마른기침을 하고 정중하게


혜린 : 물어보실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우석, 혜린이 보았던 거울을 본다.



# 36 거울 이 쪽 방


리 저 쪽에서 우석이 이쪽을 보고 있다.

검사장과 서 부장검사, 몇 명의 직원들……

앞에는 녹음기가 돌아가고 있다.



# 37 취조실


우석, 다시 혜린을 보더니 빙긋 웃는다.


우석 : 그럴 필요없어.


우석 거울을 향해 선다.


우석 : 윤혜린 양은 대학 때부터 제 친구입니다.


혜린, 놀라 우석을 본다.



# 38 거울 이 쪽 방


우석, 이쪽을 향해 얘기하고 있다.


우석 : 친한 친구였습니다. 편하게 얘기하겠습니다.


검사장 그런 우석을 보며 피식 웃는다.



# 39 취조실


우석 의자를 당겨 앉는다.

혜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는다.

우석, 혜린의 웃음 끝에 배어있는 쓸쓸함을 본다.


우석 : 박태수 얘기부터 할까?


혜린 : (끄덕인다)


우석 : 어제 같이 있었니?


혜린 : (끄덕인다) 응. ……오늘 새벽까지 같이 있었어.


우석 : ……박태수 수배중인 거 알고 있지?


혜린 : 알어. 탈옥한 것두.


우석 : 범인을 도피시켰어. 숨겨줬구. 신고했어야 돼.


혜린 : 그럴 수 없었어. 그러구 싶지도 않았구.


우석 : (말없이 보다가 ) 어디루 갔는지 아니?


혜린 : (고개를 젓는다) 나 자는 새 그냥 떠났어. 난 아주 겁이 나. 그 사람, 마지막을 각오한 사람 같았어.


우석 : (끄덕이고 잠시 침묵한다. 그리고…) 그럼 다음 얘기할까. 아버지가 남겨준 장부가 있다고 했지? 갖고 있니?


혜린 : (물끄러미 보다가 거울 쪽을 한번 보고 다시 우석을 돌아본다) 우석 씨 정말 괜찮겠어?


우석 : 해보지 않군 몰라. 시작도 안 해보고 미리 안 될 거란 생각은 안 해.


혜린 그렇게 말하는 우석을 보고 잠시 미소를 띄우더니, 가방에서 서류봉투를 꺼낸다.

우석에게 내준다.


혜린 : 여기 있어. 앞에 일부는 분실했지만 나머진 그대로야.



# 40 거울 이 쪽 방


서 부장 검사 굳은 안색으로 유리 저 쪽의 그들을 보고 있다.

유리 너머에서 혜린은 계속 말하고 있다.


혜린 : 80년 이후부터 정부 고위직 누구에게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상납해왔는지 다 적혀있어. 여기 씌어진 돈은 세금하고도 관계없는 돈이야. 이걸 조사하면 그간 카지노가 얼마를 어떻게 탈세를 해왔는지도 알 수 있을 거야.



# 41 취조실


우석 장부를 몇 장 들춰보고 혜린을 본다.


우석 : 느이 카지노 타격이 클 거야.


혜린 : 각오하고 있어. 문만 닫지 않 게 해줘. 기회만 주면 개과천선할 거야.

혜린, 쓸쓸하게 웃는다.



# 42 밤 뒷골목


술집이 늘어서있는 뒷골목 .

골목 어귀에서 제복의 경찰 네 명 정도가 드나드는 사람들의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

술 취한 자가 비틀 거리며 지나간 샛골목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사내. 모자를 눌러쓴 태수다.

태수가 지켜보고 있는 술집 입구에서 몇 명의 술 취한 사내들이 나온다. 여자들이 배웅을 하고…

사내들 중에는 종도의 부하가 끼어있다.



# 43 뒷골목 다른 곳


종도의 부하, 흥얼대며 걸어가고 있는데 순간, 뒷덜미가 잡혀지며 그대로 벽에 이마를 찧는다.

태수다. 버둥거리는 사내의 귀에 대고 묻는다.


태수 : 느이 두목 어딨니?



# 44 경마장 낮


출발신호와 함께 말들이 힘차 게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

경마장의 소란스러운 분위기 ……스케치…관중석에 태호가 있다.

태호의 뒤에는 수하 두 명이 붙어있다.

태호는 경기에는 관심이 없이

핸드폰으로 소란스러운 가운데 뭔가 통화를 하고 있다.



# 45 경기장내 화장실 앞


태호와 부하 두 명 화장실 쪽으로 온다.

태호 화장실 안 으로 들어가고 부하 두 명은 입구 밖에 양 쪽으로 나누어 선다.



# 46 화장실 내부


태호, 세면기에 손을 씻고 있다.

그 옆에서 경마에 찌들어 보이는 중년 한 명, 손을 씻고 문 쪽으로 간다.

중년, 문을 열려는 순간, 문이 안으로 박차지며 밖에서 지키던 태호의 부하 중 한 명이 던져져 들어와 뒹군다.

태호 놀라는데 .

순간, 다른 부하 한 명도 얻어맞으며 들어와 뒹군다.

뒤이어 들어서는 태수.

태호, 재빨리 방어 자세를 취하는데 태수 앞에서 이미 겁에 질려있다.

놀라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던 중년 슬금슬금 기어 문밖으로 나가려는데 태수, 그 앞에 들고 있던 파이프를 던진다.

움찔 놀라는 중년


태수 : 문을 막아.


중년,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말은 나오지 않는다.

태호, 순간, 윗도리를 벗어젖히더니 옆의 거울을 박살낸다.

말없이 보고 있는 태수.

태호, 태수를 겨누며 윗도리로 깨진 유리조각을 감싸 잡는다.

긴장하여 태수를 겨누며 돈다. 태수, 꼼짝 않고 서서 노려보고 있다.

그 뒤에서 중년 벌벌 떨며 화장실 문을 안 에서 파이프로 가로질러 막고 있다.

순간 태호가 공격해오고 태수, 몇 번을 피하다가 칼을 차버리고 한방 먹인다.



# 47 변기실 안


문이 박차지며 태호의 뒷덜미를 움켜쥔 태수,

태호의 머리를 변기 쪽으로 밀어댄다.

억지로 버티는 태호.


태수 : 어디 있어?


태호 반격을 하려하지만 태수, 그의 무릎 뒤를 차서 꺾어버리고 더욱 세 게 움켜쥔다.


태수 : 어디야!


태호의 머리가 변기 속으로 빠져 들려 하고 있다.


태호 : 피, 필리핀.


태수, 벌컥 태호의 머리를 잡아 채어 든다.


태호 : 오, 오늘 저녁 출국… 고, 공항에서…


태수, 번쩍 고개를 든다.



# 48 검찰 전경


합동수사본부의 떠들썩한 소리

그 위에 들리는 화장실 안 의 중년 소리.


소리 : 맞습니다. 이 사람 맞아요.



# 49 합동수사본부


장 수사관, 앞에 화장실 안 의 중년이 겁먹은 얼굴로 앉아있다.

그 앞에 펼쳐져있는 태수의 사진.


중년 : 틀림없어요. 이 사람…내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네.


그 옆에 선 우석.

그 얼굴 위에


우석 소리 : 이 건 벌써 일주일 전에 처리됐어야 할 문제입니다.



# 50 서 부장검사실


부장 앞의 우석


우석 : 이종도는 보석으로 풀려난 직후 소재불명이 된 자입니다. 어째서 아직 출국금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부장 : (우석이 내민 서류를 들춰보며)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구만. 알았어. 내 즉시 공항에 통보를 하지.


우석 : (잠시 보다가) 그래주시겠습니까?


부장 : 강 검사는 어서 가서 일봐. 경마장에서 사 건이 있었다며.


우석 : 예 그럼.


우석 나간다.

남은 부장검사, 서류를 잠시 본다.

곤혹스러운 얼굴. 그러다가 서랍을 열더니 안 에 넣어버린다.



# 51 복도


걸어오던 우석, 멈칫 선다.

아무래도 뭔가 불안 하다.

뒤를 돌아보고 망설이는 기분으로 서있는데


검사장 : 강 검사.


우석 돌아보면 검사장 다가오고 있다.


검사장 : 차 한 잔 할래요?


우석 : (망설이는데)


검사장 : 내 바둑 두잔 소리는 안 할 게.



# 52 검사장실


테이블에 놓여있는 두 잔의 차.


검사장 : 내 친구 중에 스님이 있는데 그 스님 친구가 직접 만든 차에요 차 잎을 키워서 따서 볶았다고 하든가.


우석 : 죄송합니다.


검사장 : 뭐가요?


우석 : 저를 자제시키려고 하시는 말씀이면 듣지 않겠습니다. 참으라든가 때를 기다리라든가 그런 말씀은 안 듣겠습니다.


검사장 : 넘겨짚지 말아요. (웃더니 ) 차 식어요.


우석 : (차를 들어 마시는데)


검사장 : 할래믄 제대로 하란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대로 끝까지,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끝내요. 오래 끌면 위험해요 어중간하게 해도 안 돼요. 중간에 멈추면, 강 검사가 다치 게 되어있어요. 무슨 말인지 알죠?


우석 : ……예


검사장 : 공격이 최선의 방어에요. 속도를 늦추지 마요.


우석 : 명심하겠습니다.


검사장 : 자아 그럼, 우리 오늘 퇴근 후에 한판 어때요? 시간이 없으면 속기로 해도 좋고.


우석, 웃는다. 검사장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



# 53 공항 입구


종도를 태운 차가 들어서고 있다.

검문하는 (당시만 해도 있었음) 군인이 차를 세운다.

운전을 하는 무사시, 차의 트렁크를 열어준다.

트렁크 안 을 형식적으로 검사한 군인, 차를 보낸다.



# 54 합동수사본부실


오 계장 헐레벌떡 들어서고 있다. 한 쪽에서 우석은 와이셔츠의 사내들 몇 명과 앉아서 장부의 내역을 정리 조사 중이다.

오 계장 우석에게 쫓아가서


오 계장 : 이종도 출국금지 시키셨죠?


우석 : 왜요?


오 계장 : 시켰다구 했죠? 그래서 저보구 확인해보라구 하셨죠?


우석 : 그런데요?


오 계장 : 그래서 확인했죠. 안 돼있답니다. 공항에선 그런 요청 받은 일 없대요.


오 계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석은 뛰어 나가고 있다.



# 55 서 부장 검사실


튀어드는 우석. 비어있는 방. 우석을 쫓아온 여직원.


여직원 : 부장님 퇴근하셨어요. 벌써 나가셨다구요.


우석, 어처구니가 없다.



# 56 공항 국제선 앞


종도의 차가 멈춰 선다.

무사시 내려서 종도를 위해 문을 열어준다.

종도 내려서 거만스레 주위를 둘러보는 동안 무사시는 뒷 트렁크를 연다.

무사시 가방을 꺼내기 위해 상체를 숙이는데 그 머리 위로 내려찍히는 트렁크 문.

종도 후딱 돌아본다.

태수다.

종도, 기 겁을 하여 차 뒤로 돌아 도망친다.

태수, 쫓으려는데 그 뒤를 잡고 공격해오는 무사시.

태수, 무사시를 맞아 반격한다. 느닷없는 격투에 공항으로 들어서고 나서던 승객들, 외국인들 놀라 피하고.

태수, 어떻게든 무사시를 떼어내고 종도를 잡으려 하지만 무사시는 끈질기다.

무사시를 맞아 싸우며 태수는 종도를 놓치지 않고 보는데, 종도는 당황하다가 차의 운전석으로 뛰어든다.

태수, 차의 문을 잡아 열려 하지만 얻어맞고 넘어졌던 무사시가 다시 붙잡고 늘어진다.

그 사이 종도는 차를 출발시켜 도망친다.

저만치서 공항 경비대가 달려오고 있다.

태수, 무사시에게 마지막 공격을 가하고는 문득 달려오는 경비대들 쪽을 본다.

달려오던 경비대 중의 한 명, 경비대1, 태수의 얼굴을 정면으로 본다.

태수, 마악 근처에 멈추어선 승용차 쪽으로 달려간다.

승용차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내리던 남자, 태수에게 잡혀 밀쳐진다.

남자 놀라는데 태수 그대로 그 차를 몰고 달려간다.

남자는 소리를 지르며 차를 쫓아 뛰고, 뒤미처 달려온 경비대들, 일부는 무전을 치고 나머지는 몇 걸음 더 쫓아가보고…그 와중에 경비대1,

갸웃 거리다가 문득 옆의 쓰레기통에 박혀있는 신문을 본다.

경비대 1, 얼른 신문을 집어 펼친다.

[탈옥 3일째 ] 라는 제호 아래 태수의 사진이 나와 있다.



# 57 한강변 길 (공항로?)


쫓기는 종도의 차. 쫓아가는 태수의 차.



# 58 거리


세워져있는 순찰차, 경찰 한 명, 무전을 듣고 있다.


소리 : 탈옥범 박태수, 공항에서 차량을 탈취 도주 중이다. 탈취 차량은 --( 차종) ----- 넘버 ----------- 반복한다.


경찰 무전기를 손에 든 채 문득 바라보는 곳. 거기 종도의 차를 쫓아 태수의 차가 달려가고 있다.



# 59 강변길


태수, 차를 종도의 차 바로 옆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순간, 핸들을 거칠 게 꺾으며 종도의 차를 강변으로 밀어버린다.



# 60 강변


언덕을 구르듯 미끄러져 내려오는 종도의 차.

어느만큼 미끄러지며 박혀 섰을 때 그 문을 열고 비틀 거리며 빠져나오는 종도.

간신이 중심을 잡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거기 언덕을 태수가 달려내려오고 있다.

종도, 다시 도망친다.



# 61 한강 다리 교각 아래


종도 한 대 얻어맞으며 나가 뒹군다.

공사하다가 놓고간 철근 등이 널려져있는 교각 밑.

태수, 쓰러진 종도를 잡아 일으켜 다시 패려는데 종도 있는 힘을 다해 뿌리치고 저만치 기며 뛰며 도망쳐 돌아서는데 칼을 빼들고 있다.

태수 상관없이 한걸음 다가선다.

종도 뒷걸음질을 치며


종도 : 이러지 마라, 태수야. 나한테 이러지 마.


태수 : (여전히 다가선다)


종도 : (뒤의 교각에 막히며) 나두 할 말 있다. 야 내 말부텀 들어.


태수 : 입 다물어


종도 : 내가 살자구 그랬어. 내가 살자니까 어쩔 수 없었어야


태수 바로 앞에까지 와서 선다.

종도, 다급해지며 칼을 들어 올리다가 순간 머리를 굴리더니 칼을 놓아버린다.

태수, 땅에 떨어진 칼을 잠깐 내려다보고는 다시 종도를 노려본다.


종도 : 나 윤혜린이 그 여자는 건드리지 않을려구 했다. 태수 널 생각해서 그 여자만큼은…


순간 태수, 종도의 멱살을 잡아 교각에 밀어붙인다.


태수 : 넌 그만 사는 게 좋아.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살지 않는 게 좋아.


종도 : 태수야.


태수 : 내가 도와줄 게.


태수, 비명을 지르는 종도의 멱살을 잡아채어 강물로 밀어버린다.

그러나 종도 교각을 부여잡고 늘어지며


종도 : 아이구, 어머니.


그 소리에 태수의 손에 힘이 얼핏 빠진다.

종도 미친 듯이 태수의 다리를 잡고 늘어진다.


종도 : 살려줘 태수야. 나 좀 살려줘. 나 죽은 듯이 살 게. 나 죽인 셈 쳐. 난 죽은 겨. 여기서 니 손에 죽은 겨.


태수, 그런 종도의 옷깃을 잡아 쳐들려다가 몇 번 흔들어대다가 그러다가 만다.

종도 애처롭게 태수를 올려다본다.


종도 : 태수야.


태수, 종도에게 잡힌 다리를 빼내며 비틀비틀 두어 걸음 물러선다.

살인에의 의지가 꺾이며 허탈함으로 휘청이는 기분.

태수 돌아서 하늘을 본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순간 태수의 뒤에 엎드린 종도. 그 옆에 떨어져있는 칼을 본다.

태수, 언뜻 종도의 기척을 느끼며 돌아서려는 순간.

태수의 어깨 뒤에 박히는 칼.

태수, 충격으로 상체를 꺾으며 그대로 손에 잡히는 파이프를 집어 들어 후려친다.

파이프에 맞은 종도, 뒷머리가 교각에 부딪힌다.

종도, 주르르 무너져 내리며 강으로 빠진다.

태수, 반사적으로 엎드려 한손을 뻗어보지만 종도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로 강물로 빠져들고 있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강물에 잠겨들고 마는 종도.

태수, 다친 어깨를 부여잡고 힘겹게 일어나 앉는다.

저 멀리 언덕을 달려 내려오고 있는 경찰들…

태수, 인생의 숙제를 끝낸 허무함으로 그저 앉아있다.



# 62 검찰 마당


기자들이 몰려서있다.

호송차가 한 대 들어선다.

와 달려가는 기자들…

한 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자리싸움을 하는 기자들…

검찰 수사관들이 기자들과 몸싸움을 하는데 호송차의 문이 열린다.

장 수사관과 백 형사 조 순경 등이 호위해서 내리는 태수.

한 쪽 어깨에 붕대를 감싸 팔을 걸고 있다.

사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셔터.

수사관들, 태수를 호위하여 입구 쪽으로 한걸음씩 간다.

태수 문득 걸음을 멈춘다.

저 앞 입구 쪽에 서있는 우석.

우석, 태수 쪽으로 걸어온다.

기자들 슬금슬금 움직여 길을 내준다.

여전히 카메라 셔터는 눌러대고…

그 속에 태수에게 다가온 우석, 태수와 마주선다.

태수, 묵묵히 우석을 본다.

우석, 고개를 끄덕이는 듯 싶더니 한 팔을 들어 태수의 어깨를 감싼다. 태수, 움찔하는데, 우석, 기자들의 셔터에는 상관없이 태수를 감싸 입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우석과 함께 걸으며 태수, 문득 싱긋 웃는다.


<23회 끝>


'소설방 > 모래시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4회> 모래시계 -end-  (0) 2018.11.07
<제22회> 모래시계   (0) 2018.11.07
<제21회> 모래시계   (0) 2018.11.07
<제20회> 모래시계   (0) 2018.11.07
<제19회> 모래시계   (0) 201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