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모래시계

<제21회> 모래시계

오늘의 쉼터 2018. 11. 7. 19:19

<제21회> 모래시계 




# 1 서울지검 전경 (밤)



# 2 내부 복도


검사장, 빈 복도에 발소리를 내며 걸어가고 있다.



# 3 취조실 안 쪽


문이 열리며 검사장 들어선다.

안 에서 녹음 등을 하고 있던 직원들 대충 인사를 한다.

검사장, 인사하는 사내들을 제지시키고 유리 밖 쪽의 방의 상황을 본다.

유리 건너방에는 태수와 부장 검사와 또 한 젊은 검사가 마주앉아 있다. 모두가 어지간히 지쳐있는 상태이다.


검사 : 누군가 시킨 사람이 있을 거 아냐. 일을 시키고 돈을 주고, 그래서 서울까지 패 거리들을 끌고 왔을 거 아니냐고.


태수, 편히 뒤로 기대앉은 채 상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4 유리 건너 방


검사 : (사진들을 태수의 앞에 거칠 게 펴놓으며) 이봐. 여기 당신 얼굴 나와 있는 거. 당신, 분명히 전당대회장 쳐들어가서 국회의원들 폭행했어. 배후가 누구냐고.

태수, 사진을 몇 장 들어 유심히 본다. 피식 웃음이 나올듯한 얼굴이다.


검사, 짜증이 나며 얼굴을 부비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옆에서 보고 있던 부장검사,


부장 : 이해 할 수가 없군. 암말 않고 있으면 당신 죄만 무거워져. 혼자 다 뒤집어 쓸 참인가?


태수, 그러는 부장을 바라보다가 자세를 바로하더니


태수 :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부장 : 해봐.


태수 : 이 사진 누가 제공한 겁니까?


부장 : 이거 봐.


태수 : 대답하기 곤란합니까? 그럼 다른 걸 묻죠. 내가 여기서 배후를 밝히면, 그 배후인물을 구속할 수 있습니까?


부장검사 아무 말 없이 태수를 본다.


태수 : 그 사진을 건네준 사람, 이 배후 같은 건 밝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을 텐데요. 아닙니까?


검사, 태수를 보다가 부장의 눈치를 힐끗 본다.



# 5 우리 이 쪽 방


검사장, 유리 건너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태수는 다시 뒤로 기댄 자세이다.



# 6 검찰 내 회의실


벽에 설치된 슬라이드에 비춰지는 사진.

전당대회 난입 사 건 때의 태수 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슬라이드가 꺼지고 불이 켜진다.

부장검사 기자들에게 발표를 하고 있다.


부장 : 당시 박태수는 행동대장급의 위치에서 사 건에 투입된 걸로 밝혀졌습니다. 박태수의 위 총두목은 박성범. 현재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입니다. 박성범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곧 자세한 내용이 드러날 것입니다.


듣고 있는 기자들 중에는 영진도 끼어있다.

기자 중의 하나가 손을 든다.


기자A : 그럼 아직 구체적인 물증이 나오지 않은 겁니까?


부장 : 방금 보신 사진 외에 다른 물증이 더 필요합니까?


기자A : 어쨌든 박태수가 야당의 사주를 받았다는 증거는 나온 게 없잖습니까?


부장 : 벌써 십 년이 다 되가는 사건이긴 하지만 현재 은행 구좌를 추적중이니까 곧 돈이 오고간 증거가 나올 겁니다. 무엇보다 당시 관계자들 중에 증인들의 자백이 여러 건 있었고, 또…


영진 : 잠깐만요. 잘 납득이 되지 않는데요. 검찰에선 이번 사건을 이례적으로 수사 도중에 발표를 하는 거잖습니까? 그렇다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긴데, 아직 몇 사람의 자백 말고는 물증도 없다구요?


부장 : 물증이 없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


영진 : (부장이 더 말하지 못하게 계속 몰아붙여) 이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에요. (미소를 띄는 건 잊지 않지만 어조는 강하게) 야당의 총재를 선출하는 자리에 깡패가 동원됐어요. 그 게 같은 야당 내의 파벌 싸움이었단 말씀이신데.


부장 : 발표문 그대롭니다.


영진 : 박태수 자신이 자백한 일입니까?


부장 : 증거가 확실하면, 자백은 나오게 돼있어요


영진 : 발표시기가 묘하군요. 국회의원 선거를 두 달 남긴 이 시점에 말입니다.


부장검사 불쾌해서 본다.


부장 : 검찰의 독립성에 대해 얘길하고 있는 거요?


기자B : 자백을 했다는 증인들에 대해 더 말씀을 해주시죠.


부장 : (잠시 영진을 보다가 기자B를 향해) 발표문에 나온 대로, 이 사건은 당시 동원됐던 폭력배 중의 한 명이 양심선언을 하면서 밝혀지기 시작한 겁니다.


영진, 더 이상 듣지 않고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



# 7 밤 철로변


밤기차가 어둠을 뚫고 달리고 있다.



# 8 기차 내부


좌석의 한 곳.

펼쳐져있는 신문에 보이는 기사. 태수의 사진과 큼직한 제호.

[각목전당대회 행동대장 박태수 검거]

[신화당내 파벌싸움의 하수인]

신문지가 펼쳐져있는 좌석에 앉아 있는 우석.

어두운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 9 검찰 내 보호실


태수, 와이셔츠 차림으로 허술한 매트리스 위에 누워있다.

자물쇠 열리는 소리.

태수, 문 쪽을 본다.

문이 열리고 밝은 빛에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가 멈칫, 일어나 앉는다.

간수가 연 문으로 들어서는 우석.

간수, 밖에서 문을 닫더니 잠근다.

태수, 어이없는 표정으로 우석을 보다가


태수 : 너 광주에 있는 줄 알았는데.


우석 : 어제밤에 올라왔어.


태수 : 개인적으로 온 거야?


우석 : 이 방에 들어온 건, 검사 빽을 쓴 거구.


태수 보다가 웃는다.


태수 : …앉아라 (추운 기를 없애려고 어깨운동을 한다)


우석 : 니 담당 …나하구 연수원 동기야 조서 읽어봤다.


태수 : 뭐하러 왔냐? 나하구 친구란 거 자랑하구 싶냐?


우석 : 묵비권 쓰고 있단 얘기도 들었어.


태수 : 흐흥.


우석 : 나한테두 얘기 안 할래?


태수 : (보다가 웃는다) 야 남들이 보면 니가 날 걱정해서 온 줄 알 거야. 어? 직무수행 중인 줄은 모르구 말이야.


우석 : 언제쯤이면 폭탄선언을 하기루 되어있니?


태수 : 무슨 소리냐 ?


우석 : (불끈 치솟는 거 서성 거려 애써 삭히고) 지금 너 하나 때문에 밖이 얼마나 우습 게 돌아가는 줄 알어? 니가 어떻게 이용당하고 있는지 아냐고.


태수 : ……(성가시다는 듯)


우석 : 아무리 주먹질에 돈밖에 몰라도 그렇지. 너두 생각이란 게 있을 거 아냐, 이번엔 얼마나 받았어? 얼마를 받고 이따위 앞잽이 짓을 하기로 한 거야?


태수 : (웃음기가 가신다)


우석 : 뭐? 야당 파벌싸움에 동원됐다고? 그랬어? 야당 총재로 출마한 아무개가, 지가 낙선할 거 같으니까, 너한테 돈 주고 난장판을 만들라고 했어?


태수, 잠자코 일어서더니 문 쪽으로 간다.


우석 : 누구 머리에서 나온 각본이야? 얘기할 수 없겠지?


태수 문을 쾅쾅 두드리며


태수 : 간수! 어이 문 열어 면회 끝났어!


우석 : 도대체 너 왜 그러구 사니?


태수 후딱 돌아본다. 그리고 잠시…


태수 : 너야말로 하나도 안 변했구나, 알어? 너 강우석, 언제나 너만 옳지. 틀린 건 하나도 없어. 너 말이야.


우석, 태수 그렇게 마주보고 있다.



# 10 보호소 밖 복도


간수, 안 을 기웃 거린다.

안 은 조용하다.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저만치 간다.



# 11 보호소 내부


우석과 태수, 침대의 양 끝에 앉아있다. 오랜 침묵 뒤… 언뜻 보면 한가로운 자세로…

우석,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다가 문득 일어선다.

태수는 보지 않고 문 쪽으로 간다.

문을 두드린다.

태수, 등을 보이고 선 우석을 바라본다.

문이 열리고 간수가 들여다본다. 우석, 선뜻 나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갑자기 잠바를 벗더니 간수에게 준다. 간수 어리둥절하여 받는데


우석 : 조사해 봐요.


간수 : 예?


우석 : 그 옷, 저 친구한테 줄 거니까, 조사해 보라구.


간수 어리둥절한 대로 잠바를 주물럭거리며 조사한다.

태수, 그러는 우석을 보고 있다가


태수 : 우석아.


우석 : (돌아선다)


태수 : ……부탁이 있는데… 혜린이를 좀 돌봐주겠니? 그 친구 …지금 힘들어.

간수 : 아무 것두 없는 데요


그러나 우석은 대답이 없다. 우석은 태수를 바라보고 있다.



# 12 검사장 방


바둑판 위에 반 넘어 바둑알이 늘어져있다.

검사장, 책을 보며 바둑을 혼자 두고 있는 중이다.

노크소리


검사장 :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우석.


검사장 : 어이구 강 검사, 왔단 말 들었어요.


우석 : 안녕하셨습니까?


검사장 : (시계 보며) 아직 점심시간 남았는데 우리 바둑 한판 둘래요? (금방이라도 바둑판 위의 알들을 쓸어버릴 기세인데)


우석 : 아닙니다. 말씀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검사장 : 그래요? 시간이 없으면 할 수 없지.


우석 앞에 앉고 검사장, 아직 바둑판에 미련을 못 버리고 힐끗힐끗 보면서


검사장 : 이거 조훈현하구 다께미야가 둔 건데, 역시 조훈현이 한수 위야. 조가 다께미야한테는 유독 약하다구 하는데, 그 건 잘못 본 거예요.


우석 : 박태수 사건에 저를 차출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검사장 : …왜요?


우석 : 전에 제가 맡았던 윤 회장 사건하고도 관련이 있고… 또


검사장 : 안 된다는 거 알지요?


우석 : …예 그렇지만 담당이 아니라도 좋으니까 …


검사장 : 강 검사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예요?


우석 : 방법이 없겠습니까?


검사장 : 강 검사 (머리를 긁적이고 생각을 해보더니) 혼자서 영웅이 되는 사람은 없어요.


우석 : ……


검사장 : 그것두 다 영웅을 필요로 하는 대중이 있고, 그 대중이 밀어줘야 되는 거예요. 대중을 민중이라고 불러도 좋아요.


우석 : 제가 …영웅심이 있는 걸로 보입니까?


검사장 : 박태수 사건…그 뒤에 진짜 배후 밝히고 싶어하는 마음 알아요. 그렇지만 아직 때가 아니예요. 때는 모두가 같이 만드는 거예요. 어느 한사람이 앞장서서 되는 게 아니예요.


우석 : ……


검사장 : 혼자 다 할 수 있을 거 같지요? 아니요. 혼자는 아무 것도 못해요, 잘난 척하면 안 돼요 봐요. 바둑알 하나로 이기는 거 봤어요? 다 합해야 돼요. 그럼요.


우석 : ……


검사장 : (책을 보며 한 알을 놓는다) 음 좋은 수야 튼튼해.


우석 : 전 그런 거 모릅니다.


검사장 : 뭐요. 이 수를 모른다구요? 봐요 여기서 대마허리가 잘릴 뻔했는데…


우석 : 전 검사입니다. 검사가 해야 될 일밖엔 모릅니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구 생각합니다.


검사장 : (물끄러미 우석을 보다가 다시 바둑알을 하나 하나 놓고 책을 들여다본다)



# 13 서울 지검 앞


건물을 보고 있는 인영과 정근, 창민.

인영, 창민에게 뭔가 낮 게 얘기하고 있다. 정근,

문득 인영을 툭 쳐서 한곳을 가리킨다.

청사에서 나오고 있는 우석.

정근 등 슬그머니 우석에게 등을 돌린다.

우석, 자기 생각에 빠져 그들을 지나쳐가고 정근 등, 가는 우석을 바라본다.



# 14 윤 회장 집 정원


대문을 여는 재희.

앞에 서있는 우석.

재희 길을 비켜준다.

들어서는 우석. 주위를 둘러본다.

재희, 앞장서 길을 안 내한다.

현관 앞에 도착한 재희,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우석을 돌아본다.


재희 :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우석 : 예.


재희 : 아가씬 요 며칠 몸이 불편하십니다. 되도록 얘기를 빨리 끝내주십시오.


우석 : …그러지요.


재희 현관문을 연다.



# 15 거실


안내되어 온 우석.

거실에는 아무도 없다.

재희가 가리킨 의자에 앉는다.

재희가 안으로 사라지고 남은 우석, 내부를 둘러본다.

윤 회장이 쓰던 그대로 중후하고 어두운 방.

여성스러움이나 가정적인 면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안 에서 나오는 혜린. 며칠동안 심한 몸살 중. 해쓱한 얼굴에 우석을 보더니 미소를 띄고 다가온다.


혜린 : 전화받구 놀랐어. 웬일이야?


혜린을 뒤따라온 재희는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우석 : (일어서며) 아프다며?


혜린 : 몸살이 좀…(앉고) 별 거 아냐.


우석 : (앉고 잠시 할 말을 못 찾다가) 용건만 간단히 얘기할 게.


혜린 : (웃는) 여전하네. 별 수 없는 공무원이야.


우석 : 태수도 비슷한 말을 하드군.


혜린 : (굳는)


우석 : (그런 혜린을 살피며) 태수 만나고 오는 길이야.


혜린 : …그랬어 ?


우석 : 태수, 아무 말 안 하구 있어. 그런데 나…어떤 느낌을 받았어.


혜린 : ……


우석 : 태수가 검거된 거, 혜린이 너하구 관계있니?


혜린 : (머뭇 시선을 피하는)


우석 : 그 안에서 태수, 니 걱정을 하고 있었어. 나한테 부탁할 정도로. 느이 둘 무슨 일이니?


혜린 : (잠시 그대로 있는가 싶더니 불쑥 웃는다) 끈질겨. 그 사람. (똑바로 우석을 본다) 박태수가 몇 년 전부터 우리 아버지 재산을 노리구 있단 거 알구 있지? 지금은 내가 그 재산이니까 당연히 걱정되겠지.


재희, 그렇게 말하는 혜린을 본다. 혜린, 그런 재희를 힐끗 본다.


우석 : (여전히 혜린의 표정을 살피며) 카지노…영업정지가 풀렸다며. 태수, 그 직후에 검 거됐어. 상관없는 일이니?


혜린 : (미소 띈 얼굴) 무슨 소설을 쓰고 있는 거야 지금?


우석 : 상관없는 일이야?


혜린 : 우석 씨. 내 밑에 카지노만 몇 갠 줄 알어? 남자 하나 때문에 문 열구 닫구, 그런 사장 아니야 나. 우석 씨, 나 알잖아. 이래봬도 소신껏 눈치 안 보구, 나쁜 짓 안 하구, 사업하구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우석, 아무 말 없이 혜린을 보고 있다.

혜린 문득 기침이 나며 손수 건으로 입을 막는다.

겨우, 기침이 진정되고


우석 : 너 아프단 소리 들었을 때 잠깐 생각했어. 역시 태수 일로 충격을 받은 건가. 너 여간해서 아프지 않잖어.


혜린, 어설프게 웃다가 얼핏 보면 재희, 나가버리고 있다.

재희가 등 뒤로 닫는 문소리.

우석도 일어선다.


혜린 : 가려구?


우석 : ……나 지금 이종도를 쫓구 있어. 잘하면 돌아가신 느이 아버지 누명을 벗길 수 있을지도 몰라. 난 박 사장, 살해사건의 일차 배후가 이종도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난 니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어.


혜린 아무 말 없이 ……



# 16 정원 대문 쪽


우석 나서고 있다.

정원사? 대문을 열어준다.

우석, 나서기 전에 다시 한 번 집 쪽을 돌아본다.



# 17 정원 안 쪽


두꺼운 세타? 깃을 여미며 혜린, 정원으로 나선다.

보면 재희가 그네 줄을 살펴보고 있다.

혜린, 다가선다.

재희는 돌아보지 않는다.

그네는 낡고 칠이 벗겨져있다.


재희 : (줄을 당겨보며) 치워버릴까 생각중입니다. 쓰는 사람도 없고…


혜린, 그네에 앉는다.


재희 : 위험해요 줄이 낡았어요.


혜린 : (그러나 상관없이 그네를 조금씩 흔들며) 여기 앉아본 거 몇 년 만인가 봐.

재희 : 바람이 찹니다. 들어가지요


혜린 : (재희를 본다) 속으로 나 욕하고 있지?


재희, 대답 없이 손수 건을 꺼내더니 줄을 잡고 있는 혜린의 손을 가만히 떼어 손을 펴고 손바닥을 닦아준다.


혜린 : 난 이제 더 이상 착한 사람이 아니야 .다신 그렇게 못될 거야, 나두 알아.


재희, 줄의 잡는 부분도 닦는다.


혜린 : 날 떠나구 싶지 않아?


재희 손을 멈추었다가 계속 닦는다.


혜린 :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내 옆에 있어줄 수는 없잖아. 독립하구 싶은 생각 있지? 야간이지만 재희, 대학두 나왔잖아.


재희, 손수 건을 깨끗한 면으로 뒤집어 접으며


재희 : 제가 부담스러워졌습니까?


혜린 : ……가끔


재희 : …언제나 생각했었습니다. 저를 부담스러워 하시기 전에 떠나야 한다구… 늦었군요.


혜린 : 언제나 생각했었어? 떠날 생각을 하구 있었어?


재희 :


혜린 : 그랬…어?


재희 : 언젠가 아가씨를 지켜줄 사람이 나타나면, 내 자리는 없어지는 거라구. 그렇게 나 자신에게 얘기해왔습니다.


혜린, 정원을 본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져 내린다.

그렇게 정원을 보면서 혜린, 한손을 들어 재희의 팔소매를 잡는다.

재희, 혜린에게 잡힌 자신의 팔을 내려다본다.


혜린 : (정원을 보는 시선으로) ……그럼 아직 안심이네 지금 내 옆엔 아무도 없잖아. 염치없는 말이란 거 알지만 지금 나 그래. 재희밖엔 아무도 없어.


재희, 아무 말 없이 우뚝 서있다가 문득 머뭇거리는 한 손을 들어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혜린의 손을 감싼다.

혜린, 낙엽을 보고 있는 시선으로 얼핏 눈물이 어리는 기분.

정원은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 18 광주 지검 전경



# 19 검사실


일제히 쳐다보고 있는 수사팀들. 모두 믿기지 않는 듯 우석을 보고 있다.

오 계장, 헛기침을 하여 목을 가다듬고


오 계장 : 검사 직권으로 긴급구속입니까?


우석 : 더 이상 끌 순 없어요. 현재로선 정식 영장을 받기는 힘들 거 같고.


오 계장 : 그래봤자 이틀밖엔 잡아놓지 못할 텐데요.


우석 : 그 안에 영장을 받아내야죠. 문제는 더 이상의 지원병력은 없다는 겁니다. 현재 인원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잠시 조용한데 장 수사관 빙긋 미소를 짓는가싶더니 벌떡 일어서며


장 수사관 : 자아 들었지. 아가 잡으러 간다. 일어나 움직이라고.



# 20 고급 아파트 앞 주차장 (새벽)

 

백 형사, 고급 승용차 앞에 우뚝 서서 손목시계를 본다.

아파트 위쪽을 올려다보고, 저만치 경비실로 들어가고 있는 경비를 보고, 그러더니 느닷없이 승용차를 발로 차기 시작한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경비 놀라서 내다본다.

백 형사, 사이드 밀러를 잡더니 끄응 휘어버린다.

경비, 달려오며


경비 : 이봐 뭐하는 거야? 어이 이봐.


백 형사 상관없이 이번엔 무엇을 분지를까 살핀다.

카폰의 안테나가 눈에 띈다.


경비 : (달려와) 어이 당신 누구야 ?


백 형사, 무게 있게 돌아본다.

경비 감히 덤비진 못하고


경비 : 왜 왜 이러는 거요?


백 형사, 안테나를 잡더니 분질러버린다.

경비 안으로 달려간다.

백 형사, 상체를 기울여 경비가 내부 인터폰을 하는 모양을 확인한다.



# 21 아파트 내부


마담 여자 인터폰을 받고 있다.


여자 : 뭐라구요 우리 차 분명해요? 아니 그걸 그냥 놔둬요?



# 22 아파트 앞


벌컥 문이 열리며 여자 나서는데 문의 양옆에 있던 장 수사관과 조 순경, 여자를 밀치고 안으로 뛰어든다.


여자 : 어머 이 사람들 누구야?



# 23 아파트 내부


잠옷 차림으로 안방에서 잠이 덜 깨어나서는 이종도.


종도 : 왜 이렇게 시끄러워.


그러다 달려든 장 수사관과 조 순경에 의해 잡혀지고 수갑이 채워진다.


종도 : 뭐야 이거.


장 수사관 : 체포하는 중이요.


종도 : 뭐가 어째 니들 영장 있어?


장 수사관 : 조 순경.


조 순경 : 예 이종도 씨 맞습니까?


종도 : 영장 내봐!


조 순경 : 현재 이종도 씨는 긴급구속 요건에 따라 연행되는 겁니다.


장 수사관 지겨워지며 종도를 끌고 문으로 간다.

마담은 놀라 보고만 있다. 조 순경, 종도를 끌고 가며 계속


조 순경 : 형사소송법 제 206조, 1. 검사 및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70조 제2항 제 2호, 제3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며… (적당히 끊어도…)


조 순경은 계속 읊고 있고, 그 위에 이종도 끌려가며 다급하게 마담에게 이른다.


종도 : 애들한테 전화해. 연락할 데 다 하라구. 해. 알아들었어?



# 24 아파트 앞


경비며 몇몇 주민들 구경하는 가운데 잠옷 차림의 이종도 차에 태워지고 있다.

백 형사, 겁에 질려 따라 나온 마담에게 다가서더니 만 원짜리 몇 장을 건네준다.

어리둥절해보는 마담 앞에서 백 형사 잠시 생각해보다가 만 원 한 장을 도로 가져오고는 망가진 차를 가리켜 보인다. 마담 아직도 감이 안 잡히는데 백 형사, 할 일 다 끝냈다는 듯 떠나려는 차에 올라탄다.



# 25 취조실


아무런 장식이 없이 책상만 덩그러니 놓인 방.

종도, 양복을 차려입고 있다. 거울도 없이 윗도리를 걸쳐 입으며 종도의 얼굴, 일그러져있다. 넥타이는 없다. 허리띠 없는 바지가 영 불편하다. 바지를 추켜올리다가 책상 위에 던져놓았던 잠옷을 들어 바닥에 팽개쳐버린다.

문이 열리더니 오 계장이 타이프를 안고 들어선다.


오 계장 : 옷 갈아입으셨어요? 아이구 신수가 훤해지셨네.


타이프를 책상 한 쪽에 내려놓고 종이를 꼽아 준비를 하며 오 계장은 즐거운 얼굴이다.


오 계장 : 사우나를 못하셔서 어뜩하죠 이 회장님 같은 분은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사우나를 하실 텐데. 근데 그 사우나 같은 데서는 팁을 얼마나 줘야 돼요? 아무래도 그…아가씨의 서비스에 따라 다르겠지요?


계속 떠들 참인데 문이 열리며 우석이 한아름의 자료를 들고 들어선다.

종도, 우석을 보더니 금세 설정을 끝내고 미소를 짓는다.


종도 : 이 게 누구야 강우석이 너 맞지?


우석 : (흘깃 보고는 자리에 앉는다)


종도 : 나 기억 안 나?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잖아. (우석의 맞은편에 의자를 당겨 앉으며) 그 때 너 태수하구 친했었지. 나 기억날 거야. 나 맨날, 태수 꽁무니를 쫓아다녔으니까. 야 이런데서 만나는구나. 세상 참 좁아 어?


우석 : (딱한 듯 바라보고 있다가) 오 계장.


오 계장 : 예.


우석 : 이런 말들 빼지 말고 다 기록하세요. 반말은 반말 그대로 … 빼 거나 더할 거 없습니다.


오 계장 : 그러지요. (타이프를 치기 시작한다)


종도 : (뜨악했다가 자세를 뒤로 하여) 그래, 검사의 직무에 충실하겠다… 좋지.


우석 : 여기 왜 온 줄 알지요?


종도 : 아니 모르겠는 데요 나 현재 사업에 충실하고 있는 사람인데 무슨 일입니까? (다분히 빈정대는 투)


우석 : (자료 몇 개를 뒤져보며) 그럼 사업 얘기부터 해볼까요. 호텔 한 개, 빠징고장 두 개. 건설회사 한 개에 샷슈 공장과 스티로폴 공장도 있군요. 봅시다… 샷슈공장이라면 기계 하나 없이 창고만 덩그러니 있는 걸 말하는 거죠?


종도 : 흥. (상대도 하기 싫다는듯 )


우석 : 그런데 작년 일 년 간 공사 수주액만 60억이군요. 진주 아파트 건설 당시 협박에 의해 공사를 따냈다구요.


종도 : 협박?


우석 : 그 자리에서 샷슈업자들 불러다가 하청을 주고, 아 그러니까, 앉은 자리에서 수십억을 챙긴 셈이군요.


종도 : 방금 협박이라고 했소?


우석 : 스티로폴 공장이라… 작년 4월, 부도 직전의 회사를 인수. 건설현장을 찾아다니며 역시 협박에 의해, 납품 계약을 체결했군요. 그 껀수가…


종도 : (여유있는 듯) 이봐 검사.


우석 : 말씀하시죠.


종도 : 협박이란 말 그렇게 함부로 써도 되는 거요?


우석 : 피해 당사자가 협박을 당했다고 고소를 했어요. 그러면 일단 협박죄 혐의가 성립이 되는 거죠. 자 차근차근 계속합시다. 시간은 많으니까.


종도, 더 이상 여유를 가장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 26 우석의 검사실


문이 벌컥 열리며 부장검사와 종도의 변호사가 들어선다.


부장 : 강 검사 어딨어?


미스 리 : 취조중이신데요


부장 : 취조? 취조실 몇 호야?


변호사 : 나 이종도 회장님 변호삽니다. 만나봐야겠습니다만.


미스 리 재빨리 신문을 펴들고 부장에게 다가가며


미스 리 : 신문 보셨어요? 여기 중앙지에 우리 검사님 이름났어요.


부장, 뭐? 해서 신문을 잡아 채 본다. 미스 리 그 옆에 고개를 들이밀고 굳이 소리를 내어 읽는다.


미스 리 : 건설폭력배들에 대해 수사 중인 광주지검은 19일 폭력배의 두목급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종도 씨를 긴급구속했다. 광주지역 폭력배 출신으로 알려진 이 씨는 ……


부장, 신문을 미스 리에게 던져놓더니 부리나케 방을 나선다. 변호사도 쫓아나가고.

그 뒤에 대고 미스 리 문까지 쫓아가며 계속 신문을 읽는다.


미스 리 : 이런 기사도 있어요. 이번 수사는 건설폭력을 척결하려는 검찰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이 씨에 대한 검찰의 향후 처리방침이 주목된다.


미스 리, 가는 부장을 비죽이 내다보고는 돌아선다.

백 형사, 미스 리를 향해 근엄하게 엄지를 세워 보인다.



# 27 취조실


종도, 특유의 뻔뻔스러움을 되찾고 있다.


종도 : 007가방 하나에 현금을 가득 넣으면 얼마까지 들어가는 줄 아시요? 2억5천까지 풀로 들어가. 그 가방 들고, 경찰, 검찰, 세무소까지 한 바퀴 도는 거야. 신년에 한번, 추석에 한번, 여름 겨울 휴가비, 정기적인 상납만 일 년에 네 번이야, 돈이 썩어나서. 내가 그 짓 해왔는 줄 알어?


우석 : (팔짱을 끼고 듣고 있다)


종도 : (오 계장을 향해) 잘 받아 적고 있소? 놓치지 말라고. 기분 내키면 상납받 은 위인들 이름도 다 밝혀줄 수 있으니까.


우석 : 이종도.


종도 : 왜 부담스럽나? 어?


우석 : 이름을 밝힐 거면 정확하게 밝혀. 내가 아는 경찰 중엔 평생 상납 같은 거 모르고 살아온 자가 더 많아. 함부로 싸잡아 얘기하면 명예훼손죄가 추가될 수 있어.


종도 : (보다가 킥킥 웃는다) 상납 같은 거 모르고 사는 자가 더 많다… 그럴까? 응? 그렇다구 생각하십니까? (웃는)


오 계장, 종도를 보고, 우석의 눈치를 보고, 점점 고개가 수그러지며 타이프를 친다.



# 28 골목길 (외진 곳)


골목 어귀에 버티고 선 무사시.

쭈삣 거리며 다가오는 검찰직원을 보고 있다.

단신, 찾아온 직원은 무사시에게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무사시는 지키듯 버티고 서있다.

골목 안 에서 기다리고 있는 태호.

직원과 태호 만나서 뭔가 은밀하게 얘기를 나눈다.

직원은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초조한 분위기다.



# 29 취조실


우석, 종도, 오 계장 모두다 지쳐있다.

우석,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상태에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오 계장에게.


우석 : 내일 아침 아홉 시부터 대질 심문 시작합시다.


오 계장 : 누구부터 할까요. 워낙 많아서…


우석 : 부두목들부터 시작하지요. 과거의 각파 두목급, 현재는 건설 폭력으로 검거돼있는 자들.


오 계장 : 준비하지요.


오 계장, 나간다.


종도 : 어이 강 검사.


우석 : (돌아보면)


종도 : 건달패들 생리를 잘 모르는 거 같구만. 의리라는 말 들어봤나?


우석 : 의리라…


종도 : 내 앞에서 날 손가락질 할 놈이 있을 거 같애?


우석 : (물끄러미 보다가 자세를 바꾸어) 우리가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말이야, 과거에 박태수를 삼청에 넣은 게, 바로 이종도라고 하던데. 그런 게 의리인가?


종도 : (보다가 문득 킬킬 웃는다) 그 정도 조사를 해봤으면 알겠군. 나를 봐주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인지. 어? 한 가지 가르쳐줄까? 강우석이 넌 나를 잘못 건드렸어.

 

우석 : (종도의 얼굴 앞에 바싹 대어) 잘 들어. 난 널 탈세 같은 걸로 기소하지 않아. 넌 범죄단체 구성죄로 기소될 거야. 두목은 사형, 무기, 적어도 10년 이상이야.


순간 문이 열린다.

부장검사다. 안 의 상황을 쓱 보더니


부장 : 강 검사, 나 좀 봅시다.


우석, 내키지 않지만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나간다.

그 뒤에서 종도 킬킬 웃고 있다.



# 30 부장실


부장, 어지간히 성이 나있다.


부장 : 강 검사, 그렇게 스타가 되고 싶어? 그래?


우석, 아무 표정 없이 앉아있다.


부장 : 오늘 내가 기자들 막느라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어? 이렇게 홍두깨 식으로 애매한 사람 잡아놓고 뭐? 긴급구속? 이제 증거 없어서 내놓게 되면, 우리 검찰이 무슨 소리를 들을지 생각해봤어?


우석 : 증거 있습니다.


부장 : (답답하다는 듯 문가로 가서 문을 열더니 밖에 아무도 없는지 살펴보고 다시 돌아와 목소리를 낮춰) 법원에서 전화 왔어. 좋은 말로 충고 받았어. 나. 판사가 증거 안 믿으면 무죄야. 알지?


우석 : 판사 누굽니까?


부장 : 알아서 뭐하게?


우석 : 그 판사, 친척까지 계좌 추적을 할 거라고, 전해주십시오.


부장 : 뭐야?


우석 : 제대로 재판을 안 해주면, 판사라도 조사해야지요.


부장 : (어처구니가 없다) 어이 이봐요. 정신 차려. 상대는 판사야, 판사 건드리면 자네 변호사 노릇도 못해.


우석 : (말없이 보다가 피곤한 듯) 부장님, 저 고향에서 동생이 농사짓고 있습니다. 저 내려가면 언제라도 받아줄 겁니다. 제 아내 역시 아무 말 없이 따라가 줄 여잡니다. 이런 말까지 해야겠습니까?


부장, 우두커니 보다가


부장 : 이봐요, 강 검사 난 … 나두 검사에요. 난…내가…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보다가 책상 앞에 가 기대앉는다. 심약하고 큰 잘못은 저지르지 못하지만 안 일무사로 출세해온 자의 피곤함.



# 31 취조실


종도, 혼자 있는데.

문이 열리며 직원 (태호와 만났던)이 국밥 쟁반을 들고 들어온다. 종도 앞에 놓는다.

종도, 못마땅한 듯 음식을 훑어보는데


직원 : (책상을 치우며 슬쩍) 밖에서 지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종도 : (역시 시선은 마주치지 않으며 낮게) 멍청한 놈들 어째 알아서 못해.


직원 : 시키실 일은?


종도 : 입부터 막으라고 해.


직원 : 예.


종도, 수저를 들어 국물을 한입 떠서 맛을 본다.



# 32 취조실 밖 복도 (밖은 밤)

 

오 계장, 이쑤시개를 물고 오다가 방에서 나오는 직원을 본다.


오 계장 : 어 퇴근 안 했어요?


직원 : (대충 인사를 받고 간다.)


오 계장, 그런 직원을 의아해서 본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 묻는다.


오 계장 : 저 친구 왜 왔어?



# 33 광주지검 (밤) 전경



# 34 검사실


오 계장 들어서며


오 계장 : 역시 지방은 서울하구 달러. 오구가는 정이 있단 말이야.


미스 리 : (하품하며) 저 퇴근해두 돼요?


오 계장 : 서울은 말이지. 지꺼밖에 몰라. 아무리 옆에서 바빠 죽어가두, 너 죽니? 난 산다, 이건데 야아 여긴 다르네 .


미스 리 : 열두 시 넘었는데… 누가 차 태워주면 좋을 텐데…


오 계장 : 미스 리두 좀 본 받어. 306호실에 박 씨 있잖어. 우리 피의자한테 밥 갖다주더라구. 그런 거 쉽지 않어. 지네 일두 아닌데 말이야


소파에 누워있던 장 수사관 일어난다.


장 수사관 : 밥을 갖다 줘요?


오 계장 : 그래. 사실 나 깜박 잊구 있었 거든.


장 수사관 : 언젭니까?


오 계장 : 아까 저녁때. 나 혼자 밥먹 다가, 참 그놈도 밥 먹어야지. 이러구 가보니까……


장 수사관 : 백 형사.


형사 : 예에


장 수사관 : 박 씨 찾아봐.


오 계장 : 벌써 퇴근했지. 지금 몇 신데. 고맙단 말 내가 했어.


장 수사관 : 빌어먹을. (초조해서 서성이며) 아, 내가 왜 생각을 못했지.


오 계장 : (짜증나고 답답해서) 뭐얼?


장 수사관 : (벌컥) 모르겠어요? 밖엔 그놈 패거리들 아직 많아요, 사시미칼 갖구 다니면서 공갈치던 놈들이라구. 공갈협박 전문이란 말요.


오 계장 : (아직 버엉한데)


장 수사관 : (문득 멈춘다. 그리고는 후딱 미스 리에게) 사모님한테 전화해 집에 꼼짝 말고 있으시라고 해. 문 열지 말고.


그러는데 벌써 조 순경, 윗도리를 집어들며 문을 박차고 뛰어나간다.

미스 리 놀라서 전화 다이얼을 돌리고 장 수사관 오 계장에게 버럭


장 수사관 : 또 누굽니까? 종도 그놈이 누굴 겁낼 거 같냐구요?



# 35 우석의 집


거실,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선영, 집안 일을 하다가 와서 받는다.


선영 : 여보세요. 네 맞는데요. 누구시라구요? 아 안녕하세요.


전화 옆에 시계는 밤 한시를 넘기고 있다.



# 36 밤 거리 공중전화 박스


옆에 자가용이 세워져있고, 김 사장 초조하게 전화기를 부여잡고있다.


김 사장 : 검사님은 언제 들어오십니까? 아니 검찰 쪽으로는 못갑니다. 지금 곧 만나야 되는데 …전화루 할 얘기가 못돼요. 이 어뜩허나…



# 37 검사실


미스 리 수화기를 들고있다가


미스 리 : 통화중이신데요.


옆에서는 오 계장과 장 수사관이 조서를 급히 뒤져보고 있다.

백 형사, 잠바를 걸쳐 입고 있다.


장 수사관 : 계속해.



# 38 우석의 집 거실


선영 : (전화 계속) 그럼 우리 집에 와 기다리세요. 늦더라도 들어오실 거예요. 지금 어디 계신다구요? … 거기 알아요. 바루 요 앞인데…… 저희 집이 어딘가하면… 아니 거기 계요. 제가 나갈 게요.



# 39 길거리 공중전화


김 사장, 전화를 끊고는 초조하니 담배를 꺼낸다.

주위를 살핀다.

어두운 길…인적은 드물고…



# 40 우석 집 거실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아무도 없다.



# 41 길


선영, 옷깃을 여미며 걸어오고 있다.

저만치 공중전화가 보인다.

옆에는 차가 한 대 세워져있고, 김 사장이 서성이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선영, 반가와 한손을 올리려다가 멈춘다.

김 사장의 뒤 쪽으로부터 달려온 차가 김 사장의 옆에 급브레이크로 선다.

선영 놀라 보는데 차에서 튀어내리는 두 남자.

당황하는 김 사장을 끌어잡는다. 선영, 무작정 소리지르며 뛰어간다.


선영 : 여보세요. 누구세요?


김 사장을 차에 끌어넣으려던 태호와 무사시 당황하여 돌아본다.

선영, 소리 지르며 뛰어오며


선영 : 김 사장님 맞지요? 이 사람들 누구에요 왜 이러는 거예요 ?


그러다가 무사시와 얼굴이 마주친다.


선영 : 어머 댁은 전에…


순간 김 사장, 그 틈을 타 도망치려고 해보는데 어설픈 몸짓에 금방 무사시에 잡히고 만다. 무사시, 김 사장을 차에 집어넣으려는데


선영 : 뭐하는 거예요? 이 사람들. 왜 이래 이거 봐요.


선영, 겁도 없이 김 사장을 떼어내며 잡아당긴다.


선영 : 이종도가 보냈죠? 그렇죠?


태호와 무사시 시선을 마주친다. 태호, 선영을 잡더니 차에 넣어버린다.



# 42 길 아래 쪽


달려오던 조 순경, 선영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보면 급출발을 하는 자동차. 유턴을 하더니 조 순경 쪽으로 달려온다. 조 순경, 차를 향해 막아서듯 마주 달리는데 차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온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조 순경, 차 뒤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선영을 본다.


조 순경 : 사모님.


조 순경, 몇 걸음 따라 뛰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공중전화 옆에 세워져있는 김 사장의 자동차.



# 43 자동차 내부


꼽혀있는 키. 조 순경, 급히 시동을 걸고 차를 급선회시킨다.



# 44 밤거리


쫓고 쫓기는 자동차, 인적이 드문 거리를 질주하고 이다.

몇 번 앞지르기를 하려다가 실패하는 조 순경.

앞차는 구십 도로 꺾어 다른 길로 접어든다.

조 순경, 미처 돌리지 못하고 어느만큼 앞으로 가다가 미친 듯이 백을 해서 핸들을 돌려 쫓는다.



# 45 다른 길


순찰차 한 대, 서서히 진행하며 순찰을 돌고 있다가 과속으로 달려오는 태호의 차를 본다.

태호의 차는 순찰차의 옆을 달려가 버린다. 순찰차 경광등에 사이렌을 켜고 달리기 시작한다.



# 46 조 순경 차 안


조 순경, 액셀을 밟다가 그 앞으로 튀어드는 순찰차를 본다. 순간 핸들을 급히 꺾는다.

조 순경의 차는 길가의 쓰레기더미를 박으며 선다.

조 순경 욕을 내뱉으며 튀어내린다.



# 47 길


순찰차도 멈춰 서서 순경 한 명이 문을 열고 나오려는데 조 순경, 앞의 차를 놓치지 않으며 그대로 순찰차의 뒷문을 열어 뛰어든다.


내리려던 순경1


순경1 : 뭐야 당신.


조 순경 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다급해서


조 순경 : 앞차를 따라가요 빨리.


순경1 : 이게 뭐요 (신분증을 들여다보는데)


운전석의 순경2 상황판단이 안 되는데 조 순경 순경1의 멱살을 잡아 차 안으로 끌어들이며 (상체를 기울여 앞문을 닫으며)


조 순경 : 검사 사모님이 납치됐어. 뭐하고 있는 거야!


순경2, 입을 벌려 보다가 급출발을 시킨다. 앞차는 다른 길로 꺾어지고 있다. 조 순경, 상체를 기울여 차 안 의 무전기를 빼어들어 호출을 시작한다.



# 48 다른 길


세워져있는 순찰차 2

안 에서 컵라면을 먹고있 던 순경 두 명, 무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는다.


소리 : 범인은 현재 학림교에서 서강사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 반복한다. 검사 부인을 납치한 검은색 소나타(?) 를 추격중이다.


운전석의 순경, 먹던 라면을 옆으로 넘기고 시동을 건다.



# 49 검사실 앞 복도


문이 박차지며 우석이 튀어나온다.

그 뒤를 따르는 백 형사와 장 수사관.



# 50 상가 앞길


끼이익 소리를 내며 급회전을 하여 들어서는 순찰차.

그러나 얼마 진행 못하여 급브레이크를 건다.

저 앞에 태호의 차가 마주보는 방향으로 세워져있다.

헤드라이트는 꺼지고 안 은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 51 순찰차 내부


뒷좌석의 조 순경, 앞차를 보며


조 순경 : 지원요청하세요.


권총을 꺼내며 문을 열고 내린다. 열린 문을 방패삼아 잠시 몸을 숨겼다가 생각을 바꾸고 그대로 총을 겨눈 채 차를 향해 마주 다가가기 시작한다.


조 순경 : 경고한다. 안 에 있는 자, 손들고 내려 들리나!


조 순경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멈춰 선다. 차에서는 아무 소리도 없다. 조 순경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조 순경 : 사모님 안에 계십니까?


순간 헤드라이트의 하이빔이 퍽 켜진다. 조 순경, 눈을 가리는 순간 차는 앞으로 달려 나온다.

조 순경을 지나고 순찰차 옆을 지나 달려 나간다.

조 순경, 차의 바퀴를 겨냥한다.

순간, 길의 저 앞을 막으며 들어서는 순찰차2. 두 차가 마주 박을 순간인데 조 순경, 총을 발사한다.

바퀴에 맞으며 차는 그대로 옆으로 꺾어져 전봇대를 들이박는다.

아슬아슬하게 비켜선 순찰차에서 경찰들 뛰어내린다. 조 순경도 달려가고.

차안 운전석에는 사내 한사람만이 핸들에 고개를 박고 엎드려있다.

조 순경 문을 벌컥 열어 사내를 잡아채어 본다.

사내는 정신을 잃고 있다. 들여다보던 경찰 뒤를 향해 소리 지른다.


경찰 : 앰블런스 불러!


조 순경 미칠 듯한 심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불 꺼지고 셔터가 내려진 상가…길가에 내어놓은 쓰레기봉지들…

순찰차의 경광등 불빛 속에 사이렌 소리와 다급하게 움직이는 경찰들의 발소리만 들리고 있다.



# 52 상가 안 창고 내부


어두운 방, 물건을 넣어두는 창고로 쓰이는 곳. 문이 박차지며 태호, 선영을 안으로 밀쳐넣는다. 넘어지는 선영. 그 뒤로 무사시가 김 사장을 밀고 들어선다.

창 밖에서는 경찰차의 사이렌소리가 들리고 있다.

태호, 무사시에게 벌컥


태호 : 이 여자, 어떻게 할 거야!


선영, 밀쳐져 넘어진 김 사장에게 가서


선영 : 괜찮으세요?


김 사장은 공포에 질려 선영이 잡는데도 움찔하여 몸을 웅크린다.

선영, 태호 등을 돌아본다.

창 밖을 내려다보던 무사시 선영을 돌아본다.


선영 : ( 겁나지만 애써) 밖에 경찰들 와있어요. 이러지 마시구 저기… 자수하세요. 제 남편 검사에요. 제가 얘기 잘해드릴 게요.


태호 : (무사시에게) 이 여자가 니 얼굴 아는 거 분명해?


무사시 고개를 끄덕인다.

선영 순간 눈을 꼭 감는다.

태호, 빌어먹을 욕을 하며 옆의 무언가를 발로 찬다.

그 소리에 눈 감은 선영 꿈질한다.

태호 무엇을 생각했는지 선영에게 두어 발 다가서는데 그 앞을 막아서는 무사시. 선영을 돌아본다.



# 53 상가 앞 길


조 순경, 미친듯이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다.

그들이 간곳을 알 수가 없다. 저만치 앞에서 역시 수색하던 경찰 한 명이 조 순경에게 고개를 저어 보인다.

순찰차 안 에서는 경찰 하나가 계속 무전을 치고 있다.

조 순경, 갑갑한 마음에 돌아서다가 문득 한곳을 본다.

거기 상가의 셔터가 내려져있는데 밑이 조금 들려있다.

조 순경, 다가가 셔터를 올려본다. 셔터는 손쉽게 올려진다.



# 54 창고 내부


선영의 입에 테이프가 붙여지고 있다.

손과 발도 이미 테이프로 감겨져있다.

무사시 테이프를 붙이고난 자세로 선영을 들여다본다.

선영 무사시의 등 뒤를 본다.

태호가 김 사장을 끌고 방을 나서고 있다.

선영 다시 무사시를 본다.

무사시 빙긋이 미소를 짓는다.


무사시 : 당신…내 맘에 들어.


선영 눈이 공포에 질리는데 무사시 일어서더니 문 쪽으로 간다. 선영을 다시 돌아보고는 나간다. 문이 닫힌다.



# 55 상가 내부 복도


총을 든 조 순경 미친듯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조 순경 : 사모님 어디 계십니까? 사모님!


잠겨있는 문을 어깨로 부딪혀보다가 총으로 손잡이를 쏜다.

벌컥 문을 열어젖히고 총을 겨눠 안으로 들어서 살핀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이다.

조 순경, 다음 방으로 뛴다.

역시 잠겨있다.

다시 총을 들어 겨누다가 후딱 계단 쪽을 향해 총을 겨눈다.

계단 아래 어두운 쪽에 보이는 사람 그림자.

조 순경 총을 겨눠 한 발 씩 다가가다가 보면 웅크려 앉아있는 그는 김 사장이다.

조 순경, 재빨리 주위를 살핀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조 순경, 벌컥 다가가 김 사장의 멱살을 잡아든다.


조 순경 : 사모님은 어디 있습니까? 예?


김 사장은 넋이 나간 듯 반응이 없다.

그 때 조 순경, 무슨 소리를 듣는다. 어디선가 들리는 쿵쿵 부딪히는 소리.



# 56 창고 안


선영, 손과 발이 묶인 채로 발로 책상을 차대고 있다.

창 밖에서는 자동차들이 급정거로 서는 소리.

앰블런스의 소리들이 섞이고 있다. 선영은 줄줄 울고 있다.

순간 문이 박차져 열리며 불이 확 켜진다.

조 순경이다.

조 순경, 선영을 발견하고 달려든다.


조 순경 : 괜찮습니까?


선영 울며 고개를 끄덕인다.

조 순경, 선영의 테이프를 풀어주기 시작한다.

조 순경, 한꺼번에 긴장이 풀리며 횡설수설하고 있다.


조 순경 : 괜찮으신 거죠? 다친데 없는 거지요?


입의 테이프가 풀린 선영, 아직 말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말을 하려고 애쓴다.

조 순경 선영의 손목에 감긴 테이프를 풀며


조 순경 : 다행입니다. 못찾는 줄 알았습니다. 못 찾으면 저도 죽을 생각이었습니다. 정말입니다.


순간 복도에 들리는 여럿의 발자국 소리.

선영 조 순경의 소매를 부여잡는다. 조 순경, 바싹 긴장하여 선영을 가로막아 총을 드는데 문에 나타나는 우석.

그 뒤로 장 수사관, 백 형사, 다른 경찰 등……

조 순경, 울듯해서 비켜선다.

그 뒤로 나타나는 선영.

우석 성큼 다가선다. 얼굴은 무섭게 긴장이 되어있다.

선영, 멈췄던 울음이 다시 터지며


선영 : 도망갔어요. 김 사장님 끌구 갔어요. 나 그 사람 알아요. 전에 그 사람 우리 집에 …


말이 멈춘다. 우석이 선영의 양 어깨를 잡은 것이다. 다음 순간 우석, 선영을 당겨 안 는다.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뒤에 선 조 순경, 땀을 닦는 듯 눈물을 훔친다.

장 수사관, 돌아서주며


장 수사관 : 멀리 못 갔을 거야. 찾아내!



# 57 상가 내 복도


경찰들 어수선하게 수색을 하고 있는 와중.

장 수사관 김 사장 앞에 서있다.

아직 계단 한 쪽에 웅크리고 앉은 김 사장은 넋이 나간 얼굴로 무언가를 손에 움켜쥐고 있다.

장 수사관, 김 사장의 손을 펴서 본다. 한 장의 사진이 나온다. 김 사장과 그 부인, 이십대의 딸과 고등학생쯤의 아들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다.

문득 김 사장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연다.


김 사장 : 그 놈들이 줬어요. 그놈들이 갖고 있었어요. 그놈들이 나한테 줬어요.

장 수사관, 그러는 김 사장을 본다.



# 58 어떤 사무실


문을 열어젖힌 백 형사, 안에서 불어닥치는 바람에 얼굴을 찡그린다.

보면, 창문이 활짝 열려져있고 그곳에서 불어온 바람에 사무실 안 의 종이들이 날리고 있다.

백 형사, 창으로 다가가 밖을 본다. 창 밖은 어두운 샛골목 …아무도 없는 골목이다.

 


# 59 낮 광주지검



# 60 취조실


문이 열리고 부장검사 들어선다. 앉아있던 종도 부장을 본다.

부장은 앞의 의자에 앉더니 안경을 벗어 꼼꼼하게 닦는다.

안경을 끼고 종도를 본다.


부장 : 왜 …그런 짓을 했어요?


종도 : ……(고개를 돌린다. 자신도 그 얘기를 듣고 어처구니없는 부하들 짓에 화가 나있던 참이다)


부장 : (나직하게) 감히……검사 부인을 건드려요?


종도 : 내가 시켰단 겁니까? 허!


부장 : (어조도 표정도 변하지 않아서) 이종도 씨


종도 : (벌컥) 난 이 안에 있었잖소. 왜 이래요?


부장 : (조용히) 당신 끝장이야. 내가 약속해.


종도, 멈칫해서 부장을 본다.



# 61 혜린 사무실 건물


내부 계단

재희, 한 번에 몇계단 씩 계단을 달려 오르고 있다.



# 62 혜린 사무실


여비서, 당황해서 말하고 있다.


여비서 : 죄송해요. 이분들이 무작정 밀고 들어오시기에…


인영, 창민, 정근이 단정한 차림으로 서있다.

책상 앞의 혜린, 그들을 훑어보고는 아무 말이 없다.

민 변호사, 혜린의 기색을 보고는 나선다.


민 변호사 : 밖에서 좀 기다려 주겠습니까? 지금은 중요한 얘기를 하는 중인데


영 등은 태산처럼 서서 움직이지 않고 혜린을 바라보고 있다.

문이 벌컥 열리며 재희가 들어선다.


재희 : 무슨 일입니까?


재희, 재빨리 혜린의 옆으로 다가서며 그들을 본다.


혜린 : (여비서를 향해 끄덕여 보인다) 됐어요. 차나 준비해줘요


여비서, 겨우 안심하여 나간다.

혜린, 책상 앞에서 일어나 소파 쪽으로 오며


혜린 : 앉으시지요.


인영 : 아니요. 한 가지만 여쭙고 돌아가겠습니다.


혜린 : 말씀하세요.


재희, 혜린의 옆을 보호해 선다.


인영 : 저희 형님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계신지 여쭤보러 왔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필요하시면 써달라구요.


혜린 : (냉정하게 보다가) 형님이라면 박태수 씨 말씀이신가요?


정근, 혜린의 냉정함에 인영을 돌아본다.


인영 : 물론입니다.


혜린 : 그러니까 박태수 씨에 대해 제가 무슨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말씀이신 거 같은데…


정근 : (인영에게) 이거 말이 이상하잖소?


인영 : 저희 형님과 결혼하시려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혜린 : 그런 말이 있었나요?


정근 : 이런 제길.


인영 : 형님, 윤 사장님 때문에 구속되셨습니다.


혜린 : (미소 짓는다) 전당대회장에 폭력사건 때문이 아니었나요? 신문엔 그렇게 실렸든 데요.


정근 : 뭐가 어째요 (벌컥 나서려는데)


인영 : (팔을 들어 정근을 막는다. 그 자세로 잠시 혜린을 노려보더니) 잘 알겠습니다.


창민 : 난 첨부터 이 여자가 맘에 안 들었수.


인영 : 가자.


창민의 등을 밀어 문으로 간다.

문가에 서 돌아보면 정근은 아직도 분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있다.


인영 : 나와.


정근, 간신이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간다.

인영, 정근을 밀어 나가려는데 정근, 갑자기 뿌리치고 돌아서더니


정근 : 저런 여자 때문이었나? 어? 난 이해 못해. 저런 여자 때문에 형님은 우리까지 버린 거야? 전 재산 다 팔아치우고, 우리까지 버렸어.


이미 책상 쪽으로 가고 있던 헤린, 멈칫하여 돌아본다.

인영, 정근을 잡아 나가고 있다.


인영 : 못나게 굴지 마.


정근, 끌려 나가며


정근 : 이해할 수 있소? 이해하겠냐고.


문이 닫힌다. 혜린, 굳어서 닫힌 문을 보고 있다.

재희 .그런 혜린을 돌아본다.



# 63 복도


걸어 나오는 인영 등.

우울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창민, 버튼을 누른다.

기다리는데


혜린 (소리) : 잠깐만요


돌아보면 혜린이 또박또박 걸어오고 있다.

재희, 중간에 멈춰서 보고만 있다.


혜린 : 태수 씨 전재산을 팔았다고 했어요?


셋 다 대답 없이 본다.


혜린 : 좀 전에 그렇게 말했어요? 그래요?


인영 : 예. 그 돈은 이미 받으셨을 텐데요.


혜린, 무너지는 듯한 기분. 시선을 돌린다.


<21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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