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모래시계

<제16회> 모래시계

오늘의 쉼터 2018. 11. 7. 19:03

<제16회> 모래시계 



# 1 헬스클럽 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클럽 내 스케치

그 중 한곳에 운동복 차림에 수건을 두른 강동환, 운동을 하고 있다.



# 2 헬스클럽 외부 (로비)


민 변호사 서있는데 불안해서 한 쪽을 힐끗 거리고 본다.

그 쪽에 윤 회장, 있다.

민 변호사로서는 처음 보는 초라한 윤 회장, 기다리는 윤 회장이다.

민 변호사 입구 쪽을 보다가 자세를 바로 한다.

경호원 둘과 함께 강동환이 나오고 있다.

윤 회장 일어선다.

강동환이 자기 쪽으로 오길 기다린다.

강동환 다가오며 힐끗 윤 회장을 보는데 마치 아무 것도 보지 못한 듯 스쳐 지나간다.

보고 있던 민 변호사 민망해서 시선을 돌린다.

윤 회장, 꼼짝않 고 서서 그렇게 가는 강동환을 본다.



# 3 윤 회장 집 대문 앞


기자들이 여럿 서성거리고 있다. 굳게 잠겨진 대문.

그 대문을 찍는 방송국의 카메라.


소리 : 소환날짜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윤재용 회장은 일 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 4 거실


윤 회장 밑의 사내들 몇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그들이 보고 있는 텔레비전의 뉴스 화면에 굳게 닫혀있는 윤 회장 집 대문이 비춰지고 있다.


소리 : 성북동 윤 회장의 자택 대문은 굳게 닫혀져있으며 기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는 상태입니다.



# 5 재희의 방


장식이라고는 거의 없는 재희의 방. 가슴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재희, 와이셔츠를 입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그 위에 기자 리포트 소리 계속


소리 : 박승철 회장의 불의의 교통사고가 고의에 의한 살해임을 밝혀낸 바 있는 검찰은 당시 가해 트럭의 운전기사였던 강대영 씨를 연행, 사건 전모를 자백받은 바 있습니다.



# 6 윤 회장 서재


혜린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윤 회장의 스냅사진이며 카지노의 전경, 은행의 스케치 등 화면이 흐르는 가운데 계속되는 리포트…


소리 : 사고 직전 박승철 회장과 윤재용 회장은 카지노 허가권과 지리산 개발허가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고 합니다.


암담한 심정으로 고개를 돌리려던 혜린, 멈칫 다시 화면을 본다.

화면 속에서는 검사실에서 나오는 우석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간신이 빠져나오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소리 : 이번 사 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검의 강우석 검사는 윤재용 회장의 비자금 장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 세간에 의혹이 집중되고 있는 막후 권력층에까지 조사를 확대시키겠다는.



# 7 태수의 집


화면 속에 스톱 모션으로 잡힌 기자들 사이의 우석의 성가신 듯한 얼굴


소리 : 검찰의 의지를 대변한 것으로 보아집니다.


앵커의 얼굴이 이어지며


앵커 : 다음 소식입니다.


텔레비전을 끄는 장도식.

태수의 빌라 거실이다.

넓은 공간에 비해 절제된 인테리어.

태수, 소파에 길 게 기대앉아있다. 어쩐지 우울해 보이는 얼굴.

저 뒤 쪽으로 정근 등이 소리 없이 지나쳐가는 모습도 가끔 보이고…태수가 그 수하들과 함 게 지내는 집이라는 분위기


장도식 : 강우석 검사?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라고?


태수 : …(내키지 않는) 예.


장도식 : 아주 제보를 제대로 한 거 같어. 잘 골랐어. 웬만한 검사들 저렇게 못해 상대가 윤 회장인데 쉽지 않은 일이야.


태수 : 그 친구라면 상대가 누구든 몸 사릴 성격이 아니니까요.


장도식 : 위에선 윤 회장을 깨끗하게 정리해놓고, 그 자리에 새 인물을 앉히구 싶어해. 내 생각은 좀 달라. 시끄럽게 소문 나 게 할 필요 없거든. 얼마든지 조용하게 보기좋게 처리할 수가 있다구.


태수 : (지나가는 정근에게) 어이 맥주 찬 거 있냐?


정근, 대답하고 가고 그렇게 관심 없어 보이는 태수에게 미소가 나오는 장도식.


장도식 : 윤혜린이 … 윤 회장 딸.


태수 : (돌아본다)


장도식 : 자네하구 각별한 사이였지 아마. 윤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 그 딸한테 자리를 넘기구 싶어할 거야. 난 자네하구 혜린 양 아주 어울린다구 생각하는데… 자네 윤 회장 자리를 원했던 거 아닌가? 그렇게 되면 모양도 좋고 구색도 맞고… …


태수, 보다가 허허 웃더니 일어선다. 정근이 가져온 맥주를 받아 시원하게 마신다.

장도식, 시계를 보고 일어서 웃옷을 걸쳐 입다가


장도식 : 아 이종도 아직 서울에 있는 모양이야. 며칠 전에 혜린 양을 납치하려고 했단 얘길 들었어.


태수 정지한다. 돌아본다.


장도식 : 이종도, 그 친구 워낙 과격한데가 있어. 궁지에 몰린 쥐 꼴이니 무슨 짓을 못하겠나. 그 참 (절레절레 …)



# 8 우석의 하숙집


대문을 여는 선영.

그 앞에 서있는 재희.


재희 : 강우석 검사 댁입니까?


선영 : 그런데요, 아직 안 오셨는데 …


재희 뒤를 돌아본다.

그 뒤에서 나서는 혜린. 품위 있는 정장차림.


혜린 : 안 에서 기다려두 될까요?


선영 뭐라 대답해야할지 모르겠는데


혜린 : (재희에게) 혼자 만나구 싶어.


재희 고개 숙여 보이고 간다.

선영, 머뭇거리는 옆을 혜린, 지나쳐들어간다.


(시간 경과)


열려진 안 방 문틈으로 자리에 누운 아버지를 보살피는 선영의 모습.

옷을 갈아입혔다. 벗긴 옷가지를 들고 나오는 선영.

부엌 쪽으로 가며 보는 곳, 우석의 방문 앞에 혜린이 앉아있다.

지나쳐 가는 다른 하숙생들도 혜린을 힐끔 거리고 본다.


(시간 경과)


어두워진 마당.

빨래 줄의 빨래를 걷던 선영, 대문 쪽을 본다.

서류가방에 서류봉투를 잔뜩 든 우석 들어서고 있다.


우석 : (선영에게) 찬 밥 남은 거 있어요? 어뜩하죠. 또 저녁 굶었는데.

 

선영, 혜린 쪽을 가르켜 보인다. 우석 혜린 쪽을 보고는 표정이 굳는다.

헤린 일어선다. 어색한 대로 미소를 지으며.

우석, 혜린에게 다가간다.


혜린 : 오랜만이야.


우석 방문을 열어 가방이며 봉투를 안에 들여놓는다.


우석 : 나가지.


먼저 몸을 돌이켜 나간다. 혜린 그 뒤를 따른다.

그런 둘을 보고 있는 선영.



# 9 동네 공터


우석, 먼저 자리를 잡아 앉는다.

좋은 옷을 입은 혜린, 잠시 망설인다. 우석, 그런 혜린을 보고는 손수 건을 꺼내 툭툭 털어 옆에 놓아준다.


혜린 : (그런 뜻으로 망설인 건 아니지만) 고마워. (웃고 옆에 앉는다) 우석 씨 여전한 거 같애. 아까 하숙집에 앉아있는데 옛날 생각 나드라.


우석 : ….아버지가 보내서 왔니?


혜린 : (멈칫 보고) 사건 나구 나서 아버지 한 번두 못 뵈었어.


우석 : (끄덕인다)


혜린 : 무슨 일인지 나두 뉴스 보구 알았어. 물어볼 데두 없구 가르쳐주는 사람두 없구.


우석 : 신문에 나온 대루야 좀 과장되기는 했지만.


혜린 : (망설이다 결심하여) 잘은 모르지만 아버지 그런 일을 할 분은 아니야 살해 같은 거… 아냐, 뭔가 잘못 됐어. 그럴 분은 아냐.


우석 : (좀 웃고) 말이 다른데.


혜린 : 뭐가?


우석 : 전에 태수를 삼청에 보낸 거 느이 아버지가 시킨 거라구 안 했니? 그 때 너 그랬어. 충분히 그럴 사람이라구.


혜린 : (말이 막히는데)


우석 : (일어선다) 옛날 친구를 이런 식으루 만나구 싶지 않아… 오지 않는 게 좋았어.


혜린 : (따라 일어서며) 우석 씨 옛날에 나 좋아했었지. 그 마음 지금두 조금은 남아있지.


우석 : (허 웃어 시선을 돌린다)


혜린 : 그렇다면 한번만 더 생각해줘. 우리 아버지 증 거 남겨가면서 청부 살해 같은 거 안 해.


그 뒤에 누가 있어. 누군가 아버질 모함하는 지두 몰라. 아니라면 아버지 같은 위치에서 이렇게 당할 리가 없어.


우석 : 그 말… 나 같은 일개 검사는 느이 아버지 같은 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뜻인가?


혜린 : …그래.


우석 : (웃는다) 대한민국 검사로서 화가 나는데.


혜린 : 대한민국 검사 난 안 믿어.


우석, 치미는 것을 삼키고 헤린을 보다가 한 쪽을 본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 나무에 기대 서있는 재희의 옆모습이 보인다.


우석 : 조사하다 보니까 너에 대한 것두 있드라. 아버지 밑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구. … 옛날에 넌 챙피한 게 참 많았는데. 넌… 누구 딸인 거 상관없이 변하지 않을 줄 알았어. 그렇게 믿었어.


혜린의 옷차림을 다시 눈여겨 보는 듯 하더니 선뜻 돌아서 간다. 가다가 돌아서더니

 

우석 : 얘기해준 거 고마워. 우리두 지금 그걸 조사 중이야.


잠시 더 보더니 간다. 다시는 돌아보는 일 없이.



# 10 하숙집


기다리던 선영 들어서는 우석을 본다.

우석의 어두운 얼굴…


선영 : 그 여자 분은 가셨어요?


우석 : (대꾸 없이 자기 방 쪽으로)


선영 : 아는 분이신가 보죠?


우석 :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린다)


남은 선영, 서운함…

안방에서 들리는 아버지의 기침소리

선영, 성큼성큼 우석의 방 쪽으로 가더니 문을 버럭 열고 우석이 놀라 보는 것에 상관없이 문 밖에 놓아두었던 밥상을 덜컹 들여놓은 다음에 문을 쾅 닫는다.



# 11 종도의 여자 아파트


문이 벌컥 열리며 우루루 들이닥치는 창민 정근 등의 사내들…

골프채를 들고 마루에서 연습을 하고 있던 종도, 놀라본다.

안 에서 나오던 여자 뭐라 말할 사이도 없이 사내들에게 밀리고, 종도 급한 대로 옆에 있던 자기 수하들 몇을 그 쪽으로 밀쳐내고 틈을 벌어 베란다 쪽으로 뛴다.



# 12 아파트 밖


베란다에 매달린 종도, 옆의 비상계단 쪽으로 아슬아슬하게 건너간다.

십층 정도의 높이….



# 13 비상계단


간신이 넘어온 종도, 정신없이 밑으로 뛴다.

그러나 밑에서부터 달려 올라오는 창민의 패들…

종도 방향을 바꿔 위로 뛰어오르기 시작한다.



# 14 아파트 옥상


벌컥 문을 열어 달려 들어온 종도, 재빨리 빗장을 잠근다.

안 에서 문을 박차는 소리 몇 번. 이내 조용해진다.

종도, 거친 숨을 내쉬며 돌아서다가 굳는다.

거기 우뚝 서있는 태수와 인영.


인영 : 지 발루 왔는데요.


태수 : 그렇군.


인영 종도 쪽으로 온다.

종도 얼른 인영을 비켜서 태수에게로 간다.

인영이 잠근 문을 여는 동안 종도 얼른 자아낸 웃음으로


종도 : 태수 니가 보낸 애들인 줄 몰랐어. 난 그냥.


태수 : 형사들인 줄 알았구나.


종도 : 그래 야 정말… (안도하는 척 꾸미는)


태수 : 너 수배중이지?


종도 : 그래 일이 그렇게 됐다.


태수 : 그럼 경찰서루 가야지.


종도 뒤 쪽에 밀려들어온 수하들을 본다.

창민 등 와서 종도를 끼어 잡는다.


종도 : 태수야.


태수 : 뭐?


종도 : 왜 이러냐 나한테 왜애?


태수 : (더 말도 하기 싫다) 데려다줘.


순간 종도, 있는 힘을 다해 잡힌 팔을 뿌리치더니 태수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는다.


종도 : 너 실수하는 거야. 시방, 나 들어가두 혼잔 안 들어가. 태수 너는 못 끌구 들어갈 거 같어? 너는 무사할 거 같어?


태수, 종도의 멱살을 마주 잡더니 그대로 잡아당겨 저만치 벽에 박아 세운다. 그리고…


태수 : (낮게) 혜린이는 왜 건드렸어.


종도 말이 막힌다. 이런 문제는 예상하지 못했다.


태수 : 내 말 잘 들어. 너 다시 그 여자한테 손대면 내가 죽인다. 잊지 마.


…종도를 움켜잡았던 손을 놓아주고 물러선다.

창민 등 다가오는데 태수 한손을 들어 멈추게 한다.

인영, 멈추긴 했지만 납득을 못해 태수를 본다.

태수, 여전히 종도를 노려보고 있다가 돌아선다.



# 15 아파트 앞


대기해있던 여러 대의 승용차.

가운데 차에 태수 인영 등이 타고 사내들 나누어 오른다.



# 16 차 내부


뒷좌석에 앉은 인영과 태수.


인영 : 왜 그냥 놔뒀습니까? (인영은 분이 안 풀린 상태다)


태수 : 아직은, 아니야.


인영 : 경찰에 안 줄 거면, 제가 …


태수 : 됐어.


매정하게 잘라놓고 인영의 불복하는 얼굴을 힐끗 보더니 툭 쳐준다.

차 출발해간다.



# 17 별장 정원


강물이 보이고 강물에 접해있는 별장의 뒷마당.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는 윤 회장.

한가한 듯 강물을 보고 신록도 보고….

안 에서 민 변호사 나온다.

옆에 와 선다.


윤 회장 : 약속이 몇 시였지?


민 변호사 : 다섯 시였습니다.


윤 회장 : 지금 몇 신가?


민 변호사 : 아직 네 시 이십분입니다.


윤 회장 : 그래….


한가로운 듯 앉아 마지막 길을 기다리는 윤 회장.



# 18 서 국장 사무실


서 국장 일어서며 들어오는 강동환을 반가운 제스츄어로 맞이한다.

악수를 하고…


서 국장 : 어이구 어쩐 일이십니까? 강 실장님이 여기까지…


강동환 : 보구싶어서 왔지요, 허허,


서 국장 : 이 어쩐다, 약속이 있는데,


강동환 : 잠시면 됩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서 국장 : (시계를 보고 다시 강동환을 보고)



# 19 별장 정원


윤 회장, 거닐고 있다.

새삼스레 정원수도 살펴보고…



# 20 서 국장 사무실


마주앉은 강동환과 서 국장.

강동환이 넘겨준 서류를 훑어보는 서 국장.

고개를 들어 강동환을 보는데 만족한 표정이다.

강동환, 겸손한 듯 고개를 숙여 보인다.



# 21 별장 정원


민 변호사 시계를 본다.

초조해져있다.

일곱 시가 넘은 시각.

어느덧 석양이 깔리고 있다.

저만치 윤 회장 뒷모습을 보인 채 우뚝 서서 노을에 물드는 강물을 보고 있다.

안 에서 젊은 사내, 전화기를 들고 나온다.

민 변호사 얼른 다가가 수화기를 받는다.

받으며 윤 회장 쪽을 본다.

서 국장으로부터 오지 않겠다는 연락.

전화를 끊고 민 변호사 윤 회장에게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다가간다.


민 변호사 : 연락이 왔습니다.


윤 회장 : 그래 .


민 변호사 : 서 국장님 오지 못하신다고… 다시 약속을 잡을까요?


윤 회장 : …노을이 아주 좋구만.


민 변호사 민망한 마음으로 윤 회장이 보는 강물의 노을을 본다.

문득 몸을 돌이켜 걸어가며


윤 회장 : 아 그 스위스 은행에 돈.


민 변호사 : 예.


윤 회장 : 구좌를 옮겨. 암호도 바꾸고.


민 변호사 : 하지만…


윤 회장 : 당장 해.


윤 회장, 집 쪽으로 간다.



# 22 카지노


룰렛 테이블의 혜린과 현숙.


혜린은 볼을 돌리고 현숙은 칩을 나누며 재빠르고 능숙하게 일을 하고 있다.

한판이 끝나고 새로운 칩들이 놓여지는 것을 보며 혜린, 다음 판을 기다린다.

혜린, 볼을 들어 던지려는 순간 무심코 입구 쪽을 보다가 놀란다. 그 바람에 균형을 잃고 던져진 볼은 룰렛판을 벗어나 튕겨나간다.

놀라 보는 손님들… 현숙.


혜린 : 죄송합니다.


당황하여 수습을 하면서도 다시 보는 곳.

윤 회장이 민 변호사와 장근섭 등 수하를 거느리고 들어오고 있다.

어느새 테이블로 온 최 과장, 재빨리 뒷수습을 하지만, 손님 중의 두어 명은 재수가 없다는 듯 칩을 거두어 가버린다.


최 과장 : 미스 윤 시집가요? 이제 그만두고 싶어요?


그러나 혜린은 최 과장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

최 과장, 혜린이 보는 쪽을 본다. 윤 회장, 곧바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현숙,


현숙 : (일을 하며 입으로는) 진짜루 그만두면 어쩔려구 그래요. 같은 말두 어떻게 고렇게 해요.


말하다 보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최 과장, 재빨리 테이블을 돌아나가 윤 회장에게 절을 한다.


최 과장 : 나오셨습니까?


윤 회장 : 수고해요. 나 저 딜러 아가씨하구 얘길 하구 싶은데.


최 과장 즉시 손짓을 하여 다른 딜러를 바꾼다.

혜린, 자리를 넘겨주고 물러난다. 현숙, 걱정이 돼서 낮게


현숙 : 저 분 회장님이셔. 하필 이런 때 보셔가지구, 어뜩해.


헤린, 말없이 윤 회장에게 간다. 윤 회장, 혜린의 어깨를 감싸 나가려다가 돌아선다.


윤 회장 : (최 과장에게) 내 딸이야, 그동안 잘 가르쳐줘서 고맙구먼.


최 과장,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현숙, 역시 같은 상황… 손에 들었던 칩을 떨어뜨린다.

윤 회장은 혜린을 감싸다시피 해서 걸어 나가고 있다.

근처의 직원들 절을 한다.



# 23 복도


윤 회장에 어깨를 감싸여 걸어오는 혜린.

이제 주위엔 다른 이들 없다.


혜린 : 놓으세요.


윤 회장 손을 내린다.

혜린 멈추어 똑바로 돌아본다.


혜린 : 저 아직 아버지 편 아니에요.


윤 회장 : 알구 있다.


혜린 : 거기 내 직장이에요. 아버지 때문에 직장 동료들 잃구 싶지 않아요.


윤 회장 : 알아.


혜린 : 아버지 때문에, 제 주위엔 아무도 남지 않았어요. 그거 알아요? 아무도 안 남았어요. 아무도요. 다 떠났다구요, 아버지 때문에!


윤 회장 : 미안 하다.


혜린 : (멈칫하여)


윤 회장 : 니 도움이 필요하다. 내 주위엔 너 밖에 없어. …부탁이다.


혜린, 충격으로 보는…



# 24 임원 회의실


간부들이 모두 모여 있는 가운데 상석의 윤 회장,

혜린을 소개하고 있다.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혜린, 고개를 숙여 절을 한다.

간부들 하나하나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한다.



# 25 윤 회장 저택 마당


혜린, 현관을 나와 보면, 저만치 정원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윤 회장.

윤 회장, 모래시계(서재에 있던)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옆에 와 앉는 혜린.


혜린 : 저녁 식사 준비 됐어요.


윤 회장 : 그래


혜린 : 동태찌게 끓였어요. 시원해요.


윤 회장 : (끄덕이고……모래시계… )이 거 느이 어머니가 사준 거다. 처음이었지 아마. 둘이 같이 해외여행 한 게… 그 때 나 모르 게 샀다드구나.


헤린 : (새삼스레 시계를 본다)


윤 회장 : 이거 주면서 느이 어머니 그런 말을 했었다. 이거 봐라. 뭔가 뜻이 있는 거 같지 않느냐. 한 쪽 모래가 다 떨어지면 끝나는 게 꼭 우리 사는 거 같으다. 제 아무리 대단한 것두 끝이 있는 법이다….


세워져있는 모래시계에서 마지막 모래가 떨어져 내린다.

잠시의 침묵 …

그러다가 불쑥


윤 회장 : 혜린아.


혜린 : 네.


윤 회장 : 날 용서해라.


혜린 : (놀라서 보는)


윤 회장 : 이런 식으로 너를 내 자리에 앉힐 생각은 없었다. 언젠가 니가 스스로 원할 때 그 때를 기다려줄 생각이었다. ……그 거밖엔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는데 ….


혜린 : 지금 무슨 생각을 하구 계신 거예요. 아버지 지금 뭔가 하시려는 거죠. 그 거 위험한 거죠 ?


윤 회장 : (혜린의 초조함을 미소로 감싸) 여자는 … 아니지 사람은… 어떻게 해야 어떤 때에… 행복해지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우습지 않으냐 이 나이가 되서 이런 소리를 하고 있다니…


윤 회장 허하게 미소 짓는다.


혜린 : …아버지.


윤 회장 : 오냐.


혜린 : 우리 오빠 있는 데루 가요. 아니면 미국이나 동남아나 아무데루나 가요. 여기꺼 다 버리구 가요, 제가 따라갈 게요.


윤 회장 : 그렇지가 않아.


혜린 : 아버지 돈 갖구 싶은 사람이 다 가지라고 해요. 이제 무슨 필요가 있어요? 어머니 돌아가시구 오빠두 떠났어요.


윤 회장 : 넌 어떠냐?


혜린 : ……전 아버지 돈 필요 없어요. 알구 계시잖아요 ?


윤 회장 : 내가 가진 돈…그 건 돈 이상이야 그 건 내 자식 같은 거야. 내가 낳구 내가 키워온 거다. 이해하겠니?


혜린 : (보다 고개 젓는다) 아뇨.


윤 회장 : 혜린아.


혜린 : (아픔으로) 전 이해 못해요. (일어선다) 잠시동안은 아버지 곁에 있겠어요. 그 이상은 싫어요.


돌아서 간다.


윤 회장 : 혜린아.


혜린, 걸음을 멈춘다.


윤 회장 : 얘야.


혜린, 약해지는 마음 다잡고 돌아보지 않은 채 걸어간다.



# 26 우석 검사실


울리는 전화벨.

절컥 받아드는 수사관.


수사관 : 네에 1203호실입니다.


인원이 보강돼서 수사관 두 명 정도에 타이프를 치는 여직원까지 테이블에 서류들을 놓고 전화를 하기도 하고 바쁘게 일하고있다.

우석, 서류를 바브 게 넘겨보고 있는데 노크소리.


오 계장 : 네에 들어오세요.


문 열리며 들어서는 검사장.

오 계장 벌떡 일어나 인사하고


오 계장 : 검사장님 오셨습니까?


분분이 인사하는 직원들


검사장 : 일들 하세요, 신경 쓰지 마세요. 나 보지 말아요 (그리고 조그맣 게 우석을 부른다) 강 검사.


우석, 다가오면


검사장 : (속삭이는 목소리) 바둑 얼마나 둬요?


우석 : (어리둥절하지만) 3급쯤 됩니다.


검사장 : 내가 2급이니까, 흑 잡으시면 되겠네. 우리 딱 한판만 둘래요?


우석, 당황하여 웃는



# 27 검사장실


바둑판에 반 넘어 채워진 바둑알…

우석, 검은 돌을 따악 놓는다.

검사장 아주 진지하게 바둑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검사장 : 역시 생각했던 대로야.


우석, 슬쩍 시계를 본다.

이렇게 바둑 두고 있을 여유가 없다.


검사장 : 강 검사, 겉보기에는 얌전한 선비 같은데, 이 거 두는 거 봐요. 임전무퇴. 저돌적이구만요.


우석, 초조한 마음 감추고 웃어 보인다.


검사장 : (바둑판을 보고 생각하며) 국세청에서 나서기루 했다구요?


우석 : 네 이번 조사에서 비자금 장부만 찾아낼 수 있다면…


검사장 : 강 검사.


우석 : 예 .


검사장 : 같은 바둑을 같이 시작해두요, 할 때마다 쑥쑥 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해도 해도 그 자리인 사람이 있잖아요. 그 차이가 뭔지 알아요?


우석 : (대체 무슨 소릴 하자는 건지)


검사장 : 전자는 병가지상사를 아는 사람이에요, 한번 실패를 하면 아, 내가 이래서 졌다. 좋다. 다음엔 이렇게 해야지. 그 게 되는 사람이라구요. 그거 안 되는 사람은 바둑을 그만두는 게 좋아요.


우석 : 제게 뭐 해줄 말씀이 있으십니까?


검사장 : 방금 했잖아요. (따악 흰 돌을 놓는다) 자아 끊었어요. 어뜩게 할래요.


고개를 들어 온화한 얼굴로 우석을 본다.



# 28 카지노 내부


여전히 성업 중인 카지노 내부.

제복이 아닌 정장을 입은 혜린.

간부로 보이는 중년남자의 안내를 받는 모양으로 들어선다. 그 뒤를 따르는 재희.

직원들, 그런 혜린을 보고 얼른 시선을 돌린다.

그중에 시선이 마주친 자는 당황한 듯 고개 숙여 절을 하기도 한다.

현숙, 마악 다른 딜러와 교대를 해서 테이블에서 물러나오다가 혜린과 시선이 마주친다. 혜린,

어색하게 웃는데 현숙 당황해서 등을 돌린다.

그래 놓고 꼼짝 못하고 서있는데 다가온 혜린, 현숙의 어깨를 짚는다.


혜린 : 이제 나 모른 척 하기루 했어요?


현숙, 마음 다잡고 돌아선다.


현숙 : (절해보이며) 나오셨습니까?


혜린 : (현숙의 귓가에 대어) 언니까지 이러지 마요. 안 그래두, 나 민망해 죽겠어요.


현숙, 혜린의 뒤에 서있는 재희와 시선이 마주친다.

저도 모르 게 재희를 손가락질했다가 손가락이 혜린에게 돌아오는데 재희 입가에 얼핏 미소가 스치더니 시선을 돌린다.


혜린 : 최 과장님 어디 계세요?


현숙 : (혜린의 스스럼 없는 태도에 마음이 좀 누그러진 상태) 우리 뒤통수 어딘가 있겠지… 요.


혜린, 현숙 뒤 저만치에 최 과장을 발견한다.

혜린과 시선이 마주치더니 고개를 돌려버린다.

혜린, 한숨이 나온다.



# 29 호텔 로비


우루루 들어서는 국세청 직원들



# 30 카지노 사무실


일하던 직원들 놀라 일어서는데 들이닥치는 국세청 직원들.

서류를 들이밀어 확인시킴과 동시에 거칠 게 조사가 시작된다.

서류 서랍이 통째로 빼내지며 책상 위에 장부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 31 카지노 내부


혜린과 같이 왔던 간부 구내전화를 받고 있다.

이만치에 혜린과 마주 선 최 과장 .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딴 데를 보고있다.


혜린 : 그동안 숨긴 건 죄송해요. 그 때 전 정말루 일이 필요했구…


최 과장 : 분부하실 일이 없으면 이만 … (고개 숙여 보이고 가려는)


혜린 : (할 수 없다 턱을 들고) 내 말 안 끝났어요.


최 과장이 혜린을 향해 돌아서길 기다려


혜린 : 지금 우리 상황이 좋질 않아요. 기분은 안 좋겠지만 지금은 내 지휘에 따라주세요. 먼저 당분간 영업장 운영 각별히 조심해주세요. 몇달 적자날 거 각오하더라두…


달려온 간부 혜린의 귓가에 대고 다급하게 뭐라 말한다.

혜린, 긴장한다.

순간 입구 쪽이 소란스럽다.


혜린 : 오늘 국내인 들였어요?


최 과장 : (그제야 다급하다) VIP룸에 있습니다.


혜린 : 가서 시간 좀 끌어요.


혜린 재빨리 뒤 쪽 VIP룸 쪽으로 간다.



# 32 입구


형사들 우루루 몰려와 있다.

그 앞을 막아서고 있는 직원들. 형사 중 한 명


형사 : 책임자가 누구야?


최 과장 앞으로 나서며


최 과장 : 무슨 일이십니까?


형사 : 당신이 지배인이야?


최 과장 : 영업과장 최윤식입니다. 어떻게 나오셨는지요? 저흰 아무 연락을 못 받았는데요.


형사 : 이 친구가. (성질 나는데)


뒤에서 나서는 우석, 증명서를 최 과장에게 보여준다.


우석 : 나 서울지검 강우석 검사에요. 피차 조용히 하는 게 좋겠지요?



# 33 VIP룸


혜린, 안 의 손님들을 재빨리 나가 게 하고 있다.

직원 하나를 불러 안내를 하게 하며


혜린 : 죄송합니다. 뒤에 차를 대기시켜놨습니다.


불쾌해서 나가는 손님들…대부분 유력인사들이다.


남자1 : 뒷문? 아니 이 거 무슨 망신이야 어?


그중 하나 앉은 채 뻗대며


남자2 : 어디 서에서 왔다는 거야? 거기 책임자 불러와. 이리 데리구 오라구.


혜린 : 신문사에서도 나온 모양이든데요


남자 흠칫해서 일어선다.

나가면서도 한마디


남자2 : 내원 재수없게 윤 회장한테 한마디 해야겠구만, 장사를 어뜩게 하는 거야, 이 거.

.


# 34 VIP룸 밖


손님들 내보내고 혜린 겨우 한숨을 돌리는데 뒤에 섰던 재희가 혜린의 팔을 툭 친다.

혜린 돌아보다가 굳는다.

거기 앞에 우석이 서서 보고 있다. 혜린을 만난 게 뜻밖이라 찌푸려진 기분.

헤린, 우석의 뒤 쪽, 카지노 내부를 본다.

형사들, 여기저기로 퍼지며 기웃 거리고 있고, 그 중에는 여권을 조사하는 형사도 있다. 손님들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끼며 술렁이고 있다.

더러 칩을 거두어 현금 카운터 쪽으로 간다.

혜린 다시 우석을 본다.

우석, 시선을 돌리더니 혜린을 지나쳐 VIP룸의 문을 열어본다.

테이블 위에는 아직 카드놀이를 하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우석 기분이 더럽다.



# 35 카지노 사무실 앞 복도


우석,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복도에는 직원들이 웅성웅성 몰려서서 수근거리고 있다.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하여 들어가려는데 막는 수사관?


수사관 : 조사 중입니다.


우석 : (신분증을 보여준다)


수사관 망설이다가 문을 열어준다.



# 36 사무실 내부


들어서던 우석, 멈칫 선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수사를 하고 있어야하는 사무실 내부에는 국세청 직원들이 한가롭 게 모여 잡담을 하고 있다가 우석을 돌아본다.

책상마다 장부는 쌓여있지만 누구 하나 열심히 뒤지는 사람은 없다.

이방인을 보듯 배타적으로 우석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



# 37 은행 비밀금고실


서류 가방에 두툼한 장부 몇 권을 넣는 손.

따로 봉투도 넣는다.

가방을 금고 안 에 넣고 잠그는 윤 회장.

기다리고 있던 은행 직원과 방을 나서며 윤 회장,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본다.



# 38 깨끗한 한식집


정치인들이 잘 감직한 한옥 스타일의 한정식집.

식사를 끝낸 강동환, 비슷비슷한 신사 두엇과 방을 나서고 있다.

주인 여자 달려와 인사를 하고 종업원은 구두를 찾아 대령하고….

강동환, 구두를 신으려다가 고개를 들어본다.

거기 마당에 들어서고 있는 윤 회장과 윤을 호위하고 있는 장근섭과 또 몇 명의 사내들.

윤 회장은 강동환 바로 앞에 와서 선다.

강동환과 함께 왔던 신사들 무슨 일인가 본다.

강동환, 조용히 처리하는 게 낫겠다.



# 39 한정식집 방


마주앉은 윤 회장과 강동환.

강동환 싸늘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윤 회장 : 여러 날 생각해보았지요. 어뜩 게 하면 좋은가… 두 가지 방법이 남드군요. 하나는 무조 건 무릎을 꿇고 비는 거지요. 날 좀 살려달라구 말입니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이미 늦은 거 같단 생각이 들드군요, 그렇지요?


강동환 : 또 한 가지는 뭡니까?


윤 회장 : 이제까지 통상 제가 해오던 방법이지요. 거래를 해볼까합니다.


강동환 : (웃는다) 아직 윤 회장님께 남은 게 있습니까? 저에게 주실 게 있어요?


윤 회장 : 제 나이 열댓 살 때부터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좌판 장사를 했고, 미군부대 물건을 빼다 팔기도 했지요. 그때로부터 오늘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해온 게 있습니다. 장부를 쓰는 겁니다. 사업이 커지면서 남한테 보여도 되는 장부, 보여선 안 되는 장부… 좀 복잡해졌어요. 소위 로비자금이라든지, 어르신네 돈 관리에 대해서도, 따로 장부가 필요했구요. 그 장부에 대해서 흥미를 갖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강동환 : 같이 망하자는 얘기요? 

 

윤 회장 : 말씀드렸잖습니까. 남은 방법이 이거밖엔 없다고.


강동환 냉정하게 보다가 문득 소리 없이 웃는다.


강동환 : 그럼 한번 해볼까요.



# 40 윤 회장 집


계단을 내려오던 혜린, 놀라서 본다.

수색 영장을 보이며 들이닥치는 수사관들…

겉옷을 걸치며 급히 나오는 재희. 혜린 앞을 막아서는데 수사관들은 이미 거친 수사를 시작하고 있다.


(시간경과)


수색이 끝나고 수사관들이 돌아가고 난 뒤의 집 내부.

아수라장이 되어있다.

현관을 들어서던 민 변호사 놀라선다.

거기 우뚝 서있는 재희를 본다. 재희는 고개짓으로 서재를 가리켜보인다.



# 41 서재


민 변호사 들어와 보면 혜린, 거기 말없이 앉아있다. 서재 역시 아수라장이 되어있다. 무언가 물건을 찾은 듯 서랍의 서류마다 난장판으로 빠져나와있다.

민 변호사 돌아서 나가려는데


혜린 : 앉으세요.


민 변호사 멈추어보면 혜린 민을 돌아본다.


혜린 : 이제 알아야겠어요. 대답해주세요.


(시간 경과)


혜린과 민 변호사.

뒤의 떨어진 구석에 자리 잡은 재희.


민 변호사 : 간단하지가 않아. 처음엔 그저 회장님을 견제하려고 했던 거 같애. 박승철 회장을 중간에 껴서 말이지.


혜린 : 그러다 박 회장이 죽자 그 죄를 아버지한테 뒤집어씌우기로 한 거구요. 견제하는 거 보다는 없애는 게 간단하니까.


민 변호사 : 그렇지.


혜린 : 박 회장 사고…아버지가 시킨 거 아니죠?


민 변호사 : ……아니야. 아니라는 거 알잖아.


혜린 : 그럼 이종도가 혼자 한 일인가요?


민 변호사 : 지 말로는 박태수를 노린 거라구 하드군.


혜린 : ……


민 변호사 : 박태수, 박 회장을 등에 업구 이종도의 세력을 먹어가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망설이는)


혜린 : 그렇지만 뭐요?


민 변호사 : 어쩌면 다 한편이었는지도 몰라. 박태수와 이종도는 원래 한통속이었고 그 뒤에서 조종한 건 장도식이고.


구석에 있던 재희 힐끗 돌아본다.


혜린 : (보다 웃는다) 설마 그렇게까지…


민 변호사 : 어쨌든 박태수가 회장님을 노린 건 사실이야


혜린 : 하지만…


민 변호사 : 이번 일 검찰에 제보한 거 박태수야. 담당검사가 친구라고 하든데 몰랐어?


혜린 움직이지 않고 민 변호사를 본다.



# 42 방 안


윤 회장이 은신하고 있는 곳.

윤 회장, 천천히 약병 뚜껑을 돌려 약을 하나 꺼내 먹는다.

시계를 본다.

그 주위에 대기하고 있는 장근섭과 젊은 남자들…

윤 회장, 전화기 옆의 사내에게 끄덕여 보인다.

사내, 전화기를 든다.

그 앞에는 각 언론사의 전화번호를 주욱 적은 수첩이 펼쳐져있다.



# 43 신문사 제작국


제작국 특유의 분위기…

지저분하게 쌓여진 책상들…더러는 비어있고, 마감에 쫓겨 글을 쓰는 기자들…

그 중에 신영진 기자 원고지를 메꾸고 있다가. 옆의 기자가 신 기자하며 건네준 전화를 받는다.


영진 : 네 신영진 기잡니다. 검찰 출입기자 맞습니다. 네?


듣고 있는 신영진의 표정에 긴장이 감돈다. 재빨리 노트를 끌어다 받아 적기 시작한다.



# 44 신문 부장실


부장 전화를 받고 있다.

침중한 얼굴.

들고 있는 펜으로 계속 책상을 콕콕 찍고 있다.



# 45 제작국 내부


전화를 끊은 신영진, 튀어오르듯 일어난다.


영진 : 카메라, 카메라 누구 남았어! 지금 몇 시야? 젠장 한 시간두 안 남았잖아.


다른 기자들 돌아본다.


기자 : 뭐야 왜 또 방방 뛰어?


영진 : 윤재용, 응? 윤 회장이 기자회견한 대, 으아 (펄쩍 뛰며) 재밌어, 재밌어 죽겠다.


저만치 들어서는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 영진 그리로 뛰어가며


영진 : 배 차장님, 나하구 좀 나가요. 필름 챙기라구요.


부장실의 문이 열리며


부장 : 신 기자.


영진 : 나중에 얘기해요. (부산스레 가방이며 수첩 챙기며) 기사 쓴 거 책상 위에 여기 있어요. 마무리는 부장님이 좀 해줘요.


부장 : 신영진!


부르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영진 돌아본다.


부장 : 들어와.


먼저 방으로 들어간다.

영진 불길한 예감으로 본다.



# 46 기자회견장


민 변호사 몇 명의 사내들을 데리고 회견장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를 설치하고 기자들 의자를 설치하고 음료수도 준비한다.

민 변호사 시계를 본다.



# 47 길


윤 회장의 차가 달려온다.

조수석의 장근섭.

뒷좌석의 윤 회장…



# 48 우석 검사실


오 계장 후다닥 일어선다.


오 계장 : 또 오셨네요. 기사 거리 아직 없는데.


우석도 돌아본다.

신영진, 들어선 대로 문가 벽에 기대서서


영진 : 누구 술 마시구 싶은 분 없어요?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왕창 마시구, 팍 취해야 되는데.


우석, 무시하고 수사관에게 서류 설명하던 것 계속한다


우석 : 여기 홍콩 지점에서 수금한 게 있을 거라구


오 계장, 우석의 눈치를 보며 서랍에서 백알(빼갈) 반 병쯤을 꺼낸다.


영진 : 어이 강 검사님.


우석 : (할 수 없이 본다)


영진 : 출입기자가 검사 방에 찾아와서 술 마시구 싶다. 취하구 싶다 이런 애기 할 때는 무슨 일이 있구나 그런 생각 안 들어요?


오 계장 술병을 들고 와서


오 계장 : 술 남은 거 있는데 한잔 하실래요?


영진 : (오 계장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오 계장 : 북어포두 좀 남았는데.


영진 : 고마워요.


오 계장 : (신나서 물컵에 따르는데)


영진 : 근데 술 끊었어요. 그냥 기분이 그렇단 얘기죠. 술이라두 마시구 싶을 정도루 아주 지저분하다…


우석 그런 영진을 본다.



# 49 기자회견장 밖 복도


윤 회장, 장근섭 등을 대동하고 걸어온다.

안 에서 나오던 민 변호사 얼른 문을 등 뒤로 닫는다.


윤 회장 : 시작하지. (들어서려는데)


민 변호사 : (저도 모르 게 막으며) 좀 있다가 들어가시죠.


윤 회장 :


민 변호사 : (당황하며) 우선 제가 먼저 정리를 하구 그 다음에…


윤 회장, 민 변호사를 밀치고 문을 연다.

열려진 문으로 보이는 기자회견장, 그 많은 기자석이 터엉 비어있다.

윤 회장 천천히 안으로 들어선다.

민 변호사 뒤따르려는데 윤 회장, 한손을 들어 막는다.


민 변호사 : 회장님.


윤 회장 : 내가 좀 일찍 왔구만. 기다려야겠지.


손짓으로 뒤에 선 민 변호사에게 나가라고 명하고 앞 쪽으로 간다.

민 변호사 머뭇 거려 보다가 밖에서 문을 닫아준다.



# 50 회견장 내부


윤 회장, 앞에 놓인 자기의 자리에 가서 단정하게 앉는다.

숨이 답답한 느낌이 들어 넥타이를 느슨하게 한다.

텅 비어있는 의자들…

오두마니 세워져있는 마이크.

천정의 형광등….

윤 회장, 차츰 숨이 가빠지며 사람을 부르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문을 향해 손을 뻗쳐보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더듬거리는 손짓으로 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낸다.

필사적으로 약병의 뚜껑을 열려고 하지만 한번 눌러 돌리게 되어있는 플라스틱 약병의 뚜껑은 자꾸 헛돌기만 한다.

조급하고 서툰 손길로 애쓰다가 약병이 손에서 미끄러져 구른다. 윤 회장, 약병을 집으려 마지막 힘을 다하여 기어가다가 멈춘다.

약병을 향해 뻗었던 손이 투욱 떨어진다.



# 51 병원 복도


혜린, 재희와 함께 뛰어 들어온다.

복도에 초조하게 서있는 장근섭과 민 변호사.

수하들…

혜린, 중환자실 보고 민 변호사 보고


혜린 : 무슨 일이에요? 아버지가 왜요?



# 52 중환자실 내부


윤 회장에게 달러붙은 의사 간호사들…

모니터의 그래프가 불규칙적으로 미약하게 뛰고 있다.

비상조치를 바쁘게 취하는 의사들…

주사약을 주입하고 전기 충격 마사지에 들어간다.



# 53 복도


혜린 : 그럴 리가 없어요. (웃어보려고)


민 변호사 : 오래 전부터 약을 드셨어.


혜린 : 아녜요, 아버지 건강하세요.


민 변호사 : 혜린이…. 아버지에 대해서 잘 몰라…


혜린 고개를 젓는다. 무조건 부정의….



# 54 중환자실


다시 한 번 전기 충격 마사지.

모니터의 맥이 끊어지고 삐이 일직선…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생명의 흔적.

의사, 손을 멈춘다. 잠시 침묵…



# 55 복도


혜린 돌아본다.

중환자실 문이 열리고 나오는 의사 한 명…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

혜린, 재희가 잡는 것을 뿌리치고 뛰어 들어간다.



# 56 중환자실 내부


들어선 혜린, 멈춰 선다.

윤 회장의 시신 위에 흰 천이 덮혀지고 있다.

혜린 달려들어 천을 벗겨버린다. 그리고는 옆의 의사를 붙잡는다.


혜린 : 뭐하구 있어요? 어떻게 좀 해요.


의사 : 유감입니다.


혜린 거의 정신없다.

손에 잡히는 대로 충격기며, 의료기들을 들어 아무나에게 안기며


혜린 : 왜 가만있어요? 이러구 있으면 어뜩해요? 빨리 어떻게 좀 해요. 당신들 의사 아니야, 어뜩 게 좀 해봐. (부친에게) 아버지 내 말 들리죠? 조금만 더 힘내세요. (의사들 향해) 이봐요.


그러나 의사들은 이미 방을 나가고 있고, 간호사들은 정리를 하고 있다.

혜린 달려가 방을 나서는 의사를 잡는다.


혜린 : 아직 아니에요. 나 아직 못 한 말이 있어요. 한마디만 하면 돼요. 제발…아버지하구 한마디만 하게…


재희, 거칠게 헤린을 떼어낸다. 의사 얼른 나가버리고


혜린 : 이봐요.


쫓으려는 것을 재희 돌려세워 안아버린다.

발버둥치다가 혜린 조금씩 조용해진다. 재희 혜린을 윤 회장의 시신 옆으로 데려간다.


재희 : (혜린을 돌려세우며) 인사드리세요.


혜린 멍하니 윤 회장을 본다. 그러다가 비로소 울음이 터지기 시작한다. 손을 뻗쳐 윤을 만지려다가 다시 손을 거둔다.

자기 손을 들여다보고 아버지를 보고 …. 다시 손을 뻗어보려 하지만 안 된다. 결국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부녀 사이.

그러는 자신 때문에 주저앉으며 목 놓아 운다.



# 57 태수 빌라 내부


태수, 꼼짝 않고 앉아서 술을 잔에 따르고 있다. 그 앞의 정근,


정근 : 심장마비라는데요. 뭐 손 쓸새두 없이 순식간에… (말을 못 잇고 보면)


태수가 따르는 술, 잔을 넘치고 있다.


태수, 그제야 기울였던 병을 놓는다. 정근, 얼른 휴지를 뽑아 쏟아진 술을 닦는데


태수 : (혼잣말처럼) 이게 아니었어.


정근 : 예?


태수 힐끗 정근을 노려본다. 정근 영문 모른 채 움추러 드는데 태수 벌떡 일어나더니 저만치 간다.

정근 테이블 밑을 닦느라고 엎드렸다가 순간 와장창 부서지는 소리에 놀라 머리를 든다.

태수, 장식품 하나를 박살을 내놓고 생각에 잠긴 채 우뚝 서있다.



# 58 부장검사실


문을 벌컥 열어 들어서는 우석. 그대로 부장이 앉아있는 책상 앞으로 가서 책상에 두 손을 짚는다.


우석 : 설명해주십시오.


부장 : (표정 변화도 없이 보는)


우석 : 방금 내 사 건이 다른 검사한테 넘어갔단 얘길 들었습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부장 : 들은 그대루야. 박 회장 사 건은 특수부로 넘어갔으니까, 강 검사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우석 : 본연의 임무요? (웃고 겨우 자제하여 다시)…이유가 뭡니까?


부장 : 이유를 알고 싶어?


우석 : 제가 맞춰볼까요? 처음부터 저는 낚시밥이었죠? 내가 앞뒤도 모르고 날뛰는 거 써먹자구 생각한 사람이 있었구요, 그리구 이제 윤 회장이 죽으니까 나 같은 애송이는 더 할일이 없어진 거죠. 누굽니까? 검사를 이용하고, 세무조사까지 형식적으로 시킬 수 있는 사람.


부장 : (한숨을 쉬더니 할 수 없다는 듯 서랍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 놓는다) 자네에 대한 내사가 있었어. 서류에 보면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이종도. 그리고 그 동료인 박태수 등과 친밀한 관계라던데 맞지? 그 중에 박태수하고는 사건 이후에도 만났다고. 강 검사 조사기록에는 그 얘기가 빠졌든데.


우석, 자세를 바로 하여 보다가 허 웃는다. 더 할 말없다.

돌아선다.



# 59 우석의 검사실


오 계장, 안절부절하여 보는데

직원들이 검사실에 쌓여있던 사건 서류들을 챙기고 있다.

박스에 넣어지는 서류뭉치들…

책상 뒤의 우석, 의자를 돌려 창 밖을 보고 있다가

의자를 돌려 보았을 때 박스를 든 사내들이 나가고 있다.

오 계장, 박스에서 떨어진 서류 하나를 집어 박스에 얹어주다가 우석의 눈치를 본다.

우석 아무 느낌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로 보고만 있다.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상태. (사표를 내겠다는)



# 60 성당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다.

찬송가가 낮 게 깔리는 가운데 관 주위로 성수를 뿌리는 신부….

거물의 장례식답게 화환들이 즐비하고 검은 양복을 입은 수하들이며 조문객들이 가득하다.

조객 중의 유력인사들은 삼삼오오 귓속말로 무언가 얘기를 하고 있다.

손님들 하나씩 걸어와 관 위에 꽃을 놓는다.

관 앞에 검은 상복을 입고 서있는 혜린과 영재.

영재, 슬픔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고, 혜린, 고개를 든 채 관으로 다가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나씩 보고 있다.

꽃을 놓은 사람들은 영재와 헤린 쪽으로 와서 절을 나눈다.

혜린의 뒤에 선 민 변호사 사람들이 지나칠 때마다 혜린의 귀에 낮 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그 중에 강동환의 모습이 보이고 장도식의 모습이 보인다.

장도식, 혜린과 시선이 마주치고 고개를 숙여 보이지만 혜린,

거만할 정도로 약간만 고개를 숙여 보이며 시선을 떼지 않는다.

조문객들이 들어서는 초입에 서있던 재희, 문득 보면 태수가 혼자 들어서고 있다.

재희 얼른 혜린 쪽을 본다.

혜린은 조객들과 절을 나누고 있다.

태수가 점점 앞으로 오고 있다.

재희, 순간 한걸음 옆으로 나서며 태수의 걸음을 막는다.

태수, 재희를 보았다가 혜린 쪽을 본다.

혜린, 마악 앞의 조객에게 숙여 보이고 고개를 들다가 태수와 시선이 마주친다.

재희, 태수를 반쯤 막은 상태에서 혜린을 본다.

혜린, 천천히 재희에게로 시선을 옮기더니 슬쩍 고개를 저어 보인다.

재희 내키지 않은 상태에서 한걸음 비켜준다.

그 옆을 지나쳐온 태수, 꽃을 들어 관 위에 놓는다.

관 속에 있을 윤 회장에 대한 회한이 잠시 스친다.

이윽고 고개를 들고 혜린을 돌아보다가 멈칫하는 기분,

그렇게 태수를 쳐다보고 있는 혜린의 경멸과 증오가 담긴 시선.

태수 치밀어 오르는 것을 삼키고 혜린에게 다가선다.

혜린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태수, 막 입을 열어 뭔가 말하려는데 헤린은 태수 뒤로 온 조객과 절을 나눈다.

태수, 얼어붙은 듯 서서 완전히 자신을 무시하고 있는 혜린을 본다.

냉정하게 태수를 보고 있는 영재와 민 변호사.

태수, 결국 몸을 돌려 걸어 나간다.

걸어가다 멈춰서 다시 돌아보지만 혜린은 여전히 이쪽은 무시한 채 도도하게 서있다.


<16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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