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모래시계

<제15회> 모래시계

오늘의 쉼터 2018. 11. 7. 19:00

<제15회> 모래시계 




# 1 서부 카지노


개업식이 한창이다.

각계 인사들이 모인 화려한 분위기.

카드 테이블과 룰렛 테이블에서는 손님들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고, 사방을 둘러 음식이 차려져있다.

실내악단의 연주가 흐르고…

주빈 역의 박 회장. 호탕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그런 박 회장 뒤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정장 차림의 인영과 창민. 문득 인영이 박 회장의 귀에 낮게 뭔가 말한다.

박 회장, 문 쪽을 본다.

거기 들어서고 있는 윤 회장과 혜린.

그 뒤를 따르는 장근섭과 재희.

박 회장, 반가운 얼굴로 윤 회장을 맞으러 나간다.

가장 반가운 듯 악수를 청하며


박 회장 : 와 주셨구만요.


윤 회장 : 축하합니다. 박 회장님


박 회장 : 진작에 대선배님을 모시고 자문을 구했어야 하는데


윤 회장 : 어이구 무슨 그런 말씀을


박 회장 : 말두 마십시오. 일부터 벌려놓긴 했는데 뭐 아는 게 있어야지요.

 

윤 회장의 팔을 끼다시피 중앙으로 가며 뒤를 따르는 이들에게


박 회장 : 음식도 드시고 게임도 하세요. 오늘은 몽땅 공짭니다. 공짜. 하하


(시간경과)


혜린, 손에 든 술잔의 술을 한 모금씩 마시며 무료해서 두리번거린다.

저만치 윤 회장과 장근섭, 박 회장을 따라 옆의 VIP룸으로 들어가고 있다.

혜린, 시선을 돌리다가 문득 굳는다.

사람들 너머 저만치에 서있는 태수. 깔끔한 정장차림. 서너 사람과 함 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혜린, 저도 모르 게 돌아선다.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와 어느 기둥(?) 뒤로 몸을 숨긴다.

다시 태수가 있는 쪽을 몰래 본다.

태수는 고개를 기울여 어느 세련된 부인이 하는 얘기를 듣고는 고개를 젖혀 웃고있다.

혜린, 놀라움이 잦아들며 그리움으로 그런 태수의 모습을 훔쳐본다.



# 2 VIP룸 내부


박 회장, 방에 놓인 카드 테이블을 가리키며


박 회장 : 이 거 특별 주문을 했는데 보기 어떻습니까? 특별 주문한 거 같습니까?


윤 회장, 테이블을 어루만져본다.


윤 회장 : 좋군요 훌륭합니다.


박 회장 : 야아 이 거 사기당한 건 아니구만요. 이 뭐 밥상 같은 거 가지구 돈을 얼마나 달래는지. 가만있자. 그 뭐냐 룰렛인가 구슬치기 하는 거 말예요. 것두 보여드려야지.


나가려다가 갑자기 생각났다는듯


박 회장 : 그래 참 그 거부터 물어봐야지, 윤 회장님 지리산에 땅 샀다면서요?


윤 회장 : (잠깐 보다가) 예.


박 회장 : 그 거 나한테 파세요 .


윤 회장 : ……(차가와진다)


박 회장 : (전혀 눈치 못챈듯) 너무 비싸게 부르지 말구 산 값에 그냥 파세요, 윤 회장님이야 땅장사하는 분도 아니고.


윤 회장 : 좋은 생각이군요. 어차피 둘이 나눌 수 없는 땅이니.


박 회장 : 그러니까 윤 회장님이 파세요, 등기비용두 있구 그러니까, 내 평당 십원씩은 더 붙여드릴께 어차피 윤 회장님 거기 개발 못하세요. 허가권이 나와야지 그렇지요? 허허.


윤 회장 아무 말 없이 웃는 박 회장을 보고 서있다.



# 3 카지노 홀 파티장


실내악단의 지휘자 새로운 연주를 시작한다.

감미로운 음악이 흐른다.



# 4 홀 내 외진 곳.


혹은 베란다.

안 의 음악이 들리고 있다.

몇몇 사람들 바람을 쐬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혜린,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생각에 잠겨 있다가 혼자 웃는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숨는 자신이, 상황이 우습다.

웃고 돌아서다가 굳어 선다.

두어걸음 앞에 우뚝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태수. 순간 혜린의 손에서 술잔이 떨어지며 깨져 소리가 난다.

주위 사람들 놀라서 돌아보는데 태수, 혜린의 앞까지 와 선다.

속생각을 알 수 없는 태수의 표정.

태수, 새삼스럽게 드레스를 입은 혜린의 아래위를 훑어본다. 혜린, 말없이 태수의 옆을 빠져나가려 한다. 태수, 그 어깨를 짚어 가만히 돌려세운다.


태수 : 그새 잊었습니까? 삼 년쯤 전에 뵌 적이 있는데요.


혜린, 얼굴이 굳어진다.


태수의 냉정으로 무장했던 얼굴이 차츰 풀어지며 한손이 가만히 혜린의 얼굴로 올라온다.

기억을 더듬는듯 그 손가락 끝이 혜린의 턱선을 따라 조심조심 움직인다. 혜린의 입술 끝으로 움직이던 손이 갑자기 떨어지며 태수, 뒤로 한걸음 물러난다.

입구에 서있는 재희, 뚜벅뚜벅 다가오더니 혜린의 뒤에 감싸듯 선다.

태수, 재희를 보고 혜린을 보고 빙긋 미소 짓는다.


태수 : 여전히 보호해주는 사람이 많으시군요.


태수 선뜻 돌아서더니 나가버린다.


아연해서 구경하던 주위 사람들 수근 거린다.


재희 : 괜찮습니까?


혜린, 긴장이 무너져 내리며 재희를 돌아보더니 미소 짓는다. 그 눈에 눈물이 글썽이고 있다.


혜린 : 아니 기분이 아주 드러워.


재희의 품에 고개를 박는다.

재희, 그런 혜린을 감싸려는데 혜린, 애써 기운을 내어 고개를 들더니 저만치 걸어간다.

재희, 말없이 보고 섰다.



# 5 개발예정지 산야


박 회장 흐뭇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수행원들…그 중에 정식의 모습도 보인다.

정식, 차의 뒷문을 열어 박 회장을 타 게 하고 자신은 조수석에 탄다.



# 6 국도


박 회장의 차가 달려오고 있다.



# 7 차 내부


조수석의 정식, 뒤를 돌아본다.

박 회장, 입을 벌리고 잠이 들어있다.



# 8 국도 다른 곳,


샛길에서 국도로 접어드는 컨테이너 트럭.



# 9 국도 다른 곳


달려오는 박 회장의 차.

그 앞에서 공사중인 듯 한 쪽 차선이 막혀있다.

공사 인부 깃발을 흔들어 통제하고 있다.

박 회장의 차를 통과시키고 뒤따라오는 다른 차는 막는다.

공사현장에 있던 레미콘 한 대가 박 회장의 차 뒤를 따라 출발한다.



# 10 국도 다리 위


홀로 달려오는 박 회장의 차.

마주 오는 컨테이너 트럭.

순간, 트럭은 급브레이크를 밟아 중앙선을 넘으며 박 회장의 차를 덮친다.

뒤로 밀려 서는 박의 차.

컨테이너 트럭 재빨리 뒤로 후진을 한다.

순간, 박 회장의 차 뒤에서 달려오던 레미콘 트럭, 박의 차를 밀어 반대편 다리 난간 너머로 박는다. (즉 컨테이너 트럭이 오던 차선 쪽)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박의 차.



# 11 서울지검 건물 밖


저녁 무렵

퇴근해 나오는 우석.

서류가 가득 든 가방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오는데 기다리고 있던 듯한 사내, 영섭이 앞을 막는다.


영섭 : 강우석 검사님이시죠?


우석 : 그런데요?


영섭 : 박승철 회장 아십니까?


우석 : (언뜻 생각이 안 난다)


영섭 : 이틀 전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우석 : 고발할 게 있으면 저 안 에 안내창구가 있어요. 거기서 물어보시면…


영섭 : 이번에 새로 카지노를 인수했었습니다. 서부호텔이요


우석 : (성가신 기분에 웃으며 뭐라 말하려는데)


영섭 : 카지노의 대부 윤재용 회장하고 맞붙었거든요.


우석 : (얼굴이 굳는다)


영섭 : 살해당했습니다. 단순교통사고로 처리됐지만 살해사건입니다. 조사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우석, 그제야 심상치 않음을 느끼는데 영섭은 고개를 숙여 보이더니 재빨리 길을 건너 뛰어간다.


우석 : 이보세요.


따라가려하지만 그 앞을 가로막으며 지나가는 자동차들…

그 사이 영섭은 사라져버린다.



# 12 지검 근처 골목


뛰어온 영섭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의 조수석에 잽싸 게 올라탄다.

차는 서서히 움직여 골목을 빠져나간다.

차는 지검 앞을 통과한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태수, 지검 앞에 아직 망설이며 서있는 우석을 본다.

차는 우석의 앞을 지나쳐간다.

태수 뒤를 돌아본다.

우석은 마음을 정했는지 지검으로 다시 돌아 들어가고 있다.



# 13 사고 현장


검찰청 마크가 찍혀진? 검은색 마크 5 차가 대기하고 있다.

운전기사가 무료하게 앉아 있다가 나온다.


순경소리 : 뭐 검사님도 아시겠지만, 이 스키드 마크야말로 과실 사고냐 고의 살해냐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 포인트지요.


기사, 어슬렁거리며 구경하는 곳에 우석에게 사고 현장을 설명하고 있는 좀 나이가 든 순경의 모습.


우석 : (아스팔트 위의 스키드 자국을 가리키며) 이게 당시 스키드 마큽니까?


아스팔트 위에는 중앙선을 가로지른 바퀴 자국이 보이고 사고 현장을 표시한 분필 자국들은 며칠이 지나며 희미하게 남아있다.


순경 : 그렇습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 피해차량이 이렇게 선명한 자국을 남김으로써, 과실로 중앙선을 침범했다는 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석, 경찰 조서를 넘기며 설명을 듣고 있다.

우석의 등 뒤에서 운전기사 슬쩍 넘겨다본다.

우석이 넘기는 조서에는 사고 현장의 사진이 주욱 붙여져 있다.

절벽 밑에서 박살이 난 외제차의 모습이 보인다.


기사 : 아따 푸조네. 엄청 비싼 건데.


우석 좀 갑갑한 기분으로 차가 떨어졌다는 절벽 밑을 내려다본다.

그 뒤에서 운전기사는 스키드 마크를 허리를 굽혀 내려다보고 있다.


순경 : 더 물어보실 말씀 있습니까?


우석, 고개를 젓고 차 쪽으로 간다. 기사 얼른 따라간다.



# 14 고속국도


달리는 우석의 차



# 15 차 내부


뒷좌석의 우석 창 밖을 보고있 다. 헛걸음을 하고 돌아가는 기분.

앞좌석의 운전기사 운전을 하다가 불쑥


기사 : 오 년 전에 제가 서우 사장님 차를 몰았거든요. 그 때 차가 푸조였는데, 그 차 참말


죽입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팍 서고 엑셀을 밟으면 팍 나가고 소리도 없어요.

우석 좀 짜증스러운 기분이지만 참고 있다.


기사 : 정신 안 차리면 기냥 백, 백이십이 소리도 없이 붙는데 말입니다. 근데 이런 차는 타이어 하나까지 지껄루 해줘야 돼요. 아까 타이어 자국을 보니까 국산을 꼈드라구요. 그런 경우가 없는데, 그 차 기사가 누군지 좀 웃긴 놈인갑데요.


우석, 별 생각 없이 창 밖을 보고 있다가 문득 짚어지는 생각. 운전기사의 뒷머리를 쳐다본다.

그러다 들고 있던 조서를 다시 들쳐본다.

사진이 붙어있는 페이지.

거기 바퀴를 보이며 뒤집어진 차의 사진.



# 16 수사 연구소 연구실


아까의 차 사진. 확대되어 붙여져 있다. 그 옆에는 바퀴만 확대한 사진. 그 옆에는 스키드 마크를 찍은 사진.


연구원 : 이 사고 차량의 바퀴는 -----이고 이 쪽 마크에 난 자국은 =====입니다. 즉 이 마크는 사고 차량 것이 아니란 얘기죠.


그 옆에 서있는 우석. 벌써 수많은 생각이 시작되고 있다.



# 17 검사실


오 계장, 종이커피 두 잔을 들고 와 놓아준다.

책상 위에는 사고 조서가 펼쳐져있다.

우석과 마주앉은 경철


우석 : 여기까지 오시 게 한 건 이런 이윱니다. 저로선 제대로 수사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고발장이나 진정서가 필요해요.


경철 :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가 살해됐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우석 : (웃는) 그런 생각은 안 합니다. 다만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죠.


경철 뭔가 망설인다.

우석, 경철을 보는 시선을 놓치지 않으며 커피를 마신다. 기다려 줄 생각이다.


경철 : (결심하여) 진정서가 있으면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겁니까?


우석 : 그래요


경철 : 수사를 시작하면 제대로 끝까지 하실 수 있겠습니까?


우석, 그렇게 묻는 경철을 새삼 본다.



# 18 검사실 앞


오 계장의 배웅을 받으며 나오는 경철 .

걸어오는데 마주 걸어가던 신영진과 스쳐 지나간다.

가던 영진 멈칫 걸음을 멈추어 돌아본다.

코너를 돌아가는 경철의 얼굴을 확실히 본다.

영진, 경철이 나왔던 우석의 검사실을 돌아본다.



# 19 조사실


앞에 앉은 트럭 운전사,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천정만 쳐다보고 있다.


우석 : 트럭 회사에 입사한지 일주일 만에 사고가 났군요. 사고 난 직후 바로 회사를 그만 두었구요.


기사 :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두었소.


우석 : 피해차량이 중앙선을 넘었기 때문에, 보험회사선에서 모든 게 끝났고….


기사 : 나는 죄 없소.


우석 : 목격자는 아무도 없고…

.

기사 : 다른 차가 하나도 없었다니까요.


기사 불끈해서 상체를 일으키더니 책상 위에 담배갑이며 성냥갑 등을 늘어놓으며 설명을 한다.


기사 : 난 이 쪽 차선으로 가고 있었고. 상대 차는 이리로 오고 있었단 말요. 근데 그 차가 이리 내 앞으로 들어와서 내 트럭을 받더니 이리 떨어져버렸단 말요.


오 계장 지겨워하는 표정으로 받아 적고 있다.


기사 : 내가 중앙선을 넘었으면, 저 쪽 차는 이 쪽으로 박혔어야지. 뻔한 얘기 아니요?


우석 : 기억력이 좋군요.


기사 : 뭐요?


우석 : 아까 진술할 때하고 토씨 하나 안 틀려요. 연습을 많이 했어요?


기사 당황하다가 불끈 자리에 앉아 다시 천정을 본다.


기사 : 나는 죄 없소.


우석 : 다시 한 번 설명해볼래요?


기사 불안 하지만 다시 담배갑이며 성냥갑을 늘어놓는다.

설명하려다가 말이 막히며 우석을 본다.

우석 냉정하게 보 고있다.



# 20 조사실 밖 복도


조사실을 나서는 우석. 따라나서는 오 계장


오 계장 : 전과 이 범입니다. 둘 다 폭력이구요.



우석 : 저 사람 통장을 모두 조사해보죠 뭉칫돈이 들어와 있을지 모르니까.

오 계장 : 저기 이런 말씀드리긴 대단히 실례스럽습니다만.


우석 : (멈춰 선다) 말씀하세요.


오 계장 : 청부를 받았다면 실명구좌에 넣을 리가 있습니까? 아이큐가 두 자리가 아닌 이상 …


우석 : 시작해주세요. (걸어간다)


오 계장 멈춘 채로 씨근씨근 김이 나는 기분이다.



# 21 종도 카지노 호텔 전경



# 22 카지노 입구


드나드는 손님들…

입구 검색대의 아가씨들 문득 고개 들어 보는 곳.

민 변호사와 장근섭을 선두로 한 그 무리 네 명 정도, (재희 제외) 거침없이 걸어가고 있다.



# 23 종도의 상무실


벌컥 열리는 문.

책상 뒤에 앉아있던 종도, 놀라 엉거주춤 일어선다.

장근섭의 지시에 따라 들어온 사내들, 종도에는 아랑곳없이 책상으로 다가가더니 책상 위의 종도의 명패를 집어 바닥에 던져 발로 부시고 다른 사내는 종도의 등덜미를 잡아 책상 앞으로 밀쳐내 버린다.

종도, 당황한 대로 자세와 옷깃을 바로잡아 민 변호사 앞에 선다.


종도 : 뭡니까? 이 거 지금 뭐하는 거예요?


민 변호사 : (어디까지나 찬찬한 말투) 이상무 오늘자로 해임됐어요. 사무실을 비워줘야겠는데요.


뒤에서 사내들은 책상 서랍 속의 물품들을 거칠 게 쏟아내고 있다.


종도 : (어처구니없어 말도 안 나오다가) 이유가 뭡니까?


민 변호사 : 여권 있어요?


종도 : 뭐요?


민 변호사 : 당분간 해외에 나가있어야겠어요. 어디 아는데 있어요?


종도 : ….윤 회장님 어디 계십니까? 나 좀 만나야겠는데.


민 변호사 : 왜 그랬어요? 처음 윤 회장님 밑에 들어올 때 약속했던 거 있지요. 쓸데없이 폭력 쓰지 않겠다. 윤 회장님을 난처하게 하는 일은 절대 없겠다고.


종도 : (벌컥)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지금.


민 변호사 장근섭을 쳐다본다. 문가에 서있던 장근섭, 문을 연다.

거기 사내 두 명에 끌려 들어오는 트럭기사 강대영.

종도 당황하여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민 변호사 : (불쑥) 쓸모없는 양아치.



# 24 구내 식당


우석 밥을 먹고 있는데 그 앞에 오 계장, 수첩을 들고


오 계장 : 석 달 전에 개설한 통장에 이십삼만 원이 들어있구요. 일 년 전에 개설한 거엔 사백삼 원이 들어있습니다 네. (좀 의기양양해하는 표정으로 보면)


우석 : 그 통장에 거래된 입금처를 다 조사해주세요.


오 계장 : (대답이 없다가) 저기 혹시 제 봉급이 얼만지 아십니까?


우석 : (보는)


오 계장 : 제가 여기서 일한지가 현재 16년쨉니다.


우석 : 그런데요?


오 계장 : 16년 동안 저는 봉급이 적다 거나 일이 많다고 해서 불평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네.


우석 : 알고 있습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구요.


오 계장 : 왜 그런지 아십니까? 지난 16년 동안 적어두 난 내가 하는 일이 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내가 뭘 위해서 뭣 땜에 뭘 조사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일해 올 수 있었단 얘깁니다. 네.


우석 : (식판을 들고 일어서며)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겠습니까?


오 계장 : 그렇게 하죠.


우석, 간다.

남은 오 계장, 분해서 수첩을 집어던지려다가 간신이 자제하고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 25 검사실 밤


한 쪽에는 먹다 남은 김밥.

책상마다 쌓여진 서류를 일일이 찾고 있는 우석과 오 계장.

오 계장, 졸려서 거의 이마가 책상에 닿으려고 한다.

그 때 씩씩한 노크소리.

오 계장 화들짝 놀라서


오 계장 : 네에


문이 열리며 신영진이 들어선다.


영진 : 안녕하십니까?


오 계장 : (저도 모르 게 일어나며 ) 신 기자아.


영진, 들고 온 비닐봉지를 기분좋게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그 안에서 맥주깡통이며 땅콩 등을 꺼내 놓으며


영진 : 오 계장님 아직 장가 안 가셨죠? 월궁에 미스 박하구는 잘 안 돼요 ?


오 계장 : 그런 그, 그 건 오햅니다. 전…


영진 : (아랑곳없이 우석을 향해) 대한일보 신영진 기잡니다. (한손을 내밀어) 강우석 검사님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연수원 수석 졸업, 미남에 총각 저 악수할려구 손내밀구 있어요.


우석 : (할 수 없이 악수를 받는다)


영진 : (씩씩하게 손을 흔들고는 우석의 책상 위에 있던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며 서류 하나를 들어본다) 응 생각했던 대로구만요. 강대영, 사고 트럭 운전기사.


우석 : (서류를 뺏어 다시 놓는다)


영진 : 청부 살인인가 과실치사인가 지금 통장 조사하는 거 맞죠?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오 계장 라이터 불을 붙여 내민다.


영진 : 고맙지만 담배 끊었어요.


오 계장 아쉽게 라이터를 거둔다.


영진 : 현재 상황으로 봐선 가명 구좌를 찾는 중인 거 같은데. 일단 실명구좌의 입금처를 조사한다. 실명 가명 구좌 사이에는 돈이 왔다갔다하게 되어있으니까. 에 그중에 엉뚱한 이름을 찾으면 그 게 바로 가명구좌인 거죠.


우석 : 그냥 나가실래요, 끌어낼까요?


영진 : 아직 초임검사라 잘 모르시는구나, 검사하구 출입기자 사이는요 밥과 숫가락 같은 관계라구요. 숫가락이 없어두 밥은 먹지만 아주 불편하거든요.


우석, 꺼내놓은 맥주 등을 도로 비닐봉지에 담는다.


영진 : (불붙이지 않은 담배를 손가락에 끼웠다가 입에 물었다하며) 저 유능한 사회부 기자에요 특히 조직 폭력 전공이구요. 1920년부터 조직폭력의 계보도를 그려드릴 수도 있어요.


우석, 영진에게 비닐봉지를 안기고 문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연다.


영진 : (빈담배의 연기를 내뿜고) 실패했네. 이런 식으루 등장하면 관심 끌줄 알았는데. (가방을 메고 문으로 간다)


우석 자기 책상 쪽으로 오고 오 계장 얼른 문으로 나가 배웅하며


오 계장 :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문이 닫힌다.


오 계장 돌아서 뭐라 말하려는데 다시 문이 벌컥 열린다.


영진 : 빼먹은 대사가 있습니다. 강대영, 그 운전기사요, 이종도라는 보스 밑에 있던 똘마니에요, 이종도는 윤재용 회장 밑에 있구요.


우석, 멈춰서 영진을 본다.


영진 : 윤재용 회장이라구 이름 들어봤어요?



# 26 윤 회장 집 전


종도 (소리) : 절대로 심려하시지 마십시오.



# 27 서재


종도 선 채로 열과 성을 다해서


종도 :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제가 다 깨끗이 정리해놓겠습니다. 믿어주셔도 됩니다.


윤 회장, 책상 뒤에 앉아 모래시계를 돌려놓는다.

모래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저만치 앉아있는 민 변호사도 종도 쪽에는 관심없는 듯 딴 짓을 하고 있다.


종도 : 허락두 없이 이런 짓을 한 거 정말 제가 백번 죽을죄를 졌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한번만 모른 척 해주시면……


윤 회장 : 자네 혼자 한 짓이란 얘긴가?


종도 : 예?


윤 회장 : 뒤에서 누구 사주한 사람은 없다?


종도 : 사주요?


윤 회장 : 그러니까 자넨 지금 박 회장하구 나하구 어떤 관계란 것두 몰랐다?


종도 : (도통 모르는 말이다) 제가 잠시 미쳤습니다. 전 그저 …


윤 회장 : 그 박태수란 아이를 견제하려다보니 박 회장 하나 없애면 간단할 거 같더라…


종도 : 제가 죽일 놈입니다.


윤 회장 : 그랬드니 그 태수란 아이가 조용해졌든가?


종도 : 제가 다 깨끗하게 정리해놓겠습니다.


윤 회장 :


종도 : 예?


윤 회장 : 빠찡고 비밀 장부. 왜 빼돌렸나?


종도 : (언뜻 말문이 막히는데)


윤 회장 : (그런 종도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다가) 역시 자네가 한 짓이군.


종도 : (털썩 무릎을 꿇는다) 회장님


윤 회장 : (짜증기가 스친다. 민 변호사를 향해) 돈을 줬다고 했나? 그 트럭 모는 애한테.


민 변호사 : 그런 모양입니다.


윤 회장 : (일어나 문 쪽으로 가며) 담당 검사가 누군지 알아봤나?


민 변호사 윤 회장을 따르며


민 변호사 : 서영호 부장검사 밑에 있는 친굽니다. 초임검사라 아직 물정을 잘 모를 겁니다.


윤 회장과 민 변호사 나간 방에 종도 혼자 남았다.

비굴해보이던 종도의 얼굴에 차츰 비장한 결심이 자리 잡는다.

책상 위의 모래시계에서 마지막 모래가 떨어져 내리고 끝난다.



# 28 검사실

여전히 방안 가득한 서류며 장부들…

한 쪽의 칠판에 영진이 이름과 줄을 그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우석 보고 있다.

(맨 위엔 윤재용과 박승철의 이름이 양 쪽에 쓰여 있고)

영진 : (윤재용 이름 밑에 줄을 그어 이종도 이름을 쓰며) 이종도가 윤 회장 밑에 들어간 건 삼 년 전 쯤이에요. 80년 일제검 거 선풍때 잽싸게 우산 밑으로 들어간 셈이죠. 그 전에 이종도는 박성범이라는 보스 밑에서 일했는데 이 박성범이! 전라도에서 서울로 진출해서 노주명 파를 일시에 제압했던 인물이에요. 요기서 재밌는 사실 하나. 박 회장이 최근 손잡은 조직에 보스가 누구냐면 (박 회장 이름 밑에 줄을 그어 박태수의 이름을 쓰며) 박태수란 자 거든요.

우석, 꼼짝 않고 보고 있다.

영진 : 바로 박성범이 밑에서 함께 놀았던 친구에요. 그럼 박태수하고 이종도가 한패냐.

우석, 천천히 눈을 감는다.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다.

영진 : (계속) 정보에 의하면 그 건 아닌 거 같아요. 80년 이후로 이 둘이는 거의 원수지간같이 된 모양이에요.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요. 듣구 있어요?

그 때 문이 벌컥 열리며 오 계장이 몇장의 서류를 들고 들어선다.

오 계장 : 찾았습니다. 이 겁니다. (우석의 책상 위에 들고 온 서류중 하나를 놓아준다) 강영호, 가짜 이름. 지난 17일자로 칠백만 원이 입금되어있습니다.

우석 : (아직 흥분하고 있지 않다) 어디서 들어온 돈인지 찾을 수 있겠습니까?

오 계장 : 찾아야죠. 그래서 찾았죠. (의기양양하게 다른 서류를 내려놓는다) 삼진 상사, 이 건 유령회사고 라이온 카지노 이종도 상무의 비구좌 이름이기도 하지요네. (잔뜩 으쓱해서 보다가 차츰 김이 샌다)

우석은 한꺼번에 지쳐버린 듯한 얼굴을 쓰다듬더니 의자를 돌려 창을 향한다.

오 계장, 머쓱해서 영진을 돌아본다.

영진, 빈 담배를 씹으며 그런 우석을 보고 있다.

# 29 부산항

# 30 부관 페리 타는 곳

일본까지의 요금이며 시간이 쓰여진 안내문. 아직 개찰전이다.

대합실에 앉아있는 종도. 그 옆에 지키고 있는 사내 두 명. 저 앞에 신문을 보고 있는 장근섭.

시계를 본다. 종도, 역시 시계를 본다. 입구 쪽을 슬쩍 본다. 조금 초조해지고 있다. 개찰원이 개찰구로 와 선다

막아놓았던 줄(?)이 치워지고 개찰이 시작된다. 그 앞으로 가서 줄을 서는 사람들. 장근섭, 신문을 치우고 일어선다. 종도, 양 옆의 사내들도 일어선다.

종도 천천히 일어서다가 퍼뜩 돌아보면 대합실 입구로 밀려들어오는 사내들. 선두에 태호. 장근섭 긴장하며 종도를 막아서며 수하들더러 종도를 어서 데려가라고 손짓하지만 그러나 이미 밀쳐 들어오는 사내들. 이쪽은 장근섭까지 세 명.

대합실의 사람들이 놀라거나 말 거나 벌어지는 짧은 난투극.

장근섭, 막아서는 사내 둘을 패고 밀치며 보면 그 와중에 종도는 호위를 받으며 재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있다.

# 31 셋방 부엌

네 살 다섯 살 정도의 아들 두 명을 데리고 여인 (강대영의 부인) 앉아서 불안 한 듯 방안 쪽을 힐끔 거리고 있다.

굳게 닫힌 방문.

그 앞에는 남자들의 구두가 여러 켤레 어지럽게 놓여있다.

칭얼대는 작은 아이에게 스낵 과자를 쥐어주다가 여인 화들짝 놀란다.

방문이 열리며 남자들이 우루루 나온다.

맨 나중에 나오는 태호.

힐끗 여인과 아이들 쪽을 보고 방안 을 본다.

방 가운데 우두커니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강대영. 태호와 남자들 나가고 난 뒤 여인 주춤주춤 방 쪽으로 다가간다.

고개를 들어 아내 쪽을 보는 강대영의 겁에 질린 얼굴.

그 무릎 앞에는 두툼한 서류 봉투에 삐져나온 현금 다발이 놓여있다.

# 32 강대영의 허름한 집 앞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있다.

집에서 수사관들이 강대영을 끼어 잡아 나온다.

차에 싣고 떠나고 대문간에 남은 강의 부인, 망연하게 차가 가는 쪽을 본다.

그 치마꼬리에 매달려 있는 어린 아들.

그들을 이만치에서 숨어보는 사내.

껌을 씹으며 지켜보다가 재빨리 몸을 돌린다.

# 33 공중전화 박스

사내, 전화를 걸고 있다.

# 34 아파트 내부

태호, 전화를 받고 있다.

전화를 끊고 돌아본다.

거기 종도가 마담의 안마를 받고 있다.

태호 : 강대영이 체포됐습니다.

종도 : (마담의 손놀림에 맡겨 목을 움직이며) 얘긴 틀림없겠지.

태호 : 물론입니다.

종도 : 그렇지 거기 거기 좀 더 풀어봐.

마담 : 여기요?

종도 : 그래. 어이 내가 겉보기엔 좀 야들야들해 보이지, 그래서 사람들이 날 좀 과소평가를 해. (아주 만족해있다) 아 하이구 아프네. 고기가 맥이구만.

# 35 커피숍

거리가 내다보이는 창가.

반쯤 빈 쥬스잔을 앞에 놓은 우석, 시선으로 보이는 창 밖.

도착한 승용차에서 내리는 태수. 간판을 확인한다.

우석, 쥬스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일어선다.

우석이 계산을 치루는 사이에 창 밖에서 태수는 따라 내린 수하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 36 포장마차 전경

공사장 근처의 포장마차, 어둠이 내리고 있다.

# 37 포장마차 내부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는 우석과 태수.

태수 : 석 달쯤 됐나. 소개받았어. 이 세계에선 다 그래. 박 회장같이 카지노나 술집 하는 치들하구 나같이 주먹 가진 놈들하구, 공생공사하는 거지. 다 아는 얘기잖아.

우석 : 이종도하군 왜 헤어졌니?

태수 : (술병을 들었던 손 잠깐 멈칫했다가 우석의 잔에 술을 따른다) 이 바닥에서 의리 같은 건 없어진지 오래야, 배고팠던 시절엔 그래두, 그런 게 쪼끔 있었는데. (웃음으로 대충 얼버무리고 술잔을 비운다)

우석 : 니가 박 회장 밑으루 들어간 건 종도하구 관계있는 거니?

태수 : 야 어째 심문받는 거 같다 어? (웃는데)

우석 : 아니면 혜린이하구 관계있나?

태수 : (웃음이 멈춘다)

우석 : 삼 년 전에 혜린이한테서 너하구 약혼했단 얘기 들었어. 윤 회장이 반대했다는 얘기도 들었구. (빈 태수의 술잔을 채워주며) 그런데 이번에 박 회장 사 건이 터졌지. 대충 두 가지루 각본이 짜여 졌어. 하나는 니가 윤 회장과 맞장 붙기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윤 회장이 너를 박 회장한테 보냈다.

태수 : 난 해줄 말 없다. 검사는 너니까 니가 알아봐 (우석의 어깨를 치더니) 아줌마 여기 얼마에요?

여자 : 이천 원인데요.

태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는데 우석, 그 손을 막더니 다른 손으로 천원짜리 두장을 올려놓는다.

웃음이 없는 둘 사이.

우석 : 혜린이 하군 왜 아직 결혼 안 했니?

잠깐 침묵….

태수 : 이차 가자. 삼겹살 어때?

우석, 일어서려는 태수의 팔을 잡아

우석 : 난 니가 혜린이하구 결혼해서 잘 살아줬으면 했어. 보통의 직업… 보통의 가정을 가지구….

태수, 자기의 팔에 얹혀있는 우석의 손등을 툭툭 치고 좀 웃고 혼자 생각에 잠겼다가 불쑥

태수 : 나 광주에 있었던 얘기 했었냐?

우석, 그 말에 손을 떼고 술잔에 남았던 술을 마신다.

광주는 항상 우석의 약점이다.

태수 : 광주에 후배 놈이 있었는데 그 어머니가 나한테 했던 말이 있어. 살아달라구. 살아서 광주 얘기를 남들한테 해달라구.

우석은 술잔만 보고있다.

태수 : 난 그렇게 못했어. 그 다음에 삼청교육대에 끌려갔지. 나와 보니까 모든 게 변해 있드라구. 그래서 생각했지. 강한 놈만이 할 말 다하구 사는구나.

우석 : 그래서 강해지기루 했니? 그래서 주먹패들을 끌어모으구 돈 많은 놈 찾아 손잡구 옳구 그른 거 따질 거 없이…

태수 : 기준이 뭔데? (조금씩 화가 나고있다) 니가 말하는 옳구 그른 거 기준이 뭐야. 그 기준대루 살면 뭐가 어떻게 되는데?

우석 : 태수야

태수 : 좋아. 됐어. 그만하자구

우석, 그렇게 말하는 태수를 본다.

태수 선뜻 일어선다.

의자를 밀치고 나가는데

우석 : 태수야… 조만간 너한테 소환장 갈 거다. 주소 옮기지 마라.

태수 우석을 보다가 끄덕인다.

의도적으로라도 웃어보고 싶지만 잘 안 된다.

# 38 포장마차 밖

먼저 포장 밖으로 나온 태수, 대충 목운동을 하다가 멈칫 느낀다.

어두운 길 저만치에서 얼핏 움직이는 사내들의 그림자.

우석이 나온다.

태수 무심한 듯 허리운동을 하며 재빨리 주위를 살핀다.

그림자들은 확실히 이 쪽을 노리고 있다.

우석, 태수에게 다가오는데 태수 얼른 뒤로 물러서며

태수 : 나 모른 척 해. (그러면서 옆 눈으로 그림자들을 살핀다)

우석 : (그런 태수의 눈치를 챈다. 태수의 시선 따라 보면)

그림자들 노골적으로 앞으로 나오고 있다.

네다섯 명의 험상궂은 사내들…

태수 : 빌어먹을.

우석 : 널 찾아온 거냐?

태수 : 나중에 보자.

태수 공사장 안으로 튀어 들어간다.

사내들, 뛰기 시작한다.

우석, 길 반대쪽을 본다. 거기에서도 댓 명의 사내가 뛰어온다.

그들이 들고 있는 각목…

우석, 더 생각할 거 없이 태수를 따라 뛴다.

# 39 공사장 내부

튀어 들어온 태수, 닥치는 대로 쌓여져있는 자재들을 발로 차다가 쇠파이프를 발견한다.

집어 든다.

바로 등 뒤의 발자국 소리

파이프를 들어 후려치려다 겨우 멈춘다.

우석이다.

태수 : 너!

우석, 파이프를 든 태수의 손목을 잡는다.

태수 : (다급해서 우석의 등 뒤를 본다)

이미 달려와 에워싸는 무리들.

태수, 우석을 자기 뒤로 채어 넣으려는데 우석,

잡은 손목을 놓치지 않으며 태수의 앞자리를 뺏기지 않는다.

짧은 시간의 거친 몸싸움.

태수와 우석의 의외의 행동에 둘러싼 무리들 잠시 멈칫하는 사이.

우석과 태수도 멈췄다.

태수 : (제발… 하는 느낌) 우석아.

그러나 우석, 태수를 막듯 사내들을 향해 돌아선다.

잠깐의 몸싸움에 거칠어진 호흡을 애써 누르고

우석 : 나 서울지검에 강우석 검사다. 날 노리고 온 거냐?

둘러싼 무리들 사이에 순간 혼란이 돈다.

무리들 앞으로 한걸음 나서는 태호. (종도의 이인자)

우석 : 날 건드릴 거면 아예 죽여 놓는 게 좋아. 그럴 각오라면 와라.

사내들, 태호 쪽을 힐끗 거리고 본다.

태호, 옆에 선 사내가 들고 있던 손전등을 잡아챈다.

우석의 얼굴에 정면으로 비춰드는 후레쉬 불빛.

우석, 찡그리지만 꼼짝 않고 서있다.

잠시의 침묵이 지나고 태호, 손짓한다. 사내들 물러난다.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가 사라지고, 우석, 멈추었던 숨을 서서히 내쉰다. 태수를 향해 돌아선다.

태수, 보다가 허 웃더니 굳게 움켜쥐고 있던 파이프를 던져놓는다.

우석 : 이종도가 보낸 애들이니?

태수 : ……

우석, 뭔가 더 말하려다가 그저 끄덕이더니 돌아선다.

몇 걸음 걷는데

태수 : 오늘 온 거…

우석 : (멈춘다)

태수 : 무슨 뜻이냐? 날 의심해서? 도망가라구?

우석 : (사실은 그 질문의 답을 이 순간에야 생각하고 있다) 글쎄…. (돌아보지 않은 채)

… 만약에 널 잡아넣게 되면 내 손으로 할 수 있을지… 알아 보구 싶었어. 그랬든 거 같애.

우석, 걸어간다.

태수 가는 우석을 그저 보고 있다.

# 40 검찰청 전경

# 41 부장검사실

부장검사 서영호, 전화를 받고 있다.

부장 : 예 ….그럴 겁니다. ……그러지요.

# 42 강동환 사무실

전화를 끊는 강동환.

한 쪽에 있던 장도식,

장도식 :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강동환 : 왜 (어쩐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얼굴)

장도식 : 너무 궁지에 몰면 발가락을 물리는 수가 있잖습니까. 그리고 윤 회장,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강동환 : 그럴 거야 (유쾌한)

장도식 : 잘못하다간 윤 회장의 카지노가 흔들릴지도 모릅니다. 사실상 어르신네 해외자금도 거기서 만들어놓은 거구요.

강동환 : 자네 정보가 어둡구만. (이미 웃음기는 사라졌다)

장도식 : 예? 강동 지난 주에 벽제에서 모임이 있었어. 서 국장하구 장성 열둘이 모였지.

그 모임을 주선한 게 누군지 아나? 윤 회장 그 늙은이야

장도식 : 그렇다면…

강동환 : 그래 윤 회장 그 늙은이라면 서 국장 정도는 가볍게 요리하겠지. 늙은이가 서 국장에게 나에 대한 말 어떻게 하고 있을지 눈에 보이지 않나?

장도식 : (미소가 떠오른다) 윤 회장답군요. 정확하고 신속해요

강동환 : 서 국장이 윤 회장을 받아들이게 되면…

장도식 : 실장님께서 많이 곤란해 지시겠군요

강동환 : (그렇게 말하는 장을 힐끗 보고 서성이다가) 장 부장.

장도식 :

강동환 : 카지노 운영할만한 사람 한번 찾아봐. 윤 회장만큼 머리가 잘 도는데 윤 회장보단 노골노골 해야 돼, 무슨 말인지 알지?

장도식 머리를 숙여 보인다. 슬쩍 눈을 들어 강동환을 본다.

강동환 : 빨리. 더 늦기 전에.

강동환은 결정이 다 끝났다는 듯 길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 43 검찰 조사실

테이블 위에 늘어져있는 담배갑이며 라이터 등을 움직이며 하는 설명

강대영 (소리) : 이렇게 내가 이쪽에서 차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오던 레미콘이 차를 밀었습니다.

설명하고 있는 강대영. 듣고 있는 우석. 받아 적는 오 계장.

우석 : 중앙선을 넘어간 바퀴자국이 있었는데.

강대영 : 레미콘 뒤로 차가 한 대 또 왔습니다. 그 차가 자국을 냈습니다.

오 계장 어이없는 얼굴.

우석 : 세대의 차에, 그 많은 사람들이 공모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강대영 : 그 날 처음 봤습니다. 난 전화받구 하란 대루만 했습니다.

우석 : 전화를 걸어온 사람도 누군지 모른다.

강대영 : 난 그냥 돈 준다기에 차를 막는 일만 했습니다.

우석 : 이종도가 누군지 알아요?

강대영 : 압니다. 전에 형님으루 모셨습니다.

우석 : 이번 일에는 관계없고.

강대영 : 본지 오래됐습니다.

우석 : 왜 거짓말을 해요?

강대영 : 예?

우석 : 당신 사 건 치루고 나서 돈을 받았어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 일을 후불 받고 해?

강대영 : (우물쭈물)

우석 : 일 시킨 사람 누굽니까?

강대영 : (고개를 숙이는)

오 계장 기대하며 보 고있다.

강대영 : (낮은 목소리) 회장님이요.

우석 : 누구요?

강대영 : 윤재용 회장이요.

우석, 오 계장 아연해서 본다.

오 계장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타이프를 친다.

심문내용이 문답 형식으로 적혀져있는 종이.

타이프 종이에 박혀지는 글자

답 : 윤재용 회장이요.

# 44 검사실

안절부절 거닐고 있는 오 계장

창문 쪽에서 우석, 동전을 햇볕에 비춰보고 있다.

오 계장 : (드디어 못 참고) 체포가 아니라 소환입니까? 그래두 명색이 살인교사범인데… 아니 뭐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닙니다. 상대가 상대니만큼 신중을 기하셔야겠지요. 허나 참 …그….

우석 : 실망했습니까?

오 계장 : 아뇨 그냥 뭐랄까 상대가 상대니만큼 체포영장이 덜컥 나오기도 힘들겠지요. 이해하죠.

우석 : 우리가 갖고 있는 증거는 자백밖에 없어요.

오 계장 : 물론 그렇죠. 이해합니다.

우석 : (동전을 던졌다가 손등에 받아 감싸) 내기할까요? 소환장 받을 수 있다는데 걸래요? 그 반댑니까?

오 계장 : 예?

우석 : (동전 보지도 않고 주머니에 넣으며) 난 받지 못하는데 걸겠어요. 알겠습니까? 소환장두 어려워요.

서류를 집어 들고 나간다.

남은 오 계장 눈만 껌벅 거리고 있다.

# 45 부장검사실

부장검사,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그 앞에 서있는 우석.

부장 : 윤 회장 같은 인물을 소환한다는 거, 어떤 일인지 알고는 있어? 이 정도면 사회면 톱이야. 잘하면 일면에 제목이 들어갈 수도 있고.

우석 : 자금추적, 돈세탁 경로, 범행동기. 무엇보다 자백한 증인이 있습니다. 그 정도면 심문자료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요.

부장 : 보통의 경우라면 그렇지. (서류를 탕 짚어 밀어놓는다)

우석 : (예상 했던 일이다) 부족하다면 보강해서 다시 올리겠습니다. (서류를 집으려는데)

서류 위에 올려져 있는 부장의 손, 치우지 않는다.

우석 : (보면 )

부장 : 해봐.

우석 : …예?

부장 : 소환하라구.

우석 : (선뜻 믿기지 않는데)

부장 : 강 검사, 교과서대루 하는 사람이잖어. 교과서대루 해보자구. (웃어 보인다)

그러나 우석, 선뜻 웃음이 나오진 않는다. 이렇게 쉽게 될 일이 아니었다.

# 46 우석의 하숙집 대문 밖 (밤)

대문을 여는 선영.

멈칫하는 기분.

대문 밖에 서있는 영진

# 47 하숙집 마당

방문을 열고 나오는 우석, 당혹스러운 기분.

마당 한가운데 영진 당당하게

영진 : 안녕하십니까?

우석 : (어처구니없는 기분에 보다가) 여긴 어떻게 알았어요?

영진 : 주소 보구요.

뒤에서 보던 선영 부엌 쪽으로 들어간다.

우석이 아는 여자라는 것에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다.

우석 : (영진의 앞에 서며) 원래 검사 집에까지 찾아오구 이래요?

영진 : (서류 봉투를 들어 보인다) 거래하러 왔습니다. 또 하나의 확실한 심증자료.

우석 : ……나가시죠. 근처에 찻집이 있는데…

그러나 영진은 이미 우석의 방으로 가며

영진 : 얘기하긴 여기가 좋겠는데요.

영진 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우석 어이가 없다.

# 48 방안

우석 들어선다.

영진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봉투에서 서류며 등기부등본 뭉치들을 꺼내고 있다.

우석, 문을 열어놓은 채 문가에 자리 잡아 앉는다.

영진, 우석 쪽으로 다가앉으며

영진 : 이건 사실 제 쪽에서 손해를 보는 장사란 말입니다. 이 지도 좀….(그러다가 문을 닫는다) 이거 좀 보세요.

우석 : (도로 문을 열어놓는다)

영진 : (그런 우석에 웃음기가 새어나오지만) 여기 빨간 원이 그려진데요. 대충 이십만 평이 넘는 땅이에요. 그리고 이 옆에 파란 원 안 에 땅 요 것두 한 십만 평이 넘어요. 소유자가 누굴 거 같애요?

우석, 아직 불쾌한 기분을 떨치지 못하고 영진을 보고만 있다.

영진 : 어이구 참 드러워서 못해먹겠네. 지금 고마와서 쩔절매야 되는 쪽은 검사님이구요. 난 뻗대면서 알려줄까 말까 이래야하는 입장이라구요 이게.

우석 : …… 소유자가 누굽니까?

영진 : 빨간 쪽은 윤 회장, 파란 쪽은 박 회장. 감이 잡혀요?

# 49 부엌

참외를 깎아 가지런히 놓은 접시. 마지막 참외 쪽을 얹어놓는 선영.

쟁반을 내려 접시를 담으려다가 불끈. 타앙 내려놓는다.

모양이 흐트러지는 참외 쪽들.

잠시 내려다보다가 선영 다시 참외들의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접시 밖, 쟁반으로 떨어진 참외는 집어 우적 씹어 먹는다.

# 50 우석의 방

영진 : 그 정도 규모라면 골프장 정도가 아니라구요. 대규모 위락단지, 그러니까…

선영 쟁반을 들여놓는다.

우석, 황송해서 얼른 받는다.

영진, 그런 두 사람을 살펴보다가 선영과 시선이 마주친다.

선영, 무시하듯 시선을 돌려 문 앞에 어질러진 것들을 탁탁 챙겨 놓는다. 우석, 그런 선영에게 미안해서 거든다.

영진에게 대하던 태도와는 다르다.

선영 흥미있게 보며 우석의 담배갑의 담배를 하나 빼어 입에 문다.

선영, 문 옆 쪽에 놓여있던 와이셔츠 등의 세탁물이 들어있는 바구니를 들고나간다.

우석 : (좀 어색한 대로 등기부등본들을 살피며) 토지구입은 윤 회장이 먼저 시작을 했군요.

우리가 조사 한 걸로는.

영진 : 어느 정도 진행됐어요?

우석 : 조사 말입니까?

영진 : 저 아가씨하구 강 검사님 관계.

우석 : (…무시하고) 서부 카지노 역시 윤 회장이 먼저 노렸다고 하든데

영진 : 이상하다구 생각했어요. 마담뚜들이 극성인데 어떻게 아직 총각일까…이유가 있었군요.

우석 : 카지노든 개발지역이든 결국 허가권의 문제란 말이죠.

영진 : 진부한 스토리에요.

우석 : 이봐요.

영진 : 이 사건 말이에요. 고위직하구 연결되어 있다구요. (생글생글 웃고 있다) 그 고위직께서 어느 회장편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우석 : (언뜻 멈추어 영진을 본다)

영진 : (그런 우석의 눈치를 못 챈 채) 자 그럼 장사를 계속해야죠. 정보의 대가.

우석 : (뭔가 생각하고 있다)

영진 : 기자회견 할 거죠? 발표내용에 없는 거, 두 가지만 얘기해줘요.

우석, 영진의 무심히 지나쳐가는 말에서 떠오른 감이 잡힐 것 같다.

# 51 검찰청 전경

# 52 부장 검사실

부장검사 거울 앞에 서서 넥타이를 바로잡는다.

거울 속에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사실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사태파악을 잘 해야 한다.

노크소리

부장, 돌아선다.

문이 열리며 젊은 조사관이 얼굴만 들이민 채

조사관 : 기자들이 왔습니다.

부장 : (잠깐 사이 …끄덕여 보인다)

조사관이 열어놓은 문으로 우루루 들어오는 기자들 그 중에는 사진기자도 보인다.

# 53 검사장실

창가에 주루루 놓여있는 난 화분 들.

우석 (소리) : 너무 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검사장은 쭈그리고 앉아 물통에 난 화분을 담그어 물을 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석 : 솔직히 이렇게 간단하게 윤 회장의 소환장이 발부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검사장 : 근데 어째 좋아하는 얼굴로 안 보이네요.

우석 : 윤재용 회장, 지난 이십 년 간 세무조사 한 번 안 받았던 사람입니다. 제가 자금추적을 했다고 하지만 기껏해야 그 밑에 부하 직원까지에서 그쳤어요. 그런데….

검사장 : 펄펄 뛰고 막을 줄 알았던 상부에서 오히려 적극지원을 하더라.

우석 : ….제가 누군가에게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겁니까?

검사장 : (온화한 얼굴로 우석을 본다)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할려구요?

우석 : (선뜻 대답 못하는)

검사장 : 나 아주 궁금해요. 만약 그렇다면 강 검사가 어떻게 할지.

우석 그렇게 말하는 검사장의 의중을 살핀다.

# 54 검찰청 내 기자실

바쁘게 달려 들어오는 기자들, 저마다 전화기에 매달려 본사에 소식을 전한다.

메모한 수첩을 펴고 읽어주기도 하고

# 55 카지노

한참 손님이 가득차서 바쁜 시간.

스케치…

휴게실 바에 나란히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혜린과 현숙.

현숙 : 뭐하는 사람이야?

혜린 : 누구요?

현숙 : 있잖어. 그 키 큰 애인.

혜린 : 아아. (웃는)

현숙 : 이름이 뭐야?

혜린 : (잠깐 생각하다가) 재희요, 백재희.

현숙 : 그 시간에 데리러 오는걸 보면 회사원은 아닌 거 같구. 혹시…아이 설마 그렇진 않겠지.

혜린 : 뭐가 그렇지 않아요?

현숙 : 여기 그런 애들 좀 있어. 딜러라는 게 그래두 고소득이잖어. 백수건달 애들이 잘 붙는다구. 기둥서방말야.

혜린 : 그 사람 기둥서방처럼 보였어요?

현숙 : 어머 내가 그런 식으루 말했어? 말이 헛나갔네. 그니까 오해하지 않게 다 털어놓으라구 만남부터 현재까지.

혜린 : 음…처음 만난 건 내가 중학교 3학년 때구요.

현숙 : 시작은 재미없다아.

혜린 : 그 후 언제나 내 옆에 있었어요.

현숙 : 그 건 더 시시하다, 얘.

혜린 : (말하다보니 생각에 빠진다) 그런 거 알아요? 한 사람은 주기만 하구 다른 한 사람은 받기만 하는 거예요. 받는 사람은 받으면 받을수록 불편해지구, 더 멀어지는 거 같은데, 그래두 어쩔 수 없어요,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졌거든요. 한 사람은 주기만하구 다른 한 사람은 받기만 하는 걸루…

현숙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미스 윤이 주는 쪽이야? 마음 주고 몸도 주고?

혜린 그만 웃고 선뜻 일어선다.

돌아서 가는데 그 앞에 최 과장과 남자 직원 몇이 신문을 보고 있다.

수근 거리는 표정들이 심상치 않다.

최 과장 침중한 얼굴로 신문을 접는다.

혜린 : 뭐에요?

최 과장 : 교대 시간 안 됐어요? 일해요.

기분 나쁜 듯 가버린다.

혜린 최 과장이 놓고 간 신문을 들어본다. 놀람. 믿을 수 없는 기분.

신문 사회면에 커다랗게 나와 있는 제목

[카지노 대부 윤재용 회장 검찰소환]

옆의 중간 제목

[박승철 회장 살해교사혐의]

[카지노 이권 분쟁]

기사 옆에는 윤재용 회장의 얼굴 사진이 나와 있다.

혜린, 신문을 움켜쥐었다가 팽개치더니 뛰듯 나간다.

저만치서 최 과장 찌푸려본다.

현숙 무슨 일인가하여 혜린이 던져버린 신문을 들어본다.

카지노의 게임들은 여전히 활기차 게 진행되고 있다.

# 56 윤 회장 서재

문이 벌컥 열리며 혜린 들여다본다.

책상이며 책상 위의 모래시계는 그 자리에 있지만 서재는 비어있다.

# 57 안방

역시 비어있다.

모친이 사망한 이후 아버지 혼자 쓰는 방.

여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삭막한 느낌.

혜린, 우두커니 서서 낯선 듯 방안 을 둘러본다. 생각해보면 전혀 들어와 보지 않던 방이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가운을 슬쩍 건드려보기도 하고… 침대에 걸터앉는다.

문득 본 사이드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액자.

혜린의 대학 졸업모를 찍은 사진과 영재의 사진이 양 쪽에 하나씩 들어있다.

둘 다 면접서류에나 붙임직한 딱딱한 사진들이다.

사이드 테이블의 서랍을 빼어본다. 손길이 멈춘다.

잠시 후 꺼내드는 것, 또 하나의 액자다.

액자 속에는 어린 시절의 혜린과 영재, 부친과 모친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들어있다.

단란해 보이는 한 가족.

혜린, 문득 목이 메는 기분으로 그렇게 앉아있다.

# 58 아파트 내부

아파트의 주인여자(술집마담을 함직한)가 양주며 안 주가 든 쟁반을 가져와 거실 탁자에 놓는다.

소파에 앉아있는 종도 신문을 읽고 있고. 그 앞에 앉아있는 태호.

종도 신문을 탁자에 던져놓는다. 언뜻 보이는 윤 회장에 대한 기사 제목.

여자는 익숙한 솜씨로 얼음 넣고 술 따르고…

종도 : (기분이 좋아져있다) 일이 아주 재미있게 풀려가구 있단 말여. 이렇게 되리라고는 나도 상상도 못했지.(여자가 건네주는 술을 받아 마시고) 이거 박대통령이 먹던 술인가?

여자 : 시바스 리갈. 괜찮죠?

종도 : 좋네. 기가 막혀

태호 :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종도 : 제일루 간단한 방법이 있지. 윤 회장 그 늙은이가 자백을 하는 거야. 내가 시켰다. 내가 죽였다.

태호 : 그렇지만…

종도 : 윤 회장 그 딸내미 있지. 내 보기엔 늙은이가 아들보단 그 딸을 중히 여기더란 말야. 후계자루 생각하는 것이지. 밑바닥부터 착실하게 수업을 시키는 거 봐, 아주 끔직허게 생각을 하드라고.

태호, 무슨 소린지 몰라 눈만 껌벅 거리며 본다.

종도 : 한잔 더 따라봐. 이 거 참 입에 착착 감기는구만.

# 59 카지노 내부

테이블들을 감독하던 최 과장, 언뜻 입구 쪽을 본다.

거기 태호가 서너 명의 사내들을 데리고 들어서고 있다.

최 과장, 어째 기분이 좋지 않다.

들어선 태호, 마중 나온 남자 직원(기도)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 직원 알았다는 듯 다른 직원에게 간다. 낮 게 뭔가 전달하다.

불안 해진 최 과장이 보는 시선에서 그런 전달은 카지노 곳곳에 흩어져있던 남자직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전달을 받은 직원들은 지체 없이 자기의 자리를 떠나거나 다른 직원에게 전달한다.

태호는 테이블의 딜러들을 훑어보며 혜린을 찾는다.

시계를 본다.

옆에 있던 사내, 태호에게 뭐라 말한다.

태호 돌아보면 입구로 수심에 찬 혜린이 들어오고 있다.

혜린, 걸어오다 태호에게 막혀선다.

태호 : 회장님께서 부르십니다.

혜린, 좀 이상해서 태호며 옆의 사내들을 둘러본다.

태호 : 은밀히 모시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혜린, 선뜻 대답하지 않고 있는데 그들 사이로 들어서는 최 과장

최 과장 : 무슨 일이에요?

태호 : (성가시다) 가서 일보시죠.

최 과장 : (태호를 무시하고 헤린에게) 네 시간 삼십 분 늦었어요. 그만큼 연장근무해야 되는 거 알지요?

말하며 혜린의 팔을 잡아 데리고 가려고 한다.

최 과장으로서는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서 헤린을 빼내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태호의 눈짓에 양 옆의 사내들이 최 과장을 거칠게 잡아 떼어낸다.

최 과장, 놀라 태호를 보다가 그보다 더 놀랄 상황을 본다.

자리에서 이탈한 남자직원들이 줄줄이 문 밖으로 나가버리고 있다.

# 60 호텔 내 계단쯤

태호와 두 남자와 나오는 혜린, 계단을 오르려다가 문득 멈춰 선다.

혜린 : 아버지 지금 어디 계시죠?

태호 : 가보시면 압니다.

혜린 : 잠깐만요, 저 댁들 얼굴 본 적 없어요.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분들은 제가 거의 아는데요.

태호 : (잠깐 찌푸려 생각해보다가 사내들에게) 끌구 와.

앞서 나간다.

혜린 놀랄 새도 없이 사내들에게 양팔을 잡힌다.

# 61 호텔 야외 주차장

주차장 옆 화단에 꽃이 피어있다.

그 꽃들 위로 원반이 날아와 떨어진다.

재희, 원반을 주워든다.

그 밑에 깔렸던 꽃이 눕혀져있다. 재희, 꽃의 줄기를 세워본다.

원반을 던졌던 일곱 살 정도의 아이가 달려온다.

재희, 원반을 아이에게 강하지 않게 날려준다.

아이, 서툴 게 겨우 받는다.

아이, 얼굴에 활짝 웃음이 피어난다.

저만치 뒤에 승용차를 타려던 부부 아이를 부른다.

아이, 돌아서 달려가다가 서더니 재희를 돌아보고 꾸벅 절을 하고는 다시 달려간다.

재희, 얼굴에 얼핏 미소가 스친다.

재희, 무심히 돌아서다가 문득 굳는다.

저 멀리 호텔 입구 대기해 있는 승용차. 두 사내에게 팔을 잡힌 혜린이 억지로 태워지고 있다.

차는 급출발을 한다.

재희, 그 차가 가는 방향에 시선을 떼지 않으며 잽싸게 자신의 차로 달려가 탄다. 거칠게 출발한다.

# 62 길

달려오는 태호의 차.

운전기사. 조수석에는 태호. 뒤에는 두 사내 사이에 끼어앉은 혜린.

그들 뒤를 따라 미친 듯이 달려오는 차를 발견한다.

재희 추격한다.

앞차의 혜린도 뒤를 따라오는 재희의 차를 알게된다.

추격전

바로 옆에까지 따라붙은 재희, 앞 차를 어떻게든 세우기 위해 계속 충돌을 시도한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앞차의 혜린, 순간의 기회를 잡아 두 팔로 운전사의 눈을 가리고 목을 잡아당긴다.

급브레이크로 한 쪽에 쳐박히며 서는 차.

재희의 차, 앞을 막듯 박아 선다. 재희, 언제나 갖고 다니는 좌석 옆의 목검을 빼어들며 튀어나온다.

차에서 뛰어내리는 사내들. 재희, 그대로 공격을 시작한다.

혜린, 틈을 타 뛰쳐나와 재희의 차 쪽으로 달려간다. 재희의 앞에 태호, 일본도를 빼어든다. 사내 중의 하나, 차의 뒤 트렁크에서 꺼낸 쇠파이프들을 순식간에 나눈다.

재희, 다섯에게 포위된 상태가 된다.

헤린, 어쩔 줄 몰라 보다가 재희의 차 운전석으로 뛰어 들어간다. 시동을 걸려고 하지만 박혀서 세워진 차는 좀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일대 오의 격투.

재희 더러 얻어맞기도 하지만 결코 밀리지 않는 대결이다.

재희, 태호의 칼에 어깨를 베인다.

혜린, 간신이 시동이 걸린다.

거칠 게 차를 뒤로 뺀다.

재희 이미 상대를 두엇 정도 뻗게 한 상태.

뒤의 사내에게 발로 걷어차이면서도 앞의 태호의 손을 쳐서 검을 떨어뜨리고 태호를 후려친다.

그래서 생긴 공간으로 뛰어나가 혜린이 대기시킨 차에 올라탄다.

혜린 중앙선을 넘어 차를 돌려 출발한다. 그 뒤에 진행해 오던 다른 차 반쯤 돌며 겨우 세운다.

달려가는 헤린의 차.

# 63 차 내부

정신없이 운전하던 혜린, 어느만큼 가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다.

옆 좌석의 재희를 돌아본다.

재희, 어깨의 상처를 막고 있던 손을 떼어본다. 피가 흥 건히 묻어나왔다. 시선을 느끼고 혜린을 돌아본다.

혜린, 재희의 피를 본 기가 찬 심정으로 운전을 계속하는데

재희 : 죄송합니다. 잠깐 딴 데를 보고 있었습니다.

혜린, 불끈하여 그만 차를 옆으로 빼어 세워버린다.

재희를 본다.

울어버리 거나 화를 내버릴 것 같은 아픔과 안타까움으로.

재희, 그런 혜린의 기분을 느끼고 얼핏 자조적인 미소가 스치며 시선을 돌린다.

<15회 끝>


'소설방 > 모래시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7회> 모래시계   (0) 2018.11.07
<제16회> 모래시계   (0) 2018.11.07
<제14회> 모래시계   (0) 2018.11.07
<제13회> 모래시계 |  (0) 2018.11.07
<제12회> 모래시계   (0) 201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