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모래시계

<제10회> 모래시계

오늘의 쉼터 2018. 10. 25. 19:28

<제10회> 모래시계   




# 1 TV 화면


전두환 제11대 대통령의 취임식이 거행되고 있다.



# 2 대학 캠퍼스


게시판 앞

학교 수위가 대자보들을 뜯어낸 자리에 물칠을 하여 닦아내고 있다.

가을 새 학기

캠퍼스의 구석 자리에 전경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전경들 너머로 오가는 학생들이 보인다.



# 3 조교실


조교와 학생들 네 명 정도 낮은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조교 :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내린 거야. 그냥 재판소가 아니란 말이야. 다 지들 판이라구.


학생1 : 그렇다구 설마 김대중 선생을 정말로 사형시킬 수 있을까?


학생2 : 왜 못해? 그치들이 못할 게 뭐가 있어. 광주에서 한 짓 봐.


조교 : 쉬잇.


조교가 보는 곳에 혜린이 들어서고 있다.

일순 모두 조용해진다.

혜린,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알아채지만 일부러 명랑하게


혜린 : 다들 여기 있었네. 저 인사하러 들렀어요. 오늘 휴학계 냈어요.


그러나 모두 냉랭하게 쳐다보고만 있다.


혜린 : (점점 말하기가 힘들어지지만) 당분간 쉬려구요. 그래서….


차가운 분위기. 조교는 아무 말도 못 들은 척 책상 위의 자료들을 챙긴다.


혜린 : 인사나 할려구 왔어요


그러나 하나씩 시선을 피하더니 아무도 대꾸하는 자 없다.



# 4 강의실 건물 앞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모여서서 낮은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 중의 한 학생이 입구 쪽을 돌아보고 말을 멈춘다.

책을 안 고 나서는 혜린.

학생들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학생들, 하나씩 둘씩 걸음을 옮겨 가운데 길을 만들듯 양 쪽으로 갈라서버린다.

혜린,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 가운데를 걸어 나온다.

문득 걸음을 멈추어 후배 남학생 한 명을 쳐다본다.

후배는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똑바로 혜린을 노려본다.

결코 호의적인 눈빛이 아니다.

혜린, 말을 거는 것을 단념하고 그대로 걸어가는데

그 뒤에 대고 후배가 큰 소리로


후배 : 운경 선배 소식 들었어요?


혜린, 대꾸 없이 그냥 걷는다. 후배는 계속


후배 : 무기 징역 받았대요. 간첩이 되어가지구요. 알고 있습니까?



# 5 나이트클럽 안


이미 문 닫을 시간이 지나고 있다.

마지막 손님 세 명이 거나하게 취해서 나간다.

그 뒤에 대고 인사를 한 종업원, 바 쪽을 돌아본다.

한구석에 앉아있는 청년, 역시 같은 곳을 보고 있다.

초조해서 손목시계를 본다.

바 뒤에 있는 바텐더, 정리를 하며 힐끔힐끔 본다.

일부러 행주질을 거칠 게 한다.

거기 앉아있는 혜린, 양주병을 기울여 잔에 따른다.

이미 한 병이 다 비어서 없다.

혜린, 엉망으로 취한 상태, 바텐더를 향해 한 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혜린 : 여기 한 병 더.


바텐더 : 영업시간이 끝났는데요.


혜린 : 한 병 더어.


바텐더 : 손님.


혜린 귀찮다는 듯 얼굴을 긁더니 휘청이며 일어선다.

바 너머로 허리를 굽히는가 싶더니 거기 뒤에 놓여있는 칵테일용 술들 중에서 한병을 집어든다.


바텐더 : (황급히 뺏어든다) 이 여자가 정말…


혜린, 다른 술병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바텐더 : 어이 계산부터 해요. (영수증을 집어 드는데)


혜린 : 안 해.


바텐더 : 뭐야.


혜린 : 술을 주면 나두 돈을 주지. 술을 안 주면 나두 돈 못줘.


바텐더, 홀 저 쪽의 종업원을 손짓하여 부른다.

종업원 오는 뒤로 카운터에서 청년, 전화를 걸며 이 쪽을 살피고 있다.


혜린 : 자아 뻣뻣하게 굴지 말구. 여기 한병 더.


다가온 종업원


종업원 : 손님 계산하셔야 되는데요.


혜린 : 그럼 한잔만 더.


바텐더 안 되겠다는 듯 종업원에게 고개를 저어 보인다.

종업원 혜린을 잡아 일으킨다.


혜린 : (자기를 잡은 손을 본다) 이거 뭐야.


바텐더 : 안으루 델구가. 파출소에 넘기든지.


종업원 혜린을 끌고 가려 한다.

혜린, 거칠게 뿌리쳐버린다.


혜린 : 이거 뭐냐구우?


종업원 : 완전히 맛이 갔구만, 일루 와.


혜린을 잡아채는데 그 순간, 혜린, 주먹으로 후려친다.

얼결에 얻어맞은 종업원 발끈하여


종업원 : 이년이. (한 대 갈길 생각으로 손을 드는데)


순간 종업원의 뒷덜미를 잡아 채는 손.

청년이다. 그대로 주먹으로 한방 먹인다.

바텐더 놀라 바를 돌아 나온다.

안 에서 몇 명의 종업원이 놀라 달려 나온다.

혜린, 바텐더가 놓고 간 술병을 들어 마시는데 청년에게 맞은 바텐더가 혜린 위로 넘어진다.

술병을 놓친 혜린, 술잔이 가득 든 쟁반을 들더니 새로 달려온 종업원에게 후려쳐 엎는다.

중과부적의 청년이 던진 의자가 바 뒤에 진열된 술병들을 후려치며 박살을 낸다.

입구 쪽, 들어서는 태수,

요란스러운 바 쪽의 싸움에 눈살을 찌푸려 성가신 듯 안쪽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칫하여 다시 본다.

바위에 기어올라가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고 치고 있는 혜린.

저년 끌어내 소리치는 바텐더 소리…

혜린, 종업원에게 끌려 내려진다.

혜린, 반항하며 닥치는 대로 발로 차고 덤벼든다.

청년, 혜린을 구하려 달려들다 뒤통수를 얻어맞고 엎어진다.

혜린, 잡힌 팔을 뿌리치다 제 기운에 뒤로 넘어진다.

넘어지는 혜린을 뒤에서 받아드는 손길.


혜린 : 놔 이 거 못놔.


헤린, 다짜고짜 뿌리치며 덤벼드는데 뒤의 남자,

혜린의 팔목을 잡는다.

혜린, 그제야 얼굴을 본다.

태수다.

태수는 어쩐지 웃음을 참고 있는 얼굴이다.



# 6 밤거리


혜린, 비틀 거리며 걷고 있고, 태수, 그 뒤를 따라오고 있다.

혜린은 걷다가 멈추어 서서 호흡을 조절하고 좀 더 똑바로 걷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결국 발이 엇갈리며 넘어지려고 한다.

태수 재빨리 넘어지려는 혜린을 잡아준다.


혜린 : 아 됐어요. 좋아요. 괜찮다구요.


태수 : 집 어디예요?


혜린 : 집? 아아 집.


태수 : 저번 자취집에선 나왔다면서요?


혜린 : 저번 자취집? 아아.


태수, 혜린이 메고 있는 가방을 잡아 채서 안 을 뒤진다.

혜린, 자기도 가방안 을 들여다본다.


혜린 : 뭐 찾아요? 뭐가 있는데?


태수 : 주민등록증.


혜린 낄낄 웃는다.

태수 : 학생증도 없어요?


혜린 더 웃다가 갑자기 입을 막는다.

비틀 거리며 길 구석 쪽으로 가더니 토하기 시작한다.



# 7 나이트클럽 앞


웨이터들, 다친 사내1을 비롯한 남자들을 승용차에 태워 정중하게 인사하여 보낸다.

사내들은 거의 술에 취한 상태라 태워지 는대로 타면서 괜히 소리를 지르며 허세를 부리고 있다.

차, 출발해가고 웨이터들, 돌아서려는데 그 앞으로 거칠 게 달려와 서는 두 대의 자동차.

차에서 내리는 장근섭과 재희, 신사복의 사내들…



# 8 나이트클럽 안


뒷정리를 하던 웨이터들 놀라 본다.

문을 박차고 들어서는 장근섭, 재희 등…

상처가 난 채로 앉아있던 청년 달려가 머리를 숙인다.


청년 : 오셨습니까?


장근석 : 아가씨는?


청년 : 죄송합니다. 그게 아가씨가 저… (어쩔 줄을 모르는데 )


장근섭 안쪽을 본다.

거기 종도, 수하들을 거느리고 나오고 있다.

장근섭, 성큼성큼 다가서는가 싶더니 그대로 종도의 멱살을 움켜잡아 든다.



# 9 호텔 로비


태수, 이만치 떨어져서 보고 있다.

혜린, 프론트에 상체를 거의 얹다시피 해서 숙박명부를 기록하고 있다.

취해서 자꾸 무릎이 꺽이고 있고 불안 해보인다.

혜린, 기록을 끝내고 의기양양하게 명부를 내민다.

프론트 직원, 의심스럽게 명부와 혜린을 번갈아보고 돌아서 열쇠를 하나 찾아든다.

혜린에게 내어주려다 보면, 혜린은 카운터에 고개를 박고 있다.


직원 : 손님


혜린, 고개를 드는가싶더니 그대로 굴러 떨어진다.

어느새 뒤에 와있던 태수, 혜린을 받아 안는다.



# 10 호텔 방


태수, 혜린을 침대에 눕히고 신발을 벗겨준다.

깊이 잠든 혜린…

태수, 보고 있다가 옆의 전화기를 든다.



# 11 클럽 내 사무실


종도 수화기를 들고 있다.


종도 : 어디야 거기? 지금 같이 있어?


종도 뒤로 버티고 있는 장근섭과 재희.

종도 쪽을 본다.

재희 종도의 소리를 듣고 다가선다.


종도 : 야 임마 그 분이 어떤 분인 줄 알어?



# 12 호텔 방


수화기를 들고 있는 태수, 저편의 얘기를 들으며 혜린을 돌아본다.

잠들어있는 혜린.

태수, 수화기를 귀에서 뗀다. 종도의 다급한 목소리.


종도 (소리) : 태수야 야 임마


태수,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어두운 얼굴. 다시 혜린 쪽을 돌아본다.



# 13 나이트클럽 앞


클럽의 화려한 네온 간판에 불이 꺼진다.

통금이 지난 거리.

재희 클럽 앞에 혼자 서 있다.



# 14 클럽 내 사무실


장근섭 전화를 걸고 있다.

이만치 종도, 초조하게 장의 눈치를 보며 서성거리고 있다.



# 15 클럽 앞


재희, 계단에 걸터앉은 채 우두커니 고개를 숙이고 있다.



# 16 시간경과 호텔 방


커튼 사이로 드는 햇살, 아침이다.

잠이 들어있던 혜린, 두통을 느끼며 깨어난다.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 후다닥 깨어 일어나 앉는다.

심한 두통에 찡그린다.

방안 에는 아무도 없다.

혜린, 그제야 어제밤의 상황이 떠오른다.

다급하게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살펴본다.

침대 옆에는 자신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테이블에 물주전자와 컵이 놓여 있다.

혜린, 두통이 심한 머리를 갸우뚱하여 물을 따르는데 문이 열린다.

혜린, 화들짝 놀라 본다.

태수가 들어서다가 혜린을 보고 선다.

혜린 시선을 피하여 물을 마신다.

다시 보면, 태수는 문 옆 벽에 기대선 채 보고 있다.


혜린 : 나 호텔비가 없어요.


태수 : 냈어요.


혜린, 망설이다가 웃는 쪽으로 결정한다.


혜린 : 어제밤 고마웠어요.


태수 끄덕이더니 들고 온 약봉지를 들어 보인다.


태수 : 약 사왔는데 괜찮아요?


혜린 : 안 괜찮아요, 주세요.


태수, 다가와 약을 꺼내준다. 혜린 약을 받다가 서로의 손이 맞닿는다.

양 쪽 다 엉 겁결에 손을 빼는 바람에 약이 바닥에 떨어진다.

일제히 무릎을 굽혀 약을 집으려다가 시선이 마주친다.

혜린, 당황해하며 일어서 등을 돌려 약을 먹는다.

그 등을 향하여


태수 : 어제 우리 클럽에 우연히 온 거 아니죠.


혜린 : (정지되어)


태수 : 날 찾아온 겁니까?


혜린 : (……돌아서 정면으로 ) 맞아요. 태수 씨 어디 있나 알아봤어요. 알구 찾아갔어요.


태수 : 아버님께 여쭤봤나요, 아니면 그 밑에 부하들을 시켰습니까?


혜린 : (노려보는)


태수 : (보는)


혜린, 자신의 가방을 찾아 어깨에 멘다.

그러다가 못 참고


혜린 : 미안해요, 이렇게 말해야 되죠. 미안하다구.


태수 : (뭐라 말하려는데)


혜린 : 됐어요. 뭐라고 말할지 알아요. 내 아버지가 누군지, 내가 누구 딸인지,

알고 나면 사람들은 다 똑같이 말해요. 아 그랬었군요. 몰랐습니다.

그동안 실례 많았습니다. 그리구 돌아서 가버려요.

학교 친구들도 그랬구, 그리구… 우석 씨두 그랬어요.


태수 : (짜증스러운 얼굴이 된다. 어쨌든 비교되는 건 마음에 안 든다)


혜린 : 미안해요. 내가 잘못 생각했든 거 같애요. 난 그냥… 친구가 필요했어요.


그러나 태수는 아무 말이 없다.

혜린,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다. 깜박 거려 참더니 문으로 간다.

태수 보고만 있다.

혜린 나가고 문이 닫힌다.



# 17 거리


혜린 걸어오고 있다.

여름의 도시, 끈적한 열기

혜린의 뒤로 태수가 탄 오토바이가 나타난다.

혜린의 옆을 천천히 따른다.

혜린, 돌아보지만 상관없이 걷는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집요하게 따라온다.

혜린 할 수 없이 선다.

태수, 헬멧을 내민다.

혜린, 망설인다.

태수, 혜린의 머리에 헬멧을 씌워준다.

혜린, 태수의 뒤에 올라탄다. 태수, 출발하려다가 뒤를 돌아본다.

혜린은 좌석을 불안 하게 잡고 있다.

혜린의 두 손을 잡아 자신의 허리에 두른다.

태수, 혼자 빙긋 웃는다.

오토바이 출발한다.



# 18 해장국 집


혜린 해장국의 콩나물을 건져 먹다가 건너편의 태수를 본다.

태수, 혜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당황한다.

혜린, 마저 먹는데 태수, 혜린의 그릇에 자신의 콩나물을 한 젓갈 건져 덜어준다.



# 19 거리


태수, 혜린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달리고 있다.



# 20 학교 운동장


동네 아이들 축구를 하고 있다.

한 아이가 찬 공이 이쪽으로 날아온다.

태수, 잽싸 게 공을 잡아 차준다.

아이들과 태수, 혜린 껴서 함께 축구를 하고 있다.

다들 진지하다.

태수가 공을 몰고 있는데 혜린, 악착같이 달려들어 공을 빼내려한다.

태수, 차마 혜린의 태클을 받지 못하고 그 틈에 혜린, 공을 빼내어 아이들에게 패스한다.

달려가는 혜린.

태수, 어처구니 없어하다가 다시 뺏으러 달려간다.



# 21 운동장 수돗가


혜린, 수도물을 틀어 세수를 하다가 아예 머리를 수도물 아래에 집어넣는다.

물에 흠뻑 젖어 고개를 쳐들고 옆의 태수를 향해 웃는다.



# 22 길


헤린, 오토바이 운전석에 앉아 작동 연습을 하고 있다.

시동도 걸지 않은 채 폼만 잡아 보고있는 중.



태수 : 하나 물어봐도 돼요?


혜린 : 좋아요


태수 : (망설이다가) 어제밤 내가 아니더라두 같이 갔을 겁니까? 호텔 같은데…

혜린, 기계판을 만지작거리다가 킥 웃는다.


그러더니 점점 더 웃는다.

태수, 무안해져서 딴 데 보다가 그만 자기도 웃는다.



# 23 광나루?


혜린, 매여져있는 뱃전을 아슬아슬하게 두 팔을 벌리고 걷는다.

저녁 어스름이 깔리고 있다.

이만치에선 태수가 오토바이를 손보고 있다.


혜린 : 하나 물어봐두 돼요?


태수 돌아본다.

혜린 배에서 뛰어내릴 자리를 찾고 있다.

태수, 다가가서 손을 잡아 내리는 것을 도와준다.

혜린, 마주서더니


혜린 : 나 무섭지 않아요?


태수, 그런 혜린을 보다가 끄덕인다.


태수 : 무서웠어요. 가난한 여대생인줄 알았을 땐요.


혜린 : 지금은요?


태수 피식 웃더니 오토바이 쪽으로 간다.

가다가 돌아서 다시 온다.

오는 여세로 혜린을 당겨 안아버린다.

혜린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는다.

잠시 후 혜린 두 팔로 태수의 허리를 감는다.

태수의 가슴에 기대어 편안함을 느낀다.

태수, 혜린의 얼굴을 감싸 떼어내더니 새삼스럽게 그 얼굴을 내려다본다.

강물에 석양이 내리고 있다.



# 24 클럽 앞 (밤)


뒤에 혜린을 태운 태수의 오토바이가 달려와 선다.

혜린 내려서 헬멧을 벗어 준다.

서로 친근하게 부딪히는 시선.

태수, 오토바이를 한 쪽으로 몰아넣고 혜린, 무심코 돌아서는데 후다닥 튀어나오는 사내들.

놀랄 사이도 없이 혜린의 팔을 끌어 잡는 장근섭.

혜린, 돌아보면 사내들은 태수를 둘러싸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다.

혜린, 잡힌 팔을 뿌리치려하지만 여의치 않다.


혜린 : 놔요


태수, 혜린 쪽으로 나서려는데 그 앞을 막아서는 재희.

평소의 무표정했던 얼굴에 증오가 드러나 있다.



# 25 나이트클럽 입구 안 쪽


종업원 차림이 거나 사복의 태수, 수하들 웅성거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입구를 등지고 막은 자세로 서있는 종도.

초조함이 드러나 있다.

수하 중의 한 명, 못 참고 나가려는데 종도 거칠 게 막는다.


종도 : 까불지 말라고 했지. (모두를 향해) 내 말 안 들려!



# 26 클럽 밖


태수, 공격해오는 두엇을 급한 대로 막아내고 반격한다.

순간, 태수의 목덜미를 내려치는 목검.

태수, 비틀하는데 숨 쉴 사이도 없이 몰아치는 재희의 목검.

태수, 팔로 막고 피해보려 하지만 그대로 뒤로 밀려 벽에 붙여진다.

재희, 목검을 가로 잡아 태수의 목을 벽에 눌러버린다. 있는 힘껏…


혜린 : 그러지마!


차에 태워지지 않으려고 발로 버티고 문짝을 끌어 잡아 버티던 혜린,

장근섭의 손을 뿌리치고 뛰어나오려다 넘어져 주저앉는다.


혜린 : 그러지 마, 재희. 그 사람 … 그 사람 내 약혼자야


태수의 목을 짓누르고 있던 재희 순간 혜린 쪽을 돌아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태수, 무릎으로 재희를 올려 찬다.

재희, 허리를 꺾어 무릎을 꿇고도 혜린을 보고 있다.


혜린 : 우리 결혼할 거야. 그러지마.


컥컥 기침을 하며 태수도 혜린을 본다.



# 27 윤 회장 서재


장근섭, 윤 회장의 상의를 받는다.

윤 회장 시계를 보고 모래시계를 돌려놓는다.

서재에는 혜린과 재희, 민 변호사. 그리고 입구 옆에 서있는 태수. 영재.


혜린 : 허락해주세요. 우리 결혼해요.


윤 회장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책상 앞에 앉는다.


혜린 : 어제 밤 우리 같이 있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을 거예요


윤 회장 : (민 변호사를 향해) 저 애가 누구라고?


민 변호사 : 박태수라고 이성범이 밑에 있는 친굽니다.


윤 회장 : 이성범이는 누구야?


보고 있던 태수, 피식 웃음이 나오려고한다.


혜린 : 아버지.


윤 회장 : 얘기 중이다.


민 변호사 : 로얄 카지노를 접수했던 잡니다. 충무로에 구역을 갖고 있습니다.


윤 회장 : 그럼 저기 있는 애는?


민 변호사 : 행동대장 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 이성범이가 걸려 들어간 뒤로 책임을 지고 있구요.


윤 회장 : (혜린에게) 너두 알고 있었니?


혜린 : 알고 있었어요.


윤 회장 : (태수에게) 넌 혜린이가 내 딸인 거 알고 있었나?


태수 : …들었습니다.


윤 회장 : 그래서 우리 애를 잡으면 세력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나.

아니지 내 사위가 된다면 그 이상이 되겠지.


혜린, 더 이상 듣지 못하겠다. 돌아서 나가려는데

문가에 있던 태수가 혜린을 잡는다.

혜린 태수를 쳐다본다.


윤 회장 : 결혼 할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태수 혜린을 보던 시선을 천천히 윤에게 돌리더니


태수 : 그럴 거 같습니다.


혜린, 놀라 태수를 본다.

재희, 태수를 본다.



# 28 대문 앞


태수가 탄 오토바이가 달려간다.

혜린 배웅하고 서 있다.

저만치 달려가던 오토바이 급정거를 하여 서더니

헬멧 속의 태수 이쪽을 향하여 한 손을 들어 보인다.

혜린 그저 보고만 있다.

다시 달려가는 오토바이.


영재 소리 : 갔니?


영재가 뒤에서 문을 나서고 있다.



# 29 홈바


영재, 두 잔의 칵테일을 만들어 한 잔을 혜린에게 건넨다.


영재 : 이게 새로 생각해낸 방법이니? 아버지를 거역하는.


혜린 : 집을 나갈 거야.


영재 : 아버지 혼자 남으시겠구나.


혜린 : 무슨 소리야?


영재 : 난 유럽으루 갈 생각이다. 그림 공부를 하려구 해.


혜린 말 대신 영재의 팔에 손을 얹는다.


영재 : 내가 가면 아버진 굳이 찾지 않으실 거야, 넌 달라. 아버진 나보다 널 믿고 있어.


혜린 : 그렇지 않아.


영재 : 그래, 어려서부터 그랬어. 니가 집을 나가있을 때도 아버진 널 믿고 있었어. 기다리셨어.


혜린 : 난…


영재 : 알아. 니가 아버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도 대학 다녔어. 나도 헤겔이나 막스 읽었어.


혜린 : (웃는)


영재 : (웃고) 난 사실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어. 나도 남자니까.


혜린 : 오빠가 그런 생각하는지 몰랐어.


영재 : 너라면 아버지처럼 될 수 있어.


혜린 : (보는)


영재 : 아버진 그렇게 생각하셔


혜린 : 아버지처럼 어떻게? 수단방법 가리지 않구 돈 벌어서 정권에 갖다 바치구.

이 돈으루 최루탄을 좀 더 사시죠. 국민은 그저 콱콱 눌러야 합니다.

그 대신 제가 불법 탈법 좀 해두 눈감아주시고 …


영재 : 혜린아.


혜린 : 아니야?


영재 : (혜린의 흩어져 내려온 머리칼을 쓸어 올려주며)

너 이뻐. 착하구. 내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구. 니가 아버지 땜에 반항하듯이 결혼하는 건 싫다.


혜린 : ……


영재 : 그 친구 사랑하니?


혜린 : ….그럴려구 그래. (힐끔 보고 웃는데)


영재 : 그 친구… 위험하게 될지 몰라


혜린 : (웃음기 가셔 본다)


영재 : 넌 아버지를 아직 잘 몰라.



# 30 카지노


손님들이 꽉 들이찬 분위기

담배연기…

재빠르게 돌아가는 딜러의 손.

거둬들이는 칩…



# 31 카지노 사무실


오 사장 노기등등해서


오 사장 : 도대체 무슨 소리야? 카지노를 팔라니.


종도 : 말 그대롭니다. 이 카지노를 파시라구요.


종도를 비롯해 종도의 부하들 둘러서 있고, 그 뒤에 태수, 따로 앉아 있다.


오 사장 : 이런 건방진… 니들이 뭔데 내 걸 팔라말라야.


종도 : 이제까진 영업부장이었읍니다만, 그걸 그만둘까 하는 데요.


오 사장 : 말 잘하는구만. 그래 내놓구 나가! 니 떨거지 델구 나가서 다신 얼씬두 말어.

니들 아니면 인물이 없을 줄 아나.


종도 : 없을 겁니다.


오 사장 : 뭐야.


종도 : 우리가 안 하는 일은 남들도 못하지요. 그 꼴은 못 봅니다.


오 사장 : ….(노려보다가) 누구야. 니들 뒤에 있는 자가 누구야,

나한테 함부로 이따위 짓을 할 수있는 자가 누구냐고?


순간, 종도 책상을 밀쳐 오 사장의 멱살을 잡아일으킨다.


종도 : 이 영감이 좋은 말하는 사람 성질 돋궈. 이 봐 영감.


오 사장의 멱살을 잡은 종도의 팔목에 손이 얹혀 진다.


태수다.


태수, 종도의 손을 떼 게 하더니 오 사장의 옷깃을 바로잡아준다.


태수 : 우리도 사정이 있습니다. 어차피 사장님은 이 일 계속 못하십니다.


오 사장 얼어서 보고만 있다.



# 32 카지노 밖


뒷문 밖

태수, 벽에 기댄 채 운동화를 벗어 안을 털고 다시 신는다.

그 사이 오 사장은 사내들에게 끌려 차에 태워지고 있다.

종도, 태수의 옆에 와 선다.


종도 : 언짢게 생각할 거 없어, 안에 있는 형님들만 생각해 .


태수 : 재판 언제라니?


종도 : 모르지. 최대한 빨리 당겨본다는데. (힐끔 태수의 눈치를 본다)


오 사장을 태운 차가 떠나고 또 한 대가 와서 태수와 종도 앞에 선다.



# 33 윤 회장 서재 (낮)


윤 회장 창 밖을 내다보고 서있다.

그 뒤의 민 변호사.


민 변호사 : 그럼 금액은 그 정도 선에서 매듭짓겠습니다.


서류가방을 채우고 일어선다.


윤 회장 : 이젠 집에 들여야겠어.


민 변호사 : 예?


윤 회장 : 혜린이 말이야. 밖에서 떠도는 거,

이만하면 충분해 내 밑에 넣고 일을 가르치기 시작해야겠어.


민 변호사 : 예….하지만 아직 혜린양 생각하는 게…


윤 회장 : 그 아이가 이번 일을 주도했다고 했나. 혜린이가 데리고 왔던 그 애.


민 변호사 : 박태수 말씀이시군요.


윤 회장 : 배짱이 있어보이드만. ……혜린이 눈에 띄지 않게 해야겠어.

우리 애들 손에 맡기지 말고. 내 말 알겠지?


민 변호사 : 예 그럼…


민 변호사 나가고 윤 회장 혼자 남는다.



# 34 외딴 별장 (전경)


세워져있는 승용차.

종도 쪽 사내 두엇 어슬렁거리고 있다.



# 35 별장 내부


초췌한 모습의 오 사장, 테이블 위에 얹힌 서류를 떨리는 손으로 넘겨보고 있다.

그 앞에 앉은 민 변호사, 둘러서있는 사내들…

옆에 선 종도, 인주의 뚜껑을 열어 내민다.

오 사장 도장을 꺼내다가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오 사장 : 이건 강도 사기야, 공갈 협박이고.


민 변호사 : (온화하게) 금액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오 사장 : 도장만 찍는다고 끝날 줄 알어? 니놈들 반드시 잡아 넣구 말 것이야.


민 변호사 : (미소…) 오 사장님… 우리나라 법을 너무 믿으시는군요.


오 사장, 아무 말도 못하는데 종도, 도장을 찍을 곳을 펼쳐 놓는다.



# 36 별장 외경


민 변호사와 종도 나서고 있다.

민 변호사 차가 세워져있는 곳을 지나쳐 걷는다.

종도 따른다.


민 변호사 : 공기가 좋군요.


종도 : 예? 아 예 .


민 변호사 : 윤 회장님을 만나뵙고 싶다고 했지요.


종도 : 아 그럼요. 이제 저희는 윤 회장님의 수족입니다.

한번 만나뵙고 절이라도 올려야 도리지요.


민 변호사 : 회장님께서는 조용한 생활을 좋아하세요.


종도 : 알고 있습니다. 우리 같은 주먹패들은 상종도 안 하시는 거, 유명합니다.

소문 듣고 있어요. 그렇지만…


민 변호사 : 그렇지만 한번 연을 맺은 사람은 마치 가족과 같이 여기시지요.


종도 : 예 물론 그러실 겁니다.


민 변호사 : 회장님께서 한 가지 청이 있다고 하셨습니다만.


종도 : 저한테요. 아이구 청이 뭡니까 시켜만 주시지요.


민 변호사, 온화한 미소를 띄어 바라본다.

종도, 어쩐지 불안 해진다.



# 37 공단 지대 어느 공장 앞


대문 옆에는 여공을 모집한다는 종이가 붙여져 있다.

오토바이를 탄 태수 기다리고 있다.

지나가는 젊은이들 태수의 오토바이를 힐끗 거리고 본다.

그들로 보기에는 아주 고급이다.

잠시 후 안 에서 나오는 혜린, 태수를 보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다가오다가

결국 못 참겠다는 듯 웃으며 브이자를 그려 보인다.


혜린 : 취직 됐어요. 월수 구만오천원. 잔업 수당 따로 있고.


태수 좀 어이없는 기분이다.

혜린, 태수의 뒤에 서슴없이 올라탄다.


혜린 : 가요 할 일 많아요.


태수, 시동을 걸다가 멈춘다.

좀 화가 난 듯 혜린의 손을 잡아 자기 허리에 두른다.

혜린 웃더니 고개를 태수의 등에 묻는다.

태수, 겨우 기분이 좋아졌다.



# 38 셋집


공단 사람들이 몰려 사는 여러 가구의 집


# 39 그 중의 한 방안



새로 사온 냄비며 그릇 등이 널려져 있다.

태수, 벽에 못을 박고 있다.

혜린, 바닥에 엎드려 메모지에서 산 것들을 지우고

사야할 것들을 체크하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혜린 : 짐 언제 갖구 올래요?

태수, 돌아보면 혜린은 태수를 보지 않고 있다.

태수, 자신이 박아놓은 못들을 보다가 갑자기 방에서 나가버린다.



# 40 철로변


혜린 나와 보면, 태수 문턱에 걸터 앉아 있다.

혜린 그 옆에 앉는다.

아직 그들에게 남아있는 거리만큼 떨어져서.

그렇게 앉아 있다가 태수 문득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벗어든다.

모친의 반지를 매단 것이다.

혜린 그것을 본다.


태수 : 어머니 반지야, 아버지가 주셨다고 했어.


태수 나이프를 꺼내 줄을 끊는다.

반지를 빼낸다.

혜린 의아해서 본다.

태수 어색한 대로 혜린의 손을 끌어다 반지를 끼어준다.

반지는 커서 혜린의 손에 헐렁하다.


태수 : 큰 데. 줄일 수 있나?


혜린, 말문이 막혀 자기 손에 끼어진 반지를 만져본다.


태수 : 어머니하고 아버진 결혼식 같은 거 못하셨대. 우린 결혼식부터 할 거야. 그럴 생각이야.


혜린 아무 말이 없다.

태수, 어색하다. 그러다가


혜린 : 어머니 아버지 얘기 더 해줄래요?


태수 웃으며 손짓으로 가까이 오라고.

혜린, 붙어 앉는다.

태수, 혜린의 어깨를 감싼다.

편한 분위기에서


태수 : 두 분 모두 지리산에 계셔. 아버진 내가 태어나기두 전에 돌아가셨대.

얘기하는 태수. 듣는 혜린.


가난한 집의 가난한 배경 속에 두 사람.



# 41 밤 나이트클럽 전경


종업원 셔터문을 내리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태수를 보고 인사를 한다.


태수 : 벌써 닫아?


종업원 : 예.


태수 : 애들은?


종업원 : 단합대회한다구, 종도 형님이 델구 갔는데요.


태수 : 단합대회? 어디서


종업원 : 자리 잡으면 전화하신다구, 기다리라구요.


태수 : 그래?


별 생각 없이 셔터 밑으로 들어간다.

종업원 뒤에 남아 잠시 기다리다가 셔터를 마저 닫고는 자물쇠를 채운다.



# 42 셋집


마당에는 빨래들이 그냥 널린 채 여러 집이 산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 43 혜린의 방


감은 머리에 수건을 두른 혜린, 이불을 펴고 있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혜린 : 태수 씨?


돌아서는데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장근섭과 수하 한 명.

혜린, 놀라 일어선다.


장근석 : 회장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들 사이로 문 밖에 서있는 재희가 보인다.


혜린 : (냉정해지려고 애쓰며)

주말에 뵈러간다고 전해주세요.

내일 새벽에 일나가야돼요.


장근섭, 옆의 수하에게 고개짓을 한다.

수하는 들고 있던 휘발유통을 방에 붓는다.

혜린, 아연해서 본다.


장근석 : 그냥 가겠습니까, 아니면 정리하고 갈까요?

(라이터를 꺼내들고 있다.)


혜린, 후딱 방 밖의 재희를 돌아본다. 재희, 외면한다.



# 44 술집


종도의 패거리들 얼근하게 술에 취해서 떠들며 놀고 있다.

사이사이 여자들도 끼어서 거의 술집 하나를 전세 내어 노는 중.

이만치 종도, 전화를 하고 있다.

어두운 얼굴이다.



# 45 나이트클럽 내부


비어 있다. 정적…



# 46 클럽 내 사무실


소파에 누워 잠들어있는 태수.



# 47 골목


장근섭 등에 둘러싸여 혜린 걸어 나온다.

샛골목 밖에 승용차가 세워져 있다.

차를 보는 순간 혜린 걸음을 멈춘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다.

재희를 돌아본다.


혜린 : 나만 가면 되는 거야? 태수씬?


재희 말없이 혜린의 등을 밀어 차 쪽으로 간다.

수하 운전석으로 간다.

장근섭, 뒷문으로 혜린을 들어가 게한다.

혜린, 고분고분하게 탄다.

재희는 조수석으로.

혜린, 안으로 들어가며 반대편에서 오고 있는 택시를 본다.

장근섭, 혜린의 옆으로 타는데 혜린 반대편 문을 열더니 튀어 내린다.

지나치려는 택시를 따라 뛰며


혜린 : 택시


장근섭, 다급하게 차에서 내려 차를 돌아가는 와중에 혜린 택시를 탄다.

장근섭과 수하, 간신이 택시를 따라잡아 탕탕 치며 세워 소리를 지르지만

차 안의 혜린은 안…에서 차문을 잠그고, 운전사는 놀라서 쏜살같이 출발한다.

재희, 차 옆에 내려 선 채 가는 차를 바라보고 있다.



# 48 클럽 밖


누군가 잠겨진 셔터의 자물쇠를 연다.

아까 문을 잠그던 종업원, 자물쇠를 주머니에 넣고 가버린다.



# 49 클럽 사무실


잠들었던 태수, 후딱 잠이 깬다.

셔터문이 열리는 소리.

다급한 발자국 소리들…

태수. 벌떡 일어나 벗어놓았던 셔츠를 집어 든다.

마악 문으로 가려는데 한발 앞서 문이 박차지며 들어서는 정사복 경찰들…


경찰 : 박태수?


태수, 단념하고 양팔을 벌려 보인다.

다가온 경찰들 다짜고짜 태수의 팔을 꺾어 벽에 밀어붙인다.

뒤로 꺾인 두 손에 수갑이 채워진다.



# 50 클럽 앞


태수를 실은 경찰차 한 대 사이렌 소리를 내며 출발해간다.

문 앞에서 형사 한 명 무전기로 뭔가 보고하며 대기해있던 차에 탄다.

그 차가 출발해가는 것과 동시에 혜린이 탄 택시가 도착한다.

혜린. 내리며 가는 경찰차를 본다.

클럽의 셔터문은 열려져 있다.

혜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뛰어 들어간다.

잠시 후 다시 나오는 혜린, 문 앞에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혜린, 냅다 발로 차버린다.

딩구는 입간판, 혜린, 절망하여 입구에 주저앉는다.

문득 고개를 들면 승용차 한 대 와서 서고 조수석에서 내린 재희. 혜린을 보며 선다.

혜린, 고개를 떨군다.



# 51 경찰서 내부


십여 대의 타이프라이터가 일제히 소리를 내고 있고. 책상마다 조서를 받고 있다.

정사복 경찰들 사이에는 계엄군들의 모습도 보인다.

조사를 받는 사람들 중에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반항하여 소리 지르고 있는 사람,

울고 있는 사람. 성을 내고 있는 형사, 담배를 피워대고 있는 형사.


한 여름밤의 더위.

그 사이를 태수, 형사들에게 끌려 들어와 비어있는 책상 앞으로 인도된다.

태수, 이상한 경찰서 내 분위기에 불안 해진다.

태수, 거칠 게 책상 앞 의자에 앉혀진다.

그 앞에 있던 형사 한 명, 피곤한 듯 서류 한 장을 내민다.


형사 : 지장 찍어.


태수 : 이게 뭡니까.


형사 : 이 자식이 말이 많아. 손 내놔.


태수 : 죄목부터 말해주십쇼.


순간 옆에 있던 계엄군이 태수의 복부를 걷어차 버린다.



# 52 유치장 안

태수 밀려 들어선다.


좁은 유치장 안은 이미 만원이다.

태수의 시선 속에서 회사원 차림의 사내 한 명은 창살에 매달려 애원을 하고 있다.


사내1 : 전화 한 통만 하게 해줘요. 집에 전화 한 통만 하면 돼요, 여보세요.


또 다른 사내는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내2 : 야 이 자식들아. 죄목이 뭐야 내 죄가 뭐냐구.


서너 명의 남자들이 둘러서 수근 거리고 있다.


사내3 : 술 마시다가 잡혀왔어요. 아니 술 마시는 것두 죕니까?


사내4 : 저는요 노점상해요. 이걸 보더니 그냥 끌구와 버리데요.

 (팔뚝의 조그만 문신을 내보인다)

잠옷 차림의 사내 하나가 멍하니 앉아 있다.

태수, 불길한 예감 속에서 서 있다.


<10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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